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149화
카디널스와의 3차전을 앞두고 사람들은 수호가 이끄는 필리스가 승리할 거란 예상을 내놓았다.
[1, 2차전을 압도한 필리스, 3차전 역시 쉽게 승리할 것!]
[라스베가스 도박사들 필리스 VS 카디널스에 압도적으로 필리스에 배팅!]
[과연 정배대로 필리스가 카디널스를 스윕하고 챔피언십 시리즈에 오를 것인가?]
필리스의 승리가 압도적인 이유는 역시 수호에게 있었다.
그리고 수호에게 언론의 조명이 집중되자 한국에서는 반대쪽에 있는 이성훈에 대한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코리안 더비에서 빛을 보고 있는 한수호! 반면 홀로 고군분투하는 이성훈.]
[뜨거운 이성훈의 배트! 하지만 팀이 따라오지 못한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실패하는 클락 감독의 작전. 선수들이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한다!]
카디널스의 패배 요인으로 감독인 클락이 꼽혔다.
중요한 순간에 내놓은 작전들이 실패해서 분위기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1차전과 2차전에서 클락 감독이 지시한 작전은 모두 8차례였다.
성공률은 0퍼센트.
작전들은 모두 실패했고 당연히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이 날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카디널스의 기자들에게 사냥감이 되었다.
“하비에르! 이번 디비전 시리즈에서 클락 감독의 작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구장으로 들어가는 선수들은 기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질문을 받았다.
그중에는 한국의 이성훈 역시 포함되었다.
“이성훈 선수! 클락 감독의 작전이 패배의 원인으로 뽑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감독님의 작전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단지?”
“한수호 선수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괴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성훈의 인터뷰에 기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역시 알고 있었다.
수호가 얼마나 괴물 같은 선수였는지 말이다.
* * *
디비전 시리즈 3차전.
카디널스는 벼랑 끝에 몰렸다.
만약 패배한다면 이대로 탈락이었다.
클락 감독은 선수단을 모아두고 말했다.
“3차전에서 웬만한 상황이 아니면 작전은 나오지 않을 거다. 그러니 마음껏 기량을 발휘해 보도록!”
메이저리그에서 작전은 감독만의 권한이 아니다.
단장과 함께 협의해서 작전과 선수 선발을 정한다.
교체에는 감독의 영향력이 더 컸지만, 여기에도 단장의 입김이 닿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기에 클락 감독의 이 발언은 단장선에서 작전을 포기했다는 의미다.
‘어쩔 수 없지. 작전을 써서 수호를 막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어. 차라리 전력으로 부딪히는 게 맞다.’
수호를 막기 위해 작전을 썼는데,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계속 밀고 나갈 이유가 없었다.
카디널스 입장에서는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그래도 선수들을 믿고 맡기는 것이었기에 선수단이 후회 없는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카디널스의 사기가 높아졌다.
‘오늘이라면 가능성이 있다.’
이성훈은 그런 선수단의 분위기에 고무되었다.
아무리 수호가 대단하다지만, 자신들 역시 디비전 시리즈까지 진출한 팀이다.
전력으로 부딪히면 이길 수 있다.
그런 자신감은 가지고 있었다.
카디널스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 때.
원정 라커룸에서는 필리스가 경기를 끝내기 위한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이기면 우리는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한다.”
클럽하우스 리더인 하퍼의 말에 선수단이 집중했다.
“깔끔하게 3연승으로 챔피언십 시리즈에 올라가 누가 오는지 지켜보자.”
“예!”
“오우!”
하퍼의 연설은 거창하지 않았다.
그의 화려한 이미지와 달리 매우 담백한 스타일이었다.
[상당히 잘하네.]
[저런 담백한 스타일로도 선수단을 휘어잡았다는 건 그만큼 카리스마가 있다는 소리지.]
[거기에 성적도 뒷받침이 되고 말이야.]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과거 그가 경험했었던 상사 중에도 비슷한 타입이 있었다.
