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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99화 (98/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99화

    30-30클럽.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5툴 플레이어들 중 극히 일부만이 이룰 수 있는 기록이다.

    기나긴 역사 속에서도 단 43명밖에 달성한 대기록 중 하나였다.

    -마지막 기록이 2021시즌 볼티모어 오리온스 소속으로 세드릭 멀린스가 달성했었죠.

    -맞습니다. 한수호 선수는 44번째 주인공이자 메이저리그 역대 두 번째 신인 자격으로 30-30클럽에 가입하는 대업을 이루었습니다.

    -첫 번째 기록은 마이크 트라웃이 20살 루키시즌에 이루었네요.

    -그가 보유하고 있던 최연소 기록 역시 한수호 선수에게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포수로서는 역대 최초의 기록입니다!

    -아시아인으로는 당연히도 최초로 가입에 성공합니다!

    아시아인 최초.

    이 문구가 한국인들을 들썩이게 만들기 충분했다.

    -일본도 하지 못한 걸 우리 수호가 하는구나!!

    -우리 수호 최고다!!

    -이야…… 포수로서 30-30클럽에 가입하네.

    -설마설마했는데. 이걸 진짜 하네.

    -40홈런 달성했을 때부터 이미 가능성은 충분했지.

    -수호야 너만 믿었다!

    -오늘 경기도 이기자!!

    수호의 30-30클럽 가입은 필리스 선수들에게 활기를 부여하는 데 충분했다.

    딱!!

    -때렸습니다!! 하퍼 선수의 안타로 홈을 밟는 한수호 선수!

    -필리스가 다시 달아나기 시작하네요!

    홈에 들어온 수호는 동료들의 환대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이야! 정말 이걸 해내네!”

    “네가 최고다!”

    “30-30클럽 가입 축하한다!!”

    “이걸 어떻게 루키시즌에 해내냐?”

    동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같은 동료가 메이저리그의 대기록을 작성했으니 당연한 분위기였다.

    여기에는 최근 필리스의 팀 분위기 자체가 좋다는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

    지구 2위라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거기에 지구 1위 메츠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은 그들의 사기를 더욱 올려주었다.

    하지만 추가 득점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공격이 메츠에게 건너갔다.

    -한수호 선수가 30-30클럽에 가입하면서 달아나는 점수를 얻어냈지만, 더 이상의 추가 득점은 내지 못했습니다.

    -만루의 상황까지 갔지만, 투수가 바뀌면서 위기를 막아냈어요!

    캐처박스에 선 수호의 시선이 상대 팀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메츠의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젊은 투수가 있었다.

    ‘올라오자마자 101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면서 타자들을 돌려세우다니.’

    [꽤 화려한 데뷔네.]

    [이제 슬슬 새로운 유망주들이 등장할 시기구나.]

    [쟤가 메츠가 믿고 있던 유망주 카드였네.]

    [아담 콜, 이제 19살로 너랑 동갑이다.]

    19살에 데뷔한 또 다른 선수.

    물론 수호는 이미 메이저리그를 주름잡고 있었기에 완전히 똑같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수호는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만루 상황인데도 딱히 겁을 내질 않는 거 같더군요.’

    [ㅇㅇ 루키답지 않은 패기였음.]

    [슬라이더도 일품이더라.]

    [언제까지 던질지 모르겠지만, 너랑 붙게 되면 재밌을 듯.]

    [메이저리그는 이런 게 재밌지. 언제 어디서 괴물이 튀어나올지 모르거든.]

    요기 베라의 말에 수호 역시 동의했다.

    ‘그러니 메이저리그가 재밌죠.’

    [맞말이지.]

    [저 녀석이 얼마나 대단한 녀석일지 모르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더그아웃을 보던 수호의 앞에 거구의 사내가 자리했다.

    [이 녀석부터 상대해야지.]

    피트 알론소의 두 번째 타석이었다.

    * * *

    딱!!

    -때렸습니다!! 빠르게 날아간 타구가 폴대 밖으로 흘러나갑니다!!

    “파울!”

    -파울이 됐습니다만, 첫 타석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타구를 만들어내는 피트 알론소!

    -가볍게 툭 치는 거 같지만, 단번에 담장 밖으로 넘겨 버리는 파워가 정말 인상적입니다!

    다시 타석으로 돌아오는 알론소를 보며 수호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인, 아웃 모두 가볍게 때리지만 언제든지 홈런을 만들 수 있는 파워라는 소리다. 약점이 딱히 보이지 않아.’

