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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128화 (127/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128화

수호가 다시 메이저리그 공동선두에 올라섰다는 소식은 시티필드에도 전해졌다.

“헤이! 저지! 방금 수호가 홈런을 때려냈어!!”

“이 정도면 너희들 짜고 하는 거 아니야?!”

“하하! 도망치면 바로 쫓아오는 게 무슨 연인끼리 사랑싸움하는 거 같은데?!”

메이저리그 구장들의 특성상 관중석과 더그아웃이 가까웠다.

특히 외야에 있는 애런 저지는 다양한 관중들을 만나게 된다.

당연히 짓궂은 농담을 하는 이들도 있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말에 저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의 모든 신경은 오직 수호에게 가 있었기 때문이다.

‘녀석이 바로 쫓아왔다 이 말이지.’

정말 오랜만에 수호를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

2연속 홈런을 작렬했을 때, 이제 이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상대는 녹록지 않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홈런을 때려내며 자신을 쫓아왔다.

오랜만에 쫓기는 입장이 된 애런 저지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역시 넌 내 인생 최고의 라이벌이야!’

2022시즌.

최고의 시즌을 보내면서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수많은 팬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타자라 칭했다.

본인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이 최고다.

역사에 등장했던 타자들을 넘어섰다고.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최고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다음 목표를 정하는 게 힘들었다.

달려야 할 목적지가 없는 달리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매년 최정상급 활약을 펼쳤지만, 22시즌의 임팩트를 넘어서질 못했다.

사람들도 점점 그때의 활약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때 수호가 등장했다.

‘녀석의 등장은 내게 동기부여를 주었다. 나는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다.’

수호의 소식을 접한 그가 전의를 불태웠다.

* * *

시즌 59호 홈런.

두 선수가 같은 날에 달성하면서 미국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헤이! 들었어? 한이랑 저지가 모두 59호 홈런을 때렸다더군!”

“그게 정말이야?!”

“헤이! 마스터!! 당장 TV 틀어봐!!”

소식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한수호랑 애런 저지 모두 59호 홈런 작렬!

-오늘 60호 각이다!!

-누가 먼저 60호 고지를 밟을까?

-일단 TV 앞에 앉아야 할 듯.

-이거 라이브 어디서 봄?

사람들의 손가락을 통해서 빠르게 퍼져갔다.

60호 홈런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매우 가치 있는 기록 중 하나였다.

스테로이드 시대를 제외하고는 라이브볼 시대 초기에만 등장했던 기록.

애런 저지가 다시 포문을 열었지만, 이후 누구도 밟지 못했던 세계에 두 선수가 다시 발을 들이려 하고 있었다.

대중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수호의 고국인 한국에서는 이 장면을 보기 위해 사회가 일시적으로 멈추기도 했다.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는 한수호 선수의 경기를 봐도 된다는 사장님의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사장님 최고입니다!!”

“아자!!”

업무시간인 회사에서도.

“선생님-! 한수호 선수 경기 봐요!”

“맞아요! 한수호 선수 경기 틀어주세요!”

“안 돼. 수업 진도 나가야지. 그럼 오늘은 메이저리그의 사례를 들어 영문 대화를 알아보자. 이건 메이저리그 현지 중계인데, 잘 듣고 기억하도록 해.”

“아자!!”

“예~!”

학교에서도.

-이번 이닝, 한수호 선수가 대기 타석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과연 그가 이번 이닝, 60홈런 고지에 오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애런 저지 선수 역시 네 번째 타석을 기다리고 있다 하는군요.

“이야…… 우리나라 선수가 60홈런이라니.”

“정말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마치 90년대에 코리안특급이 뛰었을 때가 연상되는 거 같아요.”

“기사님은 당시에도 메이저리그를 보고 계셨습니까?”

“아휴…… 당시에 메이저리그를 안 보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웠습니다. IMF로 힘든데, 우리나라 투수가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뛰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었죠.”

“당시 분위기가 지금하고 비슷했습니까?”

