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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96화 (95/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96화

수호의 도루는 투수를 흔들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필리스의 타선은 그런 투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딱!!

-때렸습니다!! 브라이스 하퍼의 이 타구!! 좌중간을 가릅니다! 2루 주자 한수호 선수는 3루를 돌아 가볍게 홈으로 들어옵니다! 선취점을 기록하는 필리스!!

브라이스 하퍼가 2루타를.

딱!!

-연속 안타!! 리얼무토의 이번 타구는 중견수 앞에 떨어지면서 1사 1, 3루의 찬스가 이어집니다!

리얼무토가 안타를 때려내며 찬스가 이어졌다.

그 결과 필리스는 1회에만 4점을 올리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1회 말, 필리스가 4점의 리드를 에이스 앤드류 페인터에게 안겨줍니다!

-앤드류 입장에서는 마음 편하게 2회를 던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설진의 말대로였다.

앤드류는 오랜만에 마음 편하게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4점이나 리드를 안겨준다면 이건 승리투수가 되라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앤드류 페인터의 이번 시즌 평균자책점은 2.45였다.

즉, 한 경기에 2점에서 3점 정도의 실점밖에 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물론 중간계투가 무너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테지만, 4점은 충분히 여유 있는 점수였다.

‘자, 그럼 가볍게 던져보도록 할까.’

마음 편하게 마운드에 오른 앤드류가 수호의 사인을 기다렸다.

‘바깥쪽 낮은 코스로 패스트볼.’

수호의 사인을 확인한 앤드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볼까.’

2회 초.

앤드류의 피칭이 이어졌다.

* * *

앤드류는 4안타를 허용했지만, 3회까지 점수를 내주지 않으며 좋은 피칭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수호의 마음에 모두 드는 건 아니었다.

‘한 번씩 내가 요구한 것과 다른 공을 던지고 있다.’

[일부러 하는 거 같은데?]

[ㅇㅇ 아무리 봐도 실수는 아닌 듯.]

[오늘 컨디션이 나쁜 것도 아니고 일부러네.]

레전드들의 의견에 동의하는 수호였다.

투수의 반대 투구가 자주 나온다고는 하지만, 오늘 앤드류의 피칭은 훌륭했다.

만약 반대 투구가 자주 일어날 정도로 제구에 문제가 있었다면 무실점 피칭을 하지 못했을 거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수호는 자신의 리드를 따르지 않는 앤드류에게 불만이 생겼다.

하지만 그걸 당장 드러낼 정도로 그는 멍청하지 않았다.

‘경기 끝나고 보자.’

수호의 이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앤드류는 자신의 피칭에 만족하고 있었다.

‘역시 수호 녀석하고 호흡을 맞추는 게 정답이었어. 가끔 마음에 안드는 사인이 나오면 그냥 반대 투구를 했다는 듯이 던지면 되겠어.’

반대 투구를 하는 건 딱히 수호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첫 호흡부터 괜히 고개를 저으면 녀석이 기분 상할 수도 있으니까.’

앤드류 입장에서도 수호를 챙겨주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행동이 잘못됐다는 건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처음 부탁했을 때 수호가 단호하게 거절했던 게 떠올라서 이런 방법을 택했다.

만약 경력이 더 쌓인 베테랑급의 투수였다면 이야기가 달랐을 거다.

이런 행동이 포수와의 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앤드류 역시 이제 에이스 역할을 맡은 지 2년밖에 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쌓인 연차는 고작해야 4년 차.

이 정도 경력에 에이스가 됐다는 건 분명 실력이 있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었다.

* * *

두 번째 타석.

수호는 침착하게 투수의 공을 지켜봤다.

첫 타석과 마찬가지로 좋은 공은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게 있었다.

퍽!!

“스트라이크!!”

-투수가 몸쪽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냅니다!

-첫 타석과 달리 한수호 선수의 몸쪽을 공략하네요.

단순히 공략한 게 아니었다.

몸쪽으로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이런 볼 배합을 가져갈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승부를 보겠다는 거군.’

[널 그냥 내보내면 골치 아프다는 걸 알았나 보네.]

[발이 빠른 주자가 나가면 그때부터 머리 아파지지.]

[수비들까지 흔들리니까.]

[공격의 물꼬가 트이면 1회처럼 대량득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1이닝 4실점은 브루어스 입장에서는 최악의 결과였다.

‘수호를 그냥 내보내면 1회가 재현될 수 있다. 녀석을 어떻게든 잡아내야 해.’

