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메이저리거-93화 (92/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93화

올스타전이 끝나면서 메이저리그는 분기점을 돌았다.

[한수호의 필라델피아 필리스! 뉴욕 메츠와 2경기 차이로 지구 2등을 유지!]

[후반기 과연 내셔널리그의 악의 제국인 뉴욕 메츠를 누르고 지구 1위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전반기 40홈런의 대업을 올린 한수호, 후반기에 배리 본즈의 73홈런을 넘을 수 있을 것인가?]

[테드 윌리엄스 이후 명맥이 끊어진 4할 타율도 노린다!]

[포수 최초의 30-30클럽 가입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도루 4개만 추가하면 30-30클럽에 가입하는 한수호!]

[신인으로 30-30클럽에 가입한 것은 세계에서 마이크 트라웃이 유일! 과연 한수호는 두 번째로 신인 30-30클럽 가입에 성공할까?]

후반기 수호가 노리고 있는 기록들은 대단히 많았다.

언론들은 그 기록들을 하나씩 체크하면서 올스타전 이후 팬들의 관심을 잡아두었다.

-한수호 무슨 기록의 사나이냐?

-진짜 후반기가 기대되는 기록들이네.

-괜히 레코드 브레이커가 아니네.

-4할 타율 달성하면 이건 진짜 대사건이다.

-배리 본즈 기록 넘는 것도 장난 아니겠네.

-포수 최초의 30-30클럽은 또 어떻고?

-아니, 근데 얘 언제 30-30클럽까지 다 와갔냐?

-마이크 트라웃이 쩔긴 했었구나. 루키 시즌에 30-30클럽에 가입한 게 유일했다니.

-트라웃은 야구의 신이었으니까.

-그럼 수호는 뭐임?

-야구의 신 주니어.

수호의 기록은 하나만 달성하더라도 메이저리그 역사에 기록될 것들이었다.

그런데 수호는 이런 기록들을 모두 달성할 가능성이 컸다.

야구팬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이유였다.

필라델피아에 도착한 수호는 하루를 온전히 쉬었다.

오랜만에 동생, 고모 내외와 시간을 보내며 경기를 잊고 지낼 수 있었다.

“히히! 우리 오빠 최고다!”

수빈이가 양손 한가득 들고 있는 쇼핑백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가장 좋은 건 가족들에게 돈을 아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이전의 삶에서는 수빈이에게 제대로 된 패딩 하나 사주지 못했다.

고모 내외가 도와주긴 했지만, 원래 두 분도 그렇게 잘사는 형편이 아니었다.

무리하는 걸 뻔히 알았기에 성인이 된 이후에는 도움을 피했었다.

“수호야, 정말 이렇게 비싼 걸 받아도 되는 거냐?”

그렇기에 고모부에게는 명품시계를.

“우리 수호 덕분에 이 고모가 말년에 이런 백도 들어보는구나.”

고모에게는 명품백을 선물했다.

두 분 모두 만족하시는 듯 입가에서 미소가 떨어지지 않았다.

어른이 된다는 건 현실을 받아들이고 원하는 걸 포기하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인생에서 인연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물건들을 얻으셨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고모, 한국에 돌아가시면 제가 부탁드렸던 것들 좀 알아봐주세요.”

“응. 알았다. 수빈이가 지내기 편하게 학군이 괜찮은 곳으로 알아볼게.”

“네. 그리고 계약자 명의는 고모 이름으로 하세요.”

“뭐? 아…… 아니야. 수빈이 이름으로 해야지.”

“괜찮아요. 수빈이한테는 앞으로 더 좋은 거 해주면 돼요. 목포의 아파트는 고모와 고모부가 계속 지내시는 걸로 해요. 세금 문제도 제쪽에서 해결하도록 할게요.”

“하지만…….”

“그동안 저희 보살펴 준 보답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수호의 진심어린 말에 고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구나…….”

“수빈이 잘 부탁드릴게요.”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

이것만큼 보람찬 것은 없었다.

* * *

세 사람이 비행기에 몸을 싣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수빈이 마지막에 눈물을 흘렸지만, 이전처럼 대성통곡 수준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는 소리였다.

그렇게 가족들을 보낸 수호는 곧장 보라스와 만남을 가졌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네.]

[어우…… 아무리 다 찾아와 준다고는 해도 바쁘긴 하다야.]