조용하지만, 부서를 휘어잡는 상사는 출세를 거듭했었다.
일종의 롤모델이었기에 인상에 남았다.
‘저도 저런 선수가 되고 싶네요.’
[넌 이미 보이지 않는 리더임.]
[너는 실력으로 이끌어가는 타입이지.]
[그냥 조용히 있어도 된다.]
수호의 성적은 팀 내에서도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아직 루키라는 신분.
괜히 나서서 말을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받을 가능성이 컸다.
차라리 조용히 있으면서 실력으로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레전드들의 조언을 받은 수호는 조용히 팀원들이 사기를 올리는 모습을 바라봤다.
* * *
카디널스 홈구장에서 열리는 3, 4차전.
만약 카디널스가 3차전에서 패배한다면 디비전 시리즈는 그 자리에서 마무리된다.
홈팬들 앞에서 어떻게든 경기를 오래 치러야 하는 카디널스 입장에서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홈팬들 역시 그런 카디널스에게 엄청난 응원을 보냈다.
“필리스 따위는 그냥 넘겨 버려!!”
“너희는 최강이다!!”
“이제부터 역전하면 돼!!”
“박살 내버려!!”
카디널스 팬들의 압도적인 응원.
하지만 1번 타자로 수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바뀌었다.
“한! 한! 한! 한!!”
“수호야! 오늘도 달려라!!”
“너는 걱정하지도 않는다!”
“기회되면 날려 버려!!”
수호에게 엄청난 응원이 쏟아졌다.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자 경기장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원정경기지만, 필리스를 응원하기 위해 원정을 온 팬들, 그리고 한수호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팬이 모이면서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여기가 마치 필리스의 홈구장인 거 같은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응원전이 밀리지 않았다.
카디널스 팬들이 당황할 정도였다.
이런 응원을 받으며 타석에 들어선 수호가 자세를 잡았다.
“플레이볼!”
-디비전 시리즈 3차전! 경기 시작합니다! 시리즈 스코어 2승 0패로 앞서고 있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선봉장으로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이전 경기까지 안타는커녕 모든 타석에서 고의사구로 내보내졌던 한수호 선수, 3차전이라 해도 변하는 건 없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고의사구에 대한 사인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공은 던질 걸로 보이네요.
고의사구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감독이 구심에게 이야기해 주자를 그냥 걸어 보내는 경우와 공을 존 밖으로 던지는 4개의 경우다.
전자의 경우 투수의 투구 수가 올라가지 않는 만큼 대부분 고의사구로 내보내고 싶다면 전자를 택한다.
카디널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아아! 초구 스트라이크입니다! 카디널스가 한수호 선수와 승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허!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선택이네요.
-경기에서 진다면 그대로 패배로 이어지는 3차전에서 갑자기 한수호 선수와 승부를 하는 걸로 방향을 바꾼 걸까요?
-그렇게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작전이네요.
해설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클락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요지부동이었다.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다. 그 경기까지 내가 망칠 수는 없어. 모든 비난은 내가 받는다. 선수들을 믿어라.’
디비전 시리즈는 선수들에게도 중요하다.
1년간의 농사를 결정짓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기량을 온전히 펼치고 싶을 것이다.
통하지 않는 작전을 고집해서 그들의 노력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
퍽!
“볼.”
-두 번째 떨어지는 커브에 한수호 선수가 지켜봅니다.
-이번에도 볼이 되긴 했지만, 사실상 한수호 선수의 배트를 유인하기 위한 유인구였습니다.
-아무래도 카디널스가 한수호 선수와 승부하기로 결정한 거 같죠?
-맞습니다. 던지는 공들을 봤을 때 그렇게 보이네요.
수호도 느끼고 있었다.
‘이 녀석들 승부하는 걸로 전략을 바꾸었다.’
[확실한 듯.]
[나쁘지 않네.]
[오히려 기회라고 할 수 있지.]
[이틀 동안 푹 쉬었으니 제대로 보여줘라.]
