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97화
아메리칸리그에 애런 저지가 있다면 내셔널리그에는 피트 알론소가 있다.
이런 말이 있을 정도로 피트 알론소는 데뷔 시즌 때부터 53홈런을 기록할 정도로 파워 하나는 남다른 선수였다.
2020시즌 부상으로 부진했던 걸 제외하면 매 시즌 3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며 꾸준함의 대명사를 보여주었다.
커리어하이는 2024시즌.
데뷔시즌의 53홈런을 넘는 58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메츠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번 시즌에도 내셔널리그 홈런 부문 3위에 랭크되어 있을 정도로 엄청난 파워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 그와 수호가 붙으니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건 당연했다.
-한수호 선수는 시즌 42호 홈런을 기록하며 아직까지도 시즌 40개 이상의 홈런을 때린 유일한 선수로 남아 있습니다.
-내셔널리그에선 사실상 아쿠냐 주니어와 피트 알론소, 그리고 오타니 쇼헤이 정도가 한수호 선수의 대항마가 되겠죠.
아쿠냐 주니어는 어느덧 38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내셔널리그 2위, 오타니 쇼헤이는 35개를 때려내며 3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그리고 피트 알론소 역시 35개를 기록해 오타니 쇼헤이와 공동 3위에 오른 상황.
-비록 공동 3위라고는 하나, 피트 알론소는 몰아치기 능력이 뛰어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2019시즌 게레로 주니어와 펼친 역대급 홈런더비에서 그의 능력을 잘 보여주었죠.
-당시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세웠던 게레로 주니어를 누르고 우승을 했던 게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아, 이제는 신기록은 한수호 선수가 보유하고 있지만요.
-그런 두 사람의 대결이니만큼 관심이 집중되는 게 당연합니다.
딱!!
-말씀드리는 순간 선두타자 조니 로버트가 삼유간을 가르는 안타를 때려내며 출루에 성공합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서게 됩니다!
첫 타석부터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타석에 선 수호가 가볍게 숨을 내쉬며 타격 자세를 취했다.
“후우…….”
첫 타석에서 어떤 공격을 하느냐에 따라 오늘 경기의 향방이 결정된다.
그걸 잘 알기에 수호는 처음부터 집중력을 높였다.
[기선제압부터 하고 시작하자.]
[싸움은 선빵 필승임.]
[끌려다니는 건 스타일상 아니지 않냐?]
‘맞습니다. 일단 때리고 시작해야죠.’
[그 때린다는 게 공을 때린다는 거지?]
[사람은 때리는 거 아님.]
‘그런 개그는 아재들이나 하는 겁니다.’
[크흠…….]
[너도 속은 아재거든?!]
발끈하는 타이 콥의 채팅을 뒤로하고 수호가 집중력을 높였다.
레전드들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오늘 경기는 난타전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확실하게 기선을 잡아두고 시작하는 게 최고였다.
‘무엇보다 상대는 5선발이다. 우리가 마운드에서는 앞서고 있다.’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진다면 그것만큼 충격은 없었다.
“후우……!”
다시 심호흡을 뱉자 주위의 풍경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처음부터 이런 집중력을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의 중요도를 생각하면 처음부터 전력으로 나갈 필요가 있었다.
-사인을 교환한 메츠의 선발투수 제이미가 1구를 던집니다!
“흡!!”
쐐애애액-!!
퍽!
“볼.”
-초구는 볼입니다. 배트가 나가려던 한수호 선수가 잘 멈췄습니다.
-제이미 투수가 보유한 플러스 등급의 구종인 싱커가 위력적입니다.
제이미의 장점은 분명했다.
빠른 싱커와 슬라이더를 던진다는 것.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투피치를 한다는 건 위험한 일이었지만, 제이미는 불펜을 오가면서 그걸 해내고 있었다.
그만큼 싱커와 슬라이더의 구종 가치가 높다는 의미와 같았다.
‘확실히 싱커의 움직임이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움직이네.’
[진짜 뱀처럼 움직인다.]
[날아오다가 갑자기 바깥으로 흘러나가니 쉽진 않겠네.]
[저 공과 몸쪽으로 붙는 슬라이더면 꽤 머리 아프겠는데.]
‘그래도 노리려면 슬라이더가 낫겠습니다.’
[ㅇㅇ 그렇겠네.]
[슬라이더는 날아오는 게 보일 테니까.]
[얘 구종 가치를 보더라도 슬라이더가 싱커보다 낮다.]
슬라이더로 결정한 수호가 다시 타격 자세를 취했다.
그런 수호를 보며 포수가 사인을 보냈다.
‘몸쪽은 위험해. 무조건 바깥쪽으로 승부하자고.’
