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135화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소속의 애런 저지가 70홈런 고지에 올랐습니다.]
[2003년 배리 본즈 이후 무려 24년 만의 대기록을 달성한 애런 저지!]
[스테로이드 선수를 제외하고 가장 먼저 70홈런 등반에 성공한 선수!]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타자는 애런 저지인가?]
[2022시즌 60홈런 고지에 이어 70홈런도 정복한 애런 저지는 배리 본즈를 넘어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라이벌 한수호는 68홈런에서 답보 중인 상황. 과연 그는 언제 70홈런을 넘을 것인가?]
70홈런 소식은 전 세계로 퍼졌다.
전 세계 야구팬은 이 소식에 엄청난 환호를 보냈다.
-크으-! 드디어 배리 본즈 이후 70홈런을 정복한 선수가 나오는구나.
-사실상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 아니냐?
└공식 기록상 3번째지.
└└맥과이어랑 본즈는 약물빨 아니냐?
└└└어쨌든 공식 기록임.
-마크 맥과이어랑 어깨를 나란히 하는구나.
-애런 저지가 진짜 쩔긴 하네.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MVP는 확정!
└사실상 아메리칸리그만이 아니라 양대리그 MVP 아니냐?
└└내셔널리그는 한수호가 있어서 무리임.
└└└70홈런도 달성 못 했쥬?
-한수호 거품 벌써 드러나네.
└거품 ㅇㅈㄹ. 4할 타율 달성하는 선수한테. 거품이라 하네.
└└하지만 70홈런은 못 했쥬?
-억까 새끼들 왜 이렇게 많냐? 어차피 2개만 때리면 70홈런임.
└하지만 두 번째쥬?
└└쥬쥬 거리는 거 역겹네 ㅅㅂ
-한빠들 거품 물고 쓰러지는 중.
애런 저지의 70홈런은 당연하게도 수호를 소환했다.
70홈런 정복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던 수호였기에 두 번째로 밀린 거 자체가 야구팬들에게는 큰 충격이 되었다.
특히 시즌 후반에 10경기 연속 무홈런을 달성했다는 게 사람들의 걱정을 가중시켰다.
인터넷에서 충돌도 점점 격해졌다.
빠와 까는 언제나 공존한다는 법칙에 따라 수호가 기록을 뺏기자 까가 득세하기 시작했다.
팬들도 반격에 나섰지만, 기세가 오른 까들의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기자들 역시 움직이게 만들었다.
다음 날.
경기를 위해 구장으로 들어서는 수호에게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한수호 선수! 라이벌 애런 저지 선수가 70홈런에 먼저 올라섰습니다! 지금 심정이 어떻습니까?”
“이번 시즌 40홈런부터 60홈런까지 가장 먼저 등반에 성공했는데. 마지막 순간 70홈런에서 선두를 뺏긴 기분이 어떠신가요?”
“이번 시즌 70홈런 고지 정벌에 성공하실 수 있을 거라 보십니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다소 날이 선 공격들도 있었다.
며칠 전, 수호가 인터뷰를 피해 클럽하우스를 빠져나갔던 걸 마음에 두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들의 질문을 받은 수호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일단 가장 먼저 애런 저지의 70홈런 달성을 축하한다 말하고 싶습니다.”
그의 말에 기자들이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애런 저지는 훌륭한 선수이기에 70홈런에 오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덕분에 저도 자극을 받았으니 70홈런에 오르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씀은 자신이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당연히 자신 있습니다. 2개만 더 때려내면 70개가 될 테니까요.”
“하지만 후발주자가 되는 걸 텐데, 거기에 박탈감을 느끼진 않으시나요?”
목소리가 날 서 있는 기자의 질문에 수호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뺀질뺀질한 표정을 한 기자의 눈빛에서부터 반감이 느껴졌다.
그를 본 수호의 얼굴에 표정이 사라졌다.
[썩을 놈일세.]
[뭔 질문을 저딴 식으로 하냐?]
[와~ 이래서 기레기, 기레기 하는구나.]
[와오씨! 나 현역 시절이었으면 한 방 날렸다.]
레전드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그때 수호가 입을 열었다.
“기자님은 누군가 기자님보다 기사를 먼저 쓰면 박탈감을 느끼시는 타입이신가 보군요?”
“뭐요?”
“저는 반대입니다. 오히려 의욕이 불타죠. 무엇보다 저지가 먼저 등반에 성공한 건 아닙니다. 제가 아직 1경기를 덜 치른 상태니까요.”
“하! 그럼 그 불타는 의욕으로 오늘 70홈런을 달성할 수 있겠군요?”
기자는 제대로 한 방을 먹였다 생각했다.
여기에서 수호가 어떤 대답을 하건 도망칠 수 없다.
