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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104화 (103/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104화

데드볼 시대.

공이 날지 않는 시기, 혹은 공인구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기를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데드볼, 말 그대로 야구를 하는 것이 척박한 시대를 일컫는 말이지 않으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그만큼 당시 메이저리그의 환경은 척박 그 자체였다.

그러한 시대에서도 슈퍼스타는 탄생하는 법이었다.

그중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타이 콥이었다.

“헤이, 콥! 오늘도 상대 녀석들을 날려 버려!!”

“네 스파이크로 그냥 찍어버리는 게 어때?!”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홈구장인 타이거 스타디움을 찾은 관중들이 콥에게 환호를 쏟아냈다.

타이거스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 평가받는 그였기에 관중들의 환호는 당연한 것이었다.

“헤이, 콥. 오늘은 너무 난폭하게 하지 말라고.”

“신경 거슬리게 하지 않으면 나도 난폭하게 할 이유는 없어.”

상대 팀 포수인 폴 크리첼의 말에 콥이 냉소적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시작된 경기.

타이 콥은 상체를 구부정하게 내리고 배트를 짧게 쥐었다.

공을 날리는 게 아닌 맞추는 폼이었다.

‘데드볼 시대의 타격 자세는 대부분 이런 식이었지.’

그 장면을 콥의 눈으로 보고 있는 수호는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수호는 지금까지 공을 맞히기 위한 스윙을 한 적이 없었다.

영향을 받은 선수들 대부분이 공을 날리는 라이브볼 시대의 레전드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타이 콥의 자세는 색다르게 다가왔다.

“흡!!”

투수가 공을 던졌다.

코스는 바깥쪽 존을 완벽하게 벗어난 공이었다.

보통이라면 배트를 돌리지 않을 상황.

하지만 콥은 배트를 돌려 공을 때렸다.

딱!!

‘이걸 때렸다고? 왜?’

더 놀라운 건 저런 배드볼을 때렸음에도 타구는 내야를 벗어나 외야에 떨어졌다는 거다.

정타가 아니었음에도 이런 타구를 만들어내다니.

콥이 새삼스레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미 이 시기부터 타이 콥은 리그 최고의 선수였다. 당연히 견제도 심했겠지.’

지금 경기도 마찬가지다.

투수는 타이 콥을 견제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공들을 던졌다.

하지만 그는 그 공들 중 하나를 골라서 때려냈다.

분명 존을 벗어나는 공임에도 불구하고 안타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견제를 이겨내야지만 슈퍼스타가 될 수 있는 거다.’

슈퍼스타는 어느 시대건 상대의 견제를 받게 마련이다.

그러한 견제를 견디고 이겨내야지만 시대를 초월하는 선수가 될 수 있었다.

타이 콥이 말하고 싶었던 건 바로 그것이었다.

단순히 배드볼 히터가 되라는 게 아니고 말이다.

‘무엇보다 콥의 배드볼 히터로서의 기질과 테드 윌리엄스의 눈야구를 하나로 합칠 수 있다면…….’

타이 콥의 스윙을 보고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두 선수가 가진 장점을 하나로 합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서로의 단점들을 보완하고 새로운 스윙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거기에 빌리 해밀턴, 타이 콥, 루 브록의 발야구와 라이브볼 시대의 대표 격인 베이브 루스, 행크 애런, 로저 매리스의 스킬까지 합칠 수 있다면…….’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너무 괴물들과 함께해서인지 불가능보다는 어떻게 하면 가능하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것도 생각해 보면 분명…….’

그때였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2루수 옆을 지나 외야로 빠졌다.

스타트가 빨랐던 타이 콥이 2루 베이스를 지나 3루로 질주했다.

[빙의가 종료되기까지 10초 전.]

동시에 안내창이 떴다.

빙의 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3루에 도착한 콥이 속도를 멈추지 않고 그대로 홈으로 쇄도했다.

[3초 전.]

남은 시간은 3초.

그때 콥의 앞으로 폴 크리첼이 홈플레이트를 가로막고 섰다.

때마침 도착한 공을 포구한 폴이 미트를 내밀려는 순간.

부웅!!

타이 콥이 몸을 날렸다.

그리고 마치 이단옆차기를 하듯 폴 크리첼의 미트를 향해 몸을 날렸다.

[빙의를 종료합니다.]

현실로 돌아온 수호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역사의 한 장면을 보고 왔네요.”

[이 몸이 활약하는 장면이 역사긴 하지!]

“예…… 포수를 향해 이단옆차기 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고 왔습니다.”

[크흠…… 아니, 그건 포수를 향해서 한 게 아니라…….]

“미트를 향해서 했겠지만, 그게 그거죠.”

[그…… 그렇긴 하지.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내 활약을 보니까 좀 답이 보이냐?]

콥의 질문에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이 다시 소환되게끔 해드리겠습니다.”

[오올~]

[대답 한번 시원시원하네.]

[뭐, 원래 그게 조건으로 내 과거를 보여준 거니까.]

