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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103화 (102/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103화

    애런 저지가 양대리그 전체 홈런 1위에 올라섰다.

    이 소식은 큰 화제가 되었다.

    [애런 저지 메이저리그 홈런 전체 1위 등극!]

    [3연타석 홈런으로 47호 홈런을 작렬시킨 애런 저지! 홈런 전체 1위에 오르다!]

    [한수호 37일 만에 홈런 전체 1위 자리를 내주다!]

    [아직 홈런레이스는 끝나지 않았다! 애런 저지 3연타석 홈런으로 홈런 1위 탈환!]

    그동안 홈런레이스는 애런 저지가 따라오면 수호가 달아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양상이 한 달 넘게 이어지자 팬들은 애런 저지가 수호를 넘어서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애런 저지는 단 한 번의 경기로 이런 예상을 가볍게 부숴 버렸다.

    -크으~ 역시 애런 저지 클라스!

    -3연타석 홈런으로 바로 1위 탈환해버리네.

    -역시 최고의 타자답다!

    -올 시즌 홈런레이스는 정말 끝날 때까지 모르겠구나.

    -최근 수호의 홈런 페이스가 좀 느려지긴 했지.

    -상대들이 죄다 볼넷만 던지는데 답이 없지.

    -근데 애런 저지한테도 견제는 심하잖아.

    -그렇긴 하지.

    -지금 리그 볼넷 1, 2위가 얘네 둘임.

    -결국 이런 견제를 이기고 홈런 1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소리네.

    홈런레이스에 다시 불을 지핀 애런 저지 덕분에 수호 역시 의욕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3연타석 홈런이라니.’

    이번 시즌 자신과 마찬가지로 4연타석 홈런을 때려냈었던 애런 저지다.

    이후 수호는 3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면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그런데 그걸 똑같이 맞받아친 애런 저지였다.

    ‘역시 대단한 녀석이야.’

    [확실히 어마어마하네.]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겠는데?]

    방심한 적은 없었다.

    사실 방심할 정도로 차이가 벌어진 적은 없었다.

    애런 저지와의 차이는 언제나 2~3개 정도밖에 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다만, 앞서고 있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상대의 작전을 타파하려 하지 않았다.

    ‘볼넷이 온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크게 무리를 한 적이 없었지.’

    [사실 그게 정답이긴 함.]

    [무리하게 노려서 밸런스가 깨지면 장기적으로는 그게 더 독이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상대가 앞서나가는 이상 이대로 지켜볼 수만은 없지.]

    ‘조금 적극적으로 나가야겠죠?’

    [그게 나을 듯.]

    [배드볼 히터가 되는 게 정답은 아니다.]

    테드 윌리엄스가 반대하고 나섰다.

    현역 시절 그는 자신의 존을 철저하게 지키는 타자 중 한 명이었다.

    그렇기에 마지막 4할 타자가 될 수 있었고 자신의 업적에 따라 이러한 기조는 하나의 맹신으로 바뀌었다.

    그의 발언에 이번에는 타이 콥이 나섰다.

    [배드볼 히터가 꼭 나쁜 게 아니야.]

    [그렇긴 합니다만, 지금 수호의 타격 스탯은 나쁘지 않습니다. 굳이 바꿔야 합니까?]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거지. 지금처럼 눈야구를 한다면 아무래도 홈런의 개수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음…….]

    테드 윌리엄스는 거기에 맞받아치지 못했다.

    수호의 홈런 개수가 줄어든 것은 테드 윌리엄스의 영향을 받은 것이 컸다.

    눈야구의 대표주자인 그의 영향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수호의 볼넷이 늘어나고 자신의 존에 들어오는 공이 아니면 배트를 돌리지 않았다.

    덕분에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40개가 넘는 홈런을 기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대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

    파훼법을 찾아야 했다.

    [내 생각에는 배드볼 히터로서의 경험도 쌓는 게 좋을 거 같다.]

    타이 콥의 말에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보여주었던 눈야구가 아닌 다른 활로를 뚫어야 할 때였다.

    “그럼 선배님의 과거를 좀 보겠습니다.”

    타이 콥.

    최초의 5인이자 사실상 배드볼 히터의 시초라 불리는 그의 과거를 볼 시간이었다.

    하지만 타이 콥의 허락은 바로 떨어지지 않았다.

    [내 과거는 좀 비싼데.]

    ‘노잣돈이 많이 필요한가요?’

    [그런 의미가 아니라. 내 과거를 봄으로써 네가 달성해야 하는 기록이 꽤 비싸다고.]