    [파워만 놓고 보면 너보다 위다.]

    [그 파워를 살리기 위해서 스윙이 크지 않고 컨택형으로 가는 중이고.]

    확실히 피트 알론소의 스윙은 간결했다.

    그럼에도 타구를 매번 외야까지 날려 보냈다.

    이런 파워를 가지고 있다면 굳이 스윙을 크게 가져갈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더욱 까다로웠다.

    ‘컨택 위주로 가져간다면 결국 에이블의 공을 더 위력적으로 보이게 만들 필요가 있겠네요.’

    어려운 문제에서 답을 찾은 수호가 사인을 보냈다.

    ‘인코스 높게 던져. 아예 바짝 붙여서.’

    ‘정말 그렇게 해?’

    사인을 받은 에이블이 재차 확인했다.

    수호는 고개를 끄덕여 확인시켜 준 뒤 미트를 주먹으로 때리고 앞으로 내밀었다.

    “자! 들어와!”

    수호의 외침을 들은 알론소의 시선이 에이블에게 고정됐다.

    ‘두 번째 타석에서도 홈런성 파울을 만들어냈으니 투수의 의욕을 북돋아 주는 건가? 루키라고는 하지만 포수로서 해야 할 일을 놓치지 않는군.’

    피트 알론소는 잡념을 지우고 집중력을 올렸다.

    ‘어떤 공이라도 던져봐. 이번에도 펜스 너머로 날려줄 테니까!’

    에이블이 와인드업과 이어 공을 던졌다.

    그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알론소는 궤적을 예측할 수 있었다.

    ‘이건 위험!’

    쐐애애액-!!

    공은 정확히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이전에 던졌던 것처럼 유인구가 아니었다.

    정확히 머리를 노리고 오는 패스트볼에 알론소가 상체를 뒤로 젖혔다.

    뻐어억-!!

    “볼.”

    -아~ 2구 위험했습니다! 피트 알론소를 향해 날아간 공을 어렵게 잡아낸 한수호 선수!

    -이번에는 완벽히 에이블의 실투로 보입니다.

    균형이 무너진 알론소는 자세가 무너진 채로 공을 잡은 수호를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자세가 무너져서 잡았다면 실투일 가능성이 높을 테지만…….’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가 타석에서 물러나 세차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다시 타석에 섰다.

    -원볼 원스트라이크가 된 상황. 과연 3구는 어떤 공을 던질지! 사인을 교환한 에이블이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와인드업에 이어 에이블이 공을 뿌렸다.

    ‘이번에도?!’

    손을 떠난 공은 한 번 더 몸쪽으로 향해 날아왔다.

    그걸 본 알론소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며 상체를 뒤로 빼려고 했다.

    공에 변화가 생긴 건 그때였다.

    휘릭!!

    몸쪽으로 날아오던 공이 큰 포물선을 그리며 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치 부메랑의 궤적을 그리는 공을 보고는 알론소가 아차 하는 마음으로 배트를 돌렸다.

    딱!!

    -때렸습니다! 타구가 외야까지 날아갑니다! 타구를 쫓는 우익수 하퍼가 워닝트랙에서 자리를 잡습니다!

    퍽!

    “아웃!”

    -아웃입니다! 알론소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는 믹 에이블! 메츠의 북극곰을 돌려세웁니다!

    -아웃이 되었지만, 피트 알론소의 파워가 정말 대단하네요. 상체가 빠진 상태에서 애매하게 돌린 배트였는데, 이번에도 타구를 외야까지 날려 보냈어요.

    알론소의 파워를 알 수 있는 타구였다.

    ‘저 녀석 정말 괴물이네.’

    [그런 괴물을 상대로 2구 연속 몸쪽으로 던지게 하다니. 너도 은근 강심장이다.]

    [2개 연속 몸쪽이었으니 가능했지.]

    [ㅇㅇ 첫 번째 공을 실투처럼 연출한 것도 일품이었다.]

    [어? 그거 실투 아니었어?]

    ‘실투처럼 연출했습니다. 포구할 때도 일부러 급하게 잡는 척을 했고요.’

    [만약 그러지 않았으면 알론소가 이쪽 작전을 눈치챘을걸.]

    ‘저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연출을 좀 했죠.’

    [연출? 연추우우우울~? 완전 사기지!]

    [와~ 곰탱이인 줄 알았는데. 포수들이 원래 이렇게 약았냐?]

    [약았다니?! 그저 상황을 잘 활용한 거지.]

    채팅창에서 레전드들이 투덕거렸다.

