소설리스트

회귀 후 메이저리거-151화 (150/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151화

-이제 리그 챔피언을 결정지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그 1차전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의 예상대로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LA 다저스의 경기가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한국팬 입장에서는 이번 경기는 단순히 리그 챔피언을 결정짓는 경기가 아닌 또 다른 한일전으로 다가오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한일 양국의 미묘한 관계로 인해 두 국가의 스타들이 맞붙는 대결은 화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한수호와 오타니 쇼헤이! 이 두 스타의 대결을 기대하지 않는 팬들은 없겠죠!

-공감입니다. 한일전이 아니더라도 메이저리그의 최정상급 스타들이 맞붙는 대결이니만큼 기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해설진의 말은 정답이었다.

팬들은 이번 대결을 한일전이 아니라 스타 플레이어들의 대결로 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타니 쇼헤이 이번 시즌 18승에 61홈런을 때려낸 투 웨이 플레이어.

└한수호 테드 윌리엄스 이후 처음으로 4할로 시즌을 끝내고 77홈런에 50-50클럽 가입. 거기에 장타율 OPS에서 신기록 세움.

└└정리해두니까 미쳤네.

-진짜 이번 시즌 두 동양인이 메이저리그를 휩쓸었다.

-와…… 오타니는 18승에 60홈런을 넘겨 버리네.

-수호는 도대체 기록이 몇 개냐?

-메이저리그 130년 역사를 갈아엎고 있는 두 동양인의 대결이네.

-놓치면 정말 후회할 듯.

두 사람의 기록은 메이저리그 역사를 바꾸었다.

한 명은 신대륙을 개척했고 한 명은 불멸이라 불리던 기록들을 깨뜨렸다.

그런 두 사람의 대결만으로도 이번 챔피언십 시리즈의 흥행은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오늘 경기 역시 필리스의 홈구장인 시티즌스 뱅크 파크는 매진되었습니다!

-현지에서는 웃돈을 주고 암표가 거래되고 있는데. 그 가격이 보통 표 가격의 3~4배에 달한다고 하더군요.

-암표는 분명 뿌리 뽑아야 하지만, 팬들이 얼마나 많은 관심을 보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경기장 반응만 뜨거운 게 아니었다.

챔피언십 시리즈는 ESPN과 폭스스포트가 전미 중계를 맡았다.

ESPN은 내셔널리그 폭스스포츠는 아메리칸리그의 중계를 내보냈는데.

두 리그의 챔피언십 시리즈 시청자는 작년 대비 약 43퍼센트 상승한 수치를 보였다.

특히 내셔널리그는 56퍼센트의 상승세를 보이며 아메리칸리그를 뛰어넘었다.

이 수치를 보고받은 만프레드 커미셔너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거기에 양대 리그에서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한 팀에는 올 시즌 리그의 흥행을 이끈 선수들이 다수 포진한 게 흥행의 이유가 됐어.’

특히 한수호의 존재가 컸다.

배리 본즈 이후 깨지기 힘들 거라 생각했던 73홈런의 벽.

그리고 마지막 4할 타자인 테드 윌리엄스와 누구도 밟지 못했던 50-50클럽의 가입까지.

그가 남긴 기록들은 열거하는 게 어려울 지경이었다.

‘거기에 디비전 시리즈 첫 경기에서는 한 이닝 3도루까지 만들어냈지.’

한수호의 질주는 페넌트레이스에서 멈추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벌써 보기 드문 기록을 남기면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과연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한수호는 기대가 되는 선수였다.

더 이상 이룰 게 없다고 생각되는 시점에서도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냈다.

그렇기에 팬들은 그에게 열광하고 있었다.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는 한수호를 중심으로 돌아갈 거다.’

이유는 간단했다.

팬들이 원하니까.

그리고 팬들이 원하면 커미셔너는 움직여야 했다.

그들이 원하는 걸 들어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것이 리그를 발전시키는 지름길이었다.

* * *

“플레이볼!”

-LA 다저스의 공격으로 경기 시작합니다!

마운드에 서 있는 잭이 허리를 숙였다.

