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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120화 (119/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120화

    로저스 센터를 찾은 팬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한 방 날려 버려!!”

    “게레로 주니어의 도발을 받아쳐야지!!”

    “네가 최고라는 걸 보여줘!”

    게레로 주니어의 도발은 보는 이들은 물론이고 현장을 찾은 관중들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로저스 센터가 게레로 주니어의 홈구장이라고는 하나 수호를 응원하기 위해 찾은 이들도 많은 곳이었다.

    당연히 응원전은 박빙일 수밖에 없었다.

    -한수호 선수에게 쏟아지는 응원이 대단합니다!

    -교민들이 많이 찾으면서 마치 한국에서 경기를 하는 것과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한수호 선수가 이런 응원에 화답해 주었으면 좋겠네요.

    타석에 들어선 수호가 타격 자세를 취했다.

    “후우…….”

    깊게 숨을 몰아쉬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데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얘 이제 고도의 집중력을 자유자재로 쓰네.]

    [정확히는 상황이 좋아서 그런 거야.]

    [상황이 좋다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건 전원을 on으로 바꾸는 것과 비슷한 거야.]

    조시 깁슨의 설명이 이어졌다.

    [수비에 나서게 되면 그 on 버튼을 아예 꺼야 하지. 그렇지 않으면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길 테니까. 하지만 수비를 하지 않는 지명타자의 상황에선 굳이 off로 바꾸지 않아도 돼.]

    [아하!]

    [그런 거였구만.]

    [비슷한 부류라서 그런지 설명이 정확하네.]

    스위치를 아예 off로 돌리지 않아도 되니, 수호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다시 고도의 집중력을 돌입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조시 깁슨의 설명을 들은 레전드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수호는 높은 집중력으로 투수가 던지는 두 개의 유인구에 모두 배트를 내밀지 않았다.

    퍽!

    “볼.”

    -연속으로 유인구를 던지지만, 한수호 선수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배드볼 히터의 기질을 보여주고 있지만, 크게 벗어나는 공을 때리지는 않는 한수호 선수입니다.

    배드볼 히터라고 해서 모든 공을 때리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칠 수 있는 공의 마지노선을 넓힐 뿐이었다.

    그렇기에 투수의 입장에서는 짜증이 났다.

    ‘이 정도의 공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건가?’

    배드볼 히터의 특징과 눈야구를 하는 타자의 특징을 모두 보유한 수호의 배트를 끌어내는 건 상당히 어려웠다.

    ‘어쩔 수 없어. 여기에서는 승부를 보자.’

    하파엘의 결정에 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수호와의 승부를 피할 생각은 없었다.

    이는 메이저리거로서의 프라이드였다.

    아무리 상대의 성적이 좋고 타격 페이스가 무섭다지만, 승부를 피해서 해결되는 건 없었다.

    ‘나도 메이저리거다. 어차피 같은 인간인 이상 매번 홈런을 때려낼 수 없어.’

    결정을 내린 빌이 세트포지션에 들어갔다.

    -사인을 교환한 빌이 공을 던집니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코스는 아웃코스 높은 곳.

    보더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는 공이었다.

    평소라면 그냥 보낼 수도 있었지만, 수호의 눈에는 공의 궤적이 다르게 보였다.

    ‘미세하게 흔들리면서 들어오고 있다.’

    포심 패스트볼처럼 직선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런 공의 특징은 마지막 순간에 공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이다.

    타닥!!

    발을 내디딘 수호가 스윙을 가져갔다.

    히팅 포인트를 바깥쪽 높은 곳으로 이동시켜 돌린 배트가 정확히 공을 노렸다.

    그런데 한 가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휘릭!!

    공의 변화가 수호의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더욱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갔다.

    하지만 이미 배트는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고 있는 상황.

    멈추기에는 늦었다.

    딱!!

    배트에 공이 맞았다.

    원하던 스윗스팟이 아닌 배트의 끝에.

    ‘크으……!’

    손에서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제대로 힘을 싣는 건 무리였다.

    이대로 배트가 밀리면 그라운드볼이 된다.

    하퍼의 발이라도 2루에서 살아남는 건 무리다.

    어떻게든 외야로 보내야 했다.

    “흡!!”

    상체에 힘을 주어 있는 힘껏 배트를 밀었다.

    단순히 상반신의 힘을 이용한 스윙이었다.

    그 결과.

    후웅!!

    배트를 끝까지 돌렸다.

    -때렸습니다!! 타구는 1루수 키를 넘어 파울라인 안쪽에 떨어집니다!!

