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92화
수호의 홈런더비는 엄청난 화제를 낳았다.
[한수호 올스타전 홈런더비에서 역대 단일 라운드 신기록 갱신!]
[오타니 쇼헤이와의 대결에서 역대급 장면을 연출한 한수호!]
[4강에서 41개의 홈런을 때려낸 한수호 결승에서도 25개를 때려내며 24개를 때린 애런 저지를 따돌리고 우승!!]
[상금 200만 달러를 획득하며 홈런더비 우승을 거머쥔 한수호!]
[아시아인 최초로 홈런더비 우승자가 된 한수호! 한일전에서도 웃었다!]
[2019시즌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기록했던 단일 더비 최고 기록인 91개를 넘어 104개로 신기록을 달성한 한수호!]
이번 홈런더비에서 수호는 두 개의 기록을 달성했다.
단일 라운드 최다 홈런 기록을 41개로 단일 더비 최다 홈런 기록을 104개로 갱신한 것이다.
두 가지 기록 모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보유하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두 기록 모두 수호에게 뺏기게 되었다.
거기에 상금 200만 달러까지 받아내며 홈런더비에서 많은 걸 얻어냈다.
가장 큰 것은 역시 전국에 방영된 홈런더비였다.
원래 수호의 이름은 전국에 알려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의 경기를 보지 못한 이들도 많았다.
아무래도 홈팀의 경기가 진행되면 수호의 경기를 찾아보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스타전은 다르다.
모든 경기가 스탑되고 올스타전만 방영하기에 미 전역의 야구팬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런 경기에서 이런 명승부를 펼쳤으니 수호의 가치는 더욱 상승했다.
이런 활약 덕분에 필리스의 돔브로스키 사장은 머리가 아파졌다.
그가 머리가 아파질 만한 숙제를 들고 온 것은 마크 레이어 단장이었다.
“J.T의 트레이드를 허가해 주십시오.”
그가 들고 온 숙제란 바로 리얼무토의 트레이드였다.
“올 시즌을 끝으로 리얼무토의 계약 기간은 끝납니다. 연장 계약을 할 생각이 아니라면 여기에서 그를 트레이드하고 유망주를 손에 넣어야 합니다.”
“음, 하지만 그는 클럽하우스 리더에 가까운 선수야. 존경하는 후배들도 많다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역할을 대신할 선수는 필리스 클럽하우스에 충분히 있습니다. 하퍼도 있고 잭도 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마크 레이어의 말은 옳았다.
필리스에는 베테랑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었다.
리얼무토가 빠지더라도 그의 역할을 할 선수는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그가 빠진다면 타선이 그만큼 약화될 가능성이 커.”
“슈와버가 곧 돌아옵니다. 충분히 그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카일 슈와버.
2022시즌 필라델피아에 합류한 그는 43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내셔널리그 홈런 1위에 올랐다.
다른 스탯이 엉망이라 WAR이 2.2밖에 되지는 않았지만, 장타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수였다.
26시즌 부상으로 잠시 이탈했었던 그가 후반기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트리플A에서 몸을 푼 그가 복귀한다면 리얼무토의 빈자리를 충분히 채워줄 수 있었다.
“음…… 리얼무토에 대한 수요가 있나?”
“벌써 문의가 오고 있습니다. 20홈런을 때릴 수 있는 베테랑 포수는 시장에서 언제나 인기가 높으니까요.”
“팬들의 반발이 심할 수 있어.”
“수호가 있기에 이해할 겁니다. 무엇보다 이번 시즌 우승을 위해서라면 여기에서 선수단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필리스는 지구 2위를 달리고 있었다.
선두인 뉴욕 메츠가 계속 도망가는 바람에 아직 1위 탈환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단 2경기 차이까지 따라잡았다.
“무엇보다 저는 수호에게 힘을 더 실어주고 싶습니다.”
수호에게 힘을 실어주는 건 돔브로스키 역시 찬성이었다.
그의 잠재력을 보고 메이저리그에 데뷔를 시켰던 게 그였으니 말이다.
차기 사장인 마크 레이어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리얼무토를 어떻게 하느냐였다.
팀에 헌신한 선수를 그냥 내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크가 내세운 근거들이 아예 말도 안 되는 건 아니었다.
결국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일단 J.T와 내가 이야기를 해보지.”
“알겠습니다.”
마크 역시 당장의 대답을 원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쐐기는 박아둘 필요가 있었다.
“올스타전이 끝나기 전에는 말씀해 주셔야 다른 구단들과 이야기를 진행해 볼 수 있습니다.”
“알겠네.”
사무실에 홀로 남은 돔브로스키는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봤다.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긴 해야 할 시기지.’
리얼무토는 2010년대를 대표하는 포수다.
그를 내쳐야 한다는 건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자신 역시 시대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물러설 처지에 있었으니 묘한 감정이 드는 그였다.
* * *
올스타전 당일.
수호는 수빈이와 함께 클럽하우스에 들어섰다.
