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132화
9월.
포스트시즌을 향한 마지막 레이스가 시작되는 시기였다.
양대리그 각 지구에서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상태였다.
[일단 아메리칸리그에서는 뉴욕 양키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두 팀의 공통점은 역시 타선을 이끄는 선수가 있다는 거죠.]
[양키스에는 65홈런을 기록하면서 70홈런을 향해 순항하는 애런 저지가 있고 블루제이스에는 59홈런을 때려내며 마의 60홈런을 앞두고 있습니다.]
[두 선수의 거포 본능이 팀의 타선을 이끌면서 상위권에 안착시켰습니다.]
아메리칸리그에서 디비전시리즈 직행이 가장 가까운 건 양키스와 블루제이스였다.
문제는 양키스와 블루제이스가 하나의 지구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각 지구의 우승팀이 디비전시리즈에 직행한다는 걸 감안하면 블루제이스는 와일드카드로 갈 가능성이 높았다.
[이번 시즌 양키스는 오랜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칼을 갈고 있죠?]
[맞습니다. 스토브리그부터 전력으로 달려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한 대비를 끝내둔 상황입니다.]
[이번에는 내셔널리그를 보도록 하죠. 내셔널리그의 현재 선두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입니다.]
[후반기 20연승이라는 팀 자체 최다 연승을 갱신하면서 같은 지구 2위인 메츠를 멀찌감치 따돌린 상황입니다.]
[매직넘버는 10승으로 9월 28경기 중 1/3을 승리하게 될 경우 디비전시리즈 진출을 확정하게 됩니다.]
필리스의 디비전시리즈 진출은 확실시되는 상황이었다.
연승이 깨졌다고는 하나 팀이 가지고 있는 전력은 그대로였기에 그들이 디비전시리즈에서 떨어질 가능성은 적었다.
[다음으로 LA다저스는 서부지구 선두를 달리면서 디비전시리즈 진출이 확실시되고 있죠?]
[맞습니다. 두 팀은 더 좋은 위치를 잡기 위한 선두경쟁을 겨룰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결국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은 필리스와 다저스, 두 팀의 대결이 될 것이라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 이유는 두 팀을 이끄는 선수들에 있었다.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는 현재까지 16승과 홈런 52개를 때려내며 팀의 에이스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습니다.]
[필리스는 슈퍼루키, 한수호 선수가 66홈런을 때려내며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죠.]
[한수호 선수의 이런 활약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이런 모습을 기대했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한수호 선수를 마이너리그로 보내지 않고 메이저리그에 직행시킨 필리스 프런트의 결단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호가 활약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필리스 프런트가 칭찬받았다.
[2027시즌, 여러 화제를 낳은 메이저리그. 그 역사적인 시즌이 9월 한 달을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어떤 기록들을 더 남기고 시즌을 마무리할 것인지 기대가 모여지고 있습니다.]
[일단 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건 역사적인 70홈런 고지를 누가 밟느냐는 겁니다.]
[이번 시즌 40홈런부터 60홈런까지 모두 한수호 선수가 먼저 정상에 서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애런 저지의 폭발력이 언제 터질지 모르고 또한 한수호 선수와 1개 차이밖에 나지 않기에 언제든지 역전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이어 두 선수가 과연 배리 본즈가 세운 메이저리그 신기록인 73홈런을 넘을 수 있을지도 기대가 모이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홈런 기록.
누군가는 애런 저지가 22시즌 세운 62개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역사에 남은 건 어쨌든 배리 본즈가 세웠던 73홈런이었다.
그 기록에 도전하는 두 선수의 레이스에 팬들이 열광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70홈런을 넘는 게 불가능할 거라 이야기했지만, 무려 두 명의 선수가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한수호 선수는 마지막 4할 타자인 테드 윌리엄스에 이어 4할이 유력한 상황이고 9월 성적에 따라 8관왕까지도 넘볼 수 있습니다.]
[역대 메이저리그 역사상 8관왕을 달성한 선수가 있었나요?]
[단 한 명이 있었습니다.]
