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131화
경기가 시작됐다.
오늘 경기에서도 리얼무토가 마스크를 쓰고 선발로 나섰다.
지명타자로 경기에 출전하게 된 수호는 벤치에서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한수호 선수는 오늘도 지명타자로 출전하면서 체력적인 부분을 보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록적인 측면에서 한수호 선수를 확실히 관리해 주는 게 눈에 보입니다.
필리스의 이런 선택은 팬들에게도 큰 어필이 되었다.
-필리스가 관리 하나는 잘해주는 듯.
-수호 정도의 포수 능력이면 내보내고 싶을 텐데. 지타로 계속 돌리네.
-공격적인 기록에 전념하라는 배려인 듯싶다.
-이번 트레이드 시장에서 리얼무토를 안 내보낸 것도 대단하네.
-솔직히 리얼무토 내보내고 유망주 수혈 좀 할 줄 알았는데 그걸 참다니.
-이런 구단도 참 좋다.
필리스의 선택은 수호가 기록 도전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덕분에 전력을 다해 타격에만 임할 수 있었다.
60홈런을 때려낸 것이 이런 필리스의 선택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였다.
-1회 초, 필리스가 세 명의 타자를 잡아내며 이닝을 마감합니다.
포수로서 리얼무토 역시 안정적이었다.
그가 있기에 수호라는 걸출한 포수를 제외하고도 마운드 운영이 가능했다.
이런 밸런스가 맞아떨어지는 게 필리스가 최근 15연승을 달린 이유였다.
* * *
레드삭스와의 1차전에서 수호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7회였다.
-오늘 경기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서는 한수호 선수, 1사 주자 1루 상황에 들어섭니다.
-앞서 타석에서 한 번의 안타와 볼넷 그리고 중견수의 슈퍼플레이에 잡히는 플라이볼로 물러섰던 한수호 선수입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홈런을 추가한다면 63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22시즌 애런 저지의 62개 기록을 넘어서게 됩니다.
기록 갱신은 이미 기정사실.
사람들은 그 순간이 언제 나올 것인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 증거로 외야에는 수호의 홈런볼을 잡기 위해 관중들이 몰려 있었다.
특히 레프트 쪽 관중석에는 한 명도 빠짐없이 외야수 전용 글러브를 착용하고 있었다.
-한국이었다면 잠자리채를 들고 있겠지만, 미국이라서 그런지 글러브를 착용한 이들이 많네요.
-맞습니다. 라이언킹이 54홈런을 달성할 당시 한국의 모든 잠자리채가 동이 났었죠.
잠자리채 사건은 유명한 일화 중 하나였다.
그만큼 인상적인 장면이었기에 후대에도 전해지고 있었다.
그때 카메라에 한 동양인이 잡혔다.
그 동양인의 손에는 잠자리채가 들려 있었는데, 하늘 높이 치켜든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 잠자리채를 준비한 관중이 있네요!
-분명히 한국인일 겁니다!!
해설진이 관중에게 집중하는 사이, 수호는 두 개의 볼을 지켜봤다.
-원볼 원스트라이크가 된 한수호 선수, 타석에서 물러나 가볍게 배트를 돌려봅니다.
-오늘 레드삭스는 한수호 선수와의 승부를 피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럴 때 홈런을 추가해야 합니다.
다시 타석에 들어선 수호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후우…….”
그의 시야에 닿는 풍경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아웃코스 낮게.’
‘오케이.’
레드삭스의 배터리가 사인을 교환하고 투수가 세트포지션에 들어갔다.
그리고 슬라이드 스텝에 이어 전력으로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포수의 미트를 향해 정확히 날아들었다.
이대로 존을 통과하면 스트라이크가 올라가는 상황.
하지만 공이 존을 지나가기 전에 수호의 배트가 그것을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우측 담장! 우측 담장!! 우측 담장을 넘어갑니다!! 시즌 63호 홈런을 작렬하면서 또 한 번 메이저리그에 새로운 기록을 세우는 한수호 선수입니다!!
애런 저지의 기록을 넘어섰다.
