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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127화 (126/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127화

수호가 애런 저지의 연타석 홈런 소식을 들은 건 전용기에서였다.

“헤이, 한! 저지가 연타석으로 홈런 날렸다는데?”

“뭐? 정말이야?”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둘이 다시 동점이 됐네.”

“이야…… 너희들 정말 어떻게 달아나질 못하는구나?”

“이 정도면 저지도 정말 이를 갈았네.”

로버트의 한마디에 전용기가 들썩였다.

저지와 수호의 홈런대결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었다.

당연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대결이라 불릴 맥과이어 vs 소사를 뛰어넘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

이런 대결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선수들에게도 큰 자극제가 되었다.

“하필이면 이동일에 쉴 때 저지 녀석이 연타석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어버리냐.”

“어쩔 수 없죠. 경기 수는 제가 더 뒤지고 있으니 문제없습니다.”

“그래! 그런 마인드면 되는 거야!”

하퍼의 격려를 받으며 수호는 어서 다음 날이 오길 기다렸다.

두 선수의 홈런대결이 점점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었다.

언론들 역시 이런 분위기를 부추겼다.

[역대급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는 2027시즌의 메이저리그! 과연 60홈런 고지에 먼저 오를 선수는 누구인가?!]

[40홈런과 50홈런을 먼저 밟았던 한수호 선수가 60홈런에 먼저 오를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인 상황! 하지만 변수는 상대 팀의 한수호 기피 현상이다.]

[한수호는 과연 상대 팀의 집중견제를 뛰어넘어 60홈런 고지를 먼저 선점할 수 있을 것인가?]

[애런 저지의 엄청난 후반기 페이스! 미궁으로 빠지는 홈런대결의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연타석 홈런을 터뜨린 저지였지만, 사람들은 수호가 60홈런 고지에 먼저 밟을 거란 의견을 내놓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수호 다음 경기가 로키스전임.

-그것도 쿠어스 필드에서 펼쳐지지.

-사실상 한수호의 원맨쇼 아니겠냐?

-투수들의 무덤에서 리그 최고의 타자가 뛴다? 이건 이미 끝난 게임이지.

-60홈런이 문제가 아니라 과연 몇 개나 추가할지가 궁금한 거임.

메이저리그에는 다양한 구장이 존재한다.

그리고 구장들은 각각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곳은 펜스까지의 길이가 길어서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이 있고 어딘가는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이 있었다.

그중에서 쿠어스 필드는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이었다.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마찰력이 적어지면서 공의 무브먼트가 줄어들게 된다.

이는 무브먼트를 중요시하는 최근 투수들의 메커니즘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브레이킹볼은 물론 패스트볼 역시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투수들의 구위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자연스레 타자는 투수들을 공략하기 쉬워지면서 안타와 홈런이 자주 나오는 구장이 되었다.

-이번 시즌 첫 쿠어스 필드 출장이지만, 수호가 어떤 기록을 남길지 벌써부터 기대되네.

팬들이 기대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 * *

쿠어스 필드에 도착한 수호에게 레전드들의 엄청난 잔소리가 쏟아졌다.

[쿠어스 필드에선 일단 뛰는 걸 자제해야 해.]

[ㅇㅈ. 숨 쉬는 게 힘들어진다.]

[우리야 여기에서 뛰어본 적이 없지만, 데이터를 보면 고지대에서 체력 소모를 조심해야 한다.]

레전드들은 대부분 50년대 이전에 활약했었다.

반면 쿠어스필드는 1995년에 완공되어 사용되어온 구장이었다.

레전드들이 뛰어본 적이 없는 미지의 구장인 셈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레전드들이 연구를 멈추지 않는 공부광들이란 점이었다.

그렇기에 수호에게 여러 어드바이스를 해주는 데 문제가 없었다.

‘확실히 러닝을 하는 거 자체가 힘드네요. 가볍게 뛰는 건데도 호흡이 힘든 기분이 들어요.’

[실제로 공기밀도가 낮으니까. 괜히 고산병 같은 게 무서운 게 아니야.]

[쿠어스 필드에서 뛰면서 가장 주의해야 할 건 컨디션 관리다.]

[원래 중요하긴 하지만, 여기에서 하는 건 더더욱 중요하지.]

수호를 걱정하는 건 레전드들만이 아니었다.

뻐어억-!!

“나이스 볼!”

