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113화
“와아아아아!!”
“한 방 날려 버려!!”
“오늘도 너 보러 왔다!!”
“오빠!! 결혼하자!!”
“수호가 너희보다 동생이다!!”
“야구 잘하면 오빠야!”
시끌시끌한 관중석의 반응에 브레이브스의 포수 호세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여자 팬들이 상당히 많은데? 저 중에서 잔 여자 있냐?”
수호를 떠보기 위한 말이었지만, 그의 의도대로 되진 않았다.
타석에 들어선 수호는 이미 집중력을 끌어올려 주위의 소음이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새끼…… 초반부터 무슨 집중력이 이렇게 좋아? 아무래도 승부하면 안 되겠는데.’
호세가 브레이브스의 더그아웃으로 사인을 보냈다.
그러자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나와 구심에게 사인을 보냈다.
-아~ 브레이브스는 한수호 선수와의 승부를 피합니다!
-2사의 상황이고 주자가 없다 보니 굳이 한수호 선수와 승부를 하지 않으려는 모양이네요.
수호가 보호장구를 벗자 필리스 팬들이 일제히 야유를 쏟아냈다.
“우우우우우!!”
“뭐 하는 거야? 이 새끼들아!!”
“우리는 돈 내고 경기를 보러 왔지! 그냥 걸어 나가는 걸 보러 온 게 아니야!!”
“제대로 승부를 하라고!!”
팬들의 외침에도 호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속으로 냉소를 지을 뿐이었다.
‘우리 팀 팬도 아닌데. 돈 낸 걸 우리가 왜 신경 써야 해? 그렇게 억울하면 우리 구장에 와서 돈 내고 보든가. 어차피 그래도 신경도 안 쓸 테지만.’
그때 타석으로 리얼무토가 들어섰다.
“수호를 내보내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라 생각했나 보네.”
“저 녀석을 상대하는 것보단 당신을 상대하는 게 더 나을 거 같아서요.”
명백한 도발에 리얼무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여기에서 흥분하는 게 호세가 바라는 거라는 걸 알기에 리얼무토는 침착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나 역시 그랬을 거야.”
“예?”
“수호보단 늙은 나를 상대하는 게 낫겠지. 그런데 그거 알아? 타자로서 수호도 무섭지만, 주자로서도 괴물이라는 거.”
“잡담은 그만하고. 플레이볼!”
경기가 재개됐다.
호세는 인상을 쓰며 리얼무토를 바라보다 눈짓으로 수호를 바라봤다.
‘설마 투아웃에 달리는 무리한 짓을 하겠어?’
2사에서 수호가 뛸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최소한 초구에는 말이다.
그래서 호세는 평범하게 사인을 보냈고 투수가 세트포지션에서 공을 던지기 위해 스트라이드를 내디디는 순간.
타닥!!
“뛰었어!!”
수호가 달렸다.
‘왓더……!’
욕설이 절로 나오는 상황.
공이 미트에 도착하는 순간, 호세가 공을 빼내 들었지만 이미 수호는 2루 베이스에 도달한 뒤였다.
-호세 포수가 공을 던지는 걸 시도하지도 못했습니다! 시즌 39번째 도루에 성공하는 한수호 선수!!
-40-40클럽까지 이제 단 1개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40-40클럽 가입에 성공할 것으로 보이는 한수호 선수!!
39번째 도루.
그 모습을 본 필리스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으하하! 수호야 잘했다!!”
“호세 저 새끼! 완전히 굼벵이였네!!”
“얀마! 눈은 왜 뜨고 있냐?!”
“던지지도 못하는 걸 봐서는 눈뜬장님인데?!”
필리건들의 엄청난 야유에 호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망할…….’
“내가 조심하라 했잖아.”
“잠깐 방심했던 거예요.”
리얼무토의 한마디에 발끈한 호세가 공을 던지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도루 하나 내준 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이제 타자에게만 신경 쓸 수 있어. 아웃 카운트 하나만 처리하자.’
호세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인 맥스가 공을 뿌리기 위해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타닥!!
‘저 미친 새끼가!!’
수호가 다시 달렸다.
연속 도루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그 생각이 번뜩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퍽!!
공이 미트에 도착하는 순간.
그를 잡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3루에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동시에 수호가 몸을 날렸다.
촤아아앗-!!
흙먼지를 뿌리며 뻗은 손이 베이스를 터치하는 순간.
퍽!