타석에서 물러난 수호가 가볍게 배트를 돌리고는 다시 들어왔다.
‘예.’
자세를 잡은 수호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후우…….”
배경이 서서히 어둠으로 물들자 수호가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완전히 어둠으로 물들었을 때, 투수가 와인드업에 이어 공을 던졌다.
“흡!!”
쐐애애액-!!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수호의 몸쪽으로 붙어 들어왔다.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바라보던 수호의 눈에 실밥의 회전이 들어왔다.
‘포심처럼 보이지만…….’
실밥의 회전이 미세하게 달랐다.
역회전이 되고 있지만, 사선으로 회전하고 있었다.
‘커터.’
구종을 확인한 수호가 발을 내디뎠다.
타닥!
뒤이어 허리를 돌리며 시선을 고정시켰다.
가상의 히팅 포인트를 만들어 그곳을 향해 배트를 돌렸다.
후웅!!
그의 히팅 포인트는 평소와 달랐다.
포심 패스트볼을 노리는 히팅 포인트보다 조금 더 바깥쪽에 치우쳐졌다.
그때 공이 미세하게 변하면서 마치 자석에 이끌리는 것처럼 배트의 스윙궤적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정확히 스윗스팟과 충돌하며 경쾌한 소리를 토해냈다.
딱!!
-때렸습니다!!
타격 소리와 함께 유리 깨지듯 까맸던 풍경이 깨지면서 조각처럼 떨어져 내렸다.
그 사이를 날아가는 타구를 본 수호가 끝까지 돌아간 배트가 돌아오는 순간,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휘릭!!
-그리고 한수호 선수는 배트를 던졌습니다!! 우측 담장을 향해 날아가는 타구를 이성훈 선수가 끝까지 쫓습니다!!
타구는 여전히 높았다.
하지만 날아가는 속도가 조금은 느렸다.
그래서 이성훈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쫓았다.
‘우린 포기하지 않아!’
프로이기에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공이 떨어지는 타이밍에 맞춰 몸을 날려 펜스를 발로 밟고 다시 한번 도약했다.
“흡!!”
관중석으로 떨어지는 공을 건져내기 위해 팔을 뻗었다.
하지만 그의 글러브는 공에 닿지 않았고 관중석에 떨어지는 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넘어갔습니다-!! 포스트시즌 첫 홈런을 작렬하는 한수호 선수!!
-이성훈 선수가 어떻게든 잡아내기 위해 펜스까지 점프했지만, 결국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이성훈 선수의 포기하지 않는 끈기도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한수호 선수의 파워가 앞섰습니다!!
-한수호 선수는 자신이 왜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인지 이번 타석에서 보여주었습니다!!
포스트시즌 첫 홈런을 때려낸 수호가 베이스를 돌아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그를 보면서 이성훈은 고개를 저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녀석이군.’
복잡한 감정이었다.
부럽기도 했고 질투가 나기도 했다.
이 정도의 재능이라니.
그리고 그 감정에는 기대 역시 담겨 있었다.
‘녀석과 대표팀으로 함께 뛸 수 있다면…….’
짧게나마 한 팀에서 뛰는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떨쳐냈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어.’
1점 차이다.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었다.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다시 의지를 다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카디널스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야구는 결국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어야 하는 경기였다.
퍽!
“아웃!”
-중견수가 공을 잡으며 세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 디비전 시리즈 필리스와 카디널스의 대결에서 필리스가 3승 0패로 카디널스를 누르고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합니다!
필리스가 카디널스를 누르고 다음 라운드로 진출했다.
이성훈은 더그아웃으로 향하다 동료들과 축하하는 수호에게 다가갔다.
그를 발견한 수호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수고했어. 그리고 축하한다. 날 이기고 올라갔으니 꼭 반지 얻어야 한다.”
“예! 꼭 반지를 손에 쥐겠습니다!”
“힘내.”
툭!
이성훈이 수호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자신의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두 사람의 이런 모습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남기며 첫 디비전 시리즈가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