    그동안 레전드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보는 데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타이 콥의 말에 수호는 당황했다.

    [나는 네 방송만 보면 충분히 만족하는 인간이야. 가끔 조언만 해주는 걸로도 만족하지.]

    ‘그럼 선배님의 기록을 깨지 않아도 된다는 건가요?’

    [깨주면 고맙긴 하지.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상당히 비싼 기록이야. 다른 애들처럼 이름이 불리는 정도가 아니라고.]

    그동안 장난스러운 이미지였기에 수호는 타이 콥을 어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역 시절 타이 콥은 그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하고 거칠었던 선수다.

    그런 타이 콥이었기에 자신의 과거를 그냥 보여줄 생각은 없었다.

    “그럼 선배님의 조건은 뭔가요?”

    [8관왕.]

    타이 콥의 조건은 그 누구보다 비쌌다.

    * * *

    로키스와의 2차전.

    사람들의 시선이 수호에게 집중됐다.

    -전날 페인터 투수와 노히터를 달성했던 한수호 선수, 분명 메이저리그를 뒤흔들 기록이지만. 애런 저지의 3연타석 홈런에 다소 묻힌 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한 달 만에 1위를 뺏겼기에 그 부분이 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거 같습니다.

    -비록 1위를 뺏겼지만, 오늘 경기에서 홈런을 추가하면 다시 1위에 오를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한수호 선수도 몰아치기에 능한 선수이기에 언제든지 역전이 가능합니다.

    사람들은 수호가 금세 1위 자리를 재탈환할 거라 믿었다.

    그만큼 올 시즌 수호가 보여주었던 몰아치기 능력은 메이저리그의 그 어떤 타자보다도 뛰어났으니까.

    그러나 문제는 수호가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볼넷입니다. 전일에 이어 오늘도 한수호 선수를 극도로 경계하는 로키스 선발진입니다.

    -로키스는 확실하게 결정하고 나온 듯합니다. 한수호 선수와 승부해서 홈런을 맞는 것보단 그냥 내보내 도루를 시도하게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로키스가 노림수는 명백했다.

    수호의 장타력을 묶어두겠다는 것이다.

    물론 수호만 묶어둔다고 해서 그들이 이기는 건 아니었다.

    실제로 2차전의 승자는 결국 필리스에게 돌아갔다.

    하퍼와 리얼무토의 방망이가 폭발한 결과였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대로 수호는 단 1안타만을 때려내며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다.

    반면.

    딱!!

    -때렸습니다! 애런 저지의 이번 타구는 큽니다!! 그 역시 느꼈는지 배트를 던지고 1루로 천천히 뛰면서 타구를 확인합니다!

    -아~ 이건 넘어갔어요!

    -넘어갔습니다! 시즌 48번째 홈런을 작렬하는 애런 저지!! 2위 한수호 선수를 2개 차이로 벌립니다!!

    -애런 저지의 타격감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애런 저지는 연이틀 홈런포를 가동하며 수호와의 차이를 벌려갔다.

    한 가지 위안이라면 그와의 홈런을 언제든지 좁힐 수 있는 능력이 수호에게는 있단 점이었다.

    그러나 대중은 그를 기다려 주지 않았다.

    -이렇게 1위 자리 뺏기네.

    -오늘 경기에서도 그냥 지켜보기만 하던데.

    -답답하다, 답답해.

    -볼넷 같은 거 얻어서 뭐한다고. 자꾸 지켜보기만 하냐.

    -애런 저지처럼 좀 화끈하게 때리면 안 되냐?

    └아니, 좋은 공을 아예 안 주잖아.

    -누가 들으면 애런 저지한테는 좋은 공 주는 줄 ㅋ

    애런 저지와 비교하는 글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수호의 타격에 불만을 가지는 이들이 나타났다.

    정확히는 수호의 플레이에 중심이 되는 눈야구에 대한 불만이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사실 한수호 선수의 눈야구를 비난하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이건 그가 지닌 야구의 근본과 같습니다. 그걸 바꾸라는 건 무리한 요구입니다.

    -무엇보다 눈야구가 좋으냐 아니면 배드볼 히터가 좋냐는 논란거리가 아니에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배드볼 히터보다 눈야구를 하는 플레이어가 롱런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성격이 급하고 온라인이기에 팬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쏟아냈다.

    물론 이러한 문제에 수호는 흔들리지 않았다.

    애초에 이런 논란 자체를 보지도 않았다.

