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메이저리거-129화 (128/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129화

메이저리그 역사상 이런 날이 또 있었을까?

-애런 저지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로키스와 경기를 치르고 있는 한수호 선수가 60홈런을 기록한 지금, 또 한 명의 60홈런 달성자가 탄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퍽!

“볼.”

-초구는 볼입니다. 바깥쪽 낮은 코스로 들어오는 공에 애런 저지가 차분하게 지켜봅니다.

-라이벌이 기록을 달성했기에 조급해질 수도 있겠지만, 애런 저지는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딱!!

“파울!”

-2구는 파울! 슬라이더를 빗맞히면서 뒤 그물을 때립니다.

-반응이 살짝 느렸지만, 뉴욕 메츠가 자신과 승부를 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던 애런 저지입니다.

타격 자세를 잡은 애런 저지의 집중력이 올라갔다.

-3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딱!!

-때렸습니다! 그리고 애런 저지가 배트를 던지고 천천히 1루로 달려나갑니다!! 이번 타구,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입니다!!

-같은 날! 두 명의 선수가 60홈런을 달성합니다!!

한 시즌에 한 명이 나오기도 힘든 기록인 60홈런.

그 기록을 같은 날 두 선수가 만들어냈다.

[한 날 동시에 등장한 60홈런.]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3명만 기록했었던 청정 60홈런 기록, 이제 4명으로 늘었다!]

[청정타자 역대 첫 번째로 두 번째 60홈런 시즌을 맞이한 애런 저지!]

[메이저리그 역대 최연소이자 최초로 루키시즌에 60홈런 고지를 밟은 한수호!]

[쏟아지는 기록들, 다음 60홈런 고지를 밟은 타자는 누가 될 것인가?]

애런 저지와 수호의 기록은 두 선수는 물론 메이저리그 역사에도 뜻깊은 기록이었다.

애런 저지는 약물을 복용했던 타자를 제외하고는 최초로 두 번째 60홈런을 달성한 타자가 되었다.

이는 60홈런이란 게 꼭 약물의 도움이 없더라도 나올 수 있는 기록이란 반증이었다.

수호는 역대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기록은 약물 의혹은 받는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배리 본즈를 포함하더라도 유효한 기록이었기에 더욱 대단하게 다가왔다.

거기에 동양인은 불가능할 것이라 말하던 기록이었기에 뜻깊은 기록으로 다가왔다.

-내가 메쟈를 보다가 이런 날이 올 줄이야.

-60홈런이 한날에 나오네.

-와…… 얘네들 뭐 짠 것도 아니고 같은 날에 기록 달성하네.

-이래서 라이벌, 라이벌 하는 건가?

└진짜 ㅋㅋ

-수호는 진짜 난 놈이다. 어떻게 루키시즌에 이런 기록을 남기냐?

└얘는 탈동양인 수준이 아님. 그냥 탈지구인 수준 아니냐?

-두 선수가 멋졌지만, 로키스 감독의 경기 후 인터뷰도 쩔더라.

└뭐라 함?

└└워딩 그대로 옮기면 “기록의 희생양이 되는 것도 경기의 일부일 뿐이다”라고 함.

└└└남자네~

-시즌 아직 한 달 반 남았으니 70홈런 가능한 거 아니냐?

└지금 페이스면 가능하지.

-70홈런은 누가 먼저 밟을지 궁금하다.

사람들의 시선은 이제 다음 기록으로 옮겨갔다.

메이저리그의 금자탑 중 하나인 70홈런.

두 선수 모두 달성할 수 있을 정도로 시즌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부상이나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두 사람 중 한 명이 달성할 가능성이 높았다.

팬들의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방송국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집방송! 한수호 선수의 70홈런은 가능할 것인가? 를 맡은 한상주 캐스터입니다! 오늘 프로그램을 함께 해주실 이동주 해설위원과 서태석 칼럼니스트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두 분은 한수호 선수와 애런 저지가 이번 시즌 70홈런을 달성할 거라 보십니까?]

[저는 가능할 거라 봅니다.]

[저 역시 큰 변수가 없다면 가능할 거라 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물론 미국이나 일본 등.

야구에 큰 관심이 있는 국가들에서 두 사람의 70홈런과 관련된 특별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특히 일본에서 특별프로그램을 편성한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아무래도 미묘한 양국관계를 생각하면 한수호를 조명하는 게 부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을 편성한 건 그만큼 일본 내에서도 수호의 인기가 높다는 방증이었다.

