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119화
수호의 55호 홈런을 지켜보는 게레로 주니어의 눈이 반짝였다.
‘역시 대단한 녀석이야.’
투수가 실투를 범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잡아먹었다.
‘마치 실투로 공이 들어올 걸 알고 있었다는 듯 배트를 돌려서 그대로 타구를 펜스 너머로 넘겨 버렸어. 스윙에 망설임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시즌 초기 수호가 엄청난 비거리를 뽑아낼 때마다 보여주던 풀히터로서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게레로 주니어 본인 역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풀히터 중 한 명이었다.
‘우리 아빠를 보는 거 같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타자인 블라디미르 게레로.
스테로이드 시대에서 뛰었음에도 그는 약물을 하지 않는 청정타자였다.
그런데도 엄청난 성적을 올리면서 메이저리그의 전설 중 한 명이 되었다.
게레로 주니어는 그런 아버지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컸다.
당연히 누구보다 아버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게레로 주니어는 수호의 모습에서 아버지를 연상하고 있었다.
그만큼 수호가 보여주는 모습은 압도적이었다.
‘널 넘을 수 있으면 나는 아버지를 넘게 되는 건가?’
게레로 주니어에게 항상 따라붙는 꼬리표가 있었다.
바로 게레로의 아들이라는 꼬리표.
훈장이면서 넘어야 하는 벽과도 같은 존재가 바로 아버지였던 셈이다.
하지만 그를 넘기 위해서는 십수 년을 뛰어야 가능했다.
먼 미래에나 아버지를 넘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수호를 넘을 수 있다면 그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더 불타오르는군.’
게레로 주니어의 승부욕이 불타는 이유였다.
* * *
1회 수호의 3점 홈런에 이어 더 이상의 추가 점수는 나오지 않았다.
-한 방을 허용한 빌 레이어가 바로 정신을 차리면서 후속 타자들을 잘 잡아냈습니다.
-홈런을 허용해서 더 흔들릴 거라 봤는데, 필리스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결과였습니다.
-아무래도 토드 감독까지 나온 게 유효했던 거 같습니다.
3 대 0.
비록 1회부터 점수를 내주긴 했지만, 오히려 그게 나을 수 있었다.
초반에 점수를 내줬기에 따라갈 기회를 잡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필리스의 선발투수가 브라이언이라는 점 역시 블루제이스가 힘을 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다.
-필리스의 선발투수는 5선발 브라이언 릴입니다. 올 시즌 14승 9패 평균자책점 3.74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상 없이 자신의 역할을 시즌 초반부터 잘하고 있다는 것이 그가 올 시즌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팀에서도 브라이언에게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로테이션을 잘 지켜주는 것이 유일하게 기대하는 바였다.
그리고 브라이언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서 5선발 자리를 잘 지켜내고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블루제이스의 강타선을 어떻게 상대할지 기대됩니다.
하지만 오늘 상대가 매우 나빴다.
블루제이스의 타선은 아메리칸리그 최강이라 불릴 정도였다.
거기에다가 구장 역시 타자 친화적인 로저스 센터였다.
과거에는 투수에게도 나쁘지 않은 구장이었지만, 23시즌부터 펜스를 앞으로 당기면서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 되어 있었다.
이런 부분은 맞춰 잡는 피칭을 주로 하는 브라이언 입장에서는 나쁜 소식이었다.
딱!!
-때렸습니다! 브라이언의 4구를 받아친 미구엘!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선두타자 미구엘의 출루.
하지만 브라이언은 두 번째 타자를 상대로 중견수 뜬공을 만들어내면서 한숨을 돌렸다.
문제는 다음 타자였다.
-1사 주자 1루의 상황에서 괴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타석으로 들어옵니다!
-올 시즌 타율 0.347에 홈런 50개 타점 97개를 기록하면서 본인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는 게레로 주니어의 등장에 로저스 센터가 들썩입니다!
-역시 여기는 블루제이스의 홈구장이 맞습니다!
