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124화
수호의 송구 속도는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포수의 송구가 90마일이 될 수가 있음?
└가능은 하지.
└└없었던 건 아님.
-스탯캐스트 다녀왔는데. 일단 올 시즌에는 최고 구속이네.
-이 정도면 전성기 호르헤 알파로 수준인데?
└걔가 그렇게 빨랐었나?
└└전성기 시절에 90마일도 찍었지.
-진짜 수호는 못 하는 게 없네.
-타격도 잘해, 송구 능력도 좋아, 수비도 쩔어. 거기에 이제 어깨까지 가지고 있네.
-이 정도면 투웨이 각 아니냐?
└그건 좀…….
└└하나만 하는 게 좋지.
-인기스타는 다르긴 하네.
-앤서니는 올라와서 공 하나 던지고 그냥 내려가네.
└개꿀 ㅋㅋ
앤서니의 등판에 불안했던 팬들이지만, 수호의 엄청난 송구로 이닝이 마무리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건 벤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앤서니가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테스트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어려운 상황에 등판시켰던 건데. 수호 녀석이 테스트할 기회를 없애버렸군.’
어처구니없는 녀석이다.
마운드가 아닌 캐처박스에서 90마일의 공을 뿌리다니.
만약 마운드에서 제대로 폼을 잡아 던진다면 95마일 이상의 공을 뿌릴 수 있다는 소리였다.
‘일단 앤서니를 다음 이닝까지 던지게 해야겠군.’
고작 1개의 공을 던졌다.
그걸로 마지막 테스트를 끝낼 순 없었다.
그렇기에 다음 이닝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 * *
수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딱!!
-때렸습니다!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선두타자 하퍼가 안타를 기록하며 1루 베이스를 밟습니다!
뒤이어 수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한! 한! 한! 한!!”
수호의 등장에 로저스 센터가 들썩였다.
-오늘 경기 처음으로 주자 있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는 한수호 선수! 과연 블루제이스는 여기에서도 고의사구로 그를 내보낼까요?
그럴 리 없었다.
그동안에는 주자가 없었기에 내보냈을 뿐이었다.
주자를 쌓이게 만들면 까다로워지는 걸 알기에 그를 피할 생각이 없었다.
‘승부하도록 해.’
벤치의 사인이 나오자 블루제이스 배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수호 선수가 자세를 잡자 배터리가 사인을 교환합니다.
-초구에 어떤 공을 던지느냐에 따라 블루제이스의 결정을 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투수 세트포지션에서 공 던집니다!
쐐애애액-!
퍽!
“스트라이크!!”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보더라인에 걸칩니다! 첫 번째 공은 스트라이크가 됐습니다!
-중심에서 오다가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체인지업이었는데. 절묘하게 보더라인에 걸치네요.
-이걸 봤을 때 블루제이스가 승부할 걸로 보이시나요?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블루제이스 입장에서도 더 이상 주자를 쌓이게 만들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해설위원의 판단은 정확했다.
이후에도 연달아 존으로 공을 밀어 넣으며 투수는 수호를 압박했다.
딱!!
“파울!!”
퍽!
“볼.”
-3구는 볼입니다! 아슬아슬하게 공이 빠졌습니다!
-한수호 선수의 선구안이 빛나는 장면이었습니다. 공 반 개보다 조금 더 빠지는 거였는데. 이걸 골라내네요!!
-원볼 투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낸 한수호 선수! 블루제이스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든 한수호 선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싶을 겁니다!
-맞습니다. 삼진이 아니더라도 그를 범타로 처리하면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을 테니까요!
수호는 필리스의 원동력과 같은 선수였다.
그가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필리스 전체의 분위기가 바뀐다.
반대로 말하면 그를 잡아낼 수 있다면 필리스의 분위기를 다운시키고 블루제이스의 분위기를 업시킬 수 있다는 소리였다.
‘어떻게든 잡는다.’
무엇보다 수호라는 대어를 잡을 수 있다는 건 투수에게도 강한 동기부여를 주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인 그를 잡아낸다면 투수들의 명성도 높아질 테니 말이다.
‘한 번 더 유인구로 가자.’
‘오케이.’
그래도 상대가 수호였기에 마지막 순간까지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들이 결정한 공은 커브.
투수가 세트포지션에서 1루 주자, 하퍼를 견제하고 스트라이드를 내디뎠다.
“흡!!”
쐐애애액-!!
-4구 던졌습니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마치 존을 향해 빨려 들어오듯 포물선을 그리는 궤적에 수호가 발을 내디디며 히팅 포인트를 형성했다.
후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배트가 돌아갔다.
