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137화
70홈런.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2명만 올랐었던 고지였다.
그 두 사람도 약물의 도움을 받아 올랐던 정상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70홈런은 인간의 힘으로는 등반이 어려울 거란 의견을 내놓았다.
한데 한 시즌에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70홈런이란 고지를 밟았다.
[역사적인 순간을 장식한 한수호!]
[69호 홈런과 70호 홈런을 연타석으로 만들어내는 괴력의 한수호!]
[본인의 말을 지켜낸 한수호!]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1차전에서 70홈런을 기록하는 데 성공하다!]
[한수호는 제2의 베이브 루스인가?]
[베이브 수호의 강림! 필리스를 승리로 이끌다!]
모든 언론이 수호의 70홈런 달성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그만큼 그의 70홈런은 대중의 모든 관심이 집중된 기록 중 하나였다.
루키시즌에 이런 기록을 달성한 것도 있었지만, 다른 하나의 이유는 바로 수호의 인터뷰에 있었다.
-드디어 70홈런 달성!!
-히야…… 수호도 달성했구나.
-루키시즌에 70홈런 ㅋㅋㅋ 이게 사람이냐?
└그는 신이야.
-더 놀라운 건 예고홈런이었다는 거 아니냐?
└하이라이트에선 그런 장면 안 나오는데?
└└경기전에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에서 70홈런 만들겠다고 선언함.
└└└지렸네.
-한수호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루키로 남을 거고 선수가 될 것이다. 그는 메이저리그 역사를 바꿀 것이고 이 글은 성지가 될 거다.
└다들 아는 사실 아닌가요?
└└김치가 한국 거라는 이야기랑 뭐가 다른가요?
-이대로 쭉쭉 나가서 80홈런 가즈아!!
사람들은 수호가 자신이 했던 인터뷰를 지켰다는 사실에 열광하고 있었다.
스포츠 역사상 이런 선수는 여럿 있었지만, 루키시즌에 이런 발언을 하고 지켜낸 선수는 한수호밖에 없었다.
특히 야구에서는 베이브 루스의 예고 홈런 이후 두 번째 사건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이런 반응은 베이브 루스를 기쁘게 만들었다.
[크하하하! 우리 수호 최고다!!]
채팅창이 들썩였다.
70홈런을 달성한 뒤부터 베이브 루스의 업된 텐션이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 뉴욕타임스에 뜬 기사 봤냐? (베이브 루스를 연상케 하는 한수호의 예고 70홈런 달성!) 크으! 누가 뽑았는지 모르지만, 제목 한번 기가 막히네!]
어디선가 기사를 긁어오기도 했고.
[수호야! 노잣돈 안 필요하냐? 더 줄까? 응?!]
후원을 뻥뻥 터뜨리기도 했다.
‘이미 많이 쓰셨습니다. 이 정도면 적당해요.’
[으흐흐! 언제든지 말만 해라! 필요하면 퍼줄라니까!]
[어후…… 아주 도배하네 도배해!]
[야야, 채팅창에서 보는 건 낫지. 저승에서 만나면 저 큰 목소리로 쩌렁쩌렁 외쳐댄다니까?]
[어우…… 그걸 어떻게 듣고 있습니까?]
[상상만 해도 고막에서 피가 흐르는 거 같은데…….]
최근 베이브 루스가 얼마나 하이텐션이었는지 레전드들의 채팅을 보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베이브 루스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흐흐, 괜히 부러우니까 태클은.]
베이브 루스의 반응에 수호가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그를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수호 자신 역시 이번 기록이 무척이나 기뻤다.
“70홈런도 기쁘지만, 제가 뱉었던 말을 지켜낸다는 게 남다른 감정을 느끼게 하네요.”
[ㅇㅇ 진짜 개쩔듯.]
[특히 지금 시대는 사람들의 반응을 바로바로 알 수 있으니까.]
[단순히 경기장을 찾은 사람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반응이 바로 보이잖아.]
[그 기분이 정말 쩔 거 같다.]
“맞습니다. 지금 별스타그램도 폭발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울리는 알람은 껐지만, 창은 뜨게끔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창이 도무지 사라지질 않았다.
지우기를 눌러도 계속 나타났다.
덕분에 설정에 들어가 아예 알람을 꺼야 할 정도였다.
그렇지 않으면 한 시간마다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떨어질 테니 말이다.
[팔로워 얼마나 됐냐?]
“700만을 돌파했습니다. 방금 710만을 넘어 지금은 또 720만이 되었네요.”
[아니 ㅋㅋ 무슨 초 단위로 10만 명씩 늘어나?!!]