[그게 누구죠?]
[바로 데드볼 시대 야구의 신으로 불리었던 타이 콥입니다.]
수호의 활약에 타이 콥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8관왕은 오직 그 혼자 달성한 기록이기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한수호 선수가 8관왕을 이루기 위해서는 타점과 도루에서 선두에 오를 필요가 있겠군요.]
[OPS도 포함하는 경우가 있기에 타점과 도루 중 하나만 선두에 오른다면 8관왕 달성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언론에선 수호의 8관왕 달성에 긍정적이었다.
OPS라는 새로운 지표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언론의 질문을 받은 수호의 입에서는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한수호 선수! 이번 달에 타점과 도루 중 하나만 선두에 오르면 8관왕 달성이 유력한데, 가능하다 생각하시나요?”
“왜 둘 중에 하나만 달성하면 되는 거죠?”
수호의 되물음에 질문을 던졌던 기자가 당황했다.
“예? 그거야 다른 지표에서도 이미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OPS를 포함시켜서 말씀하시는 건가요?”
“예? 물론 그것도 포함시켰습니다만…….”
“그럼 잘못된 거 같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현재 6개 부문에서 선두에 달리고 있다 생각합니다.”
수호의 말에 기자들의 눈이 빛났다.
“저는 클래식 스탯에서 모두 1위를 달성해야 8관왕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클래식 스탯이라면…… 타점과 도루에서도 1위를 해야 진정한 8관왕이란 말씀이십니까?”
“예. 제 목표는 타점과 도루에서도 1위에 올라 레전드인 타이 콥 선배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겁니다.”
기자들의 손이 바빠졌다.
그들의 얼굴에는 대박을 건진 강태공과 같은 기쁨이 담겨 있었다.
그런 기자들을 보던 수호의 눈에 레전드들의 채팅이 보였다.
[오올~ 공표했네.]
[괜찮겠냐?]
‘목표는 언제든지 있는 법이니까요. 그리고 가능성이 제로도 아니고 충분히 가능한 상황에서 발표하는 거니 부담은 없습니다.’
[하긴, 타점이나 도루 모두 선두에 오를 가능성이 있지.]
[일단 질러두면 지켜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되니까, 나쁘지 않을 듯.]
[하지만 그건 알고 있지?]
타이 콥의 질문에 수호가 몸을 돌리며 대답했다.
‘예, 알고 있습니다. 질러놓고 지키지 못하는 것만큼 꼴불견은 없다는 걸요.’
[그래. 알고 있으면 됐다.]
배수의 진을 친 수호가 걸음을 옮겼다.
* * *
수호의 발표는 큰 화제가 되었다.
[한수호, 70홈런을 넘어 8관왕에 도전하겠다!]
[OPS를 제외해야 진정한 8관왕이라 외친 한수호!]
[전문가들 OPS는 결국 장타율과 출루율의 합산지표일 뿐, OPS를 8관왕에 넣어선 안 된다고 한목소리!]
[과연 한수호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한 명, 타이 콥만이 달성했던 8관왕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전무후무했던 8관왕을 달성한 타이 콥은 누구인가?]
수호가 8관왕을 언급하자 자연스레 사람들의 입에 타이 콥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야…… 한수호가 8관왕을 직접 언급했네.
-수호 말대로 OPS를 넣으면 치사하긴 하지.
-ㅇㅇ. 사실상 8관왕에 도전한다는 건 장타율이나 출루율도 1위라는 소리인데. 지표 하나 그냥 꽁으로 먹겠다는 거 아님?
-OPS도 공식지표라 제외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
-어쨌든 클래식 스탯이 목표라고 했으니까. OPS 제외하는 건 본인의 의지지.
-타이 콥이 대단하긴 했구나.
-명전 최초의 5인 중에서도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선수니까.
-베이브 루스가 등장하면서 라이브볼로 전환되기 전에는 야구의 신이었음.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도 있지.
-타이 콥 vs 한수호. 누가 더 쩌는 거냐?
└이게 의미가 있냐?