그 순간 공이 스윙의 궤적에서 벗어나 더욱 밑으로 떨어졌다.
수호는 그걸 놓치지 않고 상체를 뒤로 젖히며 스윙의 궤적을 바꾸었다.
마치 누워서 스윙을 하는 것과 같은 자세가 되었지만, 그의 스윙에는 엄청난 파워가 담겨 있었다.
딱!!
-때렸습니다!! 높게 떠오른 타구!!
카메라가 날아가는 타구를 쫓았다.
빠르게 날아가 그대로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가 비추어지면서 로저스 센터를 찾은 팬들이 일제히 환호를 내질렀다.
“한! 한! 한! 한!!”
“넘겼다!!”
“저런 자세로 넘기냐?!”
“역시 한수호!! 너는 진짜 괴물이다!!”
-한수호 선수 넘겼습니다!! 떨어지는 커브에 맞춰 스윙을 궤적을 바꾸어버리는 엄청난 스킬입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저런 자세로 홈런을 만들어낸다는 게 신기할 정도네요.
-이걸로 시즌 56호 홈런을 기록하는 한수호 선수!! 마의 60홈런까지 이제 단 4개를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60홈런 고지를 눈앞에 두게 된 수호였다.
* * *
수호의 투런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거기에 분위기도 가져왔다.
하지만 블루제이스가 경기를 포기한 건 아니었다.
-이번 이닝 블루제이스는 1번 타자가 선두타자로 나섭니다. 그리고 세 번째 타석에는 괴수 게레로 주니어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 내내 경기를 주도했던 블루제이스지만, 한수호 선수의 한 방으로 단숨에 경기가 역전됐습니다.
블루제이스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동점을 만들거나 다시 역전할 필요가 있었다.
반면 필리스는 12연승을 위해 반드시 막아야 했다.
아주 중요한 순간에 마운드에 오른 앤서니는 심장이 터질 거 같았다.
‘왜 하필 이런 순간에 마운드에 있는 게 나야?’
그때 수호가 마운드로 다가와 앤서니에게 말했다.
“이번에도 나만 믿고 던져.”
간단한 한마디였지만, 묘하게 뛰는 심장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그의 뇌리에는 이전 이닝에서 주자를 잡아내는 수호의 모습이 각인되어 있었다.
‘저 괴물 같은 녀석만 믿고 던지면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
앤서니의 눈에는 수호가 괴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수비에서 그런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더니 타석에서도 홈런을 만들어내다니.
그게 괴물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저 녀석을 믿자.’
벼랑 끝에 몰린 자신을 구해주겠다는데, 믿지 못할 건 뭐라 말인가?
고개를 끄덕인 앤서니가 로진을 손에 묻혔다.
캐처박스에 도착한 수호는 숨을 몰아쉬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가볼까.’
오랜만의 수비다.
긴장을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수호는 긴장되지 않았다.
오히려 흥분되었다.
‘자, 들어와. 너희의 하나하나를 체크해서 약점을 찾아줄 테니까.’
그의 눈이 타자들을 면밀히 관찰하며 약점을 찾아냈다.
타자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데이터가 되어 수호의 눈에 들어왔다.
‘인코스, 전력으로 뿌려.’
‘오케이.’
수호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인 앤서니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투수, 1구 던집니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타자의 몸쪽으로 날아들었다.
사이드암의 특징상 타자의 입장에선 몸에 맞는 공으로 보였다.
깜짝 놀라 상체를 뒤로 젖힌 순간, 공의 궤적이 살짝 바뀌면서 존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수호의 눈에는 공이 존에 들어오지 못하는 걸로 보였다.
판단을 내린 수호가 상체를 들어 구심의 눈을 속이고 미트의 웹으로 공을 잡았다.
촤아아앗!!
동시에 올렸던 상체를 내리며 구심의 시야를 정상으로 만들어주었다.
그 결과.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입니다!! 타자는 어리둥절한 듯 구심을 한번 쳐다봤지만, 이렇다 할 항의는 하지 않습니다!
-타자 입장에서는 공이 빠진 걸로 보였을 겁니다만, 어쨌든 구심의 볼판정은 이미 나왔으니까요!
만약 수호의 프레이밍이 없었다면 볼이 맞았다.
하지만 구심은 스트라이크 콜을 내렸고 그것으로 타자가 임의로 설정한 스트라이크존에 균열이 일어났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딱!!
“파울!!”
-2구 바깥으로 벗어나는 공을 때렸습니다만, 파울이 됩니다!
퍽!