[진짜 미친 속도네 ㅋㅋ]
[이 정도면 그냥 은퇴하고 인플루언서 해도 되는 거 아니냐?ㅋㅋ]
[마음에 없는 소리 하기는.]
[낄낄, 그만큼 쩐다는 거지.]
팔로워가 늘어나는 속도를 봐서는 아마도 어떤 언론을 통해 가속도가 붙었거나 유튜버가 다루었을 수도 있다.
그들이 가진 힘은 대단했으니 말이다.
[이제 남은 경기가 15경기인가?]
“예, 말린스와 마지막 시리즈인 3연전을 모두 치르고 나면 12경기가 남게 됩니다.”
[배리 본즈의 단일 시즌 신기록까지는 3개 남았으니, 지금 페이스라면 기록달성은 시간문제겠네.]
[일단 일정부터 확인해 보는 게 좋을 듯.]
“알겠습니다.”
요기 베라의 말에 수호가 스마트폰을 켜서 남은 경기의 일정을 확인했다.
남은 경기는 모두 15경기.
그중에서 현재 치르고 있는 말린스와의 홈시리즈를 끝내고 나면 12경기가 남게 된다.
이후 경기는 모두 원정경기로 사실상 이번 말린스전이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홈경기인 셈이었다.
“다음 시리즈는 디백스랑 붙게 되네요.”
[얘네들도 포스트시즌 진출은 포기네.]
[일찌감치 주전들 팔고 유망주들 콜업해서 돌리고 있네.]
[말린스랑 비슷하다고 보면 될 듯.]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줄여서 디백스라 불리는 이 팀 역시 말린스와 함께 리빌딩을 선언했다.
덕분에 후반기 성적이 수직 하락 하고 있었지만, 시즌 막바지에는 팀이 어느 정도 정비가 되고 있었다.
[쟤들도 말린스와 비슷하게 생각하겠네.]
[ㅇㅇ 루키들에게 경험 쌓게 해준다고 수호랑 승부를 피하진 않을 듯.]
[다음 경기는 신시내티 레즈랑 맞붙게 되는데. 거기도 사실상 리빌딩을 진행 중이니 패스.]
[일정 개좋네.]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남은 12경기 중 8경기를 리빌딩을 선언한 팀들과 맞붙게 되었다.
수호가 이번처럼 고의사구로 기회를 잊어버릴 일은 거의 없었다.
[마지막 경기가 워싱턴 내셔널스네.]
[하필이면 쟤들하고 붙냐 ㅋㅋ]
페넌트레이스의 피날레를 함께 할 팀은 워싱턴 내셔널스였다.
수호와는 인연이 깊은 팀이었다.
시즌 초반 필리스와 내셔널스의 난투극으로 인해 리얼무토가 출전 정지를 당했었다.
그로 인해 수호가 기회를 얻었고 빠르게 메이저리그에 정착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난투극이 스노우볼이었네요.”
[그렇지.]
[진짜 그 난투극 아니었으면 최소 한 달은 늦춰졌을 듯.]
[그럼 사실상 지금의 기록도 불가능했겠다.]
[난투극으로 일어난 벤치클리어링이 너에게 기회를 준 셈이지.]
[그리고 넌 그 기회를 제대로 잡았고.]
고개를 끄덕여 레전드들의 말에 동의했다.
확실히 그때의 벤치클리어링이 없었다면 지금의 기록을 달성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어쨌든 남은 15경기의 일정이 모두 나쁘지 않네.]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이 정도면 베스트죠.”
자신에게는 최상의 스케줄이었다.
시즌 종료까지 앞으로 15경기.
“신기록을 세우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네요.”
[맞말.]
[자신감 좋았고요.]
[이번에도 예고 신기록 가즈아-!!]
[제대로 보여줘라!]
보여줄 생각이다.
한수호가 메이저리그를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지.
* * *
다음 날.
경기장에 도착한 수호를 기자들이 맞이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스포트라이트가 터지고 팬들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마치 레드카펫을 걷는 것처럼 양쪽에 팬들이 정렬해 있었다.
수호가 등장하자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 엄청난 환호를 보냈다.
“수호야, 사랑해!!”
“우리 수호 잘생겼다!!”
“꺄아아악!! 오빠!!”
“사인 좀 해줘요!!”
“저는 사진 찍어주세요!!”
“여기 한 번만 봐주세요!”
영어와 한국어가 섞여서 들려왔다.
간간이 어색한 한국어도 들려오는 걸 봐서는 외국인 팬이 한국어를 말하는 듯했다.