“우와……! 여기가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야?”
“어때? 보고 싶다던 클럽하우스를 직접 보니까.”
“진짜 멋지다! 오빠 이렇게 좋은 곳에서 야구를 했던 거야?”
“이게 바로 메이저리그 클래스란다.”
동생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수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가족에게 잘난 척하고 싶었냐?ㅋㅋ]
‘선배님들도 솔직히 인정하지 않습니까? 자신이 성공한 모습을 가족들이 보고 기뻐하는 게 최고라는 거요.’
[그렇긴 하지 ㅋㅋ]
[나도 내 아들 녀석이 경기장에 와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날 존경하는 눈빛으로 볼 때 뿌듯했지.]
[집에서는 그냥 귀찮은 아빠였는데. 경기장에서는 스타였으니까.]
[우리 딸도 팬들에게 사인해주는 날 볼 때 눈빛이 변했다니까.]
[우리 애들하고 사이좋아진 게 경기장에서 캐치볼 할 때였지.]
비슷한 경험을 했던 레전드들도 각자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을 때.
수빈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며 수호에게 물었다.
“오빠! 여기 촬영해도 돼?”
“물론이지. 이미 구단에 허락받았으니까. 마음껏 촬영해.”
“오빠 최고!!”
수빈이가 별스타그램에 진심인 걸 알고 있었기에 수호는 적극적으로 밀어줄 생각이었다.
그래서 홈구장이 아님에도 구단 직원에게 미리 양해를 구한 상태였다.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 수호! 그 어린 소녀는 누구야? 설마 딸은 아닐 거고.”
“내 동생이야, 저지.”
“우와…… 애런 저지 선수다…….”
“동생? 너처럼 괴물 같은 녀석에게 이렇게 귀여운 동생이 있었어?”
“외모로 보면 네가 더 괴물 같지 않을까?”
“푸하하! 그건 맞는 말이지.”
웃음소리와 함께 등장한 건 아쿠냐 주니어였다.
“이런 젠장, 너희 내셔널리그 녀석들 오늘 두고 봐. 우리 아메리칸리그가 꼭 이길 테니까!”
“하하! 조심히 가도록 해.”
수빈이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투덕거림을 찍으며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아쿠냐 주니어가 스마트폰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네 동생은 벌써 훌륭한 유튜버가 됐는데?”
“별스타그램이라 하더라고.”
“아아! 그래? 아이디가 뭐야? 삼촌이랑 맞팔하자.”
수빈이 고개를 들어 수호를 바라봤다.
수호가 그녀에게 번역을 해주자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쿠냐 주니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응? 뭐야? 수호 동생이랑 맞팔하는 거야? 그럼 나도 빠질 수 없지.”
잭이 참가하고.
“오, 그럼 나도 할래.”
오타니 쇼헤이까지 나서면서 느닷없이 수빈과 맞팔을 하는 모임이 형성됐다.
사실 미국에서 별스타그램의 맞팔이야 큰 의미가 없었다.
처음 만나는 사이어도 인사 대신에 하는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한국의 평범한 소녀인 수빈이에게는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맞팔을 한다는 거 자체가 매우 큰 사건이었다.
하지만 더 큰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수빈과 첫 번째로 맞팔을 끝낸 아쿠냐가 수호에게 물었다.
“한, 혹시 너 레드퍼플이랑 친분 좀 있어?”
“레드퍼플? 아니, 나도 한국에 있을 때는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거든. 그러니 친분이 있을 리 없지.”
“아쉽네.”
“그런데 갑자기 아이돌은 왜?”
“너 못 들었어? 올스타전 개막공연에 레드퍼플이 공연한다잖아.”
“진짜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수빈이 되물었다.
“어? 어어, 그렇다고 하더라고.”
“수빈이 너 영어 알아들어?”
“요즘 학교에서 배우고 있어! 그런데 레드퍼플이라니! 오빠! 나 사인 좀 받아줄 수 있어?!”
“사인?”
“응! 제발! 평생 소원이야!!”
애원하듯 부탁하는 수빈이의 모습에 수호가 어색하게 볼을 긁었다.
[뭐 어려운 부탁도 아니네.]
[걔들이 유명하다지만, 네 부탁을 거절하겠냐?]
[ㅇㅈ]
[사인 정도는 당연히 들어줄 듯.]
레전드들의 말에 고민하던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부탁해 볼게.”
“아싸!!”
수빈이 기뻐하는 모습에 미소를 짓는 수호였다.
전생에 제대로 하지 못했던 오빠 노릇을 톡톡히 하는 거 같았다.
* * *
결과적으로 수빈이는 레드퍼플과 사진까지 찍으며 별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었다.
거기에 메이저리그 올스타들과도 사진을 찍으며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올스타전이 끝났을 때는 팔로워가 엄청나게 늘었다면서 기뻐하는 동생의 모습에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유명해진다는 게 정말 좋네요.’
[이제 시작인데 벌써 그런 말을 하냐 ㅋㅋ]
[이번 홈런더비로 네 가치는 계속 오를 거다.]
