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114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경기는 수호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키게 만들었다.
[한수호 40-40클럽 가입을 자축하는 52호 홈런 작렬!]
[2017년 애런 저지가 신인 시절 기록한 52호 홈런과 동률을 이룬 한수호!]
[메이저리그 신인 최다 홈런은 피트 알론소가 2019년 세운 53개, 과연 한수호는 이 기록을 넘을 수 있을 것인가?]
[이번 시즌 ROY는 의심의 여지 없이 한수호의 것! 과연 그는 MVP까지 휩쓸 수 있을 것인가?]
[의심의 여지 없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루키시즌을 보내고 있는 한수호는 과연 어떤 최종 성적을 올릴 것인가?]
[19살의 나이에 메이저리그를 폭격하고 있는 한수호! 과연 그는 누구인가?]
수호가 엄청난 성적을 기록할수록 그를 원하는 광고계의 러브콜은 더욱 많아지고 있었다.
“한수호 선수는 이번 시즌이 종료되고 본격적으로 광고 계약을…….”
“지금 당장 요청하셔도 시즌이 진행 도중이기에 계약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오퍼는 이미 선수에게 전달했습니다. 나머지 부분은 저희가 관여할 수 없습니다.”
“선수와 미팅은 시즌 종료 이후에나 가능합니다. 그 스케줄도 저희가 정하는 게 아니라…….”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전화는 멈추지 않았다.
회사의 직원들이 모두 동원되어야 할 정도로 수호에게 쏟아지는 광고 의뢰는 엄청났다.
하지만 보라스는 모든 계약을 뒤로 미룬 상태였다.
그런 보라스의 선택에 직원 몇몇이 의문을 제기했다.
“한수호 선수의 주가가 가장 높은 시기인 현재 몇몇 계약은 진행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직원의 질문에 보라스는 혀를 찼다.
“쯧쯧, 한수호가 여기에서 멈출 거라고 보는 건가?”
“이미 40-40클럽에 가입했습니다. 이 이상 임팩트를 남길 수 있는 거라곤 60홈런 정도밖에 없는데. 그때가 되어서 계약해도 지금보다 조건이 더 높아질 거라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왜 70홈런을 넘을 거라고 생각 못 하는 거지?”
“하지만 그 기록은…….”
“70홈런을 넘는다면 그거야말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나올 수 없는 기록이 되겠지. 그리고 그가 배리 본즈마저 넘어선다면? 과연 그때도 몸값이 오르지 않을까?”
“으음…….”
“무엇보다 한수호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20살이 되는 선수야. 앞으로 엄청난 미래가 남아 있다는 소리지! 그런 그가 뭐 아쉽다고 빨리 계약해야 한다는 건가?”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부하직원의 사과가 나온 뒤에야 보라스가 손을 저었다.
“쯧, 저런 녀석들이 아직 회사에 있으니 내가 현역에서 물러나질 못하는 거지.”
그때 그의 후계자로 지목받는 한 사람인 애런이 말했다.
“그건 핑계 아닙니까? 보스가 물러나지 않는 건 그저 이런 선수가 발굴되기 때문이죠.”
애런이 신문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수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본심을 들켰지만, 보라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역시 맞는 말이야. 이런 괴물들이 자꾸 나와주니 나는 그만둘 수 없어. 이들을 포장해서 구단과 광고 업계에 돈을 뜯어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되는군.”
보라스가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신문을 들어 올렸다.
‘자네는 계속 지금처럼만 해주게. 그럼 내가 부와 명예 모든 걸 자네에게 안겨주지!’
* * *
수호의 40-40클럽과 52홈런에 묻혔지만, 필리스 역시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브레이브스를 누르고 이번 시즌 최다 연승인 8연승에 성공한 필라델피아 필리스!]
바로 8연승이란 기록을 세운 것이다.
이는 이번 시즌 필리스 구단 최다 연승 기록이었다.
기사를 본 마크 레이어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경기 데이터를 확인했다.
‘하퍼와 수호 그리고 리얼무토로 이어지는 이 타선이 매력적이긴 하군. 거기에 수호의 최근 타격 페이스가 미쳐 날뛰고 있어서 팀의 모든 공격을 이끌고 있어.’
팀에서 가장 중요한 타자는 역시 수호였다.
그가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팀의 성적이 바뀐다고 볼 수 있었다.
‘홈런이나 장타를 때리지 못하더라도 도루로서 배터리를 흔들어버리니 상대 입장에서는 정말 죽을 맛일 거야.’
