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112화
수호의 51홈런과 필리스의 6연승이 이어진 날.
한국에서는 연일 수호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었다.
[배리 본즈를 넘겠다고 선언한 한수호! 파이리츠와의 4차전에서 51호 홈런 작렬!]
[시즌 51호 홈런과 함께 38번째 도루도 성공한 한수호! 그의 질주는 멈추지 않는다!!]
[한수호는 내년 올림픽 국대에 합류할 것인가?]
[WBC는 불발! 하지만 올림픽은 다르다! 한수호는 합류할 수 있을 것인가?!]
벌써부터 올림픽 국대와 관련된 기사까지 쏟아지면서 그와 관련된 것들 하나하나가 기사화되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게 있었다.
바로 유튜버 양기자의 세력을 이용한 기사들이었다.
“도대체 이게 뭐야?! 돈을 얼마나 꼬라박았는데. 우리 쪽 기사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 거야?!”
김태식은 절망했다.
그동안 빨대를 꽂아 모았던 돈이 모래성처럼 사라져 갔다.
기자들에게 아무리 뒷돈을 쑤셔도 소용없었다.
주가가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는 수호에 대한 좋지 않은 기사를 냈다가는 후폭풍을 감당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댓글 알바 역시 마찬가지였다.
워낙 활약이 좋으니 팬은 물론이고 별로 관심 없던 사람들도 그에 대해 좋은 글만 남기기 일쑤였다.
아무리 안 좋은 여론을 만들어내려 해도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김태식이 100만 유튜버라고는 하나, 돈이 무한대가 아니었다.
“씨발…….”
돈이 떨어지자 그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사라졌다.
직원으로 북적였던 사무실에는 어느덧 그 혼자 남았다.
처음부터 같이 시작했던 친구 녀석들도 모두 떠났다.
마치 처음부터 혼자였던 것처럼.
그때 사무실의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들어왔다.
“뭐야? 여기 사무실이에요! 당장 나……!”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김유현입니다.”
남자의 소개와 내민 명함을 확인한 김태식의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이내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제…… 제발! 한 번만 살려주세요! 두 번 다시 그런 영상은 올리지 않을게요! 유튜브도 지우고 사라질게요! 그러니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김태식에게 자존심 같은 건 없었다.
절망밖에 남지 않은 그에게 김유현의 등장은 마치 한 줄기 동아줄과 같았다.
하지만 김유현의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무미건조했다.
“사과를 위해서는 합의금을 내시면 됩니다. 저희가 제시한 합의금은 준비되셨나요?”
“그…… 그게 말입니까? 500만 달러를 어떻게 준비하란 말입니까?! 자그마치 50억이에요!!”
“저희가 청구한 소송 금액이 1,000만 달러, 한화로 110억 원이었습니다. 그 금액의 절반인데. 이 정도면 충분히 메리트 있는 금액이라 생각했는데요.”
“그게 무슨……!”
“어쨌든 준비되지 않은 거 같으니, 소송은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참, 그리고 저희가 미국 법원에 청구한 금액이 바뀌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김유현이 한 장의 서류를 내밀었다.
그 서류를 받아 든 김태식이 내용을 확인하고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최근 올린 동영상에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부분들, 그리고 댓글 알바를 고용해서 의뢰인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건을 포함해서 청구 금액을 2,000만 달러로 상향했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시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죠. 이게 타당한 청구 금액인지, 아닌지 말입니다.”
김유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건 순전히 호의에서 나온 조언입니다만, 또 영상을 올린다면 저희는 정보를 수집할 겁니다. 알바를 동원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이 여론몰이에 어떤 방법을 쓰건 우리는 정보를 수집해 청구할 겁니다. 어떻게 하냐고요?”
그가 품 안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내서 보여주었다.
“이건 어떻게 모았을까요?”