게레로 주니어가 타석에 들어서자 경기장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괴수의 힘을 보여줘!!”
“너만 믿는다!!”
“주니어!! 한 방 날려 버려!!”
토론토에서 게레로 주니어의 인기는 전성기 블라디미르 게레로의 수준을 넘어섰다.
아니, 토론토만으로 제한한다면 수호조차도 게레로 주니어의 인기를 따라오지 못했다.
그만큼 게레로 주니어는 블루제이스 역사상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했다.
팬들의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게레로 주니어는 브라이언의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배트를 돌렸다.
딱!!
-때렸습니다! 이 타구 큽니다!!
그의 배트에 맞은 공이 순식간에 외야로 날아갔다.
담장을 넘을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생각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하지만 게레로는 뛰지 않고 타석에서 물러나 가볍게 배트를 돌렸다.
“파울!!”
그 순간 폴대 밖으로 휘어져 나가는 타구에 1루심의 손이 파울을 가리켰다.
-파울입니다! 마지막 순간 아슬아슬하게 휘어져 나가는 타구!! 게레로 주니어의 괴력을 알 수 있는 타구였습니다!
-맞습니다. 비록 파울이 되긴 했지만, 비거리는 한수호 선수의 홈런보다 훨씬 길었습니다.
-가볍게 휘두른 거 같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비거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아버지를 닮아 타고난 힘이 남다른 게레로 주니어였다.
첫 타석에서부터 그걸 보여준 게레로 주니어에게 브라이언이 주눅 들었다.
‘젠장…… 저런 녀석을 잡아내라고?’
레벨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브라이언의 상태를 눈치챘는지 리얼무토가 외곽으로 사인을 보냈다.
퍽!
“볼.”
-브레이킹볼에 게레로 주니어의 배트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번 시즌 선구안 역시 매우 뛰어난 게레로 주니어입니다.
게레로 주니어의 이번 시즌은 아버지 블라디미르 게레로를 많이 닮아 있었다.
특히 선구안에서는 배드볼 히터의 정석과도 같았던 블라디미르 게레로를 빼닮은 느낌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전설이 된 만큼 블라디미르 게레로의 선구안은 뛰어난 편이었다.
그렇기에 배드볼 히터임에도 그런 성적을 남길 수 있었다.
그리고 주니어 역시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며 브라이언의 공을 연달아 골라냈다.
퍽!
“볼.”
-이번에도 게레로 주니어의 배트가 나오지 않습니다!
-상당히 좋게 들어간 포크볼이었는데도 배트를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게레로 주니어가 상당히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맞습니다. 오늘 그의 집중력은 무서울 정도입니다.
볼카운트가 두 개로 올라갔다.
더 이상은 그의 승부를 피할 수 없었다.
‘정면 승부하도록 해.’
자신을 바라보는 리얼무토를 향해 매디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이 떨어지자 리얼무토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인코스 패스트볼을 찔러 넣어. 오늘 네 컨디션은 좋으니까, 자신감을 가지고!’
리얼무토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인 브라이언이 세트포지션에 들어갔다.
-과연 4구를 어떤 공으로 뿌릴지. 브라이언이 4구 던집니다!!
스트라이드를 내디딘 브라이언이 그대로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손을 떠난 공은 리얼무토의 미트를 향해 정확히 날아들었다.
그 순간.
후웅!!
리얼무토의 귀로 묵직한 스윙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눈앞으로 검은 물체가 지나가더니 히팅 포인트에 도달한 공을 그대로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경쾌한 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만들어낸 게레로 주니어가 자신의 등을 때린 배트를 그대로 놓았다.
그러자 마치 수호의 빠던을 연상케 하는 배트 플립이 만들어져 배트가 허공을 회전했다.
-게레로 주니어는 배트를 던졌고!!
카메라가 타구를 쫓았다.
좌측 담장을 넘어 그대로 경기장 밖으로 사라지는 타구에 로저스 센터를 찾은 팬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와아아아아!!”
