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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134화 (133/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134화

재키 로빈슨이 타석으로 걸어가자 관중석이 들썩였다.

“망할 검둥이 새끼!!”

“저 새끼 다리 분질러 버려!!”

“검둥이는 니그로리그로 꺼지라고!!”

“어휴…… 어디서 고약한 냄새가 나나 했더니 검둥이 냄새였군.”

여기저기서 엄청난 야유가 쏟아졌다.

21세기라면 상상하기 힘든 인종차별적인 욕설도 줄을 이었다.

재키 로빈슨에 빙의되어 그 이야기를 듣는 수호의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이 정도로 야유가 심했다고?’

이 시대의 관중들의 야유가 21세기에 비해 심하다는 건 루 브록에게 빙의된 적이 있었기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도를 넘어섰다.

야유를 넘어 비하 발언과 욕설이 난무했다.

그리고 이런 야유는 관중들에게서만 나오는 게 아니었다.

“깜둥이 새끼가 죽지도 않고 또 타석에 기어들어 오네.”

“뭐라고?”

“어이, 너! 말투 고치지 못해? 한 번만 더 입 열면 퇴장이야!!”

로빈슨이 입을 열자마자 구심의 경고가 나왔다.

먼저 말을 건 포수에게는 아무런 경고도 주어지지 않았다.

이 시기 로빈슨에게는 자신의 편이 없었다.

관중은 물론 상대 팀 선수들 거기에 심판까지 로빈슨에게 적대적이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가 흑인이기 때문이다.

‘정말 이랬었다고?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분위기에서 경기를 할 수 있는 거지? 도대체 어떻게?’

만약 자신이 이 상황에서 경기를 뛰었다면 미쳐 버렸을 거다.

그리고 단순히 이런 욕설로 끝난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퍽!

“스트라이크!!”

‘헐…… 이걸 잡아줘? 스트라이크존에서 공 두 개는 빠졌는데?’

구심은 거의 대부분의 공을 스트라이크 콜을 내리면서 로빈슨에게 불리한 판정을 내렸다.

불만이라도 말할 수 있었을 텐데, 로빈슨은 그러지 않았다.

그때 그의 속마음이 들려왔다.

‘망할 새끼. 내가 판정에 대해 불만을 말하는 순간 퇴장시키려는 거지? 절대 네 의도대로 하지 않을 거야.’

실제 로빈슨은 판정에 불만을 이야기했다가 퇴장당하기도 했었다.

그런 전례가 있었기에 로빈슨은 불합리한 판정에도 입을 꾹 다물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참고 인내해라. 그리고 내게 기회가 왔을 때 그걸 잡으면 된다. 안타 하나를 추가해 나가면 결국 저들도 날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야.’

이런 순간에도 로빈슨은 참고 인내했다.

수호도 알고 있던 답이었다.

그럼에도 흔들렸던 것은 먼 미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빈슨은 미래를 보지 않았다. 단지 눈앞에 있는 안타 하나를 보고 있을 뿐이야.’

이는 매우 큰 차이였다.

미래를 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지치게 마련이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것을 목표로 설정한다면 지치기 전에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홈런 신기록을 보면 아직 6개를 더 기록해야 해. 하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나도 모르게 초조해져서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어.’

기회가 없던 건 아니다.

하지만 초조해진 마음이 그 기회를 놓치게 만들었다.

만약 그때 로빈슨처럼 미래가 아닌 현재를 보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10초 뒤 빙의를 종료합니다.]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아쉬움이 남았다.

그 답을 로빈슨이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더 그의 삶을 보고 싶었다.

그때 투수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5초 뒤 빙의를 종료합니다.]

투수가 공을 던졌고 존으로 파고들었다.

그 순간, 로빈슨의 눈이 빛나며 배트를 돌렸다.

[2초 뒤 빙의를 종료합니다.]

후웅!!

힘차게 돌아간 배트가 그대로 공을 낚아챘다.

딱!!

[빙의를 종료합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타구를 보며 수호의 시야가 어둠으로 물들었다.

* * *

수호가 눈을 떴다.

[어땠음?]

[뭐 좀 얻었냐?]

[장난 아니지?]

“정말 장난 아니네요. 아니, 어떻게 인종차별이 그렇게 심한 시대에서 뛸 수 있었습니까?”

[ㅋㅋ 그럼 포기하냐? 당시 나는 물론이고 사챌 페이지 선배나 조시 깁슨 선배도 그렇게 바라던 메이저리그였는데.]

