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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108화 (107/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108화

    자신의 전용기에 몸을 싣기 위해 이동 중인 스캇 보라스는 리무진에 설치된 TV를 통해 경기를 보고 있었다.

    “허허, 저 친구 1회부터 홈런을 날렸군.”

    “고든이 상대인데도 정말 식지 않는 방망이네요.”

    “메츠와의 경기 이후 수호의 스윙에서 무언가 변화가 생겼어.”

    “변화요?”

    “음, 정확히는 로키스와의 경기라고 해야겠군. 이전에는 자신의 존을 벗어나는 공을 때리지 않더니 이제는 존을 벗어나는 공에도 적극적으로 배트를 내밀더라고.”

    “분명히 그런 모습이 자주 보이고 있죠. 배드볼 히터는 일반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 있지 않나요?”

    “그건 무리하게 공을 때리는 배드볼 히터에 한정되는 이야기지. 수호는 그런 어설픈 배드볼 히터들과는 달라.”

    스캇 보라스는 차안에 비치된 위스키를 한 모금 들이켜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녀석은 배드볼을 홈런으로 만들 수 있는 스킬을 손에 넣었어. 과거와 달리 손목을 잘 사용하고 거기에 본인의 파워를 인지하고 사용하기 시작했어.”

    “이전에도 파워는 잘 사용하던 선수 아닌가요?”

    “그렇게 볼 수도 있지. 하지만 그는 풀히터로서 스윙을 가져갔어.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굳이 풀히터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펜스 너머로 타구를 날릴 수 있는 파워를 가지고 있었다는 거지.”

    “브라이스 하퍼가 아닌 피트 알론소와 같은 타입의 선수였다는 거군요.”

    “맞아. 홈런더비에서 그걸 깨달았는지, 아니면 다른 계기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후반기에는 상체의 힘만으로 스윙을 하는 일이 많아졌어.”

    “그래서 배드볼을 공략하기 시작했음에도 현재의 타율을 유지하는 거고요.”

    이사벨의 시선이 수호의 프로필로 향했다.

    “후반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여전히 타율이 0.414라니…….”

    “경이로운 성적이지. 잘하면 정말 역사가 바뀔 수도 있겠어.”

    마지막 4할 타자의 주인이 바뀔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수호는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또 한 번 바꿀 것이다.

    ‘오타니를 뛰어넘는 계약도 가능하겠지.’

    만약 베이브 루스가 현시대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만약 테드 윌리엄스가 현시대에서 야구를 했다면?

    그리고 자신이 그들의 에이전트를 맡았다면?

    아마 메이저리그 역사상 다시 등장하기 어려운 계약을 해냈을 거다.

    보라스 역시 때로 그런 상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상상만 하던 일을 수호가 현실로 바꿔줄 수도 있을 거 같았다.

    그런 수호를 잡아두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역시 그의 비위를 거스르게 만드는 이들을 처리해 주는 것이었다.

    “한국 지부에 연락해서 그 유튜브 사건을 최대한 빠르게 해결하도록 해. 쓸데없이 말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하게 밟아버려.”

    “알겠습니다.”

    이사벨의 대답을 들은 보라스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악마의 에이전트.

    그 별명은 구단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었다.

    * * *

    수호가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첫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맞아서인지 고든이 이전보다 더 조심스러워졌다.

    퍽!

    “볼, 쓰리.”

    -투볼 원스트라이크에서 고든이 던진 커브가 존을 벗어납니다.

    -원바운드될 정도로 크게 떨어졌기에 한수호 선수가 배트를 내밀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번 고든의 유인구는 존에서 상당히 멀리 벗어나고 있네요.

    -첫 타석에서 홈런을 맞은 게 상당히 충격적이었나 봅니다.

    첫 타석 홈런은 고든은 물론 파이리츠의 더그아웃도 긴장하게 만들었다.

    ‘분명 존을 벗어나는 공이었는데. 그걸 홈런으로 만들어냈어. 어설프게 유인구를 던졌다가는 또 홈런이 나올 수 있다.’

    아직 1점 차 승부였기에 점수가 벌어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수호와의 두 번째 승부에서는 승부를 피하는 선택을 했다.

    쓰리볼이 된 이상 무리해서 그와 승부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망할…… 내가 마운드에 있는데도 그와 승부를 피하라니.’

    고든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더그아웃에서 나온 작전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고든은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볼넷입니다! 두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 출루에 성공하는 한수호 선수!

    -오늘 경기 벌써 멀티출루를 성공하면서 팀에게 공격 기회를 계속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수호가 출루하자 그걸 지켜보고 있는 팬들은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기대했다.

