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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121화 (120/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121화

    리버스 내추럴 사이클.

    1루타부터 시작해 홈런까지 차례로 기록하는 내추럴 사이클과는 반대로 홈런부터 시작해 1루타까지 기록하는 히트 포 더 사이클을 의미했다.

    물론 정식 명칭은 아니다.

    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꽤 유의미한 기록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걸 기록하고 있는 게 수호라는 점이 팬들을 들뜨게 만드는 요소였다.

    -데뷔 첫해에 히트 포 더 사이클을 달성한 것도 모자라서 내추럴 사이클로 장식하더니, 이제는 2회를 하려고 하네.

    └그것도 이번에는 리버스 사이클임.

    └└진짜 ㅋㅋ 이게 말이 되냐?

    -만화 같은 캐릭터다 정말.

    -오타니 등장할 때도 믿을 수 없었는데. 얘는 더 믿을 수 없게 만드네.

    └사실 오타니 덕분에 그러려니라는 생각이 들긴 함.

    └└나는 오타니보다 얘가 더 임팩트가 큼.

    -내추럴 사이클, 리버스 사이클을 한 시즌에 달성하는 건 메이저리그 역대 최초네.

    └아직 달성 전임.

    └└솔직히 안타 하나 남았는데. 이 정도면 달성 아니냐?

    └└└수호한테는 안타 치는 게 더 힘들 듯?

    -솔직히 수호가 리버스 사이클 실패하면 안타가 아니라 홈런 때려서임.

    └ㅇㅈㅋㅋ

    팬들은 수호가 히트 포 더 사이클을 실패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4할 타율이 넘는 그에게 안타 하나를 때려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니 말이다.

    문제는 그의 장타율이었다.

    장타율이 7할 후반을 유지하는 그에겐 단타를 쳐야 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었다.

    -한수호 선수의 활약으로 다시 점수를 벌리기 시작한 필리스입니다!

    -공격의 흐름이 필리스에게 넘어갔어요!!

    박빙을 이루던 경기가 수호의 2루타로 기울기 시작했다.

    필요한 순간에 나온 점수였기에 더욱 블루제이스를 압박했다.

    하지만 블루제이스 역시 반격의 칼을 갈고 있었다.

    -이번 이닝 블루제이스도 타순이 좋습니다! 1번 타자부터 공격이 시작되는 블루제이스!

    블루제이스가 공격에서 필리스 역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필리스의 마운드에 변화가 생깁니다. 필승조를 투입하기 시작하네요!

    -불펜의 최고참 투수인 페드로 텔레스를 등판시킵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가장 믿음직한 카드 중 하나죠.

    선수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페드로지만, 여전히 필리스에선 없어서는 안 될 선수였다.

    그는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묵묵하게 수행해 나갔다.

    퍽!

    “스트라이크!”

    -3구 스트라이크입니다! 투볼 원스트라이크를 만드는 페드로!

    처음 2개의 공을 모두 빼면서 타자의 존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딱!!

    “파울!”

    -파울이 나옵니다! 투볼 투스트라이크로 순식간에 불리한 카운트를 극복하는 페드로!

    -이게 바로 베테랑의 노련함입니다! 비록 연달아 볼이 들어갔지만, 금세 영점을 잡아내며 볼카운트를 오히려 유리하게 가져갑니다!

    이제는 타자가 몰리는 상황.

    리얼무토의 사인을 받은 페드로가 공격 카드를 꺼내 들었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빠르게 타자의 몸쪽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타자가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리는 순간.

    우뚝!

    공이 허공에 멈췄다.

    체인지업이었다.

    하지만 타자는 스윙을 멈추지 못하고 그대로 배트를 돌렸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배트 끝에 맞은 타구! 투수에게 돌아갑니다. 페드로 잡아서 그대로 1루로!

    퍽!

    “아웃!”

    -아웃입니다!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깔끔하게 잡아내는 페드로!

    페드로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첫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갔다.

    시작은 나빴지만, 금세 평소의 페이스를 찾아내며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는 게 베테랑답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뒤이어 두 번째 타자마저 삼진으로 돌려세운 페드로의 앞에 괴수가 나타났다.

    -투아웃에서 괴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오늘 경기 홈런과 안타를 때려내며 멀티히트를 기록한 게레로 주니어가 이번에도 안타를 추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게레로 주니어가 타석에 서자 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수호도 세 번째 타석에서 2루타를 추가했잖아. 그러니 이번에는 게레로가 해내지 않을까?”

    “먼저 도발했으니, 그 정도는 해야 되지 않겠어?”

    “헤이! 주니어!! 이번에는 3루타 기록해서 너도 히트 포 더 사이클 가자!!”

    “그래! 한 경기에 두 번 나와도 괜찮잖아!!”

    “아니면 홈런을 날려 버려!!”

    팬들의 외침이 게레로 주니어의 귀에 들려왔다.

