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105화
시즌 세 번째 그랜드슬램.
그것도 홈런이 뒤처지고 있을 때 나온 그랜드슬램이었기에 그 임팩트는 대단했다.
[한수호 애런 저지를 추격하는 그랜드슬램 작렬!]
[시즌 47번째 홈런을 그랜드슬램으로 기록한 한수호 선수! 애런 저지와는 다시 1개 차이로 좁혀졌다!]
[애런 저지 게 섰거라! 한수호 그랜드슬램으로 타점과 홈런 부문에서 1위인 애런 저지를 맹추격!]
한경기 4타점과 1홈런을 추가한 수호에 대한 기사가 도배되었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 기록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40-40클럽까지 도루 6개 남았다!]
[메이저리그 역대 5번째 주인공을 가시권에 둔 한수호!]
[로키스와의 경기에서도 도루를 추가하며 이 부문 1위인 바비 위트 주니어와의 차이를 6개로 줄인 한수호!]
도루 역시 꾸준히 증가하면서 30-30클럽 가입 이후 벌써 4개나 추가했다.
그의 도루 페이스가 빨라진 건 로키스의 작전 덕분이었다.
볼넷으로 출루할 기회가 많아지니 그만큼 도루의 추가 역시 많아졌다.
덕분에 40-40클럽도 눈앞에 두게 되었다.
이런 기록들의 연속에 팬들이 열광하는 건 당연했다.
-그동안 수호가 슬럼프에 빠졌다고 한 애들 어디 갔냐?
-고작 몇 경기 홈런 못 때렸다고 밸런스 깨졌니 어쩌니 하는 애들 어디 감?
-역시 우리 수호! 믿고 있었다구!!
-40-40클럽은 달성이 확정적이긴 하네.
-그것도 그거지만, 오늘 경기에서 나온 그랜드슬램이 진짜 일품이었다.
-그동안 보여주었던 자신의 스트라이크존이 아니라 배드볼을 그냥 올려쳐 버리던데?
-저런 자세에서 홈런이 나온 게 신기하더라.
-힘이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특히 수호의 홈런이 큰 화제가 되었다.
하체가 무너진 자세에서 나온 스윙이었다.
한마디로 하체 힘을 백 퍼센트 쓸 수 없었다.
그럼에도 홈런을 만들어냈다는 건 그의 힘이 엄청나게 좋았다는 소리다.
한국인이 이 정도의 파워를 낼 수 있다는 것에 네티즌들은 경악했다.
미국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
특히 필라델피아에선 슈퍼루키가 다시 발동을 걸었다면서 그날 밤에는 펍이 새벽까지 문을 닫지 않았다.
* * *
타이 콥을 과거를 경험했지만, 수호는 배드 볼 히터가 될 생각은 없었다.
‘분명하게 말하지만, 당시 선배님의 타격 방법은 현시대에 통하지 않습니다.’
[ㅇㅇ 나도 알아.]
‘의외로 바로 인정하시네요.’
[내 전성기였던 시절과 지금 시대의 야구는 큰 틀만 비슷하고 세부적인 부분은 달라졌어. 무엇보다 내가 지금 시대에 야구를 한다면 과거와 다를 거야.]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선배님이 만약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현대에서 야구를 하셨다면 아마 타격 자세부터 메커니즘 전반을 손보셨을 거예요.’
잠깐이지만, 그의 과거를 경험하면서 수호는 타이 콥의 운동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존을 벗어나는 공마저 때려서 안타를 만들어내고 1루에서 홈까지 파고드는 움직임은 보통 사람의 운동 능력과는 달랐다.
[그래서 넌 내 기술을 어떻게 할 생각이냐?]
‘선배님들의 기술을 조화시키고 싶습니다.’
[선배님들?]
[콥의 기술이 아니라?]
[우리 기술을 조화시킨다고?]
‘예. 선배님들의 과거를 볼 때마다 생각했습니다. 선배님들의 기술은 마치 송곳과도 같습니다. 장점이 단점을 커버하고도 남을 정도였죠.’
[우린 완벽했어~]
[맞아. 단점이 어디 있냐?]