실내 불펜장에서는 한창 투수들이 공을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경기 선발로 나갈 잭 휠러 역시 힘차게 공을 뿌리며 자신의 컨디션을 점검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공을 받아 든 잭이 맞은편에 앉은 리얼무토에게 물었다.

“그런데 정말 괜찮겠어? 나이 들어서 괜히 무리했다가는 부상이 오래갈 수도 있어.”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나이로 공격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

“하하! 괜히 내 공을 받다가 더 심해졌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거야!”

농담을 던지는 잭을 보며 리얼무토가 피식 웃었다.

“걱정 마. 네 녀석의 공은 오십이 되어서도 받아줄 수 있으니까.”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분 거야? 원래라면 더 쉬었을 텐데.”

“쉬어도 상관없긴 한데. 쿠어스 필드에서 녀석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좀 주고 싶어서 말이야.”

리얼무토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가오는 잭이 건네는 공을 받아 들었다.

“녀석이라면 수호를 말하는 거야?”

잭의 질문에 리얼무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쿠어스 필드에서 제대로 뛰려면 체력 보전을 해야 할 거야. 포수까지 보게 된다면 상당히 힘이 들 테니. 그 역할을 내가 해줘야지.”

“오올~ 언제부터 수호를 그렇게 챙겼다고 그래?”

“녀석은 메이저리그의 미래를 이끌 거야. 이번 시즌 성적을 보고 있으면 도대체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을 정도야.”

“메이저리그의 미래? 필리스의 미래가 아니고?”

잭의 질문에 리얼무토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과연 필리스가 녀석을 잡아둘 수 있을까?”

“음…….”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필리스가 녀석을 품을 수 있을 정도일진 모르겠네.”

“하긴…… 어쨌든 네가 수호를 그렇게 생각한다니 좋네. 나도 녀석을 꽤 아끼거든.”

“하하! 재능 있는 후배를 보고 있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

“맞는 말이야.”

두 베테랑이 웃으며 실내 불펜장을 나섰다.

* * *

콜로라도 로키스.

쿠어스 필드를 홈구장으로 이용하며 공격적인 야구를 하는 팀으로 유명했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들 중 가장 마지막에 창단한 팀이자,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호령하기도 했었다.

현재는 투타 밸런스가 잘 갖추어진 팀으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오늘은 투수들의 무덤인 쿠어스 필드에서 인사드립니다! 오늘 경기가 어떻게 풀려갈까요?

-필리스는 잭 휠러를 선발로 내세웠고 로키스는 에이스 버든 선수를 출격시키면서 상당히 안정된 마운드가 가동될 걸로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타석에서는 역시 한수호 선수의 홈런포가 가동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겠죠.

-동감입니다. 현재 애런 저지와 홈런 공동 선두에 올라서 있는 한수호 선수가 다시 홈런포를 가동하면서 도망갈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오늘 경기에서 60홈런의 주인공이 나타날지 기대됩니다.

아직 60홈런까지는 2개가 남아 있는 상황이었지만, 수호의 몰아치기 능력이면 언제든지 60홈런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중계진 역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현재 시각, 애런 저지 역시 뉴욕 메츠와 시티필드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습니다. 과연 오늘 역사적인 60홈런이 나올지! 그리고 그 주인공이 누가 될지! 이제 그 뚜껑을 열어볼 시간입니다!!

“플레이볼!!”

-구심의 외침과 함께 필리스의 공격으로 게임 시작합니다!!

경기가 시작됐다.

조니 로버트가 타석에 들어서고 대기 타석에는 하퍼가 기다렸다.

그리고 수호는 더그아웃의 계단에 서서 로키스의 선발투수인 버든을 바라봤다.

‘투수들의 무덤인 쿠어스 필드에서 던지면서도 2년 연속 15승을 거둔 투수라…….’

[그 정도면 개쩌는 거 아니냐?]

[다른 곳에서 뛰었다면 최소 18승에서 20승을 한다는 소리네.]

[괜히 FA 되면 다른 구단이랑 계약한다는 말이 도는 게 아니구나.]

버든이 왜 로키스의 에이스인지 1회부터 그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첫 타자 조니 로버트를 4구 만에 돌려세우는 버든 투수!

-고지대에서도 저 정도로 변화하는 브레이킹볼을 던지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쿠어스 필드의 지배자라는 별명이 괜히 생긴 게 아닙니다!

버든의 브레이킹볼은 인상적이었다.

특히 종으로 변화하는 슬라이더가 일품이었다.

‘분명 가슴 높이에서 들어오다가 뚝 떨어지더니 골반으로 들어오다니.’