-필리스는 예상 밖으로 잭 휠러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잭은 투수들 중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선수니까요.

-무엇보다 오타니 쇼헤이가 오늘 경기 선발이 아닌 지명타자로 출전했기에 에이스 대결을 위해 1선발인 앤드류 페인터를 아끼는 선택을 한 거 같습니다.

정확히 이유를 간파한 해설위원이 설명을 이어가는 와중에 수호가 사인을 보냈다.

‘홈플레이트 쪽에 너무 붙어 있는데. 이러면 바깥쪽을 치겠다는 게 너무 드러나잖아.’

오히려 그게 더 이상했다.

LA 다저스의 리드오프를 맡고 있다는 건 그만큼 성적과 야구 센스가 뛰어나다는 의미였다.

수호가 곁눈질로 타석에 서 있는 타자의 얼굴을 바라봤다.

‘타이론 카터. 올 시즌 타율 3할 2푼 7리, 도루 32개에 홈런은 4개. 무엇보다 야구 센스가 뛰어난 선수다.’

전력분석팀의 이야기대로라면 다저스 내에서도 가장 야구 센스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타이론 카터가 눈에 보이게 움직인다?

상당히 의아한 부분이었다.

‘다른 노림수가 있다는 소리다.’

그 노림수가 뭔지 바로 머리에 떠올랐다.

그것을 떠올린 수호가 사인을 보냈다.

사인을 받은 잭은 다소 의아하긴 했지만,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사인을 교환한 잭 휠러가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피처 플레이트를 밟고 다리를 차올린 잭 휠러는 그대로 1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액-!!

잭의 손을 떠난 공이 타이론의 몸쪽으로 붙어왔다.

타닥!

그걸 본 타이론은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오픈스탠스를 취했다.

몸쪽 공을 공략하기 위한 스탠스를 잡자 히팅 포인트가 넓어지면서 몸쪽으로 오는 공을 향한 스윙의 궤적이 활짝 열렸다.

타이론은 망설이지 않고 배트를 돌렸다.

후웅!!

‘걸렸어!’

처음부터 노렸다.

잭, 아니, 수호의 리드에서 초구 바깥쪽에 대한 사인이 많다는 걸 알고 일부러 배터박스에 붙었다.

그걸 수호가 눈치챌 거라는 것도 계산에 두고 있었다.

수호는 공격만이 아니라 최고의 포수 중 한 명이었으니까 말이다.

눈치채면 당연히 몸쪽을 공략할 거라 예상했다.

그걸 노리고 처음부터 오픈스탠스를 잡고 몸쪽 공을 공략할 생각이었다.

허에 허를 찌르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지 못한 게 한 가지 있었다.

휘릭!!

수호는 거기에서 한 수를 더 내다보고 있었다.

‘사라졌…….’

부앙!!

퍽!

“스윙!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입니다!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타이론 카터의 배트가 화려하게 허공을 가릅니다!

-몸쪽 공을 확실하게 노려서 들어온 거 같은데. 한수호 선수는 패스트볼이 아닌 체인지업을 택하면서 완벽하게 타이밍을 뺏었습니다!

타이론 카터는 무너진 몸을 일으키며 수호를 노려봤다.

‘우리 의도를 완벽하게 간파했다는 건가?’

우리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간단했다.

이번 작전은 처음부터 기획되었기 때문이다.

다저스의 수뇌진을 비롯해 전력분석팀이 합작했다.

이 초구를 노리는 작전은 일종의 기선제압이었다.

초반 확실히 필리스를 상대로 기선제압에 성공해서 경기의 우위를 가져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수호는 그걸 즉석에서 간파하고 해결책을 내놓았다.

‘그것도 내가 눈치채기 전에 내놓았다 이거지?’

만약 이게 맞다면 수호는 더 괴물 같은 녀석이었다.

전력분석팀의 방대한 데이터를 베이스로 나온 전략을 그 자리에서 깨부순 것이니 말이다.

“후우…….”

‘침착하자. 흥분하면 안 돼. 어떻게든 출루해서 잭을 흔들리게 해야 한다.’