    ‘쳇……. 나도 알고 있다고.’

    그 역시 수호가 히트 포 더 사이클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직전 타석에서 그가 보여준 세리머니는 분명 안타 하나만 남았다는 걸 의미하는 것일 테다.

    “후우…….”

    경기 전부터 선수에 대한 도발은 자신이 했다.

    거기에 따른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게레로 주니어는 몰아쉬는 숨으로 그걸 모두 날려 버렸다.

    ‘이런 압박감이 오히려 마음에 든단 말이지.’

    스스로 압박을 느껴야 본래 실력 이상을 내는 선수들이 있었다.

    게레로 주니어 역시 그런 타입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스스로 말을 지키지 못하는 것만큼 창피한 일은 없었다.

    그렇기에 게레로 주니어는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평소보다 더욱 높은 집중력에 그의 귀에 들려오던 소음이 점점 줄어들었다.

    ‘한번 날려볼까.’

    타석에 들어서 자세를 취하자 리얼무토가 그를 유심히 살폈다.

    ‘집중력이 상당히 좋다. 함부로 던졌다가는 얻어맞기 좋겠어.’

    게레로 주니어의 변화를 빠르게 간파한 리얼무토가 조심스럽게 사인을 보냈다.

    -괴수 게레로 주니어를 상대로 페드로가 1구를 던집니다!

    쐐애애액-!

    딱!!

    “파울!!”

    -파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홈런성 타구를 만들어내는 괴력을 보여줍니다!

    -게레로 주니어의 타격감이 무시무시하다는 게 느껴지네요. 바깥쪽 낮은 코스로 잘 제구된 공이었는데, 저걸 홈런성 타구로 만들어냅니다.

    -확실히 블라디미르 게레로의 아들답습니다.

    -배드볼 히터였던 아버지를 정말 닮은 거 같습니다.

    -말씀드린 순간, 페드로가 2구를 던집니다!

    퍽!

    “볼.”

    -2구는 떨어지는 커브, 하지만 주니어의 배트를 유도해 내기는 다소 밋밋했습니다.

    -초구에 놀라서인지 바로 유인구로 유도했습니다만, 게레로 주니어의 선구안이 나쁘지 않습니다.

    볼카운트 원볼 원스트라이크.

    리얼무토는 여기에서 한 번 더 주니어를 유인하기로 했다.

    ‘체인지업으로 가자.’

    ‘오케이.’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었던 체인지업의 사인에 페드로가 고개를 끄덕이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페드로 3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타닥!

    게레로 주니어가 스트라이드를 내디디며 스윙을 시작했다.

    그의 배트가 막 돌아가려는 찰나, 공이 허공에 멈췄다.

    이대로 주니어의 배트가 돌아가 홈플레이트 위를 지난다면 페드로와 리얼무토의 의도대로 된다.

    하지만 오늘 주니어의 집중력은 그런 두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주니어의 배트 역시 멈추면서 변화를 일으킨 체인지업의 속도에 타이밍을 맞추었다.

    후웅!!

    딱!!

    그 결과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순식간에 외야로 날아갔다.

    하지만 타구에 정확한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 듯 급격하게 떨어지더니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가 만들어졌다.

    -장타코스! 게레로 주니어가 1루를 돌아 2루로 내달립니다!

    결과는 2루타.

    게레로 주니어 역시 3연타석 안타를 기록하며 히트 포 더 사이클까지 3루타 한 개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 * *

    대중의 관심은 이제 두 선수가 모두 히트 포 더 사이클을 달성할 수 있는지에 집중되었다.

    -한수호 선수와 게레로 주니어! 두 선수 모두 대기록까지 단 1개의 기록만을 남겨두게 되면서 경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괴수와 레코드 브레이커의 만남이 이런 진기록을 쏟아낼지 꿈에도 몰랐습니다!

    스코어는 어느덧 9 대 4까지 벌어졌다.

    경기는 이제 필리스에게 기운 상황이었다.

    필리스의 매디슨 감독은 당연하게도 불펜을 아끼는 선택을 내렸다.

    -페드로를 1회만 쓰기로 결정한 매디슨 감독이 세 번째 투수를 앤서니로 선택합니다.

    앤서니가 마운드에 올랐다.

    아직 신인인 그에게 부담 없는 상황에서 공을 던질 수 있게끔 배려해 준 것이다.

    문제는 앤서니가 이런 배려를 받아내질 못했다는 점이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아~ 다시 볼넷을 내주는 앤서니 투수! 이걸로 1사 만루의 위기를 맞이합니다!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잘 잡아냈지만, 이후 안타를 허용하면서 급격하게 흔들리네요.

    -결국 매디슨 감독이 다시 마운드에 오릅니다!

    결국 아웃 카운트 단 1개만 잡아내고 마운드를 내려온 앤서니가 더그아웃에 앉아 고개를 떨구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수호는 다시 그라운드로 시선을 옮겼다.