    그 모습을 보던 수호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알론소와 눈이 마주쳤다.

    ‘눈치챘군.’

    알론소의 눈빛에서 그가 자신의 의도를 눈치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두 번은 써먹지 못하겠어.’

    알론소 같은 엘리트에게 두 번이나 같은 작전이 통할 리는 없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어쨌든 이번 가위바위보는 내가 이겼다.’

    이걸로 스코어가 일대일이 되었으니 말이다.

    * * *

    30-30클럽에 가입한 수호는 이후 1개의 안타를 더 추가하면서 1타점과 1득점을 올렸다.

    메츠와의 1차전에서만 3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하면서 1차전의 MVP가 되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역시나 결과였다.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뉴욕 메츠와의 원정 4차전 경기에서 기선제압에 성공했습니다.]

    최종 스코어 8 대 6.

    단 2점의 리드를 지켜내면서 승리를 가져왔다.

    단 1경기 차이로 메츠와의 격차를 좁힌 이번 경기에서 가장 화제가 된 건 역시 수호였다.

    [한수호 선수는 이번 경기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볼넷으로 출루, 2루 도루에 이어 3루까지 연속으로 훔치면서 30도루에 성공했습니다. 이 기록으로 한수호 선수는 메이저리그 역대 44번째 선수로 30-30클럽에 가입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 기록은 메이저리그 역대 최연소 기록으로 종전 기록은 마이크 트라웃이 루키시즌에 달성했던 20세 시즌입니다. 또한 한수호 선수는 마이크 트라웃에 이어 루키시즌에 30-30클럽에 가입하는 두 번째 선수가 되었습니다.]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30-30클럽에 가입한 한수호 선수는 남은 경기에서 10개의 도루를 더 추가하면 40-40클럽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호의 30-30클럽은 한 마디로 기록의 연속이었다.

    메이저리그의 역사에 새로운 한 줄이 추가되었으며 거기에 또 하나의 역사를 남길 가능성이 커졌다.

    [40-40클럽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4명만 거두었으며 루키시즌에 이를 달성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무했던 기록에 도전하는 수호에게 이목이 집중된 건 당연했다.

    하지만 메츠의 한 언론에서는 수호보다 다른 선수를 조명했다.

    [뉴욕 메츠의 보물 아담 콜이 빅리그에 데뷔했다. 그는 2이닝 동안 6명의 타자를 상대로 5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최고 구속 101마일의 광속구를 뿌렸다.

    아쉽게 한수호와의 승부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번 시리즈에서 이루어지게 될 그와의 승부가 기대된다.]

    하지만 짧은 뉴욕발 기사는 그렇게 묻혔다.

    * * *

    호텔에 도착한 수호는 진땀을 빼고 있었다.

    “후우…… 인터뷰하는 것도 곤욕이네.”

    [ㅋㅋㅋ 이것도 행복이다.]

    [ㄹㅇ 무관심 받으면 죽을 맛일걸?]

    [이게 관심을 받을 때는 몰라도 받다가 갑자기 사라지면 사람이 공허해진다니까.]

    레전드들의 말이 와닿지는 않았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됐다.

    자신만 하더라도 이전의 삶에서 공허함을 자주 느꼈으니 말이다.

    “40-40클럽을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남은 경기 보면 충분히 가능하지.]

    [지금까지 도루 성공률 100퍼센트를 달성하고 있는 것도 좋은 시그널이고.]

    [전반기에는 포수들이 널 그렇게 경계하지 않았지만, 후반기에는 경계가 심할 거다.]

    “제 생각도 비슷해요.”

    루 브록의 다른 의견에 수호도 동의했다.

    수호가 루키이고 포수라는 포지션을 가지고 있기에 그동안에는 도루를 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후반기는 이야기가 다를 가능성이 높았다.

    문제가 발생한 뒤에 수정을 하는 것보단 미리 바꾸는 게 좋았다.

    [지금보다 도루 능력을 조금 더 높이는 건 어떠냐?]

    루 브록의 제안에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하니 그게 정답이겠죠.”

    [ㅇㅇ 40-40클럽은 전 세계에서도 5명밖에 하지 않은 대기록이다.]

    [무엇보다 부상도 없고 체력이 넘치는 지금 하는 게 베스트임.]

    타이 콥까지 거들고 나섰다.

    고개를 끄덕인 수호가 소파에 앉았다.

    “그럼 선배님들의 과거를 좀 보겠습니다.”

    40-40클럽이라는 대업을 위해 미리 준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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