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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147화 (146/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147화

한 이닝 3도루.

한국에서는 일명 한도세(한 이닝 도루 세 개)라 불리는 기록이었다.

발이 빠른 건 둘째치고 일단 도루 센스가 무척이나 좋아야 했다.

-1루에서 2루를 훔치는 건 발이 빨라서 가능하지만, 2루에서 3루 그리고 홈스틸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렇습니까?

-네. 2루와 3루의 거리가 1루에서 2루보다 짧다는 건 기본적인 부분이죠. 그리고 홈스틸은 투수의 빈틈을 찾아서 해내야 합니다.

즉, 발이 빠른 건 기본이고 도루 센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거죠.

-한수호 선수가 보여준 홈스틸이 바로 센스의 정석과도 같은 장면이었죠.

-카를로스의 작은 버릇을 캐치해서 정확한 타이밍에 홈을 훔치는 게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사전 작업도 정말 좋았습니다. 기본적으로 투수들은 자기가 공을 던지기 전에 홈스틸을 노릴 거란 생각을 하지 못하거든요.

-맞습니다. 대부분의 홈스틸이 투구동작에 들어간 뒤에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한수호 선수는 그 전에 카를로스 선수가 마운드를 내려가 로진백을 잡기 시작할 때부터 조금씩 거리를 좁혀 홈과의 거리를 좁혔습니다.

-그리고 로진백을 잡기 위해 허리를 숙인 순간, 홈으로 던졌고요.

완벽한 빌드업이었다.

발로 만든 1점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장면에 관중들이 환호를 질렀다.

“한! 한! 한! 한!!”

“내가 이걸 보러 왔다니까!!”

“고의사구를 택하면 발로 점수를 내면 되지!!”

“진짜! 너는 최고다!!”

“모든 예상을 다 깨버리는구나!”

관중의 응원에 이성훈이 고개를 저었다.

‘정말 모든 예상을 깨버리는 녀석이네. 어떻게 저런 상황에서 홈스틸을 할 생각을 하는 거지?’

무사 상황이다.

그리고 단 1점을 뒤지고 있었다.

무리할 이유는 없었다.

‘아니, 어쩌면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녀석은 홈을 뺏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던 거야.’

확신이 있다면 자신도 홈을 노릴 것이다.

‘문제는 여기가 메이저리그라는 거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장소.

그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 수호의 모습에선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녀석이 KBO에서 뛰었다면 어떤 성적을 남겼을지 상상도 되지 않네.’

아마 KBO의 모든 기록이 바뀌었을 거다.

‘정말 대단한 녀석이야.’

볼 때마다 놀라운 성적을 올리는 그의 모습에 존경심마저 생길 정도였다.

-이번 한수호 선수의 한 이닝 3도루 기록은 메이저리그 역대 55번째로 역사에 남게 되었습니다.

-정말 한수호 선수가 올해 남기는 기록이 몇 개인지 이제 헷갈릴 정도입니다.

-한수호 선수를 막을 작전은 보이지 않습니다!

고의사구를 택한 카디널스가 크게 한 방 얻어맞으며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 * *

클락 감독은 후회하고 있었다.

‘녀석을 고의사구로 내보내면 해결될 거라 생각했는데.’

수호를 막으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 생각했다.

그가 빠진다면 필리스의 공격력은 낮아질 테니 말이다.

어느 정도 정답에 근접했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너무 과소평가했다.

촤아아앗-!!

“세이프!”

“와아아아!! 벌써 4개째야!!”

“한 경기 4개의 도루라니!!”

“이거 완전 자동문 아니야?”

“수호야! 또 홈스틸 노려버려!!”

한 경기 4개의 도루.

1회에 이미 3개를 채웠고 5회 다시 1개의 도루를 추가했다.

-세 번의 고의사구로 한수호 선수의 타격을 봉쇄한 카디널스! 하지만 그의 발은 봉쇄하지 못했습니다!!

-한수호 선수가 왜 1번에 배치되었는지! 1차전에서부터 확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발이 빠르다는 건 알고 있었다.