* * *
최근 스포츠 언론은 행복했다.
[한수호 63홈런 달성!]
[일각에선 메이저리그 역대 1위 기록이라 평가!]
[스테로이드 시대 이후 최초로 63개의 홈런을 밟게 된 한수호!]
[2022시즌 애런 저지를 넘어섰다!]
하루가 멀다 하고 수호가 기록을 세워주면서 뉴스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록을 세운 것만이 아니었다.
경기 후 클럽하우스에서 수호는 수많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
“한수호 선수 63호 홈런을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2022시즌 애런 저지를 넘어섰는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단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하게 되어 마음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첫 번째 목표요? 그럼 다음 목표도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물론입니다. 이번 시즌 제 두 번째 목표는 70홈런 고지를 밟는 겁니다.”
“오오오오!!”
“70홈런 선언이다!!”
수호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도 거침없었다.
시즌 초중반만 하더라도 수호는 인터뷰에서 조금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목표에 대해서도 잘 이야기하지 않았다.
사실 이런 부분은 수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동양인 선수들 특유의 워딩이 자주 나왔는데. 이제는 완전 서양 선수들과 비슷하게 자신감 넘치는 워딩을 해주네.”
“이래야 기사 쓸 마음이 생기지.”
“수호는 다른 동양인 선수들과는 다르다니까.”
서양권과 동양권의 인터뷰 분위기는 아예 달랐다.
서양권은 자신들의 장점과 업적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컸다.
반면 동양권은 장점과 업적을 축소시키려고 했다.
거기에 단점이나 잘못된 점에 대해 과도한 사과를 하는 일도 많았다.
이런 부분을 기사로 쓰기에는 다소 난감했다.
하지만 수호는 달랐다.
기존에 느꼈던 동양인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단점이 없었다.
자신의 업적을 숨기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목표를 말하는 것에 거침없었다.
“애런 저지와의 선두다툼이 치열한데. 이 승부의 승자가 본인이 될 수 있다 생각하십니까?”
“당연한 질문을 하시는군요. 애런 저지는 분명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입니다. 그는 자신의 커리어를 착실하게 쌓아서 메이저리그의 전설이 되었죠. 하지만 이번 시즌에서만큼은 제가 그를 이기고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가 될 겁니다.”
“오오-!!”
“그리고 이건 애런 저지 역시 같은 생각이겠죠.”
선전포고와 동시에 애런 저지를 인정하는 수호의 발언에 기자들의 손이 바빠졌다.
[한수호! 올 시즌 홈런왕은 자신이 될 것!!]
[한수호의 충격 선언!!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는 자신이다!!]
수호의 멘트는 곧장 기사화되어 공개됐다.
이런 내용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양분되었다.
-크으-! 역시 한수호!
-성적만큼이나 멘트도 거침없구나!
-자신감 한번 쩔었다!
-솔직히 이 정도 성적이면 자신감 가져야지.
한쪽에선 수호의 자신감을 극찬했다.
성적이 뒷받침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이미 메이저리그 최고타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애런 저지와 홈런에 대해 비등한 수준을 보이고 있었지만, 세부적인 스탯에서는 모두 앞서고 있다는 점이 그의 주장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반대의 입장도 만만치 않았다.
-자신감 있는 건 좋은데, 자만심으로 발전하진 말았으면.
-입 터는 건 적당히 하는 게 좋은데.
-얘도 혀가 너무 기네. 그냥 실력으로 보여주면 될 텐데.
-이러다 실패하면 역풍 쩔겠네.
-이렇게 입 털다가 결국 나락 가는 애들 많았지.
-애런 저지가 10년은 선배인데. 너무 건방지네.
반대 입장은 대부분 수호의 멘트에 대해 반감을 가졌다.
소위 말하는 선비 성향을 가진 이들이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다수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수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애당초 그들의 댓글을 하나하나 찾아볼 정도로 시간이 넉넉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수호는 모든 집중은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딱!!
-때렸습니다!! 애런 저지의 이번 타구! 좌측 담장을 넘깁니다!! 시즌 63번째 홈런을 기록하는 애런 저지!!