그리고 이런 대중의 관심을 선수 본인이 직접 느끼기도 했다.

“헐…….”

60홈런을 달성한 다음 날.

호텔에서 눈을 뜬 수호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400만이 넘다니…….”

[헐…….]

[진짜 헐이네.]

[며칠 사이에 200만이 올랐다고?]

[이야…… 60홈런이 좋긴 하구나.]

[아니 ㅋㅋ 무슨 컨텐츠를 올리지도 않았는데. 200만이 그냥 오르냐?]

[이 정도면 치트키 쓴 거 아님?]

[업체 고용해도 불가능하겠다.]

[ㄹㅇㅋㅋ]

VIP의 멤버인 민준의 언급으로 200만을 돌파한 게 며칠 전이었다.

그런데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400만을 돌파하면서 수호는 자신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알 수 있었다.

실제 그가 올린 소수의 피드에는 엄청난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

“응원이 댓글의 대부분이네요.”

[악플이 거의 없네.]

[간혹 있기는 한데. 역공 얻어맞고 금방 사라지는데?]

[역공의 정석은 대부분 그 유튜버 언급하는 거네 ㅋㅋ]

[그러고 보니 걔는 어케 됐냐?]

[몰루.]

[인생 종친 놈 관심 가져서 뭐 함 ㅋㅋ]

[그렇긴 하지.]

팬들의 댓글을 보면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많았다.

-한수호 선수! 피드 좀 많이 올려주세요~!

-피드 기다릴게요~

-바쁘시더라도 한 번씩 올려주세요!

-한수호 선수의 일상이 궁금해요~

-부상 조심하시고! 피드 기다릴게요!

자신의 일상을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았다.

[당연하지. 너 덕질 안 해봤냐?]

“네. 현생 사느라 바빠서 덕질할 시간이 없었죠. 그래서 동료들이 연예인을 좋아하거나 하는 걸 이해하지 못했어요.”

[쯧~! 그래서 더 그런 거네.]

[원래 덕질의 기본은 그 사람의 사생활을 알고 싶은 거임.]

[뭐 자세한 건 아니더라도 가끔 올려주면 좋아하지.]

[음식 사진이나 그런 것들이라도 올려줘.]

“그런 게 정말 궁금할까요?”

[팬들은 너와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 거임.]

[ㅇㅇ 거창하게 올릴 필요도 없음.]

[정말 전문적으로 키워볼 생각이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사업적으로 봤을 때 별스타그램은 유용한 수단이었다.

수호 자신이 영업을 뛸 때도 별스타그램을 자주 애용하기도 했다.

특히 홍보수단이나 상대를 설득시킬 때 우리의 상품이 별스타그램에서 이런 식으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걸 생각해 보면 이대로 방치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었다.

“음……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네요.”

[너무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고.]

[그냥 팬들하고 소통한다고 생각해.]

“옙.”

고개를 끄덕인 수호가 구장으로 갈 준비를 시작했다.

* * *

구장에 도착한 수호를 필리스의 단장인 마크 레이어가 찾아왔다.

“한수호 선수,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겠습니까?”

“예, 괜찮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60홈런 볼 말입니다. 그걸 획득한 팬에게 저희 쪽에서 딜을 했습니다.”

미국에는 다양한 스포츠 용품들이 거래되었다.

특히 선수가 유의미한 기록을 남긴 공이나 배트와 같은 물건들은 비싼 가격에 팔렸다.

2022시즌 애런 저지가 기록했던 62번째 홈런볼이 150만 달러에 판매되기도 했다.

당연히 수호의 60번째 홈런볼 역시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었다.

[60홈런볼의 가치는 그리 높진 않겠지만, 그래도 몇십만 달러는 하겠지.]

[최연소 타자가 때려낸 홈런볼이니까, 그 정도는 할 듯.]

획득자가 볼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회수할 방법은 없었다.

실제 수호는 50홈런볼을 되돌려 받지 못했다.

시즌 첫 50홈런이었기에 회수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획득한 사람이 거부했기에 미련을 버렸었다.

60홈런도 획득자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포기할 의사도 있었다.

그래도 이왕이면 손에 넣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마크에게 물었다.

“무리한 요구를 하던가요?”

“무리한 요구는 아니었습니다. 일단 보상 금액은 따로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정말요?”