3루수의 글러브가 수호의 등을 때렸다.
그 말인즉슨.
“세이프! 세이프!!”
연속 도루의 성공, 그리고 40-40클럽에 수호가 이름을 올렸다는 소리였다.
[와씨!! 연속 도루 실화냐?!!]
[멋지다 우리 수호!!]
[야야, 뭐 하냐?]
[빨리 베이스 뽑아!!]
레전드들의 외침에 깜박했던 수호가 3루 베이스를 뽑아 들었다.
-연속 도루로 역대 5번째 40-40클럽 가입자가 된 한수호 선수가 베이스를 뽑아 들고 환호합니다!!
* * *
40-40클럽.
1988년 호세 칸세코, 1996년 배리 본즈, 1998년 알렉스 로드리게스, 2006년 알폰소 소리아노.
네 명의 선수만이 이름을 올렸던 이 클럽에 새로운 이름이 추가됐다.
[동양인 최초이자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4명밖에 없던 40-40클럽에 5번째로 이름을 올린 한수호!]
[21년 만의 대기록을 달성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한수호!]
[기록 달성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1회에 연속 도루를 성공시키며 40-40클럽에 가입하다!]
[역대 5번째로 40-40클럽 가입에 성공한 한수호, 과연 50-50클럽 가입도 가능할까?]
수호의 기록 달성은 전 세계에 속보로 전달됐다.
40-40클럽이란 대기록이 21년 만에 나온 게 가장 컸다.
거기에 언론에서는 수호의 50-50클럽 가입에 대해서도 언급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40-40클럽 가입했구나.
-8월 시작하자마자 이 무슨 대형사고냐?
-베이스 뽑는 거 지렸다!
-크으…… 진짜! 우리 수호가 있어서 행복하다.
-우리는 한수호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50홈런보다 더 기쁘네.
-이대로면 진짜 50-50클럽 가입도 가능한 거 아니냐?
-앞으로 두 달 남았으니. 진짜 가능할 수도 있겠네.
50-50클럽.
메이저리그는 물론이거니와 전 세계 누구도 가입하지 못한 대기록이었다.
이름은 존재했지만, 누구 한 명 가입하지 못했기에 불가능한 기록일 거라 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수호는 그걸 가시권에 두고 있었다.
-이미 50홈런은 달성했고 두 달 동안 도루 10개만 추가하면 되는데, 최근 메이저리그 팀들 하는 꼬락서니 보면 쌉가능일 듯.
-진짜 틈만 나면 볼넷으로 내보내네.
-이번에도 브레이브스가 1회부터 고의사구로 내보낸 게 컸지.
-출루는 이제 떼놓은 당상이고 도루성공률도 100퍼센트니. 충분히 가능하지.
-여기까지 왔으니 50-50클럽 가입 가즈아!!
과연 수호가 50-50클럽에 가입할 수 있을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 * *
수호의 40-40클럽 가입은 메이저리그를 뒤흔들어놓기 충분했다.
그리고 이건 그의 라이벌들이라 할 수 있는 선수들을 자극했다.
“헤이! 저지, 우리 루키가 또 사고 쳤는데?”
“한이? 또 4연타석 홈런이라도 날린 거야?”
“그건 아니고. 오늘 도루 2개 추가하면서 40-40클럽에 가입했어.”
“정말이야?”
“기사 떴어.”
동료가 건네주는 스마트폰을 받아든 애런 저지가 기사를 확인했다.
거기에는 베이스를 뽑아 들고 환호하는 사진과 자세한 기사가 적혀 있었다.
사진을 보고 있는 애런 저지의 귀로 동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대단한 녀석이야. 어떻게 루키시즌에 그런 기록들을 내놓고 있는 거지? 나는 루키시즌에 그런 기록은커녕 제대로 경기를 치르는 것도 힘들었는데 말이야.”
“그건 나도 그랬어.”
“에이~ 그래도 너는 데뷔시즌에 52홈런이나 때려냈잖아.”
“이미 녀석은 내 기록을 넘어서고 있지. 잘 봤어.”
스마트폰을 건넨 애런 저지가 짐을 챙겨 클럽하우스를 빠져나갔다.
오늘 경기에서도 그는 홈런을 추가하지 못하면서 수호와의 차이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사실 그동안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주변에서 말하는 것처럼 리그가 다르기에 녀석과의 직접적인 대결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수호는 저 앞을 달리고 있었다.