[내일부터 기대하마!]

레전드들의 응원을 들으며 수호는 의지를 다졌다.

* * *

로키스와의 3차전을 앞두고 매디슨 감독 타순에 변화를 주었다.

-오늘 경기에서 필리스는 2번 한수호 선수를 3번에 배치하고 하퍼 선수를 2번에 배치했네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수비에서도 하퍼 선수를 지명타자에 두고 리얼무토 선수를 1루수에 두면서 변화를 주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변화를 준 이유가 무엇일까요?

-일단 타순에 변화를 준 것은 한수호 선수의 타점 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하퍼 선수의 최근 타격감이 좋으니 2번에 배치해도 충분히 출루에 성공해서 한수호 선수 앞에 주자를 쌓을 수 있을 거라 판단을 한 거죠.

-수비에 변화를 준 것도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베테랑이 된 하퍼 선수의 체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지명타자로 뺀 거죠.

매디슨 감독의 의도는 명백했다.

수호의 타점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

동시에 주자를 쌓아 수호를 볼넷으로 내보내는 상대의 의도를 막는 것이었다.

‘내가 먼저 제안할 생각이었는데. 설마 먼저 와서 이야기를 꺼낼 줄이야.’

사실 매디슨은 이러한 변화를 진즉에 생각하고 있었다.

적용할 시기를 찾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오늘 수호가 찾아와서 자신에게 타순의 변화를 제시했다.

‘3번이나 4번으로 타순을 변경하면 현재 팀이 가진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제 타순을 바꿔주세요.’

평범한 루키가 이런 부탁을 하면 그냥 돌려보냈을 거다.

하지만 수호는 루키이면서 이미 팀의 중심이나 다를 바 없었다.

충분히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선수였고 자신의 생각과도 일치했기에 매디슨 감독은 곧장 타순에 변화를 주었다.

‘자, 과연 오늘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수호도 무언가 확신이 있었으니 이러한 변화를 요구했을 것이다.

과연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오늘 경기에서도 로키스는 수호와의 승부를 철저하게 피해 갔다.

퍽!

“볼, 투.”

-또 볼입니다. 공 2개가 연달아 볼로 들어오면서 로키스의 의도가 분명하게 눈에 보이네요.

-로키스는 한수호 선수와의 승부를 할 생각이 없습니다.

주자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로키스는 수호와의 승부를 더욱 할 이유가 없었다.

‘녀석과 승부할 이유는 없다.’

마지막 공 역시 존을 벗어나는 공을 던졌다.

그런데 이번에 이변이 생겼다.

부웅!!

지금까지 잘 기다리던 수호가 배트를 돌린 것이다.

존을 벗어나는 공이었지만, 수호는 클로즈드 스탠스를 밟아 억지로 히팅 포인트를 만들더니 공을 때렸다.

딱!!

-때렸습니다! 3루수 키를 아슬아슬하게 넘는 타구! 집념의 안타를 만들어내는 한수호 선수!

결과는 안타였다.

출루에 성공했지만, 로키스의 감독인 존슨은 의아해했다.

‘우리가 승부를 피하는 건 분명 알고 있을 텐데. 굳이 스윙을 한 이유는 뭐지?’

약간의 의문이 그의 머리에 자리 잡았다.

* * *

1회 출루에 성공한 수호는 도루까지 성공하면서 시즌 34번째를 기록했다.

그러나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존을 벗어나는 공을 타격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두 번째 타석에서도 배드볼을 건드리는 그의 모습에 경기를 지켜보는 야구팬들도 이상함을 눈치챘다.

-오늘 한수호 타격 좀 이상하네.

-ㅇㅇ 무리하게 존을 벗어나는 공들을 때리는데?

-평소 정밀했던 눈야구가 아니다.

-조바심을 느끼는 건가?

-에이~ 고작 타석 두 번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건 좀 오버 아님?

└그만큼 평소랑 달라서 그렇지.

-이번 시즌 한수호의 활약은 눈야구가 기반이 되어서 나온 거임. 그게 무너지면 타격 밸런스 자체가 깨질 수 있어서 위험함.

-굳이 배드볼을 때릴 이유가 없긴 하지.

-기존의 타격 메커니즘을 깬다는 거 자체가 조바심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증거고.

네티즌들은 각자가 아는 지식을 총동원해 의견을 남겼다.

물론 그것들이 맞는지 아닌지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쨌든 수호가 평소랑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건 분명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현장을 지휘하는 매디슨 감독은 수호의 그런 변화를 굳이 신경 쓰지 않았다.

‘수호 정도의 선수라면 스스로 알아서 할 거다. 굳이 내가 무언가 이야기를 해줄 필요는 없어.’

그저 이유가 있기에 수호가 무언가 변화를 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매디슨 감독이 수호에게 가지는 신뢰는 이미 루키에게 보내는 신뢰를 넘어서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가 마음 편하게 경기를 볼 수 있는 건 포수로서의 수호는 변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아니, 이걸 잡아주면 어떻게 합니까?”

