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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94화 (93/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94화

더그아웃에서 리얼무토는 수호의 리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타자들이 노리는 걸 정확히 파악하고 투수에게 공을 요구하는군.’

뛰어난 관찰력이었다.

포수에게 필요한 능력을 수호는 확실히 가지고 있었다.

‘내가 저 나이에 이 정도로 안정적인 리드를 할 수 없었는데.’

고작 19살의 나이.

루키시즌에 리얼무토는 마이너리그를 전전했다.

원래 그게 당연했고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는 건 꿈과 같은 일이었다.

그런데 수호는 그러한 절차를 무시하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처음에는 특혜라고도 생각했지만, 직접 경험한 수호의 실력을 보고 생각을 고쳤다.

‘수호는 이미 완성된 선수였다. 타자로서도, 그리고 포수로서도.’

언론은 타자 수호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대중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미친 활약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리얼무토가 보기에 더욱 뛰어난 건 바로 포수 한수호였다.

‘나보다 더 뛰어나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베테랑의 노련함이라느니 경험이라느니.

그런 걸 뛰어넘는 모습을 수호가 보여주고 있었다.

퍽!!

“나이스 블락!!”

지금도 그랬다.

캐처박스에서 투수가 던진 어처구니없는 폭투를 재빠른 움직임으로 막아냈다.

거기에 볼이 튕겨 나가는 위치도 바로 자신의 앞이었다.

‘움직임이 조금만 늦었어도 볼은 엉뚱한 곳으로 튀면서 1루 주자가 2루까지 뛰었겠지.’

수호의 바로 앞에 튀었기에 주자는 뛰지 못했다.

이런 장면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프레이밍, 블로킹, 리드. 모든 점이 안정적이다.’

전성기 시절 자신과 비교해도 수호의 능력이 더 위였다.

‘내 출전 시간은 서서히 줄어들고 있고.’

베테랑이기에 알 수 있었다.

여기에서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는 걸.

만약 선택하지 않는다면 구단에서 먼저 선택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그들의 의도대로 움직여야 했다.

‘그러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겠지.’

세월에 물러나야 한다는 게 슬프지 않았다.

메이저리그는 실력 우선주의였으니까.

자신 역시 누군가를 밀어내고 마스크를 썼었으니 말이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으로 이닝을 마감하는 수호를 보며 리얼무토가 결단을 내렸다.

* * *

후반기 첫 경기.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기분 좋게 승리를 거두었다.

수호는 이 경기에서 4타수 2안타를 때려내며 멀티히트를 달성했다.

좋은 기록이었지만, 수호였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한수호 홈런을 추가하지 못하면서 여전히 40개로 단독 1위!]

[애런 저지 후반기 첫 경기에서 홈런을 추가하며 38개로 한수호와의 격차를 두 개로 줄이다!]

[후반기 홈런 전쟁을 벌일 애런 저지와 한수호!]

수호는 메이저리그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하지만 독보적인 개수는 아니었다.

-40홈런을 때리고도 아직 독보적으로 1위가 아니라니.

-그만큼 이번 시즌 홈런 경쟁이 치열하다는 거지.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를 보는 것과 똑같다니까.

-ㄹㅇ 경쟁자가 있어야 더 많이 때릴 수 있음.

팬들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다음 날.

필리스와 밀워키 브루어스의 2차전 두 번째 경기.

수호가 2번 타자로 첫 타석에 들어섰다.

-전날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던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타격감은 좋아 보였습니다만, 홈런을 추가하지 못한 게 조금 아쉽습니다.

-애런 저지가 2개까지 따라붙었으니 여기에서 다시 달아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수호가 홈런을 때리길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수호 역시 그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애런 저지의 홈런이 신경 쓰이기도 했다.

‘애런 저지가 2개까지 쫓아왔다. 이대로 역전되길 기다릴 순 없지.’

[집중 가즈아!!]

[어떻게 역전시켰는데,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재역전 되는 건 아닌 듯.]

[도망가즈아!!]

레전드들의 응원을 받으며 타격 자세를 취했다.

-타격 자세를 잡은 한수호 선수를 향해 투수가 1구를 던집니다!

퍽!

“볼.”

1구는 볼이었다.

바깥쪽 낮은 코스에서 더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이었다.

투수가 얼마나 수호를 경계하는지 알 수 있는 공이었다.

-2구 던집니다!

딱!!

“파울!!”

2구는 컷패스트볼.

히트하는 순간 마지막에 휘어져서 배트의 중심에 맞출 수 없었다.

덕분에 볼에 회전이 크게 먹히며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갔다.