맥킨 감독의 선택이 바뀐 이유였다.

하지만 이 역시 잘못된 선택이었다.

-투볼 원스트라이크에 투수 와인드업!!

“흡!!”

쐐애애액-!!

투수가 던진 4구가 몸쪽 높은 코스로 날아들었다.

수호는 그 공을 놓치지 않고 오픈 스탠스를 취하며 그대로 배트를 돌렸다.

후웅!!

딱!!

-때렸습니다!! 그리고 한수호 선수는 배트를 던졌습니다!!

“빠던! 빠던! 빠던!!”

필리건들이 수호가 던지는 배트를 보고 일제히 소리쳤다.

외국인들이 어눌한 말투로 빠던을 외치는 모습은 이색적이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에선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수호가 홈런을 터뜨릴 때마다 던지는 배트 덕분에 한국의 빠던이 메이저리그에서 유행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그의 홈구장인 필라델피아에선 수호의 홈런이 터질 때마다 빠던을 연호하는 팬들이 많아졌다.

-넘어갔습니다!! 좌측 담장을 넘기는 한수호 선수의 시즌 42번째 홈런!!

그라운드를 도는 수호의 머리 위로 필리스 팬들을 빠던 콜이 쏟아졌다.

* * *

시즌 42번째 홈런을 터뜨린 수호의 활약 덕분에 필리스는 브루어스를 스윕하고 메츠와의 차이를 1경기 차이로 좁혔다.

[필리스 후반기 첫 시리즈에서 파죽의 스윕!!]

[한수호가 이끄는 필리스를 막을 수 없었던 밀워키 브루어스! 전패로 필라델피아에서 물러나다!]

[뉴욕 메츠를 턱밑까지 추격한 필리스!]

[시즌 42호 홈런을 작렬시킨 한수호는 애런 저지와의 홈런 개수를 3개 차이로 벌렸다!]

수호가 홈런을 때리면 팀은 승리한다.

마치 공식이 된 것과 같은 이 징크스는 깨지지 않았다.

덕분에 앤드류 페인터는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필리스의 에이스 후반기 첫 경기에서 시즌 10승을 채우다!]

[6이닝 1실점 7탈삼진으로 본인의 역할을 다한 앤드류 페인터!]

앤드류에 대한 기사도 이어졌다.

하지만 큰 조명은 받지 못했다.

언론의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수호에게 집중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수호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척이나 높았다.

그런 수호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뉴욕으로의 이동을 준비했다.

다음 시리즈가 지구 1위인 뉴욕 메츠와의 원정 4경기였다.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기겠네.]

[그러게.]

[2선발부터 시작하니 썩 나쁜 투수 로테이션도 아니고.]

[잘하면 지구 1위를 차지하는 것도 가능할 거 같은데?]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이번 뉴욕 메츠와의 대결에서 3승을 차지하면 1위가 바뀌게 된다.

하지만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메츠는 5선발부터 시작해서 1선발로 이어져요. 게다가 상대의 1선발이 곤솔린이고요.’

토니 곤솔린.

2022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그는 16승 1패라는 어메이징한 시즌을 보냈다.

이후에도 두 자릿수 승수를 책임지며 다저스의 선발을 맡아왔다.

하지만 오타니 쇼헤이를 영입하기 위해 막대한 출혈을 감당해야 했던 다저스는 치솟은 몸값의 곤솔린을 잡지 못했다.

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메츠가 곤솔린을 낚아챘고 올 시즌부터 새로운 메츠의 일원이 됐다.

[올 시즌 성적이 벌써 12승 3패지.]

[ERA는 2.14로 역대급 시즌이고.]

[그나마 다행인 건 삼진을 많이 잡는 유형이 아니라는 건가.]

토니 곤솔린의 주 무기는 스플리터다.

구속이 빠르지는 않았지만 90마일 중반은 유지했고 특히 스플리터가 일품이었다.

거기에 커브와 슬라이더 역시 수준급인지라 타자를 요리하기 적합했다.

‘삼진이 많지 않음에도 10승 이상을 잡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소리겠죠.’

[그건 그렇지.]

[확실히 잭의 상위호환으로 봐야겠지.]

[체력 좋은 잭임.]

필리스에서 비슷한 유형의 투수는 잭 휠러가 있었다.

‘잭과 상대한다는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픈데요.’

[ㅋㅋㅋ 어쩌겠냐.]

[자신 없는 건 아니겠지?]

‘설마요.’