거기에는 김태식이 알바들과 주고받은 메신저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아주 세세한 내용까지 있는 걸 봐서는 해킹이나 그런 게 아니라 어디에선가 원본을 받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원본을 줄 만한 녀석들은 전 직원들밖에 없었다.
“괜히 죄를 더 짓지 마세요.”
“이…… 이건 억지야! 나한테 200억이란 돈이 어디에 있어?! 내가 돈이 없는데 당신들이 무슨 짓으로 돈을 가져갈 건데?!”
“우리가 상대하는 게 당신과 같은 사람들입니다. 줄 게 없다, 나는 가진 게 없다. 하지만 평생 동안 없을까요?”
김유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마치 악마를 보는 거 같았다.
“나…… 나한테 왜 이래……. 제발…… 제발 살려줘…….”
“당신이 상처 입힌 사람들도 혼자 그렇게 말했을 겁니다. 그러니 당신도 혼자 그렇게 외치세요. 공허하게.”
김유현이 몸을 돌려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그의 말대로 텅 빈 사무실에는 김태식의 넋이 나간 혼잣말만이 울려 퍼졌다.
* * *
메이저리그 사무국에는 다양한 부서들이 있었다.
그중에 최근 가장 바쁜 곳이 바로 홍보전략실이었다.
그들이 바쁜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수호의 40-40클럽과 관련된 홍보물을 배포하느라였다.
“유튜브 쪽 광고는 어떻게 됐어?”
“영상을 전달했고 오늘부터 광고가 올라갈 예정입니다.”
“다른 OTT 쪽에도 홍보물 돌리고 ESPN이나 폭스스포츠 쪽에도 한수호의 기사를 적극적으로 다루라고 전달해.”
“알겠습니다.”
40-40클럽.
메이저리그 역사상 4명밖에 이루지 못한 대기록을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중점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그만큼 수호의 40-40클럽은 메이저리그 전체 흥행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사무국이 이러한데 필리스 구단은 어떨까?
“버블헤드는 어떻게 되고 있어?”
“아직 수량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그걸 뭐 자랑이라고 큰 소리로 말해! 하루라도 빨리 맞추라고 해!!”
“네!”
“이거 기획안 누가 짰어?!”
“한국 여행사에서 제공한 건데…….”
“이날에는 경기 시간이 낮에 배정되어 있는데! 저녁에 방문한다는 게 말이 돼?! 이거 체크해서 다시 컨펌 받도록 해!”
“알겠습니다!”
거의 모든 직원이 수호와 관련된 상품과 이벤트를 준비하느라 바빴다.
그만큼 필리스에서 이제 수호는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홈으로 돌아온 필리스의 경기를 보기 위해 필라델피아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40-40클럽까지 이제 몇 개 남았다고?”
“도루 2개!!”
“이번 시리즈에서 충분히 끝낼 수 있겠네!!”
“으하하! 올해 시즌권을 사두길 정말 잘했다니까!”
“맞아. 요즘 티켓 구하는 거 보면 시즌권을 사두는 게 얼마나 잘한 짓인지 알 수 있어!”
매년 시즌권을 구매해서 경기를 관람하는 필리건들이 자랑스럽게 외치며 경기장에 들어섰다.
그들의 말대로 일반 관중들은 티켓을 구하는 게 전쟁이었다.
수호의 활약에도 매 경기 매진이 될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팀이 연승까지 달리니 티켓의 가치가 더욱 하늘을 찔렀다.
그렇게 오늘 경기도 모든 좌석이 매진되면서 필리스는 후반기 모든 경기가 매진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런 관심의 중심에 있는 장본인은 감독과 면담을 나누고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자네를 포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쓸 생각이라네. 자네도 알겠지만, 본격적인 여름 시즌이 시작되면서 체력 관리에 들어가야 할 시기가 됐어.”
매디슨 감독은 혹여나 수호가 오해하지 않게끔 자세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자네도 알겠지만, 포수라는 포지션이 다른 포지션보다 체력 소모가 심한 곳이지. 거기에 부상의 위험도 높은 곳이다 보니 아무래도 로테이션을…….”