-원볼 원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투수가 3구를 던집니다!!

“흡!!”

쐐애애액!!

이번에도 바깥쪽으로 공이 날아왔다.

구속은 이전보다 빨랐고 코스 역시 좋았다.

존의 높은 곳을 정확히 찌르는 공.

후반기에도 수호를 향한 투수들의 바깥쪽 공략은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수호는 거기에 당하지 않았다.

부앙!!

테드 윌리엄스가 바깥쪽의 공을 홈런으로 만들어내기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손목의 힘을 마지막까지 써서!’

행크 애런에게는 아니었다.

거기에 베이브 루스의 타고난 파워까지 배트에 담아 있는 힘껏 휘둘렀다.

그 결과는 하나였다.

딱!!

-때렸습니다!! 우측 담장을 향해 날아가는 타구! 단숨에 펜스를 넘어갑니다!! 후반기 첫 홈런을 작렬시키는 한수호 선수!!

-당겨쳐서 홈런이 아닌 밀어쳐서 펜스를 넘기는 한수호 선수! 대단한 파워입니다!!

레전드들의 타격 기술이 모두 담긴 스윙에 투수들의 공략법 따위는 통하지 않았다.

배트를 던진 수호가 1루로 달리며 자신의 41번째 홈런을 자축했다.

* * *

[메이저리그 한수호 선수가 홈런 포함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후반기 2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했습니다.]

[첫 타석에서 우측 담장으로 밀어서 때려낸 홈런은 142m 지점에 떨어지면서 한수호 선수의 파워를 알 수 있게 해주는 홈런이었습니다.]

[1회 다시 애런 저지와 홈런 개수를 3개까지 벌렸지만, 애런 저지가 2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며 바로 2개로 좁혔다.]

홈런 선두 경쟁에 불이 붙고 있었다.

그러나 홈런 경쟁에는 두 사람만 있는 게 아니었다.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가 오늘 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단숨에 메이저리그 전체 3위에 오르는 괴력을 드러냈습니다.]

[게레로 주니어가 주춤하는 사이 아쿠냐 주니어가 3위를 탈환!]

[선두권을 빠르게 추격하는 아쿠냐 주니어!]

[오타니 쇼헤이도 홈런을 추가하면서 시즌 35호 홈런을 기록!]

후반기가 시작되면서 홈런 선두권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팬들은 이런 움직임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크으! 오랜만에 메이저리그 볼 맛이 나네.

-그동안 홈런이 너무 적게 나오긴 했지.

-홈런 하나만 놓고 보면 역대급 시즌이다.

-이대로 시즌 끝나면 60홈런 우르르 쏟아지는 거 아니냐?

-50홈런은 가능하겠는데. 60홈런은 모르겠네.

-이런 홈런 경쟁에서 선두권을 지키고 있는 게 한국인이란 게 가슴이 웅장해진다!

야구를 대표하는 기록인 홈런.

때려내기 어렵기에 특별하고 그것이 나올 때마다 팬들은 열광했다.

그런데 그 홈런이 역대급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이런 경쟁에 불을 지핀 것이 루키라는 점이 팬들을 더욱 열광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언론 역시 이런 팬들의 관심에 귀를 기울이며 움직였다.

“한수호 선수! 애런 저지가 빠르게 따라붙고 있는데요. 홈런 선두를 지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아쿠냐 주니어가 한 경기 3홈런을 때려냈습니다. 바짝 추격하고 있는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 시즌 역대급 홈런경쟁에 불을 지폈는데. 목표가 어떻게 되시나요?”

어떻게든 수호에게 자극적인 대답을 따내기 위해 언론들은 열을 올렸다.

그들의 눈빛은 빨리 하나 터뜨려 주라, 라는 듯이 빛나고 있었다.

마치 간식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같은 눈빛이었다.

그걸 본 수호는 장난을 칠까도 생각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입을 열었다.

“이번 시즌의 목표는 메이저리그 신기록입니다.”

“신기록이요? 배리 본즈의 73홈런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거 말고 홈런 신기록이 또 있나요?”

“오오오오!!”

“그리고 경쟁자들이 있다는데 감사합니다. 그들이 있기에 저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하지만?”

“결국 이번 시즌 승자는 제가 될 겁니다.”

“오오오오오오!!”

원하는 걸 얻은 기자들의 손이 바빠졌다.

그런 그들을 지나쳐 클럽하우스에 들어갔다.

[크으~ 대답 한번 멋졌다.]

[이번 시즌 승자는 제가 될 겁니다!! 오우 오글오글.]

[내 손발이 사라진다~]

‘내 손발은 사라지겠지만,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까?]

