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메이저리거-101화 (100/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101화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뉴욕 메츠에 2연승을 거두며 지구 1위에 올라섰습니다.]

메츠에게 1위를 뺏긴 이후 처음으로 필리스가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선수는 단연 수호였다.

[한수호 선수는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을 기록하며 필리스가 공격을 이끌었습니다.]

[후반기 들어 상대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지만, 한수호 선수는 빠른 발과 뛰어난 주루플레이로 이러한 견제를 타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호의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은 큰 화제가 되었다.

-30-30클럽 가입이 엊그제인데. 이번에는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네.

-ㅋㅋㅋ 진짜 얘는 온갖 기록을 다 내는구나.

-괜히 레코드 브레이커가 아니지.

-다음에는 또 무슨 기록을 깰까?

-다음은 당연히 40-40클럽 가입 아니냐?

-포수가 루키시즌에 이거까지 해내면 진짜 역대급 기록일 듯.

-앞으로 메이저리그 역사에 깨지지 않은 불멸의 기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40-40클럽.

메이저리그에서 단 4명, 전 세계에서도 5명밖에 기록하지 못했던 대기록이다.

당연히 루키시즌에 달성했던 선수는 제로였다.

이 기록이 거론되고 있는 건 당연히 달성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늘은 한수호 선수의 40-40클럽 가입과 관련해 심층분석 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방송국은 이런 아이템을 내버려 두지 않았다.

특별 프로그램으로 편성해 전문가까지 초빙하여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40-40클럽, 간단히 어떤 기록인지 설명해 주시죠.]

[전 세계에서 5명, 메이저리그로 한정하면 단 4명밖에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입니다.]

[정말 엄청난 기록이군요. 이 기록이 어려운 이유가 있을까요?]

[장타력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몸에 근육이 많아야 합니다. 그래야 펜스를 넘기는 타구를 만들어낼 파워가 생기죠.]

[반면에 도루를 하기 위한 주력을 보유하기 위해선 타고난 빠른 발과 거기에 날렵한 몸이 필요합니다.]

[한마디로 두 가지를 한 번에 가지기 어렵겠군요.]

[맞습니다. 물론 뛰어난 운동 능력으로 이런 관념을 타파하는 이들도 나타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5명밖에 없다는 것만 보더라도 쉽지 않은 일이죠.]

[그걸 지금 진행하고 있는 한수호 선수, 과연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요?]

[매우 높다고 봅니다.]

[동감입니다. 가장 어려운 40홈런은 이미 달성했고 남은 건 40도루밖에 없습니다.]

[벌써 30도루를 성공했는데, 놀라운 건 성공률이 100퍼센트라는 점입니다.]

[만약 한수호 선수가 40도루 이상을 기록하게 되면서 성공률 100퍼센트를 달성한다면, 이는 전 세계에서 최초의 기록이 될 겁니다.]

40도루 이상 달성자 중 가장 높은 성공률을 보유하고 있는 건 일본의 야구영웅 스즈키 이치로였다.

2006년 시즌 그는 47번의 도루 시도 중 45번을 성공해 성공률이 95퍼센트가 넘었다.

이런 그의 기록을 과연 넘을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집중됐다.

* * *

메츠와의 3차전.

마스크를 쓴 수호의 앞에서 알론소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딱!!

-때렸습니다!! 이번 타구 좌익수의 머리 위를 지나 그대로 담장을 넘어갑니다!! 쓰리런 홈런을 작렬시키는 피트 알론소!!

마치 1, 2차전의 패배를 만회하기라도 하겠다는 듯 피트 알론소가 3점 홈런을 터뜨리며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수호 역시 반격의 칼을 빼내려고 했으나 메츠의 집중견제에 쉽지 않았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볼넷입니다! 메츠는 한수호 선수에게 홈런보다는 도루를 내주겠다는 판단을 내립니다!

1루에 진루한 수호를 메츠의 배터리가 경계했다.

퍽!

-피치아웃! 하지만 한수호 선수는 달리지 않습니다!

-상대가 하퍼임에도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시 한수호 선수의 도루가 무서운 거겠죠?