“음…….”

[내가 성공해야 다른 니그로 동료들도 뛸 수 있다는 사명감 하나로 참았던 거다.]

재키 로빈슨은 개척자였다.

만약 그가 성공하지 못하거나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사고를 쳤다면 어떻게 됐을까?

결국 흑인이 메이저리그에서 뛰었겠지만, 그 시기는 한참 뒤로 밀렸을 것이다.

[물론 참기만 한 건 아니지만.]

[쟤도 성질 더러워서 자기 발목 밟았던 녀석한테 공을 던져서 앞니를 그대로 날려 버렸지.]

“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야.]

재키 로빈슨의 채팅을 보며 피식 웃었다.

[오랜만에 웃네.]

[그러게. 이제 좀 부담을 내려놓은 거 같다?]

“예. 확실히 로빈슨 선배님이 활약하던 시기를 보고 나니 조금 편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해야 할 걸 찾았고요.”

언제나 답은 같았다.

“야구를 잘하면 될 거 같습니다.”

[ㅋㅋㅋ 정답이지.]

[우리가 할 건 그거밖에 없다.]

[알고 있는 녀석이 그렇게 방황하냐.]

레전드들의 채팅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직 모자란 녀석이니, 선배님들이 잘 지도해 주세요.”

[얼씨구~]

[갑자기 왜 안 하던 짓을 하냐?]

[네가 말 안 해도 잘 해줄 거임.]

수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에 누웠다.

오늘만큼은 푹 잠이 들 거 같았다.

정말 오랜만에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말이다.

* * *

카디널스는 수호와의 승부를 철저하게 피했다.

그 모습이 중계되면서 팬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우리가 경기 보러 왔지! 그냥 걸어서 내보내는 거 보러 온 건 줄 알아?!”

“이럴 거면 그냥 패배 선언을 해!!”

“뭐 하는 거야, 도대체!!”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야유를 퍼부었다.

필리스 팬은 물론이고 카디널스 팬들조차 고개를 저었다.

온라인의 반응은 더욱 거칠었다.

-카디널스 이 새끼들은 배짱이 없네.

└사내새끼들이 아닌 듯.

-하…… 이러다가 저지가 먼저 70홈런에 도달하겠네.

-이게 야구냐?

-아니, 수호한테는 볼넷만 주고 왜 저지는 승부를 하는 거냐?

└상황이 다르잖아.

└└무슨 상황?

└└└수호는 대진운이 안 좋은 거임.

-카디널스전 이후에야 수호는 70홈런 도달 가능할 듯.

└ㅇㅇ…… 답답해도 어쩔 수 없을 듯.

-포스트시즌이 이렇게 발목을 잡네.

수호와 승부하지 않는 상대 팀의 사정을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욕설로 도배했다.

그만큼 수호와 승부하지 않는 카디널스의 행동은 비난받고 있었다.

그러나 수호는 어제와 달라져 있었다.

고의사구로 출루한 수호가 리드폭을 늘렸다.

-오늘 경기에서도 고의사구로 출루한 한수호 선수가 리드폭을 넓게 가져갑니다.

-전날 경기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도루에 실패했던 한수호 선수, 오늘은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최근 홈런을 추가하지 못한 게 도루에도 영향을 끼친 게 아닐까요?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인터뷰까지 피한 걸 봐서는 선수 본인의 스트레스가 상당한 거 같습니다.

수호의 인터뷰 거부는 큰 화제가 되었다.

지금까지 자신감 넘치는 인터뷰를 진행해오던 수호였기에 인터넷 거부는 독이 되어 찾아왔다.

-수호 이 자식 평소에 입 털더니, 불리해지니까 도주해 버리네.

-ㅋㅋㅋ 입 털던 애들이 항상 그렇지 뭐.

-이걸로 한수호의 레벨이 결정됐다.

-한수호 하남자 인증.

-애런 저지에게는 안 된다는 걸 스스로 인증하네.

그 틈을 타고 부정적인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물론 일부기는 했지만, 커뮤니티 사이트에 그런 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수호는 개의치 않았다.

애초에 모르기도 했지만, 그는 지금 어제와는 다른 마음가짐이었다.

‘출루에 성공했으면 거기에서 할 수 있는 걸 하면 된다.’

리드를 가져가면서 마운드에 있는 투수의 상태를 살폈다.

사인을 교환하고 투구 자세를 잡은 그가 곁눈질로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수호는 일부러 상체를 베이스 쪽으로 기울면서 뛸 생각이 없다는 걸 어필했다.

