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109화
애런 저지가 3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면서 사람들은 시즌 50번째 홈런은 그가 주인이 될 것이라 이야기했다.
타격감이 좋았기에 3연타석 홈런이 나올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무엇보다 수호에 대한 견제가 심해지면서 애런 저지가 선착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었다.
하지만 수호는 배드볼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애런 저지를 제치고 이번에도 50홈런에 먼저 달성했다.
[필리스의 한수호, 애런 저지를 제치고 메이저리그 홈런 선두에 올라서다!]
[다시 선두의 자리를 탈환한 한수호!]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먼저 50홈런 고지에 오른 한수호! 메이저리그 역대 최연소 50홈런 고지를 밟다!]
수호의 루키시즌 50홈런 기록은 메이저리그 역대 최연소 기록이었다.
[기존 프린스 필더의 23세보다 월등히 어린 19세에 메이저리그의 새로운 역사를 쓴 한수호!]
[세계기록으로 보더라도 일본의 무라카미 무네타카의 22세보다 3살이나 어린 기록!]
[레코드 브레이커의 질주는 멈추지 않는다! 40-40클럽까지 도루 5개를 남겨둔 한수호!]
50홈런 달성이 조명받으면서 다음 기록에 대해서도 언급되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40-40클럽이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던 루키시즌 40-40클럽 가입! 과연 그는 가능할 것인가?!]
[레코드 브레이커의 한계는 끝이 없다!]
[데뷔시즌, 메이저리그의 모든 기록을 새로 달성하고 있는 한수호!]
[기록 달성만큼이나 인기 역시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는 한수호, 미국 현지에서도 그의 인기는 절정을 달리고 있다.]
[뉴욕포스트에서 진행한 2027년을 빛낸 스포츠 스타는 누구인가? 라는 설문에 한수호가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중.]
[메이저리그 사무국, 팬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투표를 실시. 한수호에게 78퍼센트의 표가 쏠리면서 1위에 올랐다.]
수호의 인기는 말 그대로 글로벌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필라델피아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었고 그가 원정을 떠난 경기는 매번 매진이 될 정도였다.
-파이리츠와 2차전, 한수호 선수를 보기 위해 피츠버그 야구팬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았습니다.
-원정경기에서도 한수호 선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것이 경기장에 필리스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다수 보인다는 겁니다.
-사실상 1/4 정도는 한수호 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그들 중에는 동양인의 비중이 매우 적은 것도 이례적인 일이죠.
-저도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경기장 주변을 둘러보는데. 한국 교민분들이나 관광객분들은 표를 구하지 못해 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한수호 선수가 경기에 나온다면 현지 팬들조차 티켓을 구하는 게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암표 가격 역시 크게 올랐다 하더군요. 사무국에서 집중단속을 하고 있긴 하지만, 잡는 게 상당히 어려운 듯합니다.
메이저리그의 역사에 도전하는 수호였기에 당연히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었지만, 큰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오늘도 경기장을 가득 채우게 만든 한수호 선수가 주자 3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섭니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가볍게 배트를 돌린 수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나 포수는 자리에 앉지 않았다.
“뭐해? 경기 안 할 거야?”
상대 팀 포수인 토니에게 수호가 물었다.
“너 같으면 1사 3루 상황에서 너랑 상대하겠냐? 난 해도 상관없지만, 최소한 우리 감독은 그럴 생각이 없는 거 같다.”
토니의 말에 수호의 시선이 파이리츠의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계단을 올라와 구심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는 파이리츠의 감독이 보였다.
그 신호를 받은 구심이 마스크를 벗고 자리에서 벗어나면서 수호를 손짓을 지목하고 1루를 가리켰다.
“진루야. 1루로 뛰어.”
구심의 말에 보호장구를 벗기 시작한 수호가 토니에게 물었다.
“설마 오늘 하루 종일 이럴 생각은 아니지?”
“나야 모르지.”
“이러면 경기를 보러온 관중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아?”
“그러게 어제 좀 힘 빼고 때리지 그랬어. 누가 홈런을 두 개나 때리래?”