-맞습니다. 분명 뛸 것을 알고 있지만,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어요!

피치아웃이나 볼을 빼는 것 같은 행동은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결국 타자와 승부를 해야 했다.

‘젠장, 그냥 승부하자.’

‘나도 그러길 바라고 있었어.’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인 투수가 와인드업과 함께 공을 뿌렸다.

그 순간.

타닥!!

“뛰었어!!”

하지만 멈출 순 없었다.

최대한 빨리 공을 뿌린 덕분에 이번에는 승부가 가능할 거라 보였다.

포수가 공을 잡는 순간 2루로 다시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그러나 공이 2루수의 글러브에 꽂히기도 전에 슬라이딩으로 수호가 베이스를 훔쳤다.

“세이프.”

-도루에 성공합니다! 시즌 31번째 도루를 성공시키는 한수호 선수! 40-40클럽까지 도루 9개를 남겨두게 됩니다!!

또 하나의 도루를 추가하면서 40-40클럽까지 카운트를 줄여 나갔다.

* * *

수호의 활약은 계속되었다.

그 결과.

[필리스 메츠를 3승 1패로 누르고 위닝 시리즈로 만들다!]

[뉴욕 메츠와의 시리즈를 위닝시리즈로 만들며 지구 1위로 등극한 필라델피아 필리스!]

[한수호의 빠른 발이 필리스를 1위로 이끌었다!]

[40-40클럽에 도루 9개만을 남겨두게 된 한수호! 역대 5번째 주인공이 탄생할 것인가?]

필리스가 메츠를 잡을 수 있었던 데에 1등 공신은 당연하게도 수호였다.

메츠는 어떻게든 그를 봉쇄하기 위해 볼넷이란 작전을 꺼냈지만, 실패했다.

오히려 적토마를 초원에 풀어놓은 듯 수호는 미친 듯이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메츠의 수비진들을 당혹시켰다.

진퇴양난의 결과를 맞이한 메츠는 결국 수호에게 휘말려 경기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내셔널리그 이주의 선수와 신인에 모두 한수호 선수를 선정!]

[2027시즌 시작 이래 한 번도 이주의 신인을 뺏기지 않은 한수호!]

[메이저리그 역대 한국인 선수 최초로 올해의 신인과 올해의 선수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한수호!]

[과연 그의 이번 시즌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언론들은 수호의 올해 성적이 어떻게 끝날 것인지에 대해 토론을 이어나갔다.

언론들이 바쁘게 수호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사이.

홈으로 돌아온 수호는 불펜에 앉아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는 내일 경기에서 같이 호흡을 맞출 앤드류 페인터가 서 있었다.

“직접 받아주다니. 난 고맙지만, 괜찮겠어?”

“걱정하지 마. 파트너의 공을 받아주는 건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오케이! 그렇게 말해주니 그럼 마음 놓고 던질게!”

내일 경기를 앞두고 있기에 가벼운 피칭이 필요했다.

상태를 점검하고 이상이 없는지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 이런 불펜피칭의 경우 메인포수인 수호가 아닌 백업포수나 전담포수가 맡아주면 될 일이다.

하지만 수호가 먼저 나서서 공을 받아주겠다고 전했다.

‘이 녀석과도 정확히 정리를 해둘 필요가 있지.’

[확실히 또 그런 짓을 하면 골치 아파지지.]

[사인을 거부한다면 너와 호흡을 맞출 이유가 없는 거지.]

앤드류 페인터는 후반기 첫 호흡을 맞추는 날.

자신의 사인을 무시하는 행동을 보였다.

당시에는 경기 중이었기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그런 불안요소를 가지고 경기에 나설 이유는 없었다.

뻐억-!!

페인터가 어떤 의도로 자신의 공을 놓쳤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분명 저와 첫 호흡이었으니 고개를 젓는 게 제 기분을 상할 거라고 생각했겠죠.’

[그럴 가능성이 높지.]

[의외로 자기가 선배라고 생각하는 인간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에 하나지.]