“당시에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제 생각에는 최근 분위기가 더 뜨겁다고 생각해요. 정말 어디를 가더라도 누굴 만나더라도 한수호 선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니까요.”

-딱-!!

-때렸습니다! 브라이스 하퍼의 안타!! 중견수 앞에 떨어지면서 무사 1루 찬스를 맞이합니다!!

“오~ 때렸다!!”

“한수호 선수가 들어오는군요.”

“제발……! 60홈런을 먼저 기록하면 좋겠습니다!”

“허허! 저도 그러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택시에서도.

한국 어디를 가더라도 수호의 경기가 틀어졌고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만큼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런 상황에서 수호가 타석으로 들어섰다.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60홈런을 눈앞에 둔 한수호 선수, 과연 여기에서 마침표를 찍을지 궁금합니다!

-타격페이스를 보면 충분히 가능할 걸로 보입니다만, 문제는 역시 로키스겠네요.

-맞습니다. 아무리 한수호 선수의 타격 능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투수가 승부하지 않는다면 방법이 없습니다.

그때 카메라가 로키스의 더그아웃을 비추었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보시 감독이 어떤 선택을 할 건지 궁금합니다.

모든 이의 시선이 집중됐을 때.

보시 감독이 로키스의 포수, 레이먼을 향해 수신호를 보냈다.

‘여기에서 우리가 홈런을 내준다면 60홈런을 내준 팀으로 역사에 남게 되겠지.’

메이저리그 팀들이 역사적인 기록을 달성 중인 선수들과의 승부를 피하는 이유는 명백했다.

역사에 남기 싫어서였다.

기록에는 그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물론 기록의 희생양 역시 남기고 있었다.

그리고 기록이 거론되는 만큼 희생양 역시 끊임없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것이 불명예스럽다고 생각해 기록을 달성 중인 선수와의 승부를 피하는 경향도 있었다.

하지만 보시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것도 야구의 한 부분일 뿐이다. 여기에서 60홈런의 희생양이 된다고 해서 창피할 건 없다.’

레이먼과 눈을 마주친 채 사인을 보낸 보시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부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야구를 할 것이다.

그게 보시 감독의 선택이었다.

* * *

타석에 들어선 수호가 깊게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레이먼이 그런 수호를 힐끔 바라보다 시선을 정면으로 옮기며 말했다.

“아무리 레코드 브레이커라 하더라도 60홈런을 앞두고는 긴장이 되는 거야?”

“긴장이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하하! 맞는 말이야! 만약 내가 거기에 서 있는 상태였으면 심장이 터져 버렸을걸.”

레이먼의 말에 수호가 피식 웃으며 타격 자세를 잡았다.

그런 수호의 상태를 체크한 레이먼이 사인을 보냈다.

‘긴장한 상태라면 반응이 느릴 수밖에 없어. 일단 얼마나 반응할 수 있는지 체크하자. 아웃코스 높은 곳으로.’

투수가 고개를 끄덕이고 자세를 잡았다.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온 파블로는 좌투수, 하퍼는 애당초 뛸 생각을 포기했다.

‘우리 루키의 분위기를 망칠 이유는 없지.’

만약 우투수였다 하더라도 뛰지 않았을 거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실수로라도 주루사를 당한다면 그것만큼 분위기를 깨는 일은 없을 테니까.

하퍼의 생각을 읽은 파블로가 무게중심을 옮기며 슬라이드 스텝을 밟았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보더라인 밖에서 아웃코스로 들어오는 절묘한 라인을 그렸다.

뻐어억-!!

워낙 절묘한 코스였기에 수호는 배트를 돌리지 않았다.

그게 실수였다.

“스트라이크!!”

-파블로의 95마일 빠른 공이 보더라인에 아슬아슬하게 걸칩니다! 초구는 스트라이크!!

-로키스는 한수호 선수와의 승부를 피할 생각이 없는 거 같군요.

로키스의 의도를 해설진도 눈치채기 시작했다.

당연히 수호 역시 알게 되었다.

