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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98화 (97/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98화

알론소가 타석에 들어서자 시티 필드가 들썩였다.

“피트! 피트! 피트!!”

“홈런! 홈런! 홈런!!”

마치 미리 맞추기라도 한 듯 관중들이 한목소리가 되어 소리쳤다.

그 외침이 얼마나 대단한지 경기장 전체가 울리는 거 같았다.

‘피트 알론소의 인기가 대단하군.’

[프랜차이즈 스타니까.]

[거기에 메츠 요즘 인기 장난 아니더만.]

[21세기 진정한 악의 제국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야.]

[후우…… 우리 양키스 애들은 뭐하냐…….]

양키스의 레전드들이 한탄을 할 정도로 2020년 이후로 두 팀의 행보는 엇갈리고 있었다.

양키스가 적은 투자를 하는 게 아니었다.

단지, 메츠가 미친 투자를 연이어 하면서 과거 양키스가 보여주었던 제국다운 모습을 보여줄 뿐이었다.

거기에 메츠는 투자한 만큼의 성적을 얻어내면서 신규 팬들의 유입이 대거 늘어난 반면, 양키스는 2009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이런 두 팀의 행보에 같은 연고지를 두고 있는 뉴욕에서도 다양한 말들이 나오고 있었다.

메츠의 이런 중심에는 피트 알론소라는 괴물 타자가 존재했다.

-메츠가 여러 차례 대형 선수들을 영입했지만, 중심타선에는 항상 피트 알론소가 있었습니다. 그만큼 그가 메츠의 중심이란 소리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그리고 피트 알론소는 항상 자신의 역할을 해내면서 메츠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어내고 있습니다.

-과연 피트 알론소를 상대로 에이블이 어떤 공을 던질지! 사인을 교환한 그가 1구를 던집니다!

에이블의 오늘 컨디션은 좋았다.

상대가 피트 알론소라 하더라도 공격적인 피칭을 이어나간다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몸쪽에 붙는 96마일의 빠른 공! 절묘한 코스에 알론소의 상체가 뒤로 빠집니다!

-위력적인 공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코스도 좋았기에 알론소가 위협을 느낄 정도였어요!

알론소의 반응을 확인한 다음 공 역시 공격적인 리드를 이어나갔다.

‘한 번 더 몸쪽으로. 이번에는 커브로 가자.’

‘오케이.’

초구에 자신감이 붙어서인지 와인드업에서부터 에이블의 기세가 느껴졌다.

“흡!!”

쐐애애액-!!

에이블의 손을 떠난 공이 알론소의 몸을 향해 날아왔다.

초구에 상체를 뒤로 뺄 정도였으니 2구에는 그 영향이 남아 있을 게 분명했다.

그래서 2구 역시 몸에 붙는 커브를 요구했던 거다.

찰나 간의 경직은 에이블의 공을 노리는 데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컸으니까.

하지만 알론소는 영향이 없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후웅!!

매섭게 돌아간 배트가 그대로 존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을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피트 알론소가 제 자리에 서서 타구를 바라봅니다!

빠르게 날아간 타구가 그대로 펜스를 넘어 관중석에 떨어졌다.

-호…… 홈런입니다! 엄청난 타구 속도로 단숨에 펜스를 넘겨 버리는 피트 알론소! 대단한 파워입니다!

-가볍게 때린 거 같은데. 이번 타구를 그냥 담장으로 넘겨 버린 피트 알론소! 역시 뉴욕 메츠의 북극곰입니다!!

바로 옆에서 보고 있던 수호도 경악할 수밖에 없는 홈런이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잔상이란 게 남게 마련인데…….’

[그냥 쟤가 쩐 거다.]

[ㅇㅇ 리드 자체는 나쁘지 않았음.]

[문제는 알론소 녀석이 그걸 예측했다는 거지.]

[포수와 투수의 머리싸움은 가위바위보와 같다. 항상 이길 수는 없는 법이야.]

맞는 말이다.

항상 이길 수 없는 법이다.

지금 알론소가 홈런을 만들어냈다 하더라도 절망할 이유는 없었다.

‘오늘 경기 안에는 반드시……!’

-홈을 밟는 피트 알론소! 메츠의 선취점을 스스로 올립니다!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알론소를 보며 수호는 마음을 다잡았다.

* * *

1회 말.

에이블은 2실점을 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스코어는 3 대 2.

1점을 앞서고 있었지만, 메츠가 점수를 쫓아왔다.

초반부터 분위기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필리스 입장에서는 발목을 잡힌 거나 다름없었다.

-지구 1, 2위의 경기답게 1회부터 치고받는 경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2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팀의 타자들이 공격적으로 투수들을 공략하며 또 한 번 점수를 냈다.

딱!!

-때렸습니다!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 2루 주자 3루를 돌아 홈으로! 필리스가 다시 달아납니다!

2회 초.