-본인의 커리어하이 기록이었던 62홈런을 넘깁니다!!
애런 저지가 그를 쫓아오고 있었다.
* * *
마의 60홈런을 넘어선 두 선수의 질주는 계속됐다.
딱!!
-때렸습니다!! 한수호 선수의 이번 타구 중앙 펜스를 넘어갑니다!!
수호가 앞서나가면.
딱!!
-애런 저지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갑니다!! 그리고 타구는 중앙 펜스를 넘어갑니다!! 시즌 64호 홈런을 기록하는 애런 저지!!
저지가 따라갔다.
엎치락뒤치락.
두 선수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향한 추격전을 이어나갔다.
야구팬들은 두 선수의 홈런이 추가될 때마다 열광했다.
-이야…… 벌써 64홈런!
-이건 진짜 역대급 홈런레이스다.
-앞으로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런 대결이 나올까?
-불가능할 듯.
-이런 대결을 볼 수 있는 게 행운이다.
-요즘 메이저리그 외야에 잠자리채 보이기 시작하던데.
└ㅋㅋㅋ 한국 문화 퍼져갔네.
└└그게 아니라 한국인들이 들고 다니던 거임.
└└└쪽팔리게 외국 가서 그러냐?
-일단 야구공 잡으면 인생 역전이네.
└로또가 따로 없음.
메이저리그 경기에 잠자리채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한국인들에 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점점 그 숫자가 늘어가기 시작했다.
따악-!!
-쳤습니다! 이번 타구가 펜스를 넘어가면서 한수호 선수의 시즌 65호 홈런이 기록됩니다!!
-오~ 이번 공을 잠자리채를 들고 있던 팬이 잡았네요!!
수호의 시즌 65번째 홈런을 잡은 팬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는 잠자리채에 들어간 야구공을 빼 들며 환호했다.
그 장면이 미국 전역은 물론이거니와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큰 화제가 되었다.
[잠자리채로 최소 30만 달러를 잡아낸 한국인 관광객!!]
[필라델피아에 관광을 온 한국인 관광객에게 찾아온 로또급 행운!!]
외국인들 사이에서 밈으로나 쓰이던 잠자리채였다.
정말 저걸로 홈런볼을 잡을 수 있을까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그게 정말 현실이 되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예, 예! 수출이요? 잠자리채를요? 수량은…… 만 개요?!”
“예! 준비하겠습니다!!”
“전부 말입니까? 알겠습니다!”
국내에서 잠자리채를 생산하는 업체들에 수출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국내에서 점점 수요가 떨어져 생산하는 공장이 줄어들고 있었다.
그런데 수호의 홈런이 계기가 되어 공장을 풀로 돌리게 되었다.
당연히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기쁨의 철야를 이어나갔다.
“으하하! 이게 얼마 만의 야근이냐!!”
“수호야, 고맙다!!”
“대박이다, 대박이야!!”
수호는 자신도 모르게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그사이,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연승 행진이 멈춰 섰다.
퍽!!
“아웃!!”
-아웃입니다. 필리스의 연승 행진이 20연승에서 멈추게 됩니다.
-아쉽습니다! 하지만 팀 창단 이후 최다 연승을 거두었기에 충분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연승 행진을 달리는 사이 필리스는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가까워지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남은 9월 한 달 동안 모두 패배하지 않는다면 진출이 확실시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한수호 선수 역시 66홈런을 기록하면서 앞으로 4개의 홈런만 쳐낸다면 2001년 배리 본즈 이후 무려 26년 만에 70홈런 고지에 오르는 선수가 됩니다!
-과연 그가 남은 30경기에서 배리 본즈의 73홈런을 넘을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떤 기록을 남길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뜨거웠던 8월이 마무리됐다.
이제 메이저리그의 페넌트레이스는 마지막 한 달을 남겨두게 되었다.
팬들은 메이저리그 홈런 전체 1위이자 66개를 기록한 수호가 어떤 기록을 남길 것인지 기대하면서 9월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