‘그래도 제 일이니까요.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전생에서는 이보다 더 바쁘게 살았다.

워커홀릭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을 정도니까.

그렇기에 이 정도로 움직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한수호 선수, 이번 홈런더비 우승 축하드립니다.”

카페에서 만난 보라스가 축하 인사와 함께 환한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가셨던 일은 잘 되셨습니까?”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오면서 보고를 받았지만, 정말 이리스와 계약을 맺을 생각이십니까?”

“예. 이리스의 조건이 나쁘지 않더군요.”

“물론 조건이야 좋습니다. 상장 이전의 주식을 받아두면 상장했을 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리스는 상장을 할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는 회사입니다.”

“제품 자체의 퀄리티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리스의 대표 상품인 하이퍼 시리즈를 제가 좋아하거든요.”

하이퍼는 이리스의 대표 모델이었다.

이 모델은 크게 히트하진 못하지만 마니아층을 형성한다.

그리고 이 마니아들이 미래에 이리스의 발전에 큰 공여를 한다.

“음…… 비고르의 조건에 비하면 낮은 수준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이리스의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를 하는 것이니 이렇게 진행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선수의 마음이 그러하다면 에이전시는 좋은 조건을 따내 올 뿐이죠.”

“참, 그리고 이 회사들에 대해서 아십니까?”

“음…… 이제 막 주목받는 회사들이 대부분이군요.”

수호가 내민 종이에는 미국에서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회사들이 있었다.

“여기들에 골고루 투자할 생각입니다.”

“음, 투자는 나쁘지 않습니다만. 비중이 너무 높지 않습니까? 저희 회사에 투자 전문가들이 있으니 시즌이 끝나고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시면…….”

“그건 나중에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은 이 회사들에 골고루 투자를 해주세요. 비율은 따로 적어두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여기 쿨 데이터라는 회사의 비중이 제일 높군요.”

쿨 데이터라는 웃기지도 않은 이름의 회사에 100만 달러의 자본 중 50퍼센트가 할당되어 있었다.

“예. 그 회사의 가치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기에 주식을 확보하는 데 어렵지 않을 겁니다.”

“음, 일단 확인해 보고 시장에서 확보가 어렵다면 회사 측과 바로 접촉을 해보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에이전트가 있다는 건 이런 부분이 편했다.

운동하는 데 전념하는 동안 에이전트가 나머지 부분을 해결해 주니 말이다.

덕분에 시간을 뺏길 일은 없었다.

[너무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거 아님?]

[자본은 좀 남겨두는 게 낫잖아.]

[상금으로 받은 거 다 넣어버리냐?]

레전드들 역시 보라스와 같이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연봉 부분은 따로 투자하지 않을 계획이니까 괜찮습니다. 리스크 관리는 충분히 가능해요.’

[하긴, 투자금은 상금으로 받은 게 전부지.]

[그래도 너무 공격적이야.]

‘지금 시점에 잡아둬야 해요. 내년이면 하나같이 빠르게 성장해서 1년 안에 각자 분야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하니까요.’

[그런 회사들이야?]

[이열……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게 이럴 때 좋네.]

[그런데 쿨 데이터란 회사는 뭔데 50만 달러나 투자하냐?]

‘그 회사가 가장 중요해요. 앞으로 데이터센터의 열기를 내려주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면서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 이들의 기술이 들어가게 되거든요.’

[오…….]

[뭔가 어려운 말들이 난무하는데?]

[그러니까, 얘네 기술이 없으면 데이터센터들이 안 돌아간다는 거임?]

‘돌아가긴 하지만 효율이 떨어집니다. 이들의 기술을 사용하면 20퍼센트 가량 효율이 상승하니 반드시 넣게 되죠.’

전생에서 관련된 일을 했었기에 쿨 데이터만큼은 기억에 남아 있었다.

문제는 이들이 정확히 언제 기술을 개발하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자신이 이들과 일을 할 때는 이미 업계의 정점에 오른 상태였으니 말이다.

‘어쨌든 이걸로 투자도 충분히 했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겠네요.’

[이제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거임?]

‘내년까지 버티면 당장 은퇴해도 될 겁니다.’

[헐~]

[은퇴할 생각은 아니지?]

[우리 기록은 깨줘야지!!]

[나는 이제 괜찮아. 은퇴해도 돼.]

[오트! 너는 이미 기록 깨졌잖아!!]

[넌 빨리 승천이나 해! 인마!!]