‘질주를 멈추지 않는 너를 잡으려면 나도 달려야겠지?’
그런 그를 보고 있으니 그의 마음속에 있던 승부욕에 불이 붙었다.
‘오랜만에 불타오르네.’
그리고 그렇게 불타오르는 건 애런 저지만이 아니었다.
“수호가 40-40클럽에 가입했다고?”
“도루를 2개나 추가했어?”
“그거 완전 미친놈 아니야?”
오타니, 바비 위트 주니어, 아쿠냐 주니어, 게레로 주니어 등.
그와 함께 이름이 거론되는 선수들 역시 수호의 기록 달성에 승부욕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자신의 앞을 앞서고 있다.
그를 따라잡고 싶은 건 인간이 가지고 태어난 본능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본능이 일반인보다 더욱 발달한 것이 바로 엘리트 운동선수들이었다.
이들이 불타기 시작한 게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자극은 그들의 경기력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레전드들의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수호.
그는 이제 루키가 아닌 리그 전체의 수준을 향상시킬 정도로 주목받는 선수가 되어 있었다.
* * *
수호의 40-40클럽의 열기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필리스의 홈구장 시티즌스 뱅크 파크가 다시 들썩였다.
“한! 한! 한! 한!!”
-한수호 선수가 필리스 팬들의 압도적인 응원을 받으며 타석으로 들어섭니다!!
-첫 타석에서 이미 40-40클럽 가입에 성공한 한수호 선수, 두 번째 타석에서는 중견수의 호수비에 안타가 사라졌었죠.
-좋은 타구였는데, 결과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타격감이 좋은 건 여전한 거 같습니다.
-원래 대기록을 달성하고 나면 흥분하게 마련인데. 이 선수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루키인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수호가 타석으로 들어서자 호세가 얼굴을 찌푸렸다.
‘망할 자식. 두 번째 타석에서 때린 타구도 보면 정면승부를 하면 상당히 난감할 거 같은데.’
두 번째 타석에서 날린 타구가 빠졌다면 2루타가 됐을 거다.
그렇다고 정면승부를 피하자니 현재 상황이 난감했다.
‘1사에 1, 2루 상황. 여기에서 만루를 만들었다가는 저 녀석이 무섭고.’
호세의 시선이 대기 타석에 서 있는 리얼무토에게 향했다.
‘이미 멀티히트를 때려냈지.’
오늘 리얼무토는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이미 3타점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타격감이 절정이란 소리였다.
‘1회에 괜히 도발했나?’
그의 컨디션이 좋은 게 자신의 도발 때문이란 생각이 들어서 후회가 되는 호세였다.
하지만 후회가 아무리 빨라도 이미 늦은 법.
지금은 수호와의 승부에 집중해야 했다.
‘더그아웃에서는…….’
브레이브스의 벤치에선 승부를 보라는 사인이 나왔다.
‘하아…… 나도 모르겠다.’
호세가 체념한 듯 사인을 보냈다.
‘이 녀석이 그나마 약한 쪽이 바깥쪽…… 맞나? 아씨…… 이 새끼한테 약한 곳이 어디에 있어?’
전반기 수호의 약점은 분명 아웃코스였다.
하지만 후반기 접어들어 아웃코스도 홈런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한 수호였다.
덕분에 각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데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아웃코스로 가자!’
‘저 녀석, 왜 이렇게 이랬다저랬다 해?’
호세의 불안감은 투수에게도 전달됐다.
아무래도 사인을 내다가 멈칫하는 게 신경에 거슬렸다.
안 그래도 수호를 상대하는 게 마음에 걸렸는데, 포수마저 저런 모습을 보이니 더욱 불안한 마음이 증폭됐다.
하지만 이미 사인은 나왔고 더 이상 시간을 미룰 수 없었다.
“후우…….”
깊게 숨을 몰아쉰 그가 세트포지션에서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호세는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바깥쪽으로 던지라니까!’
아웃코스가 아닌 존의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을 보고는 두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그런 호세의 눈앞으로 수호의 배트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딱!!
-한수호 선수 초구를 강타!! 그리고 이 타구는 좌측 담장을 그대로 넘깁니다!! 40-40클럽 가입에 이어 쓰리런까지 작렬시키는 한수호 선수!!
-오늘 한수호 선수의 날입니다! 날이에요!!
스스로의 40-40클럽 가입을 자축하는 홈런을 쏘아 올린 수호가 배트를 내던지며 1루로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