‘어제 실패했으니, 공격적으로 도루는 하지 못하겠지.’

투수는 그런 수호의 움직임에 완전히 속았다.

전날 도루에 실패했다는 점 역시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그래서 견제구를 던질 생각을 하지 않고 다시 포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뒤이어 다리를 차올리고 앞으로 내딛는 순간.

타닥!!

“뛰었어!!”

수호가 스타트를 걸었다.

1루수가 큰소리로 외쳤지만, 투수는 멈출 수 없었다.

멈추는 순간 보크가 된다.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크윽!”

쐐애애액-!!

그저 공을 던지는 것이었다.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 포수의 미트에 꽂혔다.

동시에 투수가 몸을 숙이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리고 그의 시선에 이미 2루 베이스 위에 서 있는 수호가 보였다.

“벌써…….”

포수는 던질 수도 없었다.

그의 미트에 공이 들어왔을 땐 이미 수호가 도착한 뒤였으니까.

-도루 성공입니다!! 선두인 바비 위트 주니어와의 도루 개수를 1개로 줄이는 한수호 선수!!

-전날의 실패를 완벽하게 만회하는 도루였습니다!!

여유롭게 베이스 위에 서 있는 수호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돌아왔음을.

* * *

카디널스와의 2차전에서도 수호는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건 애런 저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금방이라도 넘을 거 같았던 70홈런의 고지를 두 선수가 모두 넘지 못하자 언론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마의 70홈런 앞에서 멈춘 한수호와 애런 저지.]

[70홈런은 이렇게 높은 산이었던가?]

[전문가들은 두 선수를 상대한 팀들의 집중적인 견제가 원인이라고 밝혀.]

수호만큼은 아니지만, 저지 역시 견제를 받고 있었다.

그나마 저지의 상황이 나은 점은 상대했던 팀들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단 점이다.

이미 내년 시즌 준비에 들어간 팀들이 굳이 저지와의 승부를 피할 이유가 없었다.

유망주들에게 경험을 쌓게 해주기 위해 오히려 승부하는 경향이 컸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수호도 카디널스전 이후에는 홈런 개수가 늘어날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과연 한수호는 타격 페이스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바로 수호의 컨디션이었다.

[올 시즌 데뷔 이래 10경기 이상 무홈런 경기는 한차례도 없었던 한수호,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다.]

카디널스와의 4차전이 끝나면서 수호는 올 시즌 처음으로 10경기 무홈런이란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야…… 올 시즌 수호가 10경기 동안 홈런 못 때리는 건 처음이네.

-이게 화제가 되는 거 자체가 난센스다.

-어쩔 수 없지. 그만큼 올 시즌 수호는 미친놈이었으니까.

-카디널스도 지독하다. 4차전 내내 수호랑 승부를 안 하냐?

-덕분에 도루 바비 주니어랑 공동선두죠?

수호 역시 성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첫 도루 실패 이후 각성이라도 한 듯 두 개의 도루를 연달아 성공시켰다.

덕분에 바비 위트 주니어와 공동선두에 올라서면서 7관왕이란 금자탑에 오른 상태였다.

그가 이야기했던 8관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었다.

그리고 수호가 7관왕에 오른 이날.

양키 스타디움에서 애런 저지가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두 번째 타석에서 홈런성 파울에 이어 워닝트랙까지 날아가는 엄청난 타구를 날렸었던 애런 저지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비록 중견수의 슈퍼플레이에 의해 아웃이 되긴 했지만, 오늘 애런 저지의 타격감이 무섭습니다.

애런 저지의 등장에 양키 스타디움이 들썩였다.

특히 앞에 두 타석에서 모두 장타를 때려냈었기에 더더욱 관중들의 기대가 컸다.

퍽!

“볼.”

그리고 투수 역시 그런 저지를 경계했다.

두 개의 공을 연달아 유인구로 던지며 저지의 배트를 유도했지만,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승부를 보라고 했으니까.’

이미 벤치에서는 승부를 보라는 사인이 나온 상황.

두 번이나 유인구가 통하지 않은 이상, 던질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승부를 건다.’

투수가 와인드업에 들어가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바깥쪽 낮은 코스를 찔러오는 공에 저지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후웅!!

딱!!

-때렸습니다!! 이번 타구는 큽니다! 큽니다!! 넘어갔습니다!! 애런 저지의 시즌 70번째 홈런이 작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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