[마음에 들었지.]

[ㅇㅈ]

[우리의 기술을 가져갔는데. 이 정도도 못 하면 솔직히 실망이지.]

[하지만 너도 알아야 해.]

요기 베라의 말에 수호가 귀를 기울였다.

[이렇게 질러놓고 너 스스로 해내지 못한다면 웃음거리가 된다는 거.]

[내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가 될 수 있었던 건 말하는 걸 지켰기 때문이다.]

베이브 루스의 채팅이 연이어 올라왔다.

시대를 대표하는 그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건 여러 이유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스스로 했던 말을 지켰기 때문이다.

‘저도 지킬 겁니다. 그리고 베이브 루스 선배님을 뛰어넘는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 거예요.’

[내가 원하는 것도 그거다.]

[하긴 루스도 오래 해 먹긴 했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바뀔 때도 됐다.]

베이브 루스.

그의 통산 기록들은 대부분 새로운 기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야구의 신으로 불리었다.

그 이유는 루스만큼 메이저리그에 충격을 준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루스가 원하는 건 하나였다.

자신의 이름을 뛰어넘는 아이콘이 등장하는 것.

가장 어려울 수도 있는 그 소원을 위해 수호는 달리고 있었다.

* * *

브루어스와의 3차전을 앞두고 수호는 훈련을 이어나갔다.

그런 그에게 예상치 못한 인물이 다가왔다.

“잠깐 시간 있나?”

“J.T.”

바로 리얼무토가 말을 걸어온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나쁘지 않은 이유는 딱히 충돌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나의 포지션을 두고 경쟁을 하고 있기에 그렇다고 좋지도 않았다.

자연스레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잠깐 이야기라도 할까?”

“알겠습니다.”

리얼무토의 제안에 수호가 그를 따랐다.

두 사람은 구장 내에 있는 카페테리아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은 관계자와 선수들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기에 외부인은 들어올 수 없었다.

“음료는?”

“스포츠음료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두 잔 부탁할게.”

“예!”

직원이 금세 음료를 내밀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음료를 절반쯤 마셨을 때.

리얼무토가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따로 이야기를 하자고 한 건 다름이 아니라 오늘 마스크를 자네가 써줬으면 해서네.”

“하지만 1, 2선발은 당신이 마스크를 쓰는 날이 아닙니까? 투수들도 그걸 원하고요.”

“최근에 그게 아니라는 건 자네도 알잖아. 그들도 자네와 호흡을 맞추고 싶어 하고 있어. 그리고 자네와 호흡을 맞추는 게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야.”

리얼무토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였다.

“자네가 수락한다면 나는 지명타자로 돌려달라고 단장에게 부탁을 하겠네.”

“음…… 저야 누구와 호흡을 맞춰도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어디 부상이라도 입은 겁니까?”

“체력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부상은 아니야. 그저 팀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길 바라는 거지.”

리얼무토가 필리스를 얼마나 위하는지 알 수 있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수호는 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단장님이 허락한다면 오늘 마스크는 제가 쓰겠습니다.”

“무리한 부탁을 들어줘서 고맙네.”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를 보던 수호는 생각이 많아졌다.

‘이맘때쯤 부상을 입었을 리얼무토지만, 분명 부상 때문은 아니야.’

[네가 합류하면서 미래가 바뀌었을 수도 있지.]

가능성은 충분했다.

원래라면 리얼무토는 풀타임으로 포수로 출전한다.

하지만 자신의 합류로 인해 그러했던 역사는 바뀌었다.

몸에 부담이 덜할 테니 부상이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사실 지금은 그가 부상을 입어도 입지 않아도 그만이었다.

그의 부상이 중요했던 건 메이저리그에 정착하기 위한 선제조건이었으니까.

스스로의 능력으로 메이저리그에 자리 잡은 지금은 필요 없는 일이 되었다.

‘어쨌든 리얼무토가 팀을 위하는 마음 하나는 대단하네요.’

[필리스에서만 10년을 뛰었으니까.]

[여기에서 은퇴하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

[거의 프랜차이즈 스타급이지.]

[너도 한 팀에서 오래 뛰면 알겠지만, 그 팀 자체에 애정이 생기게 마련이다.]

[지역에도 애정이 생기고.]

[프로라고 해서 꼭 돈만으로 움직이는 건 아니야.]

아직은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프로라면 조건이 우선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건 전생을 살았어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이걸로 필리스의 주전 포수가 바뀌게 되었네.]

타이 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리얼무토가 스스로 물러나면서 주전 포수로서의 위치에 완전히 올라서게 된 수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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