레전드들은 단점이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장난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들 역시 자신들에게 단점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전설이 될 수 있었던 건 수호의 말대로 장점이 단점을 덮어버릴 정도로 훌륭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들의 장점을 섞는다면 너의 것으로 만들 수는 있고?]
‘해봐야죠. 만약 장점들을 섞고 거기에 저만의 장점을 융합할 수 있다면…….’
레전드들이 수호에게 원하는 것은 하나였다.
바로 자신들의 기록을 갱신해 주는 것.
단지 그들이 가진 능력만으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수호 역시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의 것을 습득할수록 수호는 점점 욕심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들의 것을 조합해 자신만의 것을 만들고 싶다.
그러나 그걸 드러내지 않았다.
‘선배님들의 기록을 깨는 데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뭐,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행크 애런의 손목 스킬, 테드 윌리엄스의 눈, 베이브 루스의 파워 그리고 이 몸의 능력 전부를 섞는 건가?]
[잘나가다가 마지막에 결국 자기 자랑으로 빠지네.]
[콥 선배, 그건 좀 그렇습니다?]
[본인만 잘났다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레전드들의 투덕거리는 모습을 보며 수호는 고개를 저었다.
* * *
수호가 바뀌었다.
딱!!
-때렸습니다!! 좌중간을 가르는 장타 코스!! 2루 주자 홈으로 들어오고 한수호 선수는 1루 베이스를 돌아 2루로! 그리고 3루를 바로 노립니다!!
-공이 중계되고 있어요!
쐐애애액-!!
촤아아앗-!!
“세이프!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거의 동시에 들어왔지만, 3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합니다!!
-대단히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로 3루타를 만들어내는 한수호 선수! 대단합니다!!
-주루플레이도 좋았지만, 거의 존 밖으로 흘러나가는 공을 억지로 밀어치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평소의 한수호 선수였다면 이런 공을 그냥 흘려보냈을 텐데. 오늘은 끈질기게 쫓아가 안타로 만들어냈습니다!
정교한 눈야구를 하던 수호는 배드볼을 적극적으로 노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삼진의 개수가 늘어나고 있었지만, 안타 역시 증가했다.
그런 수호의 변화에 로키스 역시 전략을 바꾸었다.
‘승부하도록 해.’
수호의 세 번째 타석에 로키스의 더그아웃에서 사인이 나왔다.
더 이상 그와의 승부를 피하는 게 아니라 승부를 하라는 쪽으로 말이다.
‘배드볼에도 배트가 나온다는 건 눈야구를 버렸다는 소리다. 타격감은 나쁘지 않은 거 같지만, 삼진을 당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어.’
전날 당한 그랜드슬램은 그저 운이 나빴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하체가 무너지면서 휘두른 배트에 홈런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오늘 나온 3루타 역시 코스가 좋았고 수호의 발이기에 가능했던 이야기다.
만약 다른 주자였다면 어림도 없는 이야기였다.
‘녀석의 타격 메커니즘은 무너졌다.’
무엇보다 타격 메커니즘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다.
무슨 다른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렇기에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착각이었다는 건 수호의 스윙을 보고 깨달았다.
“흡!!”
쐐애애애액-!!
아웃코스로 들어오다 다시 흘러나가는 싱커에 수호가 반응했다.
타닥!
휘릭!!
하체와 골반이 돌아가고 뒤이어 상체가 회전하며 강렬한 돌풍을 만들어냈다.
부앙!!
연이어 회전한 배트는 순식간에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 도망치려는 공을 쫓아가 그대로 타격했다.
딱!!
-때렸습니다!! 그리고 한수호 선수는 배트를 던졌습니다!!
배트를 던진 수호의 눈에 우익 선상을 따라 펜스 밖으로 날아가는 타구가 보였다.
-넘어갔습니다!! 시즌 48번째 홈런을 작렬하는 한수호 선수!! 다시 애런 저지와 공동 1위에 올라섭니다!!
-엄청난 홈런입니다. 하체의 힘을 제대로 쓸 수 없을 정도로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공이었는데. 이걸 밀어쳐서 홈런을 만들어냈어요!
-한수호 선수의 파워를 느낄 수 있는 스윙이었습니다!!