[정말 그런 사고를 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올스타전에서도 팀이 이겼으면 더 좋았을 텐데.]
수호가 속했던 내셔널리그는 아메리칸리그의 엄청난 화력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애런 저지가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며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수호도 홈런을 때려내긴 했지만, 올스타전의 주인공은 애런 저지였다.
‘그래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그럼 됐지.]
[참, 상금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
[세금 떼고 들어오지?]
‘예. 아마 130만 불 정도 들어올 거라고 하더라고요.’
[크으-! 연봉보다 더 되네.]
[부업치고는 나쁘지 않네.]
130만 불.
한화로는 16억에 달하는 거액이었다.
수호의 연봉이 90만 불이었으니 연봉보다 더 큰 돈을 이벤트로 받은 것이다.
연봉과 또 다른 점은 일시 수령이라는 점이었다.
즉, 그동안 몇천만 원씩 들어오던 돈이 아닌 한 번에 10억이 넘는 돈이 통장에 꽂힌다는 소리였다.
이런 거액을 어디에 쓸지도 무척 중요했다.
[갑자기 거액이 꽂히니 고민 좀 되겠다?]
[한국에 집 하나 사는 건 어떠냐?]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
[아니면 이번 기회에 수빈이 미국에 불러서 지낼 만한 곳 하나 장만하는 것도 좋고.]
레전드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수호도 했던 고민들이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나 한국에서 학교 다닐 건데?”
“괜찮겠어? 오빠 때문에 힘들어질 수도 있는데.”
“미국이라고 다를까? 미국에서도 오빠 인기 많잖아. 내가 학교에 다니면 당연히 애들도 알 테고. 그럼 한국이랑 똑같을 거야.”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나 친구들 다 목포에 있단 말이야. 그러니까 그냥 목포에 아파트나 하나 사자! 고모, 고모부랑 지낼 수 있는 곳으로!!”
“어머! 수빈아, 그러지 않아도 돼. 지금 집도 충분하잖아!”
“네! 지금 집도 좋아요! 하지만 오빠가 사준다고 할 때 받아야죠!!”
당돌한 동생의 대답에 수호가 피식 웃었다.
녀석의 성격상 그냥 집을 사달라고 한 게 아닐 거다.
‘내 마음이 편하라고 말한 거겠지. 어차피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사줄 거라는 건 뻔히 알 테고.’
수빈이의 영리함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자신이 철이 든 만큼 동생인 수빈이도 부모님의 사고로 철이 들었을 테니 말이다.
“알았어. 그럼 고모 목포에서 지낼만한 아파트 좀 알아봐 주세요. 가격은 신경 쓰지 마시고요.”
“아니, 그러지 않아도…….”
“아니면 제가 에이전시에 부탁해서 직원을 보내서 가장 비싼 곳으로 계약할게요.”
“아니야! 집은 직접 보고 사야지! 고모가 알아볼게!”
“감사합니다.”
하나를 해결한 수호였지만, 다른 고민이 생겼다.
‘목포의 아파트라고 해봐야 3~4억 정도밖에 하지 않을 텐데. 그럼 상당히 많은 돈이 남게 되는군.’
[그러네.]
[목포는 아파트값이 상당히 저렴한데?]
[상당히 많이 남네.]
‘투자할 곳 좀 생각해 봐야겠네요.’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아는 수호였기에 돈을 그냥 잠들게 할 생각은 없었다.
적절한 투자처를 찾아 투자할 생각이었다.
그때 수호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스캇 보라스
보라스임을 확인한 수호가 전화를 받았다.
“예, 보라스.”
-이번 올스타전에 가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마침 바쁜 일정이 생겨서 미국을 잠시 떠나 있었습니다.
“괜찮습니다. 일정이 있으시다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요. 미국에 들어오신 건가요?”
-내일 들어갑니다. 오늘 전화 드린 건 다름이 아니라 한에게 좋은 오퍼가 들어와서입니다.
“좋은 오퍼요?”
-예. 몇몇 회사에서 전속모델을 제안했습니다. 그중에는 비고르도 있고요. 지금 메일로 보냈으니 확인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확인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수호가 태블릿으로 메일에 접속했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 보낸 메일에 담긴 파일을 다운받아 회사들을 확인했다.
파일의 가장 상단에는 비고르가 적혀 있었다.
[오~ 비고르.]
[메이저 회사에서 모델 오퍼가 들어왔네.]
[비고르라면 확실히 괜찮지.]
비고르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스포츠 용품 회사였다.
야구만이 아니라 축구, 테니스, 미식축구, 농구 등.
다양한 스포츠에 후원하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었다.
이들과 계약한다는 건 특급선수라는 걸 의미하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수호는 비고르가 아닌 다른 회사의 이름을 보고 있었다.
‘이 회사가 왜 밑에 있지?’
이니스.
미래에 비고르와 세계의 스포츠 용품을 양분하는 회사의 이름이 맨 아래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