최근 케이팝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이 많아지는 추세였기에 이상할 건 없었다.
수호는 그런 팬들에게 다가가 친절하게 서비스에 응했다.
“한국에서 오셨어요?”
“네! 한수호 선수 보려고 일부러 필라델피아에 들렀어요!”
“감사합니다. 언제나 응원해 주신 덕분에 열심히 할 수 있었어요.”
“한수호 선수 덕분에 저도 메이저리그에 흥미를 가지게 됐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네.”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수호 덕분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수호는 한참 동안 출근을 미루고 팬들에게 서비스를 해주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기자들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다른 메이저리거들도 서비스가 좋은 편인데. 한수호의 팬서비스는 급이 다르군.”
“그러게 말이야. 팬서비스가 좋은 선수들과 비교해도 월등히 좋은 느낌이야.”
“본인이 이걸 즐기는 거 같다니까.”
기자들이 보는 시선은 정확했다.
수호는 팬들과의 소통을 서비스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말 이거 저 먹어도 되는 거예요?”
“물론이죠! 이거 우리나라에서 아주 잘나가는 과자예요!”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그는 팬들과의 소통을 즐기고 있었다.
거리가 가까운 것도 본인이 진심으로 다가가기에 나올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수호의 마음을 아는지 팬들 역시 수준 높은 문화를 보여주며 별다른 사고 없이 팬서비스가 이어졌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수호의 주위에 서 있는 구단 직원들이 딱히 할 일이 없을 정도로 평화로운 서비스 시간이었다.
* * *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2차전을 앞두고 양키스의 경기 소식이 들려왔다.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가 6회 말 2사 1루의 상황에서 상대 투수의 3구 슬라이더를 공략해 시즌 71호 홈런을 기록했다.
배리 본즈의 메이저리그 단일 시즌 신기록인 73홈런까지 단 2개를 남겨둔 애런 저지는 앞으로 13경기를 더 치를 예정이어서 기록 갱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애런 저지가 홈런을 추가하며 메이저리그 홈런 순위에서 단독 1위에 올라섰다.
‘역시 대단한 녀석이야.’
[멈추질 않네.]
[확실히 서로 라이벌이 있으니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구나.]
레전드들의 말에 동의했다.
‘만약 내가 혼자서 이런 기록을 달성하고 있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어느 쪽이건 확신할 수 없었다.
달성했을 수도, 못 했을 수도 있었다.
양쪽 모두 가능성이 충분했기에 장담하는 건 쉽지 않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애런 저지의 존재가 자신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를 꼭 이기고 싶다.’
여기까지 온 이상 승리하고 싶다는 승부욕이 발동되었다.
남자라면 최고의 위치에 오르고 싶다는 욕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건 수호 역시 마찬가지다.
아니, 그였기에 더욱 큰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반드시 이긴다.’
승부욕을 불태우며 수호가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 * *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2차전! 전날 루이스 가르시아에게 연타석 홈런을 뽑아내며 이번 시즌 70번째 홈런을 기록했던 한수호 선수가 타석으로 들어섭니다!!
-아-! 어제는 정말 환상적인 경기를 보여주었던 한수호 선수입니다!
-이제 그는 배리 본즈의 단일 시즌 신기록인 73개의 홈런과 자신보다 앞을 달려가고 있는 애런 저지를 따라잡아야 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사실상 배리 본즈의 기록을 갱신하는 건 확정적인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건 메이저리그 홈런 전체 1위를 달성할 수 있느냐가 주효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경기에서 71번째 홈런을 터뜨린 애런 저지를 따라잡아야 하는 한수호 선수입니다.
수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투수가 1구를 던졌다.
퍽!
“볼.”
-초구는 볼입니다. 떨어지는 커브를 잘 지켜보는 한수호 선수!
수호는 침착하게 자신의 공을 기다렸다.
말린스가 승부를 피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 급할 이유는 없었다.
‘아웃코스 높은 곳으로 반응을 보자.’
그런 수호에게 말린스의 배터리는 승부를 걸어왔다.
고개를 끄덕인 투수가 와인드업에 이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2구 던졌습니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려는 순간.
부웅!!
딱!!
배트가 날아와 그대로 공을 낚아챘다.
-때렸습니다! 이번 타구는 볼 것도 없습니다!! 이건 넘어갔어요!!
-한수호 선수도 직감했는지 배트를 던집니다!!
카메라에 잡힌 타구가 우측 펜스를 넘어가면서 중계진의 예측이 맞아떨어졌다.
-시즌 71번째 홈런을 기록하는 한수호 선수! 메이저리그 신기록까지 단 2개를 남겨두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