‘그건 알 수 없다고 하면 자신의 말이 발목을 잡는 거고, 달성할 수 있다고 하면 경기 후에 스스로의 말을 지키지 못한 놈이 되는 거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기자를 보며 수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생각하는 게 유치하지만, 거기에 어울려 보도록 하죠.”
“그 말씀은……?”
다른 기자의 질문에 수호가 대답했다.
“오늘 경기에서 70홈런 고지에 올라서겠습니다.”
수호가 70홈런을 예고했다.
* * *
말 그대로 파격 선언이었다.
[(속보) 한수호 70홈런 예고!]
[(속보) 한수호, 오늘 경기에서 70홈런에 등반할 것이라 선언!!]
[(속보) 한수호의 70홈런 예고는 과연 성공할 것인가?!]
[(속보) 베이브 루스를 연상케 하는 한수호의 70홈런 예고 선언!!]
모든 언론이 수호의 발언을 속보로 내보냈다.
당연히 이에 따른 파장 역시 심하게 일어났다.
-지가 무슨 베이브 루스라고 ㅋ
-홈런이 뭐 치고 싶으면 치는 줄 아나?
-자신감에 쩔다 못해 자만심이 된 듯.
└이건 자만심이 아니라 허세가 몸을 지배하는 수준임.
-루키가 너무 건방지네.
-나 한빠인데. 솔직히 이번 건 좀…….
└너무 무리수인 듯.
└└달성하면 좋겠지만, 저걸 선언할 이유가 있나?
└└└리스크가 너무 크다.
-한수호라면 가능하다!
└개소리 ㄴㄴ
└└얘가 뭐 미래에서 왔음? 70홈런 달성할 걸 어떻게 알아?
-이번에는 한수호가 악수를 둔 거 같다.
여론은 좋지 않았다.
그만큼 이번 선언은 달성하는 게 매우 어려웠다.
최근 10경기 홈런이 0개라는 것 역시 그의 선언에 신빙성을 떨어뜨렸다.
그러나 이런 수호의 발언에 환호하는 이들도 있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역대급 시청자를 기록 중입니다!”
“인터넷 중계도 이미 2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바로 메이저리그를 중계하는 방송국이었다.
그들은 국내에 독점으로 자신들의 채널과 인터넷 중계를 도맡아 하고 있었다.
최근 수호의 활약이 다소 처지면서 시청자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였다.
그런데 수호의 발언 하나에 시청자가 폭발했다.
“흐흐, 한수호는 정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군.”
“맞습니다. 설마 이런 방식으로 화제성을 만들어낼 줄은 몰랐습니다.”
“마이크웍만 놓고 보면 국내 최고 수준이야. 전 세계로 보더라도 이 정도로 어그로를 끌었던 선수는 격투기 쪽의 코너 맥그리거 정도밖에 없겠지.”
실력도 뛰어났지만, 마이크웍으로 단체를 넘어서는 인기를 끌었던 코너 맥그리거.
수호의 멘트는 그와 비교될 정도로 화제성을 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었다.
“그런데 그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스스로 칼날에 배를 들이밀고 있는 거 아닙니까?”
“맞는 말이지. 본인이 뱉은 말을 지키지 못하는 순간 스스로 배가 갈라지겠지. 맥그리거가 그랬던 것처럼.”
“과연 수호가 맥그리거가 될지 아니면 무하마드 알리가 될지 궁금하네요.”
“오늘 경기를 보면 대충 윤곽이 드러날 거야.”
어쩌면 이번 시즌 수호에게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경기가 시작됐다.
* * *
클럽하우스에 앉아 있는 수호에게 하퍼가 다가왔다.
“여, 기자들하고 한바탕했다면서?”
“한바탕하기는요. 그냥 질문해서 대답해 준 거뿐이죠.”
“흐흐, 그게 대답만 해준 거냐? 싸우자고 시비 건 거지. 어쨌든 잘했다. 너한테 질문한 오언이란 녀석 안 그래도 마음에 안 들었거든.”
“아는 기자입니까?”
“어. 툭하면 뇌피셜 싸질러서 이상한 기자나 쓰는 새끼야.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경기에만 집중하자.”
“예.”
하퍼가 자신을 독려하기 위해 왔다는 걸 알기에 일부러 고개만 끄덕였다.
그만이 아니었다.
“네가 한 말에 너무 부담 가지지 마라.”
리얼무토.
“오늘 인터뷰 멋지더라. 그래도 너무 부담 가지지는 마.”
잭 휠러.
“야야, 멘트 쩔던데? 나도 나중에 알려주라.”
조니 로버트.
“크으! 우리 수호 진짜 멋지더라! 나도 오다가 봤는데, 아주 지렸다니까!”
앤서니 등.
필리스의 동료들이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힘을 주었다.