    대중들이 어떻게 떠드는지에 신경 쓰는 것보다 자신의 하루 일과를 보내는 게 더 우선이었으니 말이다.

    ‘8관왕이라…….’

    단지 수호는 타이 콥이 내민 조건을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과연 이게 가능한 조건인가 싶어 인터넷을 찾아봤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타격 8관왕을 달성한 선수는 단 한 명 존재했다.

    그 선수가 바로 타이 콥이었다.

    그는 22세였던 1909년에 타율, 타점, 득점, 도루, 안타, 홈런, 출루율, 장타율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타이 콥이 최초로 세운 기록이자 이후 누구도 이 기록을 세우지 못했다.

    그나마 근접했던 기록이 7관왕으로 가장 마지막 기록은 애런 저지가 2022년에 달성했었다.

    당시 그는 홈런, 타점, 득점, 볼넷, 출루율, 장타율, OPS에서 7관왕에 오르며 리그 MVP가 됐었다.

    ‘당시에도 콥 선배가 호출됐었네.’

    저지의 7관왕은 당연하게도 타이 콥의 8관왕을 소환했었다.

    [지금 네가 가장 근접해 있긴 하지.]

    [ㅇㅇ 콥 선배의 조건이 크게 무리수가 있는 건 아님.]

    [단지 저 기록을 달성하려면 배드볼 히터가 되긴 해야 한다.]

    현재 수호는 타율, 출루율, 장타율, 볼넷, 안타에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OPS까지 따지면 6관왕으로 1개만 더 1위에 오르면 타이 콥의 8관왕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콥은 여기에서 한 가지 조건을 더 걸었다.

    [OPS는 빼고 도루랑 홈런 1위를 차지해야지.]

    ‘선배님이랑 똑같은 조건에서 1위를 하라는 겁니까?’

    [그래야 의미 있지 않겠냐?]

    ‘음…….’

    OPS는 1984년에 처음 소개된 지표로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개념이었다.

    당연히 두 기록에서 1위를 달리고 있으면 OPS 역시 1위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애런 저지가 진정한 7관왕이 아니란 이야기를 하는 올드팬들도 있었다.

    어쨌든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지만, 타이 콥이 원하는 진정한 8관왕은 아니었다.

    [내가 뛸 때 OPS가 있었다면 난 9관왕이야.]

    그의 말대로 당시 그가 기록했던 0.947의 OPS는 리그 1위의 기록으로 사실상 9관왕을 차지했다는 게 맞는 말이다.

    [이왕 깰 거라면 내 기록을 모두 깨라.]

    타이 콥의 제안에 수호는 자신이 1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3개의 기록을 확인했다.

    ‘홈런은 2개를 뒤처지고 도루는 7개를 뒤처지고 있네요.’

    도루 성공률은 현재까지 수호가 1위였다.

    하지만 도루 개수만 놓고 보면 내셔널리그의 바비 위트 주니어가 40도루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나 이전에 데뷔시즌 20-20클럽에 가입한 또 한 명의 신성이었지.’

    바비 위트 주니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5번째로 데뷔시즌 20-20클럽에 가입한 선수였다.

    2019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최대어 중 한 명으로 그가 받았던 계약금만 770만 달러였다는 걸 감안하면 얼마나 재능 있는 선수인지 알 수 있었다.

    24시즌부터 도루 쪽에 눈을 뜨면서 매년 도루 부문 1위를 차지하더니 올 시즌에는 50도루를 넘보기까지 하고 있었다.

    도루의 가치가 상승한 메이저리그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남은 하나는 타점인가.’

    현재까지 수호의 타점은 80개.

    홈런의 개수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수치였다.

    100타점을 넘보는 건 사실상 확정이었지만, 1위를 하는 건 홈런의 개수에 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 얼마나 많은 주자가 쌓이느냐 역시 중요했다.

    ‘세 개의 기록에서 1위라…….’

    모두 사정권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쉬운 건 아니었다.

    자신의 위에 있는 이들이 모두 리그 최정상급의 선수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승부욕이 발동했다.

    ‘내가 이걸 달성하면 역대 두 번째 선수가 된다. 그리고 전설의 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그건 자신을 앞서고 있는 선수들에 대한 승부욕이 아니었다.

    이미 전설이 된 타이 콥을 향한 승부욕이었다.

    그런 수호의 생각을 읽은 타이 콥이 물었다.

    [하쉴?]

    “해보겠습니다.”

    [남자라면 그래야지.]

    채팅만 봤을 뿐이지만, 왜인지 타이 콥이 웃고 있는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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