    [와~ 냉정한 거 보소.]

    [위로 한마디 안 해주냐?]

    ‘지금 상황에서는 어설픈 위로보다는 스스로 잘못을 찾는 시간이 더 도움이 될 테니까요.’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지.]

    [동감임. 괜히 위로해 줘봤자 본인이 잘못을 찾지 못하면 쟤한테 남는 건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는 것밖에 없음.]

    [여긴 그런 곳이지.]

    메이저리그는 적자생존이다.

    결국 본인이 강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은 남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남은 건 안타 하나, 하지만 상대 역시 그걸 알고 있기에 정면승부는 최대한 피하겠죠.’

    [ㅇㅇ 그렇겠지.]

    [기록의 희생양이 되고 싶진 않을 듯.]

    [그런데 상대 감독 성향상 그냥 승부할 가능성도 크다.]

    [하긴 그것도 그렇네.]

    [오늘 경기에서도 하루 종일 승부해왔잖아.]

    토드 감독은 공격적인 성향이었다.

    그리고 기록의 희생양이 되는 것에 별다른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무엇보다 지금 박빙의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너의 기록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지.]

    [일단 너는 집중력을 최대한 유지해라.]

    ‘예.’

    레전드들의 조언을 들으며 수호가 집중력을 날카롭게 유지했다.

    * * *

    수호가 대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7회 초! 한수호 선수가 대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아웃 카운트 하나가 올라간 상황에서 수호가 타석으로 걸어왔다.

    “한! 한! 한! 한!!”

    -그의 등장에 로저스 센터가 들썩입니다!!

    -어웨이 경기지만, 그의 대기록에 마치 홈구장과 같은 모습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TV 중계 화면에는 이미 수호의 리버스 내추럴 사이클과 관련된 정보가 떠 있었다.

    -과연 한수호 선수가 또 한 번 메이저리그의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길 수 있을 것인지! 그가 타석에 섰습니다!!

    수호가 타석에 섰다는 사실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전파됐다.

    순간 시청률이 60퍼센트를 넘어섰고 인터넷에서는 수호의 이번 타석을 스트리밍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자! 한수호 선수 들어왔고요!

    -수호야 가즈아!!

    -아~ 한수호 선수 너무 멋진 거 같지 않아요?

    -저 이번에 한수호 선수 보러 필라델피아 갈 거 같아요!!

    -이번 리버스 내추럴 사이클을 달성하게 되면 이건 메이저리그 역대 6번째 기록입니다. 정말 대단한 기록이에요!

    별스타그램,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인플루언서들이 수호코인을 타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경기를 주로 방송하는 방송인은 물론 아예 관계없는 이들까지 수호의 중계를 틀어놓고 인증하기 바빴다.

    그만큼 수호가 지닌 영향력은 대단했다.

    퍽!

    “볼.”

    -초구는 볼입니다. 역시 조심스러운 승부를 이어가네요.

    -맞습니다. 함부로 덤빌 수가 없을 거예요!

    투수가 공을 던질 때마다 인터넷이 들썩였다.

    -야야, 설마 거르는 거 아니지?

    -아~ 이러면 곤란하지!

    -여기서는 그냥 하나 던져줘라!

    -제발 가즈아……!!

    팬들이 걱정하는 건 고의사구였다.

    올 시즌 수호가 얻은 고의사구가 1위라는 점이 그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점이었다.

    하지만 2구가 몸쪽 꽉 찬 패스트볼이 들어오면서 그런 우려는 사라졌다.

    “스트라이크!!”

    -2구는 97마일의 패스트볼이 몸쪽을 찌릅니다!!

    -한수호 선수를 피할 생각이 없는 공이었습니다!

    -이걸 놓친 게 아쉬움이 남습니다!

    투수가 승부를 한다는 걸 알게 된 수호가 타격 자세를 고쳐잡았다.

    -이제 놓치지 말자!

    -제발 안타 하나만!!

    -제발! 제발!

    팬들의 응원이 계속되고 있을 때.

    “흡!!”

    쐐애애액-!!

    투수가 3구를 뿌렸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바깥쪽 낮은 코스로 날아들었다.

    보더라인을 살짝 벗어나는 공.

    수호는 그 공을 향해 배트를 가볍게 돌려 그대로 밀어냈다.

    딱!!

    -때렸습니다!! 그리고 이 타구는……!

    낮게 날아오른 타구에 1루수가 타이밍을 재다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타닥!!

    있는 힘껏 팔을 뻗은 그의 미트를 살짝 스치며 공이 빠져나가 외야 필드에 떨어졌다.

    -빠졌습니다!! 안타를 기록하는 한수호 선수!!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을 맞추며 히트 포 더 사이클! 리버스 내추럴 사이클을 달성합니다!!

    -한 시즌에 두 번의 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록하는 한수호 선수입니다!!

    역사에 또 하나의 대기록이 작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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