“그럼 너 같으면 50홈런을 양보할 수 있겠냐?”
“그건…….”
토니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절대 못 하지.”
“나도 그랬을 뿐이야. 어쨌든 날 거른다고 해서 해결될 건 없어.”
수호가 고개로 뒤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대기 타석에서 배트를 힘차게 돌리고 있는 리얼무토가 있었다.
“리얼무토가 무섭긴 하지. 그런데 말이야. 널 상대할 바에는 차라리 리얼무토를 세 번쯤 상대하는 게 더 나을 거야.”
“하하!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수호가 몸을 돌려 1루로 걸어가려는 찰나.
리얼무토가 타석으로 걸어왔다.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자 수호가 그에게 말했다.
“헤이, J.T. 토니가 그러는데 날 상대하는 것보다 당신을 세 번쯤 더 상대하는 게 낫겠다네요.”
“야! 잇!! 그걸 말하고 가면 어떻게 해?!!”
“오호, 그래? 그렇게 말했어?”
리얼무토의 시선이 토니에게 고정됐다.
“하……하하……. J.T,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뭐, 변명할 게 있나? 나이가 들어서 내가 만만하게 보인다는데.”
“만만하다는 게 아니고…….”
“두고 보자고.”
미소를 머금으며 말하는 리얼무토의 모습에 토니가 1루에 도착한 수호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망할 자식……!’
분노한 리얼무토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딱!!
-때렸습니다!! 리얼무토의 이번 타구!! 중앙 펜스를 그대로 넘겨 버립니다!! 3구를 받아쳐 홈런으로 만들어버리는 J.T 리얼무토!!
-한수호 선수를 거르고 리얼무토와의 승부를 선택했지만, 그게 실수였다는 걸 첫 타석에서 보여주는 리얼무토!! 쓰리런이 작렬하면서 팀에 선취점을 안겨줍니다!!
토니는 1루로 뛰어가는 리얼무토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망할…… 이러면 꼭 내 탓 같잖아.’
수호가 원망스러웠다.
* * *
파이리츠와의 2차전에서 수호는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필리스는 스코어 11 대 7로 승리를 거두면서 뉴욕 메츠와의 격차를 벌려갔다.
그리고 수호 역시 1개의 도루를 추가하면서 40-40클럽까지 한 걸음 더 내디뎠다.
[메이저리그 역대 5번째 40-40클럽까지 도루 4개를 남겨둔 한수호!]
[역사를 향해 한 발자국씩 내딛는 그에게 메이저리그는 물론 전 세계 야구팬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언론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소식은 저녁 메인 뉴스에도 연일 방송되었다.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뛰고 있는 한수호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 도루를 추가하며 40홈런 40도루 클럽 가입까지 도루 4개를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소식은 현지에 나가 있는 김동수 특파원을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화면이 2분할로 나뉘더니 곧 수호의 경기 장면으로 이어졌다.
그걸 집에서 보고 있는 이두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미치겠네.”
“후배가 잘하고 있는데. 당신이 왜 미쳐요?”
“아까워서 미치는 거지. 쟤가 조금만 빨리 발견됐어도 이번 WBC에서 중심타선은 물론이고 포수도 걱정이 없을 텐데.”
“어차피 그건 물 건너갔다면서요?”
아내가 건네는 사과를 받아 들며 이두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 건너갔지. 협회에서도 제대로 못을 박아버렸으니까,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고. 어휴! 협회 노친네들, 내가 분명 쟤는 대박 날 거니까 특혜든 뭐든 해서 반드시 넣어야 한다 그랬는데!”
“어쩌겠어요, 이미 지나갔는데. 그렇게 아쉬우면 내년에 있을 올림픽에 미리미리 넣어두는 게 어때요?”
“그게 낫겠지?”
“네. 아무래도 병역 문제도 해결되는 올림픽이니 선수도 더 혹하지 않겠어요?”
“좋아! 그럼 내일 당장 협회에 나가서 담판을 지어야겠어!”