    공이 떨어지는 걸 확인한 하퍼가 속도를 높여 2루 베이스를 돌아 3루로 내달렸다.

    수호 역시 1루 베이스를 돌아 2루로 내달렸다.

    그런 수호의 눈에 3루 주루코치가 팔을 돌리고 하퍼가 베이스를 지나 홈으로 내달리는 게 보였다.

    ‘공이 빠졌다.’

    [정답.]

    [그냥 내달려라!]

    [3루타 가즈아!!]

    레전드들의 채팅에 예상이 확신으로 변했다.

    수호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2루 베이스를 지나쳤다.

    그사이 3루 베이스를 돈 하퍼가 슬라이딩으로 홈을 쓸고 지나갔다.

    홈플레이트를 터치하고 일어난 하퍼의 시선이 2루를 통과해 3루로 달리는 수호에게 향했다.

    ‘공은……!’

    고개를 돌려 외야를 바라보자 어느덧 필드까지 나간 2루수가 공을 잡아 그대로 3루로 던지는 게 보였다.

    ‘타이밍은 아슬아슬하다.’

    공이 날아가는 것을 따라 시선이 움직였다.

    그런 하퍼의 시야에 몸을 날리는 수호가 보였다.

    촤아아아앗-!!

    흙먼지를 일으키며 슬라이딩한 수호의 손이 베이스를 터치했고 뒤이어 3루수의 글러브가 그의 등을 때렸다.

    “세이프! 세이프!!”

    “아자!!”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내지른 수호가 포효했다.

    * * *

    홈런에 이어 3루타를 만들어낸 수호의 기록에 네티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야야, 이거 설마……?

    └야, 너두?

    -나만 그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지?

    -이거 솔직히 사이클 각 아니냐?

    -아니, 1년에 사이클링 히트 두 번 하는 게 가능함?

    └ㅇㅇ 가능하지.

    -가장 어려운 3루타랑 홈런까지 달성했으니 사이클링 히트 각이긴 하지.

    -역대 메이저리그 2번 달성한 타자는 모두 23명임. 가장 최근에는 트레이 터너가 달성했었지?

    └걔는 3회 아님?

    └└ㅇㅇ 그렇긴 하지.

    -진짜 달성하면 지리겠다.

    이번 시즌 이미 내추럴 사이클이라는 진기록을 남겼던 수호였다.

    그런 수호가 히트 포 더 사이클에서 가장 어려운 홈런과 3루타를 연달아 만들어내자 팬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었다.

    뒤이어 찾아온 게레로 주니어의 타석에서 그는 안타를 때려내며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딱!!

    -때렸습니다!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1루 베이스에 가볍게 안착하는 게레로 주니어입니다!

    2타석 연속 안타였다.

    멀티히트를 일찌감치 완성했지만, 베이스를 밟은 게레로 주니어는 무언가 불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안타를 때려냈지만, 게레로 주니어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합니다.

    -아마 한수호 선수가 홈런을 때려내지 못하는 사이, 앞지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지 않았나 싶습니다.

    게레로 주니어가 얼마나 수호를 신경 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경기는 잠시 소강상태가 이어졌다.

    수호의 3루타로 필리스가 다시 1점을 달아나면서 점수 차는 2점으로 벌어졌지만, 블루제이스가 따라가질 못했다.

    경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다소 잠잠해진 시합의 분위기에 약간의 지루함을 느꼈다.

    “투수전도 좋지만, 우리는 타격전을 보러 온 건데.”

    “그러게 말이야. 빵빵 터지는 홈런을 기대했는데. 의외로 분위기가 조용히 흘러가네.”

    “두 팀의 투수가 나쁘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건가?”

    “다음 수호 타석이 언제지?”

    “지금처럼 흘러가면 대충 5회나 6회쯤 나오겠네.”

    사람들은 수호가 나오길 기다렸다.

    그가 나온다면 다시 경기가 술렁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딱!!

    -조니 로버트가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1루 베이스를 밟습니다!

    리드오프 로버트의 출루에 성공했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브라이스 하퍼가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냅니다!

    -역시 브라이스 하퍼입니다! 어떻게든 기회를 살려 후속 타자인 한수호 선수에게까지 연결해 주네요!

    -무사 주자 1, 2루의 찬스가 한수호 선수에게 찾아옵니다!

    필리스가 평소 보여주는 공격 루트가 그대로 나타났다.

    하퍼가 연결해 준 이 기회를 살리는 건 수호의 몫이 되었다.