만약 이런 선수가 상대에게 있었다면 자신 역시 머리 빠지게 고민했을 거다.
‘이런 공격력에 가려져서 티가 나진 않지만…….’
마크의 시선이 팀의 방어율로 향했다.
‘선발은 단단하지만, 불펜 쪽에서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고 있군.’
최근 8경기 동안 필리스의 선발은 모두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었다.
이는 매우 대단한 기록이었다.
1선발부터 5선발까지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단 소리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불펜 쪽이 조금 문제가 있었다.
‘워낙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져서 크게 티는 안 났지만, 평균자책점이 3점대라…….’
선발 쪽에서 이런 평균자책점이 나온다면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후순위로 갈수록 선발투수들의 자책점이 올라갈 테니 말이다.
하지만 불펜이 이런 점수가 나온다는 건 상당히 난감한 문제였다.
경기 후반에 평균적으로 3실점을 한다는 소리였으니까.
‘만약 우리의 경기력이 이런 상태가 아니라면 문제가 될 거다. 역시 슬슬 마이너 쪽에서 투수를 보강하긴 해야겠어.’
트레이드를 하긴 했었지만, 문제는 원하는 만큼의 투수 보강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당연히 부족한 부분이 있었고 그 부분을 메울 필요가 있었다.
‘지금 마이너리그에서 가장 쓸 만한 녀석이…….’
최근 필리스의 팜에는 나쁘지 않은 선수들이 제법 있었다.
문제는 현재 불펜의 상황과 비교해서 괜찮은 선수를 올려야 한다는 점이다.
“이 녀석은 겹치고…… 좌완은 이제 괜찮아. 평균자책점은 나쁘지 않은데, 볼넷이 너무 많군.”
데이터를 보면서 선수를 하나씩 제외해 나갔다.
결국 두 명의 선수가 남았고 마크의 손이 전화기로 향했다.
“아, 날세. 지금 트리플A에서 뛰고 있는 두 녀석을 콜업하려는데 말이야.”
새로운 선수들을 합류시키는 그였다.
* * *
잠에서 깬 수호는 평소의 루틴대로 일과를 시작했다.
“흐아아암…….”
[어여어여 움직여라.]
[방송 빨리 안 켜지?]
[오늘은 좀 늦게 켰다?]
[어제 동료들이랑 너무 논 거 아니야?]
눈을 뜨자마자 레전드들의 채팅이 줄기차게 올라갔다.
“어휴…… 무슨 시어머니들도 아니고 눈 뜨자마자 잔소리들이에요.”
[어쭈? 이제 말대꾸도 하네.]
[이제 좀 컸다 이거지~]
[하긴 우리는 해보지도 못한 40-40까지 해냈는데. 이제 좀 개길 수 있지.]
“억까들이 심하시네요.”
[ㅋㅋㅋ 빨리 준비해라.]
[하루의 시작이 가장 중요한 법임.]
“옙.”
수호가 매일 루틴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레전드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덧 수호는 루틴을 지키는 하루를 시작했다.
누군가 지켜보고 옆에서 복돋아준다는 것이 그에게 큰 힘이 되는 셈이었다.
“후우…….”
명상을 시작으로 하루를 시작한 수호는 가볍게 세수를 하고 호텔에 있는 피트니스센터로 이동한다.
거기에서 스트레칭과 러닝을 끝내면 일단 호텔에서 할 수 있는 루틴은 끝났다.
조식으로 나오는 식사를 하며 최근 개설한 별스타그램을 확인했다.
“오우…… 팔로우가 확 늘었는데요?”
[몇 명이나 되냐?]
“60만 명이요. 40-40클럽 가입하기 전에는 분명 10만 명이었는데. 그사이에 50만 명이 늘었네요.”
[아직도 그것밖에 안 돼?]
[만든 지 한 달 정도 되지 않았냐?]
[수빈이가 왔을 때 만들었으니까, 그쯤 됐지.]
[너 인터뷰 하면서 별스타그램 언급 안 했지?]
“안…… 했죠?”
[그럼 느린 건 아니네.]
[아무런 홍보도 안 했는데. 그냥 알아서 가입한 사람들이 저 정도면 뭐…….]
[거기에 메이저리거가 큰 인기가 없긴 하지.]
맞는 말이다.
최고 인기 선수라고 할 수 있는 애런 저지나 오타니 쇼헤이조차 별스타그램의 팔로워가 많지 않았다.
이는 메이저리그가 소비되는 국가가 한정되기 때문이다.
