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메이저리거-144화 (143/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144화

수호는 하퍼와 함께 마크 레이어 단장과 면담을 가졌다.

“J.T는 결국 이번 포스트시즌에 참가하지 못할 거 같네.”

“으음…… 역시 그렇게 됐습니까?”

“그래. 발목염좌로 몇 개월간의 결장은 불가피할 거 같아. 잘하면 내년 시즌 개막에는 맞출 수 있겠지만, 포스트시즌에는 무리일 거야.”

“염좌라면 심한 부상은 아니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군요.”

“어쩔 수 없지. 부상은 선수에게 피할 수 없는 문제니까.”

프로선수에게 부상은 반드시 따라오는 것 중에 하나였다.

신체에 부담을 주는 동작을 한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반복하니 부상이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경기 자체가 거칠어진다면 더더욱 말이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이런 잔부상은 더욱 심해진다.

리얼무토의 이탈도 이상할 건 없었다.

[오히려 네가 관여해서 그런가 은퇴할 정도의 부상은 아니네.]

[ㅇㅇ 그러게.]

[염좌 정도면 뭐, 내년에 복귀하겠네.]

[심각하게 생각할 건 아닌 듯.]

[당장 생각해야 할 건 디비전 시리즈겠네.]

레전드들의 예상대로 마크 단장은 디비전 시리즈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일단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수호 자네가 마스크를 써줘야겠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자네를 1번 타자로 기용할까 하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오~ 나쁘지 않은데.]

[오히려 저 방법밖에 없긴 하겠다.]

[사실상 이게 필리스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카드지.]

레전드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수호가 그것을 보면서 대답을 하지 않자 마크 단장이 설명을 덧붙였다.

“자네도 알다시피 디비전 시리즈는 5전 3선승제로 펼쳐지네. 즉, 3승만 올린다면 다음 라운드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지.”

“상대는 절 봉쇄하기 위해서 고의사구 작전을 자주 사용하겠죠.”

“알고 있었군. 맞아. 과거 배리 본즈가 엄청난 홈런을 양산할 때 포스트시즌에서 상대 팀들은 그를 피하려 고의사구를 선택했지.”

“만루 상황에서 고의사구를 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아마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저한테 같은 상황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맞네.”

덤덤하게 대답했지만, 마크는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분명 괴물 같은 성적을 남겼지만, 올해 데뷔한 루키가 현재가 아닌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니.’

지금까지 많은 선수를 만나왔지만, 루키는 실력을 떠난 시야가 협소했다.

이건 경험의 차이였기에 루키를 탓할 게 아니었다.

하지만 수호는 달랐다.

시야가 넓고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미리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들이 세운 작전이 더욱 가능성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네를 1번으로 세우려는 걸세.”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팀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저 역시 거기에 맞춰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그래.”

의외로 대답은 바로 나왔다.

1번으로 옮긴다고 해서 반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메이저리그 역사를 바꿀 정도로 역대급 기록을 남긴 수호였기에 장타에 대한 집착을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 그런 타자들도 있었다.

타순에 집착을 보이기도 했고 기회를 많이 잡는 중심타선을 고집하는 이들도 있었다.

잘못된 건 아니다.

단지 수호가 팀부터 생각해 주는 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VIP가 디비전 시리즈에서 축하 공연을 하게 됐어.”

“오~ 그게 정말입니까? 우리 딸아이가 진짜 팬인데!”

반응은 하퍼에게서 나왔다.

최근 미국의 10대들에게 케이팝 스타는 과거 빌보드를 점령했던 팝가수들이 한국에서 인기 있는 것과 비슷할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퍼 역시 자식을 키우기에 VIP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 온다면 사인도 받을 수 있겠군. 우리 딸아이가 좋아하겠어.”

“하하, 딸바보군요.”

“응? 딸바보?”

“예. 딸을 너무 사랑하는 아버지를 한국에서는 딸바보라고 부르거든요.”

“오호, 그래? 당연하지! 우리 딸은 이 세상에서 제일 귀여우니까!”

팔불출 같은 하퍼의 반응에 수호가 미소를 지었다.

“자자, 일단 진정해. VIP가 디비전 시리즈에서 축하 공연을 하려면 조건이 하나 있으니까.”

“조건이요? 그게 뭡니까?”

“바로 수호가 그들에게 교육을 해주었으면 한다는 거야. 멤버 중 한 명이 수호의 광팬이라 하더군.”

“어려운 일은 아니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죠.”

“하하! 좋아!”

그 외에도 몇 가지 이야기를 더하면서 디비전 시리즈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 * *

리얼무토의 이탈은 예상하지 못했던 전력 손실이었다.