    파이리츠 역시 수호의 도루를 견제하고 있었다.

    퍽!

    “세이프.”

    -1루에 견제구! 하지만 한수호 선수가 여유롭게 귀루합니다.

    -견제구 제한이 있는데도 처음부터 한수호 선수를 견제하네요.

    -이걸로 한수호 선수가 뛰는 데 더 유리해지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현재까지 도루성공률 100퍼센트를 자랑하는 한수호 선수! 오늘도 그 기록이 이어지길 기대하겠습니다!

    고든이 처음부터 견제구를 던진 이유는 간단했다.

    ‘뛸 테면 뛰어봐.’

    수호를 뛰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들의 의도대로 고든이 발을 내디디는 순간.

    타닥!!

    -한수호 선수 뛰었습니다!!

    수호가 땅을 박차고 2루로 내달렸다.

    알고 있었다는 듯 포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캐처박스를 벗어났고 고든은 그런 포수를 향해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퍽!!

    -파이리츠 피치아웃!!

    파이리츠의 선택은 적중했다.

    피치아웃을 택했기에 수호가 잡힐 거란 예상이 팬들의 머릿속에 깔렸다.

    ‘잡았어!’

    “흡!!”

    쐐애애액-!!

    포구한 순간 포수가 공을 빼내 그대로 2루로 뿌렸다.

    낮고 정확하게 날아간 공이 2루수의 글러브를 노렸다.

    촤아아앗-!!

    동시에 몸을 날린 수호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2루 베이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 수호의 손을 향해 2루수의 글러브가 다가왔다.

    아슬아슬한 타이밍.

    거의 동시에 베이스 터치와 글러브 터치가 이루어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2루심에게 향했다.

    “세이프!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피치아웃을 통해 한수호 선수를 잡으려고 했던 파이리츠! 하지만 한수호 선수의 발을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시즌 35번째 도루에 성공하면서 40-40클럽까지 단 5개만을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40-40클럽을 향한 질주가 멈추지 않았다.

    * * *

    49홈런 35도루.

    40-40클럽까지 노려볼 수 있는 기록이었지만, 오늘 경기에서 대중의 관심은 그것보다는 50홈런에 맞춰져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1홈런 추가하면 50홈런이네.

    -40홈런도 애런 저지보다 먼저 올라섰으니. 50홈런도 먼저 가즈아!!

    -다시 1위 올라가야지!!

    -괜히 도루로 힘 빼지 말고 50홈런 가즈아-!!

    -얘는 후반기 접어들어서도 체력이 지치질 않네.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몸인지 궁금하다.

    대중은 더 이상 소송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수호는 자신의 실력만으로 그들의 세력을 모두 잠재워 버렸다.

    대중은 오직 수호의 기록 갱신에 집중하고 있었다.

    -필리스가 2 대 0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합니다!

    리얼무토의 안타성 타구에 수호는 단번에 홈을 노렸다.

    그 결과 스코어는 2 대 0으로 벌어졌다.

    아쉬운 건 더 이상의 추가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매디슨 감독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늘도 수호가 마스크를 쓴 덕분에 브라이언이 안정적으로 공을 던지고 있다.’

    언론에서는 공격력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매디슨 감독은 수호가 지닌 포수로서의 능력 역시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리얼무토를 로테이션에서 제외하고 수호 일변도로 가더라도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리얼무토도 팀에 꼭 필요하다. 수호가 계속 포수로서 마스크를 쓰게 된다면 체력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어.’

    여름이 시작되면서 날은 계속 무더워지고 있었다.

    아직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거 같았지만, 분명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컸다.

    그전부터 관리에 들어가야 했다.

    ‘시즌 초반 리얼무토와 로테이션을 돌렸기에 지금 괜찮은 걸 수도 있어. 비축된 체력이 있었을 테니까. 그 체력이 떨어지기 전에 관리를 통해서 타격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좋다.’

    역대급 시즌을 펼치고 있는 수호였다.

    그 기록들을 위해서 벤치에서도 도와주는 게 최우선이었다.

    이미 위에서 오더도 나왔다.

    마크 단장은 물론 사장인 돔브로스키까지 나서서 수호를 특별 관리 하라는 명령이 하달됐다.

    그만큼 이번 시즌 수호의 활약은 구단의 매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다.

    퍽!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타자가 한참 동안 한수호 선수를 바라보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섭니다!

    -아쉬움이 남을 겁니다! 지금 공은 타자 입장에서는 분명히 빠진 것으로 보였을 테니까요!

    타자의 생각이 맞았다.