소비층의 연령이 높은 것도 SNS의 파급력이 낮은 이유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수호의 팔로워 상승 속도는 확실히 빠른 편이었다.
최근에 그가 세운 기록들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근데 너 게시글은 따로 안 올리냐?]
[그러게. 꼴랑 사진 하나 덜렁 있네.]
[그것도 동료들이랑 레스토랑에 가서 찍은 게 전부냐?]
별스타그램에 올라간 게시글에는 최근 필리스 동료들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찍었던 사진이 전부였다.
그것도 서버가 찍어주지 않았다면 올리지 않았을 거다.
그만큼 수호는 별스타그램을 방치하고 있었다.
“딱히 올릴 사진이 없어요. 무엇보다 회귀 전에는 제 별스타그램에 누가 찾아오는 일도 없었기에 관리하는 법을 모르거든요.”
[네 일상을 올리는 거 자체가 관리야 인마~]
[그렇지. 구장에 출근해서 훈련하는 거 짧게 찍어서 올리면 팬들이 즐거워하겠지.]
[소통도 이제 스타가 되는 지름길의 하나임.]
“하지만 SNS가 인생을 낭비하는 법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잖아요. 거기에 스타들 중 논란이 일어나는 이들도 많고.”
[그건 걔들이 논란을 일으킬 만한 게시글을 올린 거고.]
[뭐든 잘 쓰면 약이고 못 쓰면 독이 되는 법이다.]
레전드들의 말을 듣다 보니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 베이브 루스가 말했다.
[한 번 사는 인생 멋지게 살아봐라.]
[ㅇㅈ]
[전생도 답답하게 살더니. 이번 인생도 답답하게 살 생각이냐?]
레전드들의 말에 수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생각 좀…… 해볼게요.”
[그래.]
그들의 말대로 변할 필요가 조금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은 경기에 집중해야 할 테지만 말이다.
* * *
필리스의 홈구장에는 일찌감치 팬들이 모여들었다.
경기를 보는 것도 목적이었지만, 그들의 가장 큰 목적은 선수들을 직접 마주하는 것이었다.
“브라이스 하퍼다!”
“생각보다 일찍 오네.”
“하퍼! 사인 좀 해줘요!!”
“오케이, 한국인들이야?”
하퍼에게 사인을 요청한 두 동양인 여성의 눈이 커졌다.
“어떻게 알았어요?”
“그러게. 다른 도시에선 대부분 중국인이냐고 물어보던데. 여기서는 꼭 한국인이냐고 물어보더라고요!”
“한국 여자들이 제일 이뻐서 그러는 거 아닐까?”
“에이~ 서비스 너무 좋은 거 아니에요?”
“대답만으로는 백 점 드리겠습니다!”
하퍼의 서비스에 기분이 좋아진 듯 두 사람의 얼굴이 환해졌다.
두 사람만이 아니라 주위에는 한국인들이 제법 많았다.
아니, 경기장을 찾은 동양인들 중 80퍼센트 이상이 한국인이었다.
경기장으로 들어가면서 하퍼는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수호가 활약하면서 필리스를 찾는 한국인들이 이렇게 많아졌는데. 한국인인 걸 모를 리 없지.’
자신의 전성기에도 이 정도의 인기는 누리지 못했다.
그런 수호가 부러운 하퍼였다.
‘부러워만 할 수는 없지.’
이제는 베테랑이 된 그였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승부욕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30 중반에 이른 나이에도 리그 최정상급 기량을 펼칠 수 있었다.
‘따라잡아주겠어.’
수호의 존재는 같은 팀의 동료들에게도 큰 자극으로 다가갔다.
* * *
수호가 클럽하우스로 들어섰다.
“후우…… 날이 갈수록 들어오는 게 힘드네.”
“수호 왔냐?”
“들어오는데 보니까, 한국인 팬들이 많던데?”
“우리 구단도 이제 글로벌해졌어. 특히 한국인 팬들이 많아서 한국어를 공부하든가 해야 할 거 같다니까.”
“수호 네가 한국어 좀 알려주라!”
“차라리 한국어 선생님을 구해드릴게요.”
“하하! 하긴, 공부는 선생님한테 배워야지.”
수호의 말에 클럽하우스에 웃음이 돌았다.
최근 연승을 이어가고 있기에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그때 수호의 뒤로 한 남자가 다가왔다.
“헤이! 루키!!”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가 서 있었다.
“앤서니?”
스프링캠프에서 호흡을 맞췄었던 앤서니가 메이저리그에 콜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