그것도 시즌 막판에 그런 일이 발생했으니 팀 수뇌진은 상당히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선수단 역시 흔들릴 수 있었지만, 하퍼와 잭 휠러 등. 베테랑들이 나서서 선수단을 통솔했다.

“리얼무토가 빠진 건 슬픈 일이지만, 우리가 흔들려선 안 돼! 녀석의 퇴원 선물로 월드시리즈 반지를 가져다주자고!”

“예!”

클럽하우스 전체를 아우르는 건 브라이스 하퍼였다.

그리고 마운드 쪽은 잭 휠러가 따로 선수들에게 말했다.

“리얼무토가 빠졌지만, 캐처박스에는 수호가 나서기로 했다. 녀석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우리는 그와 함께 좋은 경기를 만들어가면 된다.”

“알겠습니다!”

포수로서 수호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이번 시즌 퍼펙트게임과 노히트를 합작한 유일한 포수가 바로 수호였다.

이런 선수가 마스크를 쓴다는 거 자체가 투수들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덕분에 클럽하우스는 크게 동요하지 않고 디비전 시리즈를 준비할 수 있었다.

수호 역시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훅! 훅!”

[더 빨리 움직여.]

[휴식 기간에도 최소한의 훈련은 계속해 줘야 해.]

[수영은 휴식기에 할 수 있는 가장 베스트한 훈련 중 하나지.]

무리한 근력 운동보다는 유연성과 가벼운 심폐 지구력 훈련에 초점을 맞추었다.

풀시즌을 치렀기에 몸이 지쳐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근력 운동을 하면 오히려 부상의 위험이 높아진다.

그런 부분을 알기에 레전드들은 수중훈련을 제안했다.

수중에서 하는 훈련들은 여러 장점이 있었다.

[물속에 있으면 일단 멘탈케어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근육에 가해지는 힘도 평소보다 적으니 부상에도 안정적이지.]

[유연성에도 도움이 되고.]

[가장 큰 장점은 심폐 지구력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거지.]

레전드들의 조언을 얻으며 훈련을 끝낸 수호는 숙소로 돌아와 곧장 디비전 시리즈를 대비한 준비에 들어갔다.

“1번 타자가 해야 하는 역할은 역시 작전을 수행하는 거겠죠?”

[ㅇㅇ 맞지.]

[구단이 너한테 원하는 것도 빠른 발과 센스를 동반해서 상대 팀의 멘탈을 탈탈 털어버리는 거임.]

[네가 출루하는 건 거의 확실하니까. 이게 맞는 선택이긴 하지.]

상대가 누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수호와의 승부를 피하는 선택을 할 것이다.

즉, 고의사구로 출루는 확실한 상황.

출루한 뒤에 수호가 어떤 모습을 보이냐에 따라 상대 팀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획득한 이 능력치를 올리는 게 좋겠네요.”

수호는 자신이 획득했던 레전드들 중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선수들을 체크했다.

“빌리 해밀턴 선배님과 루 브록 선배님, 그리고 타이 콥 선배님과의 동기화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같은 생각임.]

[사실상 고의사구로 출루가 확정적이라고 한다면 나가서 도루를 해야 한다는 거니까.]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지만, 동기화를 높여서 완벽한 도루로 상대 멘탈을 털어버려야지.]

레전드들도 같은 생각인 듯 수호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때 타이 콥의 채팅이 올라갔다.

[상대 멘탈을 제대로 털어버릴 거면 한 명 더 추가해도 되지 않을까?]

“한 명 더요?”

[ㅇㅇ 호너스 추가하면 제대로 털어버릴 듯.]

호너스 와그너.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유격수로 불리는 선수였다.

그의 기록이 훌륭한 건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수준이었냐면 스카우팅 리포트의 장점에 타격, 주루, 수비, 송구가 적혀 있었고 단점에는 없음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단점이 없는 선수가 바로 호너스 와그너였다.

특히 그의 도루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통산 도루 724개로 역대 10위였지만, 20세기 최초로 1경기 2개의 홈스틸을 기록할 정도로 센스는 다른 선수들을 능가했다.

[이 녀석의 홈스틸 능력은 사실상 우리 중 누구보다 더 뛰어남.]

[그건 맞지.]

[도루 능력에서 밀린다고 했으면 화냈겠지만, 홈스틸 능력이라면 말이 다르지.]

타이 콥의 말에 빌리 해밀턴과 루 브록이 동의하는 채팅을 쳤다.

레전드들까지 인정하는 또 다른 레전드의 등장에 수호가 그에게 물었다.

“호너스 선배님.”

[흠…… 유격수도 아닌 녀석한테 내 재능을 물려주는 건 좀 별론데.]

“어렵겠습니까?”