“예. 마침 획득하신 분이 한수호 선수의 팬이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수호 선수에게 직접 인계할 수 있다면 반환하겠다고 했습니다.”

“즉, 제가 직접 가서 받는다면 무상으로 반환한다는 말이군요?”

“맞습니다. 획득자가 오늘도 경기장을 찾는다고 했으니, 한수호 선수가 수락하신다면 자리를 따로 마련하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획득자와 연락해서 따로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예상 밖의 전개에 다소 어리둥절했다.

‘그냥 무상으로 반환하는 팬도 있네요?’

[ㅇㅇ 그러게.]

[이건 우리도 예상 못 함 ㅋ]

[아예 없는 건 아니긴 하니까.]

[획득자가 돈이 많은 듯.]

[너 보고 싶어 하는 거 보니 메이저리그 올드팬 아닐까?]

[찐팬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몇억을 그냥 포기하네.]

[만나면 사인이라도 해줘라.]

[나라면 포옹해 준다 ㅇㅈ?]

[으엑! 아저씨 포옹해서 뭐하냐.]

[팬이니까 해줄 수도 있는 거지!]

레전드들의 채팅을 보며 피식 웃었다.

획득자가 누구건 상관없었다.

상대가 호의를 베풀었으니 진심을 담아 감사를 전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일은 또 있었다.

“한수호 선수!! 정말 팬이에요!!”

획득자를 만나기 위해 간 곳에는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나와 있었다.

척 보더라도 일반인이란 느낌은 들지 않는 여성의 등장에 수호가 당황한 눈으로 마크 레이어를 바라봤다.

설명을 요구하는 시선에 마크가 상대의 소개를 했다.

“이쪽 여성분이 60홈런볼을 획득하신…….”

“케이트 로페즈예요! 한수호 선수랑 동갑인 19살이고요! 정말 팬이에요!!”

큰 눈을 빛내며 바라보는 케이트의 모습에서 자신을 정말 좋아한다는 게 느껴졌다.

“반가워요. 일단 홈런볼을 반환해 주신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에게도 뜻깊은 공이라서 꼭 회수하고 싶었거든요.”

“당연히 반환해야죠! 한수호 선수와 만나는 게 저한테는 더 중요하니까요!! 참, 혹시 이거 반환하는 거 동영상 찍어서 별스타그램에 올려도 될까요?”

케이트의 제안에 수호가 마크를 바라봤다.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마크의 모습에서 수호가 승낙했다.

“예, 괜찮습니다.”

“그럼 단장 아저씨가 좀 찍어주세요!!”

“아…… 아저…… 예. 알겠습니다.”

평소 근엄한 분위기의 마크가 당황하는 게 웃겼다.

케이트는 가방에서 거울을 꺼내 얼굴을 체크하면서 동영상을 찍을 준비를 했다.

[여자일 줄은 꿈에도 몰랐네.]

[그러게.]

[와…… 경쟁 심했을 텐데. 저런 작은 애가 잡았네.]

[ㅇㅇ 수호 앞에 있어서 그런가 더 작아 보이네.]

[그런데 몸매는 끝장난다.]

[저런 체격에 어떻게 저런 몸매를 하고 있지?]

[요즘 애들은 발육이 좋은 듯.]

[수호 좋겠다~ 획득한 사람이 아저씨가 아니라 여자애라서?]

[크으~ 이렇게 수호한테 봄이 오나요?]

‘하하…….’

레전드들의 채팅에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는 수호였다.

그때 케이트가 거울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준비 끝났어요!”

“그럼 간이 반환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마크의 말에 케이트가 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투명한 아크릴 상자였는데.

그 안에는 홈런볼이 들어 있었다.

“아크릴 상자까지 준비하신 거예요?”

“혹시나 제가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들고 다녔어요! 30홈런 때부터 한수호 선수의 경기는 모두 직관했거든요!”

“모두요……?”

“네! 덕분에 미국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어서 좋았어요!!”

[비용이 한두 푼이 아닐 텐데. 그걸 어떻게 다 직관했다냐?]

[그러게.]

[얘도 뭔가 배경이 심상치 않을 듯.]

[ㅇㅇ]

레전드들의 채팅에 동의하며 수호는 케이트와 마주 섰다.

그리고 그녀가 건네는 아크릴 상자를 받아 들었다.

60홈런볼이 수호에게 반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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