담장 밖으로 타구를 넘겨 버린 수호가 유유히 베이스를 돌았다.
* * *
시즌 48번째 홈런을 기록함으로써 애런 저지와 다시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애런 저지 역시 곧장 홈런을 추가하면서 차이를 벌렸다.
[애런 저지 시즌 49번째 홈런 작렬. 다시 홈런 부문 단독 선두에 올라서.]
[50홈런 고지를 향한 두 선수의 스프린트가 시작됐다!]
[과연 50홈런이라는 고지를 먼저 넘어설 선수는 누구인가?]
[40-40까지 도루 6개를 남겨둔 한수호는 과연 언제 40-40클럽 가입에 성공할 것인가?]
[타점에서도 시동을 걸기 시작한 한수호, 그랜드슬램으로 1위 애런 저지와의 차이를 확 줄이다.]
수호와 애런 저지의 홈런대결은 단순히 야구팬들의 행사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에 관중들이 돌아오고 있다.]
기사로 나올 정도로 최근 메이저리그 관중의 숫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게 수치적으로 발표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올해 평균관중이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도 30퍼센트가량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수호와 애런 저지의 역대급 홈런레이스가 팬들을 경기장으로 돌아오게 만든 것이다.]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노리는 두 사람의 홈런대결은 과거 맥과이어와 소사의 대결을 연상케 했다.
당시 메이저리그 전체 관중이 상승한 걸 생각하면 이번에도 비슷한 현상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리고 이런 관심에 일각에서는 끊임없이 약물과 관련한 의구심을 제시하고 있었다.
-솔직히 올 시즌 끝나고 메이저리그에서 대형사고 한번 터질 듯.
└대형사고?
-약물 관련으로 대형사고 터질 각 아니냐?
-아직 시즌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40홈런 이상 때려낸 선수가 벌써 7명임.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함?
-특히 애런 저지와 한수호는 말이 되지 않는 성적이지.
└두 사람이 얼마나 도핑검사 빡세게 받는지 아냐?
└└그래서 아니라고 할 수 있음?
-맥과이어나 소사도 아니라고 했었지.
-루머 퍼뜨리는 놈들 다 잡혀가면 좋겠다.
특히 한국에서는 메이저리그와 관련된 온갖 루머를 퍼뜨렸다.
그때 하나의 영상이 커뮤니티를 뒤흔들었다.
-양기자 사과 영상 올라왔다.
-사과 영상?
-걔 요새 뭐 사고 침?
-사고 친다고 사과 영상 올릴 놈이 아닌데.
-뭔 일임?
-(링크) 한수호 선수에게 사과드립니다. 궁금하면 가서 보셈.
그 영상은 다름 아닌 양기자의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이었다.
영상 속 양기자는 과거와 달리 다소 수척해진 얼굴로 검은 정장을 입고 서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양기자 채널을 운영 중인 김태식입니다. 얼마 전 한수호 선수와 관련된 영상에서 저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10분짜리 영상에서 김태식은 대부분 사과를 하며 영상을 채웠다.
고개를 숙이고 때로는 눈물까지 흘렸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니 제발 용서해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거기에 가족사까지 들먹였다.
[저는 어린 동생들과 노모를 모시며 어렵게 살고 있습니다. 집안의 경제를 책임지는 제가 잘못된다면 한 가정이 풍비박산 납니다. 부디 한수호 선수의 선처를 바라면서 영상을 내리겠습니다.]
영상은 눈물을 흘리는 김태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양기자의 사과 영상은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확인되지도 않은 도핑으로 영상 올려서 조회 수 빨아먹더니 꼬시다.
-ㅋㅋㅋㅋ 제대로 걸렸네.
-아니, 얘는 머가리가 없나? 왜 가만히 있는 한수호를 건드냐?
-솔직히 양기자만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키보드질하는 애들 좀 후달릴 듯.
-베스트 갔던 글들 갑자기 삭제되는데?
-선동하던 애들 다 사라졌네.
-이야~ 여기가 이렇게 깨끗했구나.
양기자의 사과 영상은 파급력이 대단했다.
마치 수호가 약물을 한 것처럼 떠들던 게시글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도 인생은 실전이라는 걸 깨닫고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