침착하자고 생각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성공할 거라 생각했던 작전이 실패한 만큼 그 충격은 상당했다.

아주 미세하지만, 그 충격이 그에게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수호는 그걸 눈치채고 그를 공략했다.

딱!!

“파울!”

-2구 패스트볼에 반응이 늦었습니다! 투스트라이크!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3구 바깥쪽 낮은 코스로 들어오는 패스트볼을 그냥 흘려보냅니다! 삼구삼진을 당하는 타이론 카터!!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타이론이 삼구삼진은 물론 스탠딩 삼진을 처음 당합니다!

-한수호 선수의 공격적인 리드가 타이론 카터의 허를 찔렀어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타이론은 수호에게 모든 수가 읽히면서 돌아섰다.

그리고 잭은 그걸 눈치채고 고개를 저었다.

‘매번 놀라게 하는구나.’

수호에 대한 믿음이 더욱 커지는 잭이었다.

* * *

퍽!

“아웃!!”

-유격수가 거의 제자리에서 잡아내며 2번 타자 다리우스 잭슨을 처리합니다!

-두 타자 연속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감하는 잭 휠러! 역시 피칭이 안정적입니다.

다저스의 1, 2번 타자는 시즌 타율이 모두 3할이 넘었고 출루율은 모두 4할 중반을 기록했다.

한마디로 두 명 중 한 명은 꼭 출루에 성공한다는 소리였다.

그런 두 사람을 모두 돌려세운 잭의 안정감 있는 피칭이 인상적이었다.

-투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오타니 쇼헤이가 들어섭니다!!

오타니 쇼헤이가 타석에 들어오자 경기장이 들썩였다.

“오타니! 오타니! 오타니!!”

“오타니 파이팅!!”

“한 방 날려 버려!!”

여기저기서 일본어가 들려왔다.

그만큼 일본 관광객들 역시 다수가 경기장을 찾았다는 소리였다.

거기에 오타니는 수호만큼이나 메이저리그에서 슈퍼스타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기에 다수의 팬이 그를 응원하고 있었다.

‘내가 카디널스 홈구장에서 경기할 때 카디널스 선수들도 이런 기분이었겠군.’

여기가 홈인지 어웨이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함성이 쏟아졌다.

‘잭도 신경 안 쓰는 거 같고 상관없겠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다는 것이 베테랑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당연히 잭 역시 휩쓸리지 않으면서 경기에 임하고 있었다.

‘몸쪽에 조금 약한 측면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고른 타격존을 형성하고 있다. 어설프게 던져서는 잡을 수 없어.’

오타니는 올 시즌 61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면서도 3할 1푼이라는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즉, 파워와 정확도를 모두 갖추었다는 소리다.

어설프게 접근해서는 잭의 공이 얻어맞을 가능성이 컸다.

‘구속은 조금 낮아도 되니, 정확하게 던지도록 해.’

‘오케이.’

수호의 사인에 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오타니를 상대로 잭이 초구를 던집니다!

“흡!!”

쐐애애액-!!

잭의 손을 떠난 공이 오타니의 바깥쪽을 향해 찔러왔다.

타닥!

오타니가 배트를 내밀려는 순간, 공이 변화를 일으키며 더욱 바깥쪽으로 흘러갔다.

우뚝!

수호는 눈앞으로 돌아가는 배트가 멈추는 걸 보고는 혀를 찼다.

퍽!

“칫…….”

“볼.”

-초구는 볼입니다.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에 오타니의 배트가 나오다 멈춥니다!

-한수호 선수가 3루심에게 확인을 받아보지만, 돌지 않았다는 판정입니다.

좋은 슬라이더였다.

하지만 오타니의 컨디션은 좋았다.

그렇기에 배트를 내밀다가 멈출 수 있었던 거다.

‘오늘 컨디션이 좋다는 소리겠지. 이럴 때일수록 차근차근 빌드업을 쌓아나가야 한다.’

조시 깁슨과 요기 베라의 경험이 있기에 수호는 조급함을 버리고 천천히 쌓아나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