작전 수행 능력 역시 좋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한수호의 야구 센스는 내 예상을 벗어났다.’

클락 감독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전술의 패배라는 사실을 말이다.

“흡!!”

타닥!!

“뛰었어!!”

곧장 3루로 내달리는 수호를 보며 클락 감독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세이프!!”

뒤이어 들려오는 심판의 외침에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 * *

[NLDS 1차전에서 한수호 선수가 이끄는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카디널스를 제압하면서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이날 카디널스는 한수호 선수의 공격력을 봉쇄하기 위해 고의사구 작전을 펼쳤습니다.]

[한 경기 최다 고의사구인 4개를 얻어낸 한수호 선수는 첫 번째 출루에서 한 이닝 3도루라는 진기록을 세웠습니다.]

[1차전에서 한수호 선수는 5개의 도루를 세우는 등, 리드오프로서 엄청난 활약을 펼쳤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클락 감독은 ‘작전은 나쁘지 않았다. 단지 한수호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다’라고 말하며 한수호 선수의 도루 능력에 대해 찬사를 보냈습니다.]

경기가 끝났다.

결과는 스코어 6 대 1로 필리스의 완승이었다.

수호를 봉쇄하면 될 거라고 판단했던 카디널스와 사람들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결과였다.

-수호는 대체 어떻게 막냐?

-고의사구 4개에 도루 5개 ㅋㅋㅋㅋ

-이게 77홈런 때린 타자 맞냐?

-아니, 얘는 키도 큰데 어떻게 저리 날렵하냐?

-진짜 미친 재능이다.

-괜히 5툴 플레이어가 아님.

-역시 이번 시즌 최다 도루 수상자답네.

-한 이닝 3도루는 정말 예상도 못 했다.

-이거 메이저리그 신기록 아님?

└노노. 신기록은 AL은 6개 NL은 7개임.

└└그것도 미쳤네.

-수호를 막을 수 있는 건 없으셈.

팬들은 수호의 활약에 열광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보여준 홈런이 아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사람들은 신선함을 느끼며 박수를 보냈다.

팀으로 보더라도 수호의 활약은 고무적이었다.

“우리 작전이 그대로 맞아떨어졌군요.”

마크 단장의 말에 매디슨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카디널스가 당황하는 걸 보니 아주 시원하더군요!”

“예상대로 녀석들이 고의사구 작전을 꺼냈어요.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겠죠?”

“바꿀 수도 있지만, 그리되면 오히려 고맙지 않겠습니까?”

“하긴, 그렇게 되면 수호가 또 해결을 해주겠죠.”

“하하! 맞습니다!!”

사이가 좋지 않던 단장과 감독은 어느새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지을 정도의 관계가 되었다.

수호라는 존재가 팀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제 수뇌진들에게도 갈 정도였다.

그만큼 수호는 필리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되었다.

그렇기에 사장인 돔브로스키는 일찌감치 움직이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한 달 만에 뵙는 거 같군요. 잘 지내셨습니까?”

“하하! 요즘 아주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자.

스캇 보라스와 악수를 나누고는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한수호 선수의 첫 포스트시즌이니만큼 제 눈으로 보고 싶었습니다. 오늘 보자고 하신 건 업무적인 일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맞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한수호 선수의 연장 계약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시즌 도중이니 아직 정확한 조건을 교환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그 부분도 알고 있습니다. 단지 한수호 선수의 생각을 알고 싶습니다.”

보라스는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사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한수호 선수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그리고 연장 계약도 할 생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 물론 초장기 계약은 할 생각이 없습니다. 한수호 선수가 원하는 기간은 최대 3년입니다.”

“3년……입니까?”

3년이란 말에 돔브로스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앞으로 2년간 최저연봉을 받아야 하는 수호다.

3년 계약이란 그 2년을 포함한 것이었기에 계약 규모에 따라 구단이 손해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보라스의 생각은 달랐다.

“한수호 선수는 첫 시즌부터 거의 풀타임을 소화했습니다. 그런데도 부상은커녕 체력적인 문제도 드러나지 않았죠.”