“존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하는 거야?”

“하아…….”

구심의 스트라이크 콜에 타자가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원정팀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오늘 경기 로키스 타자들이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에 불만을 자주 표시하네요.

-그만큼 한수호 선수의 프레이밍이 일품이라는 소리겠죠.

포수로서 수호는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었다.

볼이 될 공도 스트라이크로 만들어내면서 로키스 타자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조바심을 느낀다면 수비에서도 티가 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포수로서 수호는 평소보다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에 매디슨 감독은 수호를 신뢰할 수 있었다.

단지 수호가 뭘 실험하고 있는지가 궁금할 따름이었다.

* * *

5회 말.

필리스가 기회를 잡았다.

딱!!

-때렸습니다!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입니다!

선두타자 안타에 이어.

퍽!

“볼, 베이스 온 볼.”

-볼넷입니다! 조니 로버트가 풀카운트 승부에서 볼넷을 골라내면서 무사에 주자 1, 2루 찬스를 맞이합니다!

-필리스가 오늘 경기에서 제일 좋은 기회를 잡아냅니다.

그동안 산발적인 공격이 나왔던 필리스가 집중력 있는 타격으로 투수를 공략했다.

그리고 타석에는 브라이스 하퍼가 들어섰다.

-슈퍼스타 브라이스 하퍼가 과연 이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 그의 세 번째 타석이 시작됩니다!

대기 타석에 서 있는 수호는 투수의 공을 지켜보며 가볍게 배트를 돌렸다.

‘존을 벗어나는 공을 때리는 데 서서히 익숙해지고 있다.’

[해보지 않았던 걸 하려니 힘들지?]

‘아무래도 그렇죠. 히팅 포인트를 강제로 바꾸는 거니까요.’

[하지만 그로 인해서 상대도 방심을 했을 거다.]

‘두 번째 타석에서 바로 볼넷이 아닌 존을 통과하는 공을 던진 게 그 이유겠죠.’

로키스의 존슨 감독은 수호를 테스트했다.

아마도 오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수호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 듯했다.

[너에게 기회가 온다면 아마 너와 승부를 하겠지.]

콥의 말에 동의하면서 자신에게 기회가 찾아오길 기다렸다.

그때였다.

딱!!

-때렸습니다!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하지만 2루 주자는 3루에서 멈춰 섭니다!

무사 만루의 찬스가 찾아왔다.

“한! 한! 한! 한!!”

-만루의 찬스에서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배터박스에 수호가 들어서자 이번에는 로키스의 더그아웃이 움직였다.

-그리고 여기에서 투수를 교체하는 로키스!

-이건 한수호 선수와 승부를 보겠다는 소리 같은데요.

해설위원의 말은 반만 맞았다.

존슨 감독이 투수를 교체한 건 두 가지 이유였다.

‘여차하면 승부를 보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그냥 내보내겠어.’

수호의 컨디션에 아직 확신은 가지지 못했다.

단지 힘이 빠진 투수보다는 새로운 투수로 그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연습 투구가 끝나자 존슨 감독은 선수들에게 말했다.

“여차하면 밀어내도 상관없으니 최대한 어렵게 승부를 가져가도록 해.”

“알겠습니다.”

“예.”

모든 준비는 끝났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존슨은 자신의 자리에 서서 경기를 지켜봤다.

‘초구는 무조건 빼는 공으로 가. 수호의 오늘 컨디션이라면 배트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그의 의도대로 로키스 배터리는 초구를 떨어지는 커브로 결정했다.

-사인을 주고받은 로키스 배터리, 만루의 찬스에서 필리스는 과연 점수를 올릴 수 있을 것인가?! 1구 던집니다!!

“흡!!”

쐐애애액-!!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큰 포물선을 그리며 존의 아래로 떨어졌다.

‘배드볼 히터는 나쁜 공이더라도…….’

타닥!

그 순간 수호가 발을 내디뎠다.

‘자신의 히팅 포인트를 옮겨…….’

후웅!!

뒤이어 한쪽 무릎을 굽히며 히팅 포인트를 존의 아래로 옮겼다.

‘존을 벗어나는 공도 때리는 거다.’

부앙!!

묵직한 소리와 함께 돌아간 배트가 떨어지는 공을 그대로 퍼 올렸다.

마지막 순간 한 손을 놓으며 팔로스로를 끝까지 이어간 수호가 한쪽 무릎을 굽힌 채로 날아가는 타구를 지켜봤다.

-자세가 무너지면서 커브를 퍼 올린 한수호 선수!! 높게 떠오른 타구는 순식간에 좌익수를 넘어 그대로 펜스를 넘어갑니다!!

-엄청납니다!! 분명 존을 벗어나는 공을 자세가 무너지면서 때려냈는데 그게 홈런을 이어졌어요!!

-그랜드 슬램을 작렬시키는 한수호 선수!! 그가 다시 1위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합니다!!

시즌 47번째 홈런이 그랜드슬램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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