필리스가 먼저 달아나는 점수를 내자.

딱!!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3루 주자 홈으로 들어옵니다! 메츠가 다시 점수를 따라붙습니다!

2회 말에 메츠가 곧장 점수를 추가하며 따라갔다.

스코어는 단숨에 4 대 3이 되었다.

그리고 메츠가 여기에서 반격의 칼날을 빼 들었다.

딱!!

-빠른 타구! 좋은 코스에 떨어지면서 펜스로 굴러갑니다!!

후속 타자가 때린 타구가 좌익 선상에 떨어지고는 다시 휘어져 펜스로 굴러갔다.

덕분에 2루에 있던 주자가 안전하게 홈으로 들어오면서 동점이 되었다.

-동점 주자가 홈을 밟습니다! 그리고 1루 주자가 3루를 돌아 홈으로 쇄도합니다!

그제야 공을 잡은 좌익수가 빠르게 공을 던졌다.

외야 필드까지 나가서 중간에서 공을 포구한 3루수는 지체의 망설임 없이 홈을 향해 공을 뿌렸다.

쐐애애애액-!!

공이 먼저 도착하느냐, 아니면 주자가 먼저 홈을 터치하느냐의 싸움.

먼저 도착한 것은 공이었다.

하지만 정확히 태그할 위치로는 오지 않았기에 수호가 상체를 들어 공을 포구했다.

퍽!!

휘릭!!

그리고 곧장 몸을 돌리며 홈플레이트로 향하는 주자의 손을 터치하기 위해 미트를 내밀었다.

촤아아앗-!!

퍽!

누구의 터치가 더 빨랐는가?

모든 사람의 시선이 구심에게 향하는 순간이었다.

“흡!!”

쐐애애액-!!

-아앗! 한수호 선수가 2루로 공을 던집니다!!

“아웃!!”

거의 동시에 구심의 판정이 나왔다.

그러나 카메라는 이미 2루를 비추고 있었다.

1루에 있었던 주자가 혼란한 틈을 타서 2루 베이스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시도는 수호의 빠른 송구에 가로막혔다.

퍽!

“아웃!!”

-아웃입니다!! 홈에서도 아웃! 그리고 2루를 노리던 타자 주자를 잡아내며 세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

-한수호 선수의 침착함이 돋보이는 장면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구심에게 향하고 있었는데. 한수호 선수는 주자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그를 잡아냈어요!!

-이게 과연 루키의 동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정말 대단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한수호 선수입니다!!

-비록 동점은 되었지만, 주자를 모두 잡아내면서 이닝을 마감하는 한수호 선수!! 에이블 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습니다!!

더그아웃으로 걸어가던 수호에게 에이블이 다가왔다.

“나이스 플레이였어.”

“고마워. 네 공도 좋았으니까 이번 이닝에 나온 실점은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래?”

“응. 그냥 상대 타자가 잘 때리고 코스가 좋은 쪽으로 흘러갔을 뿐이야.”

수호는 마지막 순간까지 투수 에이블을 안정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포수로서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그는 루키가 아닌 베테랑과 같았다.

* * *

동점 상황에 수호가 3회 초 선두타자로 두 번째 타석을 맞이했다.

-첫 타석에서 시즌 43번째 홈런을 기록했던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섭니다.

퍽!

“볼.”

-초구는 볼입니다.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

-첫 타석을 의식해서인지 아예 빠지는 공으로 던졌네요.

의식했다는 말이 정확했다.

투수는 수호를 겁내고 있었다.

‘저 괴물 자식은 어디로 던져도 펜스 너머로 넘겨 버릴 거 같아.’

전반기 40홈런을 기록한 괴물이다.

같은 메이저리거라 하더라도 그런 그에게 자신감 넘치게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많을 리 없었다.

퍽!

“볼, 투!”

-두 개의 공이 연달아 존을 벗어납니다.

-이 정도면 거의 고의사구가 아닌가 싶네요.

-고의사구였으면 벤치에서 사인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예. 차라리 심판에게 이야기해서 그냥 1루로 보냈을 겁니다.

과거와 달리 고의사구는 더 이상 공을 던지지 않아도 된다.

구심에게 의사를 표시하면 투수는 공을 던지지 않고 주자는 1루로 걸어간다.

시간의 단축, 투수의 체력을 아끼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메츠의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즉, 고의사구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수호와 정면승부를 하지 못하다니.’

메츠의 감독 맨틀은 지금 상황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다.

투수가 타자에게 겁을 먹는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투수가 베테랑도 아니었기에 더더욱 가능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불펜에 연락해서 애들 준비시키라고 해.”

“차례대로 준비시킬까요?”

불펜에는 다수의 투수가 기다리고 있다.

평소 메츠에서 올리는 투수의 순서가 있었기에 코치가 되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맨틀 감독은 이내 입을 열었다.

“상대가 괴물이라면 우리도 괴물을 내야겠지. 아담을 준비시켜.”