    만약 수호가 아닌 다른 포수였다면 지금 공은 볼이 되었을 거다.

    ‘마지막 순간에 공을 보더라인 쪽으로 밀어서 스트라이크로 만들었어.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녀석의 프레이밍은 정말 예술 그 자체라니까.’

    저런 녀석을 타격에만 집중시키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까웠다.

    ‘녀석이 마스크를 쓰면 투수진을 안정적으로 돌릴 수 있을 텐데.’

    팀 전체를 생각해야 하는 감독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수호의 역대급 기록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아까워…… 아까워.’

    계속 아깝게 포수로서의 능력을 보여주는 수호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 매디슨 감독이었다.

    * * *

    올 시즌 처음으로 고든은 6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5와 2/3이닝을 채운 그가 마운드를 내려가고 남은 아웃 카운트 하나를 새로운 투수가 올라와 2사 2, 3루의 위기에서 불을 껐다.

    그리고 7회.

    3 대 1의 스코어에서 조니 로버트가 타석으로 들어섰다.

    -달아나는 점수가 필요한 필리스가 7회에 좋은 찬스를 얻어냅니다.

    -그렇습니다. 로버트, 하퍼, 그리고 한수호 선수 순서로 이어지는 타순에 추가 점수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로버트의 출루가 중요한 상황.

    본인도 잘 알고 있는 듯 그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딱!!

    -3구를 강타! 2루수 키를 넘기는 아슬아슬한 안타가 나옵니다!

    -선두 타자 출루에 성공한 필리스! 타석에는 캡틴 하퍼가 들어섭니다!

    하퍼가 타석에서 들어서자 팬들은 그가 한 방을 날려주길 바랐다.

    그리고 그는 베테랑답게 공격의 끈을 놓지 않게 완벽한 기회를 수호에게 연결해 주었다.

    딱!!

    -때렸습니다!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 중견수가 공을 잡아 2루로 던지면서 주자는 1, 3루가 됩니다!

    -브라이스 하퍼가 한수호 선수 앞에 밥상을 대령해 주었습니다!

    -이제 한수호 선수가 수저를 떠서 먹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네요!

    한 가지 불안한 요소도 있었다.

    바로 파이리츠가 승부를 피하는 것이었다.

    예상대로 파이리츠 더그아웃에서 사인이 나왔다.

    ‘최대한 어렵게 승부를 가져가도록 해.’

    무사 1, 3루였다.

    굳이 수호와 무리하게 승부를 할 이유가 없었다.

    여차하면 볼넷으로 내보내서 리얼무토와의 승부를 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이었다.

    더그아웃의 사인대로 투수는 최대한 승부를 피하는 방향으로 공을 던졌다.

    “흡!!”

    쐐애애액-!!

    초구는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였다.

    누가 보더라도 볼이 될 공.

    하지만 수호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딱!!

    “파울!”

    -바깥으로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에 한수호 선수의 배트가 돌아갑니다.

    -다소 무리한 스윙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구 역시 바깥으로 제구된 패스트볼이었지만, 이번에도 수호의 배트가 돌아갔다.

    딱!

    “파울!”

    -2구 역시 파울이 되면서 볼카운트가 몰립니다.

    -한수호 선수가 홈런을 너무 염두에 두는 걸까요? 두 번 연속으로 무리한 스윙이 나오고 있습니다.

    척 봐도 무리하는 게 느껴지는 스윙이었다.

    그 결과 볼카운트가 몰리자 투수는 욕심이 났다.

    ‘여기에서 승부하는 게 어때?’

    투수의 요청에 포수의 시선이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투스트라이크까지 몰렸으니 승부를 하고 싶겠지만…….’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까지 볼카운트가 몰렸는데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내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승부하도록 해.’

    더그아웃의 허락이 떨어지자 투수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리그 최고의 타자를 잡아낼 기회란 말이지.’

    사인을 교환한 그가 세트포지션에서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아웃코스 낮게 들어갔다.

    수호는 마치 그걸 예상했다는 듯 이전과 다른 속도로 배트를 돌렸다.

    부앙!!

    매섭게 돌아간 배트는 보더라인에 걸치는 공을 그대로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그리고 배트를 던지는 한수호 선수!!

    손으로 전달되는 감각에 정확히 걸렸음을 느낀 수호가 배트를 던지고 천천히 1루로 뛰었다.

    -이 타구는 그대로 펜스를 넘어갑니다!! 시즌 50호 홈런을 터뜨리는 한수호 선수!! 40홈런에 이어 50홈런 역시 첫 번째로 기록합니다!!

    시즌 첫 번째 50홈런이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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