    -오늘 경기 이미 멀티히트를 그것도 홈런과 3루타로 기록한 한수호 선수, 과연 그가 세 번째 타석에서도 절정의 타격감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블루제이스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도 궁금합니다.

    그때 블루제이스의 토드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아~ 여기에서 투수를 교체합니다!

    -한수호 선수와 승부하겠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네요!

    토드 감독은 수호와의 승부를 피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에 투수를 교체하는 선택을 내렸다.

    지친 빌 레이어보다는 체력이 충분한 새로운 투수로 그를 잡으려는 선택을 내린 것이다.

    -새롭게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는 블루제이스의 강속구 투수인 헤이먼입니다!

    -평균 구속 97마일, 최고 구속 101마일을 뿌리는 괴물이죠. 제구가 다소 불안하지만, 구속으로 단점을 커버하기 충분합니다.

    메이저리그 3년 차인 헤이먼의 등판으로 블루제이스의 의도가 명확해졌다.

    ‘승부한다는 거군.’

    [땡큐지.]

    [ㅇㅈ]

    레전드들의 말에 동의하는 바였다.

    * * *

    헤이먼의 준비가 끝났다.

    뒤이어 타석에 선 수호가 배트로 가볍게 홈플레이트를 터치하는 루틴을 치르고 자세를 잡았다.

    -헤이먼의 강속구를 한수호 선수가 어떻게 대응할지 기대됩니다.

    현재 대결에서 우위에 있는 건 수호였다.

    사람들은 수호가 못 때리는 걸 기대하는 게 아니라 어떤 공을 어떻게 때려 무슨 결과를 만드느냐에 집중했다.

    자연스레 헤이먼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헤이먼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녀석을 잡는다. 내가 잡는다. 그러면 관심이 높아지겠지.’

    선수라면 누구나 인기가 높아지는 걸 원한다.

    특히 신인일수록 인기에 대한 갈망이 컸다.

    헤이먼은 3년 차이긴 하지만, 인지도가 부족한 선수였다.

    당연히 인지도를 높이고 싶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꾸준한 성적을 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단기간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그만한 임팩트를 보여주어야 한다.

    퍼펙트게임이나 노히터 같은 기록을 내거나 그게 아니라면 슈퍼스타를 상대로 인상적인 모습을 내는 것이다.

    ‘이번 승부에 모든 걸 건다!’

    헤이먼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수호를 잡아야 한다는 중압감에 스스로 잡아 먹힌 결과였다.

    그런 상태로 던진 공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흡!!”

    쐐애애액-!!

    -1구 던졌…… 앗!

    중계진의 단말마가 터져 나왔다.

    헤이먼이 던진 공이 수호의 몸쪽 깊숙하게 들어왔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몸에 맞을 수 있는 공이었다.

    수호가 피해야 했지만, 그의 몸통이 이미 회전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손이나 팔에 맞을 게 분명한 상황이었다.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츠즉!!

    수호가 디딤발을 밖으로 움직이면서 히팅 포인트를 강제로 만들어내더니 팔을 몸에 붙여 스윙의 궤적을 바꾸었다.

    딱!!

    -때렸습니다!!

    데드볼이 나올 거라 예상했던 중계진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수호가 때려낸 타구는 3루수 키를 넘어 파울라인 밖으로 흘러나갔다.

    그사이 2루 주자였던 로버트가 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오고 하퍼 역시 2루를 돌아 3루로 내달렸다.

    마지막으로 타자주자였던 수호가 1루 베이스를 돌아 2루를 노리는 사이, 좌익수가 공을 잡아 곧장 2루에 뿌렸다.

    촤아아앗-!

    퍽!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헤이먼의 실투까지 받아친 한수호 선수!! 2루타를 만들어내면서 3연타석 안타를 기록합니다!!

    모든 사람이 놀라워하고 있을 때.

    2루 베이스를 밟은 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검지 하나를 펼쳐 보이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걸 본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를 내질렀다.

    “와아아아아!!”

    “그래!! 이제 하나 남았다!!”

    -한수호 선수의 세리머니에 로저스 센터가 들썩입니다!!

    -히트 포 더 사이클까지 단 하나! 안타만을 남겨둔 한수호 선수의 세리머니입니다!!

    그냥 히트 포 더 사이클이 아니었다.

    -이제 안타 기록하면 리버스 사이클 아니냐?

    └그러네?

    └└진짜……?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에 내추럴 사이클과 리버스 내추럴 사이클 달성을 눈앞에 둔 수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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