“알겠습니다. 감독님의 말씀대로 오늘은 지명타자로 나서겠습니다.”
“의외로 바로 받아들이는군?”
“제 기록을 위해 팀에서 배려를 해주는 건데. 제가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하하! 이미 알고 있었나?”
“물론입니다. 그리고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꼭 성적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부담을 줄 생각은 없네. 그저 자네가 최고의 컨디션으로 도전할 수 있게끔 해주고 싶을 뿐이야.”
“예,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이고 감독실을 나서는 수호를 보며 매디슨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루키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군.”
통찰력이나 상황을 읽는 능력이 어린아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 수호였다.
덕분에 마음을 놓은 매디슨은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 * *
예고대로 리얼무토가 오랜만에 마스크를 썼다.
“오늘은 J.T가 마스크를 쓰는군.”
“뭐, 이것도 나쁘지 않잖아? 한의 체력도 보존해 줄 수 있고.”
“그렇긴 하지. 대기록이 진행 중인데. 체력을 충분히 보존해 주면서 기록 달성까지 도와주는 게 최고지.”
“그게 맞지.”
필리건들은 리얼무토의 선발출전을 환영했다.
-리얼무토가 선발로 마스크를 쓰고 잭 휠러와 호흡을 맞춥니다.
-상당히 오랜만에 두 베테랑이 호흡을 맞춥니다.
-한수호 선수가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는 가운데. 과연 두 베테랑이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마운드에 선 잭이 상체를 숙이자 리얼무토가 사인을 보냈다.
‘몸쪽, 슬라이더.’
‘역시 J.T야. 오늘 내 슬라이더가 날카로운 걸 잘 알고 있어.’
오랜만의 호흡이었지만, 리얼무토는 잭이 던진 공을 받아보고 그의 컨디션을 바로 간파했다.
퍽!
“스윙! 스트라이크!”
-초구에 타자의 배트가 헛돕니다! 슬라이더의 각도가 예리하네요!
-오늘도 잭의 컨디션은 상당히 좋아 보입니다!
더그아웃에서 두 사람의 투구를 지켜보며 수호는 안심했다.
‘간만에 호흡을 맞춰도 큰 문제는 없는 거 같네.’
[ㅋㅋ 당연하지.]
[리얼무토 쟤도 얼마나 오래 포수를 했는데.]
[한 달 정도 쉬었다고 문제 될 일은 없음.]
[그것보다 구단에서 이렇게 배려해 주는데. 슬슬 너도 속도를 올려야지?]
‘그래야죠.’
[나와의 약속을 잊지 마라.]
타이 콥의 말에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한 약속은 8관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루의 개수를 올릴 필요가 있었다.
‘1위인 바비 위트 주니어의 숫자는 42개. 나와는 4개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수호가 공격적으로 도루를 추가하고 있는 거에 비해 바비 위트 주니어는 숫자를 줄이고 있었다.
정확히는 발목 부상 이슈로 뛰는 걸 자제하고 있는 상황.
지금이야말로 숫자를 줄일 절호의 기회였다.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가자.’
수호가 더그아웃에서부터 집중력을 높였다.
* * *
1회.
잭은 리얼무토의 리드를 따라 안정적인 피칭을 이어나갔다.
그 결과 세 명의 타자를 깔끔하게 돌려세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리고 1회 말.
필리스의 공격이 시작됐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높게 뜬 타구! 중견수가 잡으면서 첫 타자 조니 로버트가 아웃이 됩니다.
로버트가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고 두 번째 타자인 하퍼 역시 유격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로 물러났다.
-두 타자 연속 범타로 돌려세운 브레이브스의 맥스 투수!
-오늘 컨디션이 상당히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이 선수는 버거운 상대일 겁니다!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수호의 등장에 필리스 경기장이 들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