[뭐, 그래도 포스트시즌에서 홈스틸로 상대 녀석들 멘탈 털리는 모습은 보고 싶으니까.]

긍정적인 채팅에 수호의 눈이 빛났다.

[한번 흔들어보자.]

“감사합니다!”

그의 허락이 떨어졌다.

* * *

눈을 떴을 때 수호는 호너스 와그너가 되어 있었다.

월드시리즈 7차전.

와그너가 이끄는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타이 콥이 이끄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가 우승반지를 노리고 모든 걸 쏟아붓고 있었다.

‘오…… 저기 타이 콥 선배님이다.’

와그너의 시선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수호의 눈에 타이 콥이 보였다.

외야쪽에 자리 잡은 그가 자세를 낮추는 모습에 와그너 역시 타격 자세를 취했다.

‘이 시대의 그라운드는 정말 형편없다니까.’

그때 타격 자세를 잡은 와그너에게 투수가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와그너의 몸으로 파고들었다.

몸쪽에 붙인 게 아니라 몸에 맞는 공이었다.

‘위험……!’

위험하다고 판단했지만, 와그너의 대처는 기상천외했다.

그는 오픈 스탠스를 만들더니 히팅 포인트를 강제로 열어버렸다.

그리고 타격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자 몸으로 날아드는 공을 그대로 때려냈다.

딱!!

“와아아아아!!”

“뛰어!!”

“빠졌다!!”

관중들의 엄청난 함성을 들으며 달리는 와그너를 보며 수호는 경악했다.

‘아니, 데드볼이 될 게 분명했는데. 그걸 저런 식으로 안타를 만들어낸다고?’

저건 자신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이제는 봤으니까 하려면 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만약 이걸 보지 못했다면 상상도 못 했을 거다.

그만큼 기발한 발상이었다.

그러나 놀라는 건 너무 일렀다.

타닥!

‘어? 계속 달려?’

1루 베이스를 밟고 지나친 와그너가 2루로 내달렸다.

그사이 공을 잡은 타이 콥이 2루로 곧장 공을 뿌렸다.

타구가 멀리 나간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타이 콥이 앞으로 달려오면서 공을 잡았다.

즉, 추진력이 붙은 상태로 송구를 했다는 소리다.

아무리 와그너의 발이 빠르더라도 잡힐 게 분명해 보였다.

와그너도 그걸 깨달았는지 2루 베이스를 향해 몸을 날렸다.

퍽!

촤아아앗-!!

예상대로 공이 먼저 2루수의 글러브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가 와그너를 향해 태그를 하려는 순간, 와그너가 핏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땅에 스파이크를 박으며 급제동을 걸었다.

당연히 와그너의 상체가 앞쪽으로 쏠렸고 그는 그 반동을 이용해 몸을 숙이고 있던 2루수의 어깨를 잡고 그를 뛰어넘었다.

타닥!

그리고 안전하게 2루 베이스를 밟으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중견수 앞 2루타를 만들어냈다.

‘미친…… 이게 무슨 운동 능력에 센스야?’

말도 안 되는 플레이였다.

이런 플레이가 현실에서 가능하다고?

모든 상식을 파괴하는 플레이였다.

그만큼 와그너의 야구 센스는 수호에게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었다.

[동기화를 종료합니다.]

뒤이어 화면이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와그너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자 완벽한 유격수…….’

호너스 와그너의 과거는 그렇게 어둠으로 물들었다.

* * *

정신을 차린 수호는 곧장 와그너에게 물었다.

“아니, 선배님. 어떻게 2루 도루를 하면서 2루수를 뛰어넘는 생각을 하셨습니까?”

[아, 그때 이야기구나.]

[젠장, 악몽이 또 떠오르는군.]

[낄낄, 그때 처음부터 2루에 달리려고 했었지. 이 녀석도 상당히 뒤에 있었고 말이야.]

와그너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예상보다 공이 빨리 도착하더라고. 아 죽었구나 싶었는데. 2루수의 자세가 상당히 낮더라고. 어? 잘하면 넘을 수 있겠는데 싶어서 시도해 봤지.]

“그 짧은 시간에 그걸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신 겁니까?”

[ㅇㅇ 맞아.]

“그게 됩니까?”

[몰라. 되든 안 되든 일단 해보는 거지. 어쨌든 결과는 성공이었잖아? 그거면 된 거야.]

“헐…….”

충격적이었다.

그 상황에 그런 생각을 한 것도 충격인데 그걸 또 성공해 내다니.

[너무 상식에 얽매이지 마라.]

그의 말이 크게 와닿았다.

그때였다.

지잉-!

스마트폰에 도착한 문자를 확인했다.

[하퍼 : 카디널스랑 붙는다.]

디비전 시리즈의 상대가 결정됐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