“아니, 그런데 이 양반은 우리 아들은 챙기지 않고 왜 남의 집 자식부터 챙겨요?”
“아~ 성훈이야 지가 알아서 하겠지. 나보다 야구도 더 잘하는 놈인데 뭐!”
“아직도 성훈이가 했던 말 때문에 삐져 있는 거예요?”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됐을 당시 이성훈은 인터뷰에서 이제는 아버지를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이두성은 언론에 시달렸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아내가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럼 저 친구도 내년에 있을 올림픽에 나오는 거예요?”
“아직 변수는 많지만…… 협회 쪽은 내가 설득해야지.”
“변수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국가대표에 그렇게까지 목매달지 않아서 말이야.”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
만약 수호가 국가대표가 아닌 다른 길을 택한다면 그것 역시 그의 선택일 뿐이다.
자신의 아들처럼 말이다.
* * *
수호의 기록 행진만큼이나 필리스 역시 기록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후반기 들어 5경기 연속 승리!]
[파이리츠를 잡아내면서 메츠와의 차이를 벌리기 시작한 필리스!]
[포스트시즌이 보인다! 필리스 이번 시즌 목표인 월드시리즈까지 갈 수 있을까?]
필리스가 연승 행진을 이어가면서 메츠와의 차이를 벌리고 있었다.
수호의 활약과 팀의 연승이 이어지면서 필라델피아 시민들 역시 필리스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이런 관심을 그냥 넘길 상인들이 아니었다.
“오늘 저녁에 있을 경기에서 우리 수호가 홈런을 때리면 맥주 서비스 드립니다!!”
“우리는 프렌치프라이를 서비스로 드려요!!”
“자자! 맛있는 파스타 드시면서 필리스 경기를 같이 응원합시다!!”
여기저기에서 필리스와 수호를 활용한 마케팅에 들어갔다.
실제 이러한 마케팅은 가게의 매출 증대에 큰 도움을 주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마케팅이란 점이 많은 호응을 끌어냈다.
외부에서 이러한 반응이 일어날 정도인데 필리스 내부에서의 반응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오늘 경기도 이기면 내가 피츠버그에서 제일 맛있는 스테이크 사준다!!”
“오! 정말입니까?!”
“역시 캡틴입니다!!”
분위기를 이끄는 건 캡틴 브라이스 하퍼였다.
그의 제안에 선수들이 사기가 올라갔다.
‘역시 먹을 거 앞에는 장사가 없구나.’
[ㅋㅋ 단순히 그런 문제가 아니지.]
[팀이 상승세에 탔으니까 저런 제안에도 이런 분위기가 나오는 거지.]
[하락세에서 저런 이야기 해봐야 침울한 분위기일걸.]
[무엇보다 하퍼 본인이 클럽하우스를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네.]
[쟤도 베테랑이니까.]
하퍼도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가 원했던 대로 필리스라는 한팀에서 선수 생활을 쭉 보내면서 이제는 워싱턴 시절을 생각하는 건 어려울 지경이었다.
슈퍼스타로서 필리스에 합류했던 그도 팀에서는 이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 되었다.
벌써 3년 연속 캡틴을 맡을 정도로 최고참의 위치에 있었다.
자연스레 캡틴으로서의 경험이 쌓이면서 그는 이제 선수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았다.
그리고 그의 레이더에는 수호 역시 잡혀 있었다.
“헤이! 한, 너는 오늘 도루나 홈런 하나는 기록해야 스테이크 사줄 테니까! 열심히 뛰란 말이야!!”
자신의 의욕을 복돋아주기 위한 그의 외침에 수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많이 먹습니다.”
“맞아! 저 녀석 저번에 스테이크 한번 먹였는데 돈이 얼마나 나왔는지 알아? 무려 300불이 나왔다니까!”
옆에 있던 잭이 대화에 참여하자 하퍼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럼 최소한 2개는 기록해야겠는데?”
“캡틴이 꼬리를 내리게 하다니? 한 정말 대단한데?”
“하하!!”
클럽하우스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필리스였다.
그리고 이런 좋은 분위기는 경기에서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