“넘어갔다!!”
“역시 괴수 주니어!!”
엄청난 비거리의 홈런에 로저스 센터가 들썩였다.
-장외 홈런입니다!! 게레로 주니어가 장외 홈런을 만들어내면서 따라가는 점수를 만들어냅니다!!
-정말 게레로 주니어의 엄청난 파워를 알 수 있게 해주는 홈런이었습니다!
그때 카메라가 베이스를 도는 게레로 주니어를 잡았다.
마치 그걸 기다렸다는 듯 주니어의 손이 원정 더그아웃을 향했다.
그리고 누군가를 가리켰다.
그게 누구인지는 모든 이가 알 수 있었다.
-한수호 선수를 지목하는 게레로 주니어!! 확실한 선전포고를 날립니다!!
게레로 주니어가 다시 수호를 도발했다.
* * *
경기 도중 상대 선수를 도발하는 일은 자주 일어나는 게 아니었다.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팀 스포츠의 성향이 짙은 메이저리그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게레로 주니어의 도발은 큰 화제가 되었다.
[게레로 주니어, 홈런 세리머니로 한수호를 지목!!]
[한수호를 향한 도발! 게레로 주니어의 속내는?]
인터넷도 바로 반응을 보였다.
-주니어 도발, 너무 무례한 거 아니냐?
└ㅇㅇ. 마치 두 사람의 대결인 것처럼 하네.
└└팀이 우선시 되어야지.
-게레로 주니어는 팀을 뭐라 생각하는 거임?
올드팬들은 게레로 주니어의 행동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젊은 팬들은 조금 입장이 달랐다.
-게레로 주니어 도발 멋지네.
-크으!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장면은 처음 봤다.
-원래 이렇게 선수들끼리 도발도 하냐?
-얼마 전에 저지도 그렇고 요즘 메쟈 꿀잼인 듯.
-이런 쇼맨십도 필요하지!
게레로 주니어의 도발이 흥미롭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이는 팀에 몰입하느냐 아니면 그 상황에 몰입하느냐의 차이였다.
올드팬들일수록 팀에 대한 애정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메이저리그란 원래 그런 곳이었고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선수 한 명이 특출났다고 이길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롭게 유입된 팬들은 팀에 대한 애정보다는 선수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
그래서 선수들이 보여주는 쇼맨십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장면들이 자꾸 나오니 뜨거운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수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네.
-ㅇㅈ.
-매번 이런 도발이 나오면 수호가 참교육 들어가던데.
-진짜 올 시즌 수호의 등장으로 메쟈가 너무 재밌어진 거 같다.
-이렇게 재밌는 시즌은 처음인 듯.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수호가 있었다.
그를 향한 팬들의 관심, 그리고 선수들의 라이벌 관계가 떠오르면서 관심은 더욱 커져갔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오랜 시간 염원했던 신규 팬들의 유입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었다.
사무국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동안 막대한 자금과 엄청난 시간을 들여 신규 팬을 유입시키려 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미비했다.
그런데 수호의 등장과 함께 일어난 유입은 그 결과를 가볍게 넘어서고 있었다.
기쁘면서도 자신들의 노력이 잘못된 방향이 아니었는지 내부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였다.
-스코어는 3 대 2!! 그리고 3회 초, 한수호 선수의 타순이 돌아옵니다!!
경기는 계속 진행되었다.
1회부터 뜨겁게 달아오른 경기였지만, 2회는 별다른 공격의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3회 초 필리스의 공격이 하퍼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팬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딱!!
-때렸습니다! 하퍼의 이번 타구가 중견수 앞에 떨어집니다!!
4구를 받아쳐 안타를 만들어낸 하퍼의 뒤로 수호가 타석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리고 타석에는 첫 타석에 홈런을 만들어낸 한수호 선수가 들어섭니다!!
수호의 등장에 로저스 센터가 다시 들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