‘오케이.’
코스를 결정한 포수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이번에는 슬라이더로 볼카운트를 잡자.’
‘알았어.’
구종을 결정한 제이미가 투구 자세에 들어갔다.
그러자 로버트가 바로 정면에 보였다.
눈이 마주치자 로버트의 무게중심이 다시 베이스로 향하는 게 보였다.
‘넌 오늘 경기에서 절대 달리지 못해.’
좌투수인 제이미를 앞에 두고 뛰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불가능한 건 아니었지만, 로버트는 무리하지 않았다.
‘수호가 어떻게든 해주겠지.’
수호에 대한 믿음이 그의 다리를 묶게 만들었다.
그리고 수호는 이런 믿음에 부응하듯.
“흡!!”
쐐애애액-!!
-2구 던졌습니다!!
존의 바깥쪽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백도어 슬라이더를 향해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후웅!!
클로즈드 스탠스와 함께 돌아간 배트가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 뒷문으로 들어오려던 공을 그대로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맞는 순간 수호는 알 수 있었다.
펜스를 넘어갔다는 것을.
수호는 등을 때리고 넘어오는 배트를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휘릭!!
-그리고 한수호 선수는 배트를 던졌고!! 타구는 우측 담장을 향해! 날아가 그대로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선제 투런포를 작렬한 수호가 1루를 향해 천천히 뛰었다.
-제이미의 백도어 슬라이더를 정확히 노려 밀어서 홈런을 만들어내는 한수호 선수!! 대단한 파워입니다!!
-전반기 대부분의 홈런을 당겨서 만들어냈던 한수호 선수지만, 후반기 들어 만들어낸 3개의 홈런 중 2개를 밀어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다시 밀어서 홈런을 만들어낸 수호를 보며 뉴욕 메츠의 감독인 맨틀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젠장……. 브루어스와의 경기에서 나온 홈런에 이어 이번에도 밀어서 홈런을 만들어냈다고?’
뉴욕 메츠 역시 브루어스와 마찬가지로 수호를 공략하기 위한 데이터를 만들어냈다.
오히려 브루어스보다 더 자세한 자료를 만들어 완벽한 답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 답이란 바로 바깥쪽을 공략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백도어성 브레이킹볼에는 약한 모습을 보였었는데.’
이번 시즌 수호가 당한 삼진은 모두 17번밖에 없었다.
그중 5번이 백도어성 브레이킹볼에 삼진을 당하면서 물러났었다.
그랬기에 백도어 슬라이더로 던진 제이미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처음부터 정답을 몰랐다면 모를까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알고 보니 오답이라는 걸 알게 되자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어떻게 해야 녀석을 잡을 수 있는 거야?’
어느덧 그라운드를 모두 돌고 홈베이스를 밟은 수호가 기다리고 있던 로버트, 하퍼와 차례대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 앞에서 기다리던 리얼무토를 발견한 수호가 주먹을 내밀었다.
“나이스 홈런이다.”
“감사합니다!”
그와 주먹을 부딪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간 수호는 동료들의 뜨거운 축하를 받으며 시즌 43번째 홈런을 자축했다.
* * *
스코어 3 대 0.
1회 초부터 점수를 뽑은 필리스는 여유롭게 수비에 나섰다.
-한수호 선수의 투런홈런에 이어 추가 득점까지 성공한 필리스의 수비가 이어집니다.
-오늘 경기에는 2선발인 믹 에이블이 마운드에 오릅니다. 그리고 그와 호흡을 맞출 포수는 한수호 선수가 출전하네요.
-기존에 1, 2선발은 리얼무토로 운영하고 3선발부터 한수호 선수에게 맡겼던 필리스인데요. 최근에는 한수호 선수가 꾸준히 마스크를 쓰고 있네요.
-리얼무토에게 부상이 있거나 아니면 젊은 한수호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거 같습니다.
어떤 결정일지는 내부에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필리스의 주전 포수가 점점 수호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한수호 선수와 믹 에이블 투수의 호흡은 어떨지! 메츠의 공격이 시작됩니다!
수호는 타석에 선 메츠의 1번 타자 닐을 바라봤다.
‘정확도가 뛰어난 컨택형 타자, 발도 빨라서 올 시즌 19개의 도루에 성공했지.’
[도루 성공률은 67퍼센트로 높지는 않네.]
[그래도 내야 안타가 4개나 있다.]
[경력 전체로 보면 34개의 내야 안타가 있을 정도로 주루는 나쁘지 않은 듯.]
레전드들의 정보와 전력분석팀이 준 데이터를 종합해 결론을 돌출했다.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존의 중심보다 높은 공들에 대한 타율이 높다는 점.’