‘승부하기로 결정했나 보군.’

[ㅇㅇ 그런 듯.]

[이게 야구지~]

[기록 희생양 되기 싫어서 피하는 게 무슨 야구냐~]

[제대로 승부하자.]

‘예.’

상대가 승부해 준다면 고마운 일이다.

60홈런이란 대업을 달성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면 베이브루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이미 그의 기록을 넘은 선수가 두 명이나 있지만, 수호에게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루스 선배님.’

[ㅇㅇ]

다른 의미란 바로 베이브 루스가 그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가 지켜보고 있을 때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것보다 의미 있는 건 없었다.

‘오늘 선배님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습니다.’

[오올~]

[제법 워딩이 괜찮아졌다?]

[이제는 어리바리한 모습이 많이 빠졌네.]

다른 레전드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그리고 루스 역시 만족한 듯 채팅이 올라왔다.

[잘 지켜보고 있을게.]

미소를 지으며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후우…….”

눈을 감고 호흡을 뱉어내고는 다시 눈을 떴다.

그런 수호의 시야에 닿는 풍경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집중…… 집중…….’

집중력을 더욱 끌어올리자 야수들이 하나둘 지워졌다.

이내 그의 시야에 닿는 그라운드에는 투수인 파블로와 그만이 남게 되었다.

사인을 교환한 파블로가 무게중심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도 파블로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견제는 없다.’

정말 파블로의 발이 앞으로 내디뎌졌다.

스트라이드를 내디딘 그의 발을 통해 힘이 이동하는 게 보였다.

그렇게 이동된 힘이 파블로의 신체가 회전하는 게 맞춰 상체로 이동하고 뒤이어 등을 타고 팔로 이동해 마지막에는 손끝에 도달했다.

그리고 공의 실밥을 채는 순간.

수호의 눈에 공이 이동하는 가상의 경로가 보였다.

‘커터.’

공의 궤적을 확인한 수호가 발을 내디뎠다.

타닥!!

그의 발이 배터박스의 끝에 도달해 단단히 고정됐다.

휘릭!!

뒤이어 하체와 허리를 돌리며 날아오는 공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리고 공이 히팅 포인트에 도달하기 직전.

후웅!!

모든 힘을 집중시켜 그대로 배트를 돌렸다.

휘릭!!

마지막 순간 공이 배트의 스윙 궤적을 피하려 변화가 일어났지만, 이미 수호는 공이 커터라는 걸 간파한 상황.

당연하게도 그런 변화를 예측했고 거기에 맞춘 스윙을 가져갔다.

즉, 이미 공이 빠져나갈 공간은 없다는 소리였다.

딱!!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 수호는 팔에 더욱 힘을 주며 마지막 순간까지 공에 힘을 실어 날려 보냈다.

부앙!!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배트가 등 뒤까지 돌았다.

그리고 반동으로 다시 튕겨 나오는 순간, 배트를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휘리리릭!!

그의 손을 떠난 배트가 화려하게 허공을 돌며 날아갔다.

-한수호 선수 2구를 강타!! 그리고 배트를 던진 한수호 선수!! 천천히 1루로 뛰며 타구를 바라봅니다!! 이번 타구, 좌측 담장을 향해 쭉쭉 뻗어 그대로 펜스를 넘어갑니다!!!

역사가 만들어졌다.

-60홈런!! 60홈런이 작렬합니다!! 한수호 선수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60홈런을 달성합니다!!

-가장 어린 나이이자 루키시즌! 거기에 아시아인 최초의 기록을 달성하는 순간입니다!!

카메라가 그라운드를 도는 수호를 비추었다.

-역사를 만들어낸 한수호 선수가 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의 역사적인 기록을 함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하퍼와 리얼무토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수호 선수가 홈플레이트를 밟습니다!!

홈에 들어온 수호가 기다리고 있던 하퍼와 리얼무토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미친 자식!! 잘했다!!”

“넌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구나.”

“감사합니다!!”

60홈런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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