“알겠습니다.”

한수호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괴물이다.

그런 그를 상대할 만한 괴물이 있다는 걸까?

맨틀 감독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리고 코치 역시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불펜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사이 1루 베이스에 도착한 수호가 투수가 하퍼를 상대하기 위해 공을 던지는 순간.

타닥!!

“뛰었어!!”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하고 있었다.

촤아아앗-!!

“세이프!!”

시즌 29번째 도루에 성공하며 주먹을 드는 수호를 보며 맨틀 감독이 입술을 깨물었다.

‘올 시즌 우승을 위해서는 반드시 녀석을 잡아야 한다.’

같은 지구이기에 더더욱 수호를 잡을 카드가 필요한 맨틀 감독이었다.

* * *

시즌 29번째 도루.

30-30클럽이라는 대업에 단 1개의 도루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한수호 선수를 볼넷으로 출루시킨 메츠! 하지만 그의 출루는 투수의 머리를 더욱 아프게 만들었어요!

-맞습니다. 한수호 선수는 파워와 속도를 모두 겸비한 선수입니다. 괜히 메이저리그 최고의 5툴 플레이어라는 말을 듣는 게 아니죠!

과거 메이저리그 최고의 5툴 플레이어로 아쿠냐 주니어가 뽑혔다.

홈런과 도루 수비 모든 게 가능한 그의 플레이는 화려했고 단번에 메이저리그를 정복했다.

그랬던 그지만 나이가 듦에 따라 점점 도루 개수를 줄였다.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수호가 최연소 30-30클럽에 도전하면서 자연스레 최고의 5툴 플레이어라는 수식어가 넘어왔다.

-과연 한수호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 30-30클럽에 가입할 수 있을지! 이제 단 1개의 도루만을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2루에서 3루를 훔치는 건 무척이나 어렵다.

아무리 발이 빠른 선수라 하더라도 자주 시도하지 않는 이유기도 했다.

수호 역시 3루 스틸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2번밖에 시도하지 않았다.

‘기회가 왔을 때 잡고 싶은데.’

[투수가 널 견제를 많이 하는데?]

[수비들 움직임도 정확히 널 잡기 위해 움직이는 중이고.]

레전드들의 말에 시선을 좌우로 움직여 수비들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확실히 2루수와 유격수 둘 다 언제든지 베이스 커버를 들어올 움직임을 보였다.

거기에 3루수 역시 베이스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채 수비를 하고 있었다.

‘확실히 언제든지 절 잡기 위한 움직임이네요.’

[그만큼 상대에게 위협적이란 소리지.]

[하지만 이런 순간이야말로 네가 빛날 수 있는 법이지.]

리키 핸더슨 이전 최고의 대도로 불리던 루 브록의 말이 수호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서 3루를 훔치기 위해서는 투수의 움직임을 정확히 간파해야 한다.’

[정답이다.]

[도루는 투수의 타이밍을 뺏는 게 우선이지.]

[야야, 진짜 뛰려고?]

[에헤이~ 대도 계보에 끼지 못하면 조용히 해라.]

타이 콥의 한마디에 만류하던 레전드가 입을 다물었다.

실제 그에게 지금 조언을 하는 건 빌리 해밀턴, 타이 콥, 그리고 루 브록이었다.

세 명 중 가장 낮은 통산 도루를 성공한 이가 타이 콥의 892개였다.

한마디로 도루만큼은 메이저리그에서 최고란 소리였다.

‘투수의 균형이 홈으로 향했다.’

시선은 자신에게 향하고 있지만, 몸의 균형이 이미 홈플레이트로 향하고 있었다.

아마 자신이 뛸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정면으로 향하는 순간.

타닥!!

수호가 3루로 내달렸다.

투수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는 스타트였다.

발을 뺄 수도 그렇다고 던지는 걸 포기할 수도 없었다.

“큭……!”

그가 할 수 있는 건 전력으로 공을 던지는 것밖에 없었다.

쐐애애애액-!!

공이 빠르게 날아오자 포수가 곧장 3루로 다리를 옮겼다.

‘이번에는 잡는다!’

퍽!!

공이 미트에 꽂히는 순간.

“흡!!”

쐐애애액-!!

포수가 재빨리 공을 빼내 3루로 뿌렸다.

-아슬아슬한 타이밍!!

촤아아앗-!!

누구의 손이 먼저 닿을 것인가?

모든 이의 시선이 집중됐다.

퍼퍽!!

-거의 동시에 터치와 태그가 이루어졌습니다!! 과연 3루심의 판정은?!

고개를 든 수호가 3루심을 바라봤다.

눈이 마주친 그가 이내 팔을 좌우로 펼쳤다.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시즌 30번째 도루에 성공하면서 한수호 선수가 30-30클럽에 가입합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역대 세 번째 30-30클럽 가입에 성공하는 수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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