컨택형 타자답게 히팅존이 상당히 균형 잡혀 있었다.
즉, 약점이 많지 않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완벽한 타자는 없었다.
낮은 공에는 다소 약한 모습을 보였기에 그를 공략할 방법도 있었다.
‘일단 초구부터 반응을 볼까.’
수호가 사인을 보내자 에이블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인을 교환한 에이블이 와인드업에 이어 1구를 던집니다!
“흡!!”
쐐애애액-!!
코스는 바깥쪽.
구종은 패스트볼이었다.
평균 구속이 95마일인 에이블의 빠른 공이 바깥쪽을 정확히 노리고 들어왔다.
후웅!!
그걸 놓치지 않고 닐이 배트를 돌렸다.
간결하고 빠른 스윙이 정확히 공을 때렸다.
딱!!
-때렸습니다!!
3루 쪽으로 날아간 타구에 닐이 1루로 뛰었다.
하지만 타구에 스핀이 걸렸는지 라인을 벗어나 떨어졌다.
“파울!”
-파울이 선언됩니다! 만약 인코스에 떨어졌으면 상당히 골치 아플 뻔했습니다.
-맞습니다. 좌익수 쪽으로 공이 가서 3루까지는 어려웠겠지만, 그래도 2루까지는 무난하게 들어갔을 겁니다.
초구부터 닐의 타격 능력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었다.
‘으흠, 바깥쪽 공도 간결하게 때리는구나.’
[컨택 능력 하나는 분명 좋네.]
[좌타자니까 1루 도달하는 시간도 빠르고.]
[내야 타구를 준다면 위험하겠는데.]
수호 역시 레전드들과 같은 생각이었다.
단지 그들과 다른 점은 수호 스스로 답을 찾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내 하나의 답을 찾아내면서 자리에 앉았다.
‘컨택이 좋다면 공을 맞히게 해주면 되겠지.’
[응? 그게 뭔 소리임?]
[맞히게 하다니?]
[확실히 좋은 방법이지.]
[ㅇㅇ 그 방법이면 좋을 듯.]
레전드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포수가 아닌 다른 포지션에서 뛰었던 이들은 수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포수 레전드들은 바로 이해한 듯 보였다.
[아~ 너네만 알지 말고 알려달라고!]
‘알려드리기보단…….’
[직접 봐라.]
‘제가 하고 싶었던 말입니다.’
요기 베라의 말에 동의하며 수호가 사인을 보냈다.
‘바깥쪽 높은 코스.’
코스를 정하고.
‘패스트볼로 가자.’
구종을 결정했다.
에이블은 별다른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신중하게 사인을 교환한 에이블 투수가 와인드업! 2구를 던집니다!!
에이블의 손을 떠난 공이 수호가 원했던 코스로 정확히 날아들었다.
조금 까다로운 위치였지만, 때리지 못할 곳은 아니었기에 닐이 배트를 돌렸다.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 외야를 향해 날아갑니다!!
외야로 뻗은 공을 중견수 로버트가 쫓아갔다.
로버트는 빠른 발을 이용해 순식간에 자리를 잡더니 더 이상 뻗지 못하는 공을 가볍게 잡아냈다.
퍽!
“아웃!!”
-아웃입니다! 까다로운 첫 타자를 2구 만에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는 에이블 투수!
-코스가 좋았습니다. 높은 곳 바깥쪽을 노려 닐의 스윙을 유도했어요.
-스윙을 유도했다고요?
-예. 파워가 약한 닐이기에 정타가 되더라도 홈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았습니다. 게다가 바깥쪽 코스였으니 더더욱 홈런은 힘들었죠.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로버트의 수비 능력이면 웬만한 코스로 날아가더라도 잡을 수 있지.’
[정답이다.]
[수비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도 포수가 해야 할 일이지.]
[이야…… 너희들 그렇게까지 생각하면서 타자 상대하냐?]
[머리 쥐 나겠네.]
[괜히 포수가 그라운드의 사령관으로 불리는 게 아니지.]
과거와 달리 포수의 역할은 나날이 축소되고 있었다.
하지만 수호는 그런 상황에서도 레전드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령관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두 번째 타자 역시 그의 사인을 따른 에이블이 가볍게 잡아냈다.
퍽!!
후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두 번째 타자는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에이블 투수!
-떨어지는 커브에 타자가 완벽하게 속아 헛스윙을 합니다.
-두 타자를 가볍게 돌려세운 에이블 투수의 앞에 가장 거대한 벽이 들어섭니다!
수호의 시선이 메츠의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대기 타석에서 기다리고 있던 북극곰 한 마리가 천천히 타석으로 걸어왔다.
-북극곰! 피트 알론소가 타석으로 들어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