“분명 경이로운 일입니다.”

“무엇보다 시즌 내내 고저가 없는 활약을 꾸준히 펼쳐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성적은 앞으로도 비슷할 가능성이 큽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호가 거둘 성적에 대해 궁금해했다.

그래서 여러 데이터를 분석해 자신들만의 답을 내놓았다.

그 결과 매년 3할 중후반의 타율과 평균 7할의 장타율, 그리고 매년 50개 이상의 홈런을 때릴 것이라 예상했다.

선수 커리어에서 1년만 50홈런을 때려도 훌륭한 시즌이라 말한다.

그런데 매년 50개 이상의 홈런을 때린다는 건 명예의 전당에 오를 정도의 활약이란 소리였다.

어떻게 보면 보라스의 세일즈 전략이라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돔브로스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생각에 동조했다.

“맞습니다. 팀에서도 분명 한수호 선수가 꾸준히 좋은 활약을 해줄 거라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더 긴 기간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계약 기간을 더 늘리고 싶으신 겁니까?”

“일단 3년으로 한다면 3천만 달러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매년 천만 달러의 계약이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수호가 2년간 받을 연봉은 약 200만 달러다.

그리고 3년 차 연봉 조정 회의에 들어가면 2천만 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았다.

기존에 세워졌던 신기록인 2025시즌 1,500만 달러의 기록을 가볍게 넘어서는 기록이었다.

즉, 필리스는 약 천만 달러의 금액을 수호에게 더 주는 셈이었다.

이는 여러 의도가 있었다.

‘앞으로 수호와 협상을 할 때 자신들이 이렇게 했다는 걸 어필하기 위함이겠지.’

그리고 돔브로스키의 제안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실 저희 쪽에서 제안할 조건은 5년짜리 계약이었습니다.”

“5년이면 FA 직전까지 한수호 선수를 미리 잡아주겠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FA가 되기 위해서는 6시즌의 서비스타임을 채워야 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서 수호는 1년의 서비스타임을 채운 상황.

앞으로 5년 동안 풀타임을 채운다면 FA 조건을 채우게 된다.

그 뒤에 그가 얼마나 큰 액수를 받을지는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

무엇보다 거기까지 가는 기간에 수호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 미지수였다.

“아시겠지만, 부상이나 갑작스러운 이슈로 인해 성적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5년 계약을 맺는다면 한수호 선수도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겁니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한때 메이저리그를 뜨겁게 달구었던 코디 밸린저는 MVP 시즌을 치르고 당시 첫 연봉 조정신청 신기록인 1,1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후 부상으로 인해 기량이 하락하면서 결국 다저스에서 방출되는 치욕적인 결과를 맞았다.

코디 밸린저가 업다운이 매우 큰 선수로서 대표 격이 되었지만, 사실 메이저리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였다.

“5년간의 계약 조건은 어떻게 제시하실 생각이십니까?”

“매년 2천만 달러, 총액 1억 달러의 계약입니다.”

“1억 달러라…….”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FA 기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게 가장 좋은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선수가 가질 수 있는 불안요소를 제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보라스의 성에는 차지 않았다.

“확정 조건이 아니길 바라겠습니다.”

“물론입니다.”

보라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홀로 남은 돔브로스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역시 고작 1억 달러로 잡을 수 없지.”

돔브로스키는 이미 알고 있었다.

보라스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는 걸 말이다.

“1억 달러란 조건은 일반적인 선수라면 충분히 납득을 할 조건이었겠지만, 한수호라면 다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루키.

이런 칭호를 받을 정도로 엄청난 활약을 펼쳤던 수호다.

그런 그가 1억 달러에 만족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권한이 더 있었다면 더 많은 금액을 불렀을 거다.

하지만 구단의 상황상 그게 어려웠다.

‘그가 떠나기 전에 내가 구단을 떠나겠군.’

이번 시즌 자신의 임무가 끝났다는 게 느껴지는 돔브로스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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