메츠의 에이스는 분명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 수준의 투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없는 건 아니었다.

‘제가 최고가 될 겁니다.’

이번 시즌의 목표를 향해 질주할 뿐이었다.

* * *

뉴욕에 도착한 필리스 선수단은 호텔에서 쉬고 다음 날 시간에 맞춰 전용 버스를 타고 메츠의 홈구장으로 이동했다.

2009년 새롭게 개장한 메츠의 시티 필드는 4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이었다.

외관이 화려하면서 고대 건축물을 연상케 하는 경기장이 멀리 보이자 필리스 선수들의 버스가 들썩였다.

“야야, 저거 뭐냐?”

“한, 저거 너 아니야?”

“왜 네 사진이 시티필드의 외관에 붙어 있는데?”

선수들의 외침에 수호가 창밖을 바라봤다.

진짜 시티필드의 외관에는 자신의 사진이 대형 현수막으로 제작되어 붙어 있었다.

필리스 구단의 프로필에 사용되는 것이었기에 수호의 시선은 자연스레 버스에 탑승하고 있는 직원에게 향했다.

“아, 저거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진행한 홍보 이벤트입니다.”

“사무국에서요?”

“예. 메츠와 필리스의 경기를 홍보하기 위해 사무국에서 고민하다가 두 팀의 대표 선수들을 현수막으로 제작하기로 했죠.”

“이야~ 우리 팀의 대표가 이제 수호가 된 거야?”

“저기 하퍼도 있으니까. 정말인가 본데?”

현수막은 총 4장이 걸려 있었다.

필리스에는 수호와 브라이스 하퍼가 현수막의 주인이 되어 있었다.

뉴욕 메츠에서는 이제 메츠의 레전드가 되고 있는 피트 알론소와 새롭게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토니 곤솔린의 현수막이 걸렸다.

‘내가 필리스의 대표 선수…….’

[사무국에서 제대로 어그로를 끌겠다 이거네.]

[알론소와 너의 대결이면 저지와의 승부를 연상케 할 테니까.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겠다.]

[그런데 메츠는 투타인데. 왜 너희는 타타냐?]

[ㅋㅋㅋ 투수들 중에는 이렇다 할 스타가 없잖아.]

레전드들의 말대로 필리스에서 눈에 띄는 투수라고는 잭 휠러밖에 없었다.

에이스인 앤드류도 이번 시즌에는 다소 부진한 상태였으니 말이다.

중요한 건 사무국에서도 자신의 성적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

[지금 네가 걷는 건 과거 우리를 소환시켜야 할 정도로 역대급 성적이야.]

[거기에 스타성도 보여주고 있으니 사무국은 어떻게든 널 스타로 만들고 싶겠지.]

[자부심을 가져라.]

‘예.’

수호의 가슴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 * *

이번 뉴욕 메츠와의 4연전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건 두 팀의 순위 싸움이었다.

지구 1, 2위의 싸움.

거기에 승자에 따라 1위가 바뀔 수도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하지만 이런 팀의 순위 싸움보다 더 관심을 집중시키는 게 있었다.

[홈런더비의 재림! 북극곰 피트 알론소와 레코드 브레이커 한수호의 대결!]

[애런 저지와 한수호의 대결만큼이나 이목을 집중시키는 피트 알론소와 한수호의 대결!]

[북극곰 피트 알론소, ‘홈런더비에서는 졌지만 이번 시리즈에서 승자는 자신이 될 것이다’라고 선언!]

[레코드 브레이커 한수호, ‘두 번 연속 승자는 자신이 될 거다. 그리고 이번 시리즈가 끝나면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는 필리스로 바뀔 것이다!’라고 되받아쳐!]

[경기 시작 전부터 엄청난 기 싸움을 벌이는 두 선수!!]

수호와 알론소의 기 싸움은 대단했다.

인터뷰부터 서로를 향한 견제를 숨기지 않았다.

한국 팬들에게는 수호가 알론소의 도발을 받아친 것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한수호 말 한번 잘한다.

-얘 마이크웍이 괜찮은 듯.

-루키임에도 상대한테 절대 지지 않네.

-이런 깡다구가 필요하지!!

-이번 승부 이기고 지구 1위 가즈아!!

거기에 사무국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두 선수의 대결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덕분에 이 경기는 진즉에 매진되었을 정도로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2위! 필리스가 지구 1위 뉴욕 메츠를 잡기 위해 시티 필드에 왔습니다!!

두 팀의 경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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