[이야…… 저 정도면 커브라고 해도 되겠는데?]

[종슬라이더지만, 파워커브의 성격을 가지고 있네.]

[그런데 구속은 일반적인 파워커브보다는 빠르고.]

[타자가 대처하기 힘든 게 사실이겠다.]

커브는 본래 종의 변화가 가장 큰 변화구 중 하나였다.

대신 구속이 느린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파워커브는 이런 변화가 적은 대신에 구속이 빨라 타자들이 대처하는 게 상당히 어려웠다.

그런데 버든의 종슬라이더는 이런 파워커브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같은 높이로 들어오는 체인지업도 있어서 공략하는 게 더 힘들어 보이네요.’

[ㅇㅇ 차라리 패스트볼을 공략하는 게 낫긴 하겠는데. 쿠어스 필드라서 그런지 100마일을 쉽게 찍어버리네.]

쿠어스 필드는 다른 구장에 비해 투수의 구속 자체는 더 나오는 편이었다.

이는 마찰력이 적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었다.

아무리 무브먼트가 적다지만 100마일의 공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상대하는 게 상당히 까다로운 투수네요.’

[그러네.]

[확실히 한팀의 에이스를 맡는 게 이상하지 않은 투수다.]

수호가 대기 타석에 들어서 버든에 대한 분석을 계속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오오!!”

“젠장! 이 녀석이 먼저 때렸네!!”

등 뒤의 관중석이 소란스러워졌다.

원래 관중석은 언제나 시끄러웠기에 수호는 별로 신경 쓰지 않은 채 분석을 이어갔다.

그때 한 관중이 수호에게 외쳤다.

“헤이! 한!! 저지 녀석이 방금 홈런을 때렸어!!”

저지의 홈런 소식이 전해졌다.

* * *

애런 저지의 홈런은 중계진에게도 바로 전달됐다.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양키스와 메츠의 4회 초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애런 저지가 선발투수의 3구를 받아쳐 59호 홈런을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아~ 이걸로 한수호 선수가 근 두 달 동안 지켜오던 홈런 선두를 내주게 되었네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60홈런까지 애런 저지가 한 발자국 먼저 다가가게 되었네요.

중계진이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수호가 기록에 먼저 올라서길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우리 한수호 선수도 늦지 않았습니다! 이제 1회예요! 오늘 경기에서 홈런을 만들어서 다시 선두에 올라서면 됩니다!

-맞습니다! 한수호 선수도 홈런을 때려내면…….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공 3개를 공격적으로 집어넣으며 브라이스 하퍼를 돌려세우는 버든 투수!! 오늘 피칭이 매섭습니다!!

버든이 브라이스 하퍼를 단 공 3개로 돌려세웠다.

최근 타격감이 좋았던 하퍼였기에 그런 그를 이렇게까지 압박했다는 것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아웃 카운트 두 개를 잡아낸 버든 투수! 그리고 타석에는 한수호 선수가 들어섭니다!!

타석에 들어선 수호가 가볍게 배트를 돌리고는 타격 자세를 취했다.

‘역시 애런 저지는 대단해. 나를 다시 앞지르다니.’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해주는 라이벌이었다.

“후우…….”

처음 시즌이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메이저리그에 정착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지금은 목표가 조금 바뀌었다.

‘반드시 이기겠어.’

애런 저지를 앞지르겠다.

당장 눈앞에 주어진 목표에 수호의 집중력이 크게 올라갔다.

-버든이 공을 뿌립니다!!

“흡!!”

쐐애애액-!!

버든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타닥!

스트라이드를 내디딘 수호가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그 순간 공이 밑으로 뚝 떨어져 수호의 스윙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수호의 집중력은 그런 공의 움직임을 예측하게 해주었다.

‘놓치지 않는다!’

후웅!!

자세를 낮춰 스윙의 궤적을 바꾼 수호의 배트에 공이 그대로 걸려들었다.

딱!!

-때렸습니다!!

공이 맞는 순간 직감할 수 있었다.

-이번 타구…… 좌측 펜스를 넘기는 홈런입니다!!

배트를 던진 수호를 향해 관중들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시즌 59번째 홈런을 작렬시키는 한수호 선수!! 다시 애런 저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시즌 60홈런까지 단 1개만을 남겨두게 됩니다!!

그라운드를 돌아 홈플레이트를 밟은 수호가 손을 들어 검지를 펼쳤다.

‘반드시 이기겠어.’

승리를 다짐하는 세리머니에 관중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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