└└하여간 어딜 가도 이런 애들이 있다니까.
-비교하는 게 무의미하지. 두 선수 모두 쩌는 거니까.
팬들은 과연 수호가 타이 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인지에 궁금해했다.
그리고 70홈런을 넘어 배리 본즈를 넘어설 것인지도 말이다.
두 가지 기록을 향해 달려가는 수호의 루키시즌 마지막 한 달이 시작됐다.
* * *
9월 첫 경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3연전을 위해 원정을 온 한수호 선수! 그리고 그런 한수호 선수의 홈런볼을 잡기 위해 외야에는 수백 개의 잠자리채가 동원되었습니다!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이 정도의 잠자리채를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덕분에 최근 한국의 잠자리채 업체들이 호황이라 하더군요.
-이게 바로 창조경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수호 선수 덕분에 잠자리 업체들이 수혜를 받고 있어요!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본래 가을 한 철 장사를 하던 잠자리 업체들이긴 했지만, 매년 그 숫자가 줄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수출까지 해야 하니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오늘 경기 앞선 두 타석에서 모두 고의사구로 출루했던 한수호 선수입니다.
-파드리스만이 아니라 메이저리그 팀들 대다수가 한수호 선수를 견제하면서 제대로 된 승부를 펼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도루 하나를 추가하면서 시즌 43번째 도루에 성공했습니다.
-이로써 선두인 바비 위트 주니어의 46도루까지 단 3개만을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바비 위트 주니어가 발목부상으로 더 이상의 도루 추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한수호 선수의 8관왕에도 청신호가 켜진 상황입니다.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수호가 두 개의 공을 지켜봤다.
퍽!
“볼.”
-초구는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입니다.
-이번에도 소극적인 승부를 펼치고 있는 파드리스네요.
퍽!!
“스트라이크!”
-2구는 바깥쪽에 떨어지는 커브! 보더라인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면서 원볼 원스트라이크가 됩니다!
-오~ 여기에서 스트라이크라니. 파드리스가 승부를 하려는 걸까요?
파드리스가 승부를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오늘 리얼무토의 타격감이 심상치 않아. 수호를 내보냈다가는 실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음 타석에 리얼무토가 있다는 점이다.
리얼무토는 오늘 경기에서 2타수 2안타를 때려냈다.
특히 두 번째 타석에서 펜스를 직격하는 큰 타구를 만들어내면서 파드리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수호 녀석과 상대하는 것도 머리 아프지만, 차라리 1점만을 내주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비난을 받거나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파드리스의 실수는 수호와의 승부를 결정짓고 공을 던지게 했다는 점이다.
‘몸쪽, 슬라이더.’
‘오케이.’
고개를 끄덕인 투수가 와인드업에 들어가자 수호가 그의 박자에 맞춰 배트를 가볍게 흔들었다.
‘킥킹에 이어 힘을 비축하고 그 에너지를 한순간에 폭발시킨다.’
타닥!!
스트라이드를 내디디며 하체를 고정시킨 투수가 허리와 상체를 회전시키며 모든 힘을 손끝으로 전달시켰다.
그렇게 모인 힘을 한순간에 폭발시키며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몸쪽으로 파고들었다.
-아, 이건 위험!
캐스터가 위험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몸쪽에 딱 달라붙는 공이었다.
하지만 수호는 망설이지 않고 발을 내디디며 배트를 돌렸다.
공이 몸에 붙어서 오고 있음에도 스윙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배트가 홈플레이트 위를 막 지나는 찰나.
휘릭!!
공이 변화를 일으키며 수호의 배트가 돌아가는 궤적의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결과는?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날아갔고 뒤이어 배트도 화려하게 회전하며 날아갔다.
-배트를 던진 한수호 선수!! 그리고 타구를 끝없이 날아가 펜스 밖에 떨어집니다!! 시즌 67번째 홈런을 작렬시키는 한수호 선수!!
-대망의 70홈런까지 이제 단 3개만을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단 3개.
70홈런을 달성하기까지 시간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