[허허, 왜 이렇게들 화가 많으신가?]

[아우~ 짜증 나 진짜!]

멜 오트의 광역 도발에 레전드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걸 잠재우는 건 수호의 역할이었다.

‘물론 은퇴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이런 투자를 할 수 있는 건 모두 선배님들 덕분이니까요.’

[그렇지?]

[안 할 거지?]

‘예. 무엇보다 본업이 없는 상황에서 투자를 이어나가면 불안해서 힘듭니다. 그리고 저 역시 야구에는 진심이라서요.’

수호 역시 야구를 그냥 하는 건 아니었다.

전생에서 이루지 못했던 꿈이기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고 싶었다.

[그래그래.]

[이제 후반기도 빡세게 경기해 보자.]

‘예!’

후반기가 시작됐다.

* * *

후반기 첫 경기.

5선발 브라이언이 마운드에 올랐다.

[전반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4.45를 기록한 브라이언 릴.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리며 2번째 시즌을 다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승운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확실한 건 투구가 안정적이라는 점입니다.]

[브라이언의 안정적인 투구에는 파트너 한수호 선수의 덕도 있었죠!]

오늘 경기 마스크를 쓴 건 수호였다.

전반기를 그와 함께했던 브라이언은 수호에 대한 믿음이 가득했다.

퍽!

“볼, 쓰리!”

-이번 공 바깥쪽에 빠지는 슬라이더에 타자의 배트가 나오다 멈춥니다!

-아쉽습니다. 투스트라이크 투볼 상황에서 타자의 스윙을 유도한 좋은 공이었는데, 배트가 돌지 않았습니다!

-2사에 풀카운트! 그리고 주자 2, 3루의 상황에서 어떤 사인을 보낼까요?

2사 2, 3루.

볼카운트는 모두 차면서 수호의 결정이 중요해졌다.

수호는 타석에서 물러난 타자를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번 공에는 배트가 나올 만했었는데.’

[실제로 나왔지.]

[중간에 멈췄지만.]

[슬라이더의 변화가 너무 빨리 일어났음.]

[오늘 브라이언의 슬라이더가 전반기만큼 좋지 않다.]

수호 역시 알고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브라이언의 슬라이더는 타자들에게 공략당하고 있었다.

이는 둘 중 하나다.

‘그게 아니라면 상대 타자들이 브라이언의 슬라이더를 노리고 있는 거겠죠.’

[연구가 됐다는 건가?]

[전반기 지났으니 충분히 가능하긴 하지.]

[전반기에 너무 많이 던지긴 했어.]

브라이언이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건 슬라이더에 있었다.

슬라이더의 회전수가 좋아 변화가 컸다.

거기에 사이드암의 각도에서 던지기에 타자들이 적응하기 어려웠다.

탁!

그때 타자가 다시 타석에 섰다.

배터박스의 앞에 위치한 그의 다리를 확인한 수호가 손을 뻗어 땅을 훑었다.

‘슬라이더가 존으로 들어오면 때리겠다는 소리네.’

[자기가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한데?]

풀카운트다.

웬만하면 배터박스의 뒤에 서서 공의 변화를 충분히 보는 게 옳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타자는 앞에 서서 슬라이더가 변화하기 전 때리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였다.

‘때릴 의도가 충만하다면…….’

수호가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그의 사인을 받은 브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이용해야지.’

-사인을 교환한 브라이언! 풀카운트에서 공을 던집니다!

“흡!!”

쐐애애액-!!

브라이언의 손을 떠난 공이 타자의 몸쪽으로 날아들다 바깥쪽으로 휘어 나갔다.

그걸 확인한 타자가 클로즈드 스탠스를 밟으며 배트를 돌렸다.

후웅!!

배트가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는 순간.

‘어?’

타자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공에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슬라이더가 아니었어!’

슬라이더였다면 이미 공은 도착했어야 한다.

‘써클 체인지업!’

타자의 노림수를 읽었기에 나올 수 있었던 체인지업이었다.

타자가 어떻게든 배트를 멈추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부앙!

퍽!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입니다!! 풀카운트 승부에서 헛스윙을 유도해 내며 삼진을 잡아내는 브라이언과 한수호 콤비!

-체인지 오브 페이스가 완벽했던 공이었습니다!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가볍게 글러브를 부딪친 두 콤비가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후반기 첫 경기, 스타트가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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