[역시 동료가 좋네.]
[그러게 말이야.]
[이럴 때 힘을 주는 동료가 최고지.]
레전드들의 채팅이 올라가고 있을 때, 구단의 직원이 다가왔다.
“한수호 선수, 잠깐 이쪽으로 오실 수 있을까요?”
“무슨 일이 있나요?”
“아…… 소포가 도착했는데. 직접 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소포라면 그냥 가져다주면 될 텐데, 오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직원을 따라 도착한 곳은 구장 한편에 있는 사무실이었다.
비어 있는 사무실인지 가구라고는 책상 하나가 전부였는데, 그곳이 전부 소포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소포 보관실인가요?”
“아닙니다. 새로운 부서로 쓰일 사무실인데. 갑자기 소포가 많이 도착해서 임시로 보관실로 쓰이고 있습니다.”
“아, 그래요? 요즘 인기가 많아져서 소포가 많이 오나 보네요.”
“늘긴 했습니다만, 새로 보관실을 만들 정도는 아닙니다. 긴급하게 여기를 보관실로 쓰게 된 건 다름이 아니라 한수호 선수 때문입니다.”
“저 때문에요? 설마…….”
“여기 있는 소포가 전부 한수호 선수의 이름 앞으로 온 것들입니다.”
직원의 말에 눈이 커졌다.
그동안 많은 팬레터와 선물을 받았지만, 단기간에 이 정도로 많은 선물이 온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건 팬레터입니다.”
쿵!
팬레터 역시 한 보따리였다.
척 보기에도 수백을 넘어 수천에 달할 거 같은 팬레터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게 전부 저한테 온 거라고요?”
“예. 최근 일주일 사이에 도착한 것들입니다. 한국에서 보낸 EMS도 제법 있어서 아마 시간이 지나면 계속 늘어날 거 같습니다.”
“하하…….”
“한수호 선수를 위하는 팬들이 정말 많네요. 제가 필리스에서 13년 동안 클러비로 일하면서 이 정도의 소포가 한 선수에게 도착한 건 처음입니다.”
클러비가 땀을 닦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사랑하고 응원해 주는 팬들이 많다는 건 그 역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선물이 도착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죄송하지만, 이 사무실을 좀 사용할 수 있을까요? 아, 이건 단장님에게…….”
“괜찮습니다. 단장님이 이미 허락해서 이 사무실은 당분간 한수호 선수의 전용 보관실로 쓰일 예정입니다. 이번 시즌 동안에는 그러기로 했으니 천천히 읽어보시면 될 겁니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단장인 마크 레이어가 이 사태를 모를 리 없었다.
그는 이미 발 빠르게 처리를 해둔 상태였다.
수호는 클러비에게 약간의 팁을 주고는 사무실에 있는 소포들을 살폈다.
[이야…… 이 정도의 양이 올 줄은 몰랐는데?]
[와…… 수호 인기가 이 정도였냐?]
[미국 애들은 막 선물 보내거나 그런 게 별로 없어서 몰랐는데. 한국 쩌네.]
[아니, 이 정도면 거의 살림 하나 차리겠는데?]
[와…… 무슨 소포를 이렇게 많이 보내냐?]
[거기에 저 편지는 도대체 몇 장이야?]
[최소 천 장은 넘겠네.]
[더 오고 있다는 게 경악스럽다.]
레전드들조차 쌓여 있는 소포들에 혀를 내둘렀다.
수호는 소포에 적힌 주소를 확인했다.
확실히 한국에서 온 게 많았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일본이나 대만, 미국 등.
대부분 야구가 인기 있는 국가에서 왔다.
그리고 간혹 영국이나 독일 중국처럼 야구가 비인기 국가에서도 수호에게 소포를 보냈다.
수호는 여러 편지들 중 하나를 꺼내 펼쳤다.
「한수호 선수, 안녕하세요?
저는 한수호 선수를 보고 야구를 하고 싶어져서 올해부터 시작한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는 강시우예요!
한수호 선수처럼 멋진 선수가 되어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어요.
언제나 응원하고 꼭 한수호 선수의 경기를 보러 갈게요!
파이팅!!」
편지를 읽은 수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저를 보고 야구를 시작한 친구가 있네요.’
[당연히 있겠지.]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 아니냐?]
[한국에서는 최고의 선수고.]
[너를 보고 야구를 하는 아이들은 수없이 많을 거다.]
레전드들의 채팅에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꼭 보여줘야겠군요.’
편지를 품에 넣은 그가 몸을 돌렸다.
그때 스마트폰이 울려 꺼내서 확인했다.
{오빠 파이팅!!}
{수호야! 부담 가지지 말고 천천히 하렴.}
{힘내거라.}
연달아 도착하는 수빈이와 고모 부부의 응원에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