후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3구 헛스윙합니다!! 오늘 경기 정교한 타격과 정확한 선구안을 보여주었던 블루제이스의 선봉장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초구의 영향이 컸던 거 같습니다. 한수호 선수의 프레이밍으로 인해 타자 본인이 가지고 있던 스트라이크존이 무너지면서 제대로 스윙을 하지 못했습니다!
수호의 영향력이 게임 전반에 끼치고 있었다.
첫 번째 타자를 삼구삼진으로 잡아낸 앤서니는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높게 떠오른 타구, 중견수가 뒤로 물러나며 가볍게 잡아냅니다! 두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
두 번째 타자까지 돌려세웠다.
앤서니가 처음으로 3명의 타자를 상대로 안타를 허용하지 않은 채 아웃 카운트를 모두 올린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마지막 남은 벽이 있었다.
-2사 상황에서 타석으로 괴수 게레로 주니어가 들어섭니다!!
오늘 경기에서 안타와 타점을 기록했던 게레로 주니어의 등장에 블루제이스 팬들이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주니어!! 너만 믿는다!”
“여기에서 한 방 날려 버려!!”
“일단 동점만 만들자!!”
팬들이 원하는 건 게레로 주니어의 홈런이었다.
이틀간의 타격 페이스를 보면 충분히 가능한 상황.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매디슨 감독이 고민에 들어갔다.
‘여기에서 투수를 교체해도 되고 주니어를 고의사구로 내보내는 것도 선택지의 하나다.’
주자가 없는 상황.
게레로 주니어를 내보내더라도 위험할 건 없다.
투수 교체 역시 마찬가지다.
앤서니는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투구 수가 10개도 되지 않는 것이 교체를 주저하게 만들긴 했지만, 게레로 주니어를 상대하는 건 어렵다는 게 매디슨의 생각이었다.
그때 수호가 더그아웃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매디슨과 눈이 마주친 그가 고개를 저었다.
‘교체나 고의사구 모두 하지 말라는 건가?’
수호가 직접 의사 표현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만큼 앤서니를 믿는단 소리였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매디슨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서 해보라는 허락이 떨어지자 수호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땅을 훑었다.
‘자, 괴수 사냥이다.’
그리고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였다.
‘인코스.’
1구를 몸쪽으로 요구하고.
‘높게 전력으로 뿌려.’
코스를 정확히 정해주었다.
높은 코스라는 것이 의아했지만, 앤서니는 이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녀석을 믿어라. 녀석을 믿어!’
앤서니의 눈에는 괴수가 보이지 않았다.
오직 수호의 미트만이 보일 뿐이었다.
“흡!!”
-1구 던졌습니다!!
쐐애애액-!!
몸쪽 높은 곳으로 날아오는 공에 게레로 주니어의 상체가 뒤로 젖혀졌다.
뻐어억-!!
“볼.”
-1구 볼입니다! 다소 위험한 코스로 들어가면서 주니어의 자세가 완전히 무너집니다!
-이번 공은 위험했습니다. 피하지 않았다면 몸에 맞았을 수 있어요!
앤서니의 투구가 조금 불안해졌다.
하지만 이건 미끼에 불과했다.
-2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이번에도 몸에 붙어오는 공에 게레로 주니어가 움찔했다.
초구의 잔상이 남았기에 그의 상체가 절로 뒤로 젖혀졌다.
그 순간.
휘릭!!
공의 궤적이 변하며 존을 파고들었다.
퍽!
“스트라이크!!”
-슬라이더가 보더라인에 걸칩니다!
-마지막 순간 한수호 선수의 프레이밍도 공을 스트라이크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주니어 입장에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초구는 그의 뇌리에 잔상을 만들었다면 2구는 존을 흔들리게 만들었다.
‘여기에서 결정 짓는다.’
수호가 사인을 보내자 고개를 끄덕인 앤서니가 와인드업에 이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높게 날아들었다.
구종은 포심 패스트볼.
분명 존을 벗어나는 공이었지만, 주니어의 배트는 돌아갔다.
딱!!
배트의 위에 맞은 공이 떠올랐다.
높게 떠오른 게 아니었기에 파울이 될 확률이 높은 공이었다.
그 순간, 마스크를 집어 던지며 수호가 타구를 쫓았다.
대기 타석을 향해 떨어지는 타구를 향해 수호가 핏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며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촤아아앗-!!
퍽!
공은 그런 수호의 위로 떨어졌고 정확히 미트 속으로 들어갔다.
“아웃!!”
-아웃입니다!! 낮게 떠오른 파울타구를 허슬플레이로 잡아내는 한수호 선수!! 게레로 주니어가 허무하게 물러납니다!!
앤서니가 처음으로 무실점 경기를 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