[그게 실수야. 투수와 포수는 선후배의 관계가 아닌 파트너의 관계인데 말이야.]

레전드들의 말에 동감했다.

그렇기에 나쁜 의도를 지니지 않았다고 해도 페인터의 그 행동은 잘못된 것이었다.

그걸 어떻게 알려줄지 고민하던 수호는 직접적으로 말해주기로 했다.

“간다!”

와인드업을 한 페인터가 가볍게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코스는 아웃코스 하이.

미트를 조금만 이동하면 잡을 수 있는 공이었다.

하지만 수호는 미트를 움직이지 않았다.

자연스레 공은 수호의 어깨 위를 지나 그대로 뒤 그물을 때렸다.

“응? 뭐야? 이번 공은 쉽게 잡을 수 있는 거였잖아?”

페인터의 질문에 수호가 마크를 벗고 일어났다.

“잡을 수 있었지. 그리고 너 역시 내가 요구한 코스로 공을 던질 수 있었고.”

“뭐?”

“지난번 시합에서 왜 내 사인에 따라서 공을 던지지 않았던 거야?”

페인터는 흠칫했다.

당시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기에 수호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꺼낼 줄이야.

잠시 고민하던 페인터가 입을 열었다.

“너와 처음 호흡을 맞추는 거였는데. 괜히 고개를 저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어.”

“그래. 나도 그럴 거라 생각했지. 그래서 경기 도중에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거야.”

“이해해 줘서…….”

“하지만 분명히 하도록 할게. 내 사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고개를 저으면 돼. 우리가 한두 살 먹은 애들도 아니고 프로다. 그런 걸로 토라질 정도의 나이가 아니야.”

페인터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생각을 읽힌 건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루키에게 프로에 대한 자세를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말에 반론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 사실이 더욱 창피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이런 내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말하도록 해. 다른 포수와 호흡을 맞추도록 해줄게.”

“……알았다.”

대답을 들은 수호가 몸을 돌렸다.

불펜장을 나가기 전.

홀로 남은 페인터를 힐끔 바라보던 수호는 이내 문을 나섰다.

그런 수호에게 레전드들이 물었다.

[너무 몰아붙인 거 아니냐?]

[그러게. 그래도 쟤가 선배인데. 후배한테 일침 당하면 흑화하는 거 아니냐?]

[그게 가장 걱정이네.]

레전드들이 하는 걱정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런데도 페인터에게 이야기를 했던 건 확실히 하고 갈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흑화하거나 이상한 짓을 한다면 거기까지인 거죠. 그와 호흡을 맞추지 않는 것도 제 권한 중 하나입니다.’

[그것도 그렇지.]

[이제 팀 내에서의 영향력이 상당해졌지.]

[하긴 ㅋㅋ 지금 팀에서 누가 널 건들겠냐.]

수호는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구단의 그 누구도 함부로 자신을 건들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 * *

필리스의 홈경기는 이제 항상 만원 관중이 찾아오고 있었다.

최근 필리스의 성적이 고공 행진 중인 게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는 수호를 보기 위함이었다.

“오늘도 우리 한이 사고를 쳐주겠지?”

“과연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해줄까?”

“요즘 야구 보는 맛에 산다니까!”

필리건이라 불리는 필리스 팬들.

홈팀에게도 엄청난 야유를 쏟아붓는 그들이지만, 팀이 잘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엄청난 환호와 상대 팀에 대한 야유를 쏟아내기에 또 한 명의 아군이 생기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런 팬들의 열띤 성원과 함께 필리스 선수단이 들어섰다.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홈에서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합니다!

-올 시즌 서부지구 4위를 달리고 있는 로키스를 상대로 필리스가 승리를 챙길 기회를 잡았습니다!

-여기에서 메츠를 더 따돌려야겠죠?

-맞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에이스 앤드류 페인터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마운드에 오른 페인터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

‘뭐, 무슨 생각인지는 공을 받아보면 알겠지.’

연습 투구를 끝내고 자리에 앉은 수호의 뒤로 구심의 손이 올라갔다.

“플레이볼!!”

경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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