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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91화 (90/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91화

    홈런더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집중력이었다.

    짧은 시간에 많은 홈런을 기록해야 했기에 얼마나 집중력이 높은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됐다.

    그렇기에 상대가 강할수록 높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한수호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다. 그를 이기기 위해서는 내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해.’

    타석에 들어선 오타니는 처음부터 집중력을 끌어 올렸다.

    -오타니 쇼헤이가 과연 4강에서 어떤 기록을 남길지! 투수가 공을 던집니다!

    가슴 높이를 날아오는 공을 향해 오타니의 배트가 돌아갔다.

    딱!!

    -때렸습니다! 초구 좌측 담장을 넘기면서 초구부터 홈런을 기록하는 오타니 쇼헤이!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는 만큼 오타니의 홈런 페이스는 8강과 현저하게 달랐다.

    딱!!

    -10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오타니 쇼헤이! 필요했던 시간은 단 36초에 불과했습니다!

    오타니의 홈런 페이스는 엄청났다.

    배팅볼 파트너와도 좋은 호흡을 맞추면서 빠르게 홈런을 추가하기 시작한 오타니 쇼헤이의 페이스에 관중들은 열광했다.

    “오타니! 오타니! 오타니!!”

    “신기록 가자!!”

    10개를 돌파한 오타니의 홈런은 2분이 지났을 때 20개를 넘어섰다.

    오타니는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려는 듯 멈추지 않고 타격을 이어나갔다.

    -3분이 지나면서 오타니의 홈런은 27개를 넘어섰습니다!

    -8강보다 더 홈런이 추가되는 페이스가 더 빠릅니다!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는 듯 타임아웃도 부르지 않은 채, 타격을 이어나갑니다!

    수호는 오타니의 타격을 보며 감탄했다.

    ‘집중력도 좋지만, 저 파워는 역시 탈아시안이야.’

    [확실히 파워 하나는 특출나네.]

    [거의 네 수준으로 파워가 쩌는데?]

    [너도 진심으로 임하지 않으면 위험하겠다.]

    ‘전 언제나 진심이었습니다.’

    수호는 방심한 적이 없었다.

    언제나 진심으로 임했기에 지금의 위치까지 빠르게 올라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딱!!

    -때렸습니다!! 30개의 고지를 넘어선 오타니 쇼헤이! 이번 타구가 471피트를 기록하면서 30초의 보너스 타임이 추가됩니다!

    475피트 이상의 타구가 2개 나오면 주어지는 보너스 타임을 얻어낸 오타니가 막판 스퍼트를 내기 시작했다.

    딱!!

    딱!!

    배트를 휘두를 때마다 엄청난 타구가 만들어지면서 홈런으로 이어졌다.

    그의 기록이 올라갈 때마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오타니! 오타니! 오타니!!”

    관중들이 모두 오타니 콜을 외칠 정도로 그의 홈런 페이스는 대단했다.

    과연 수호가 이길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이 들 때쯤.

    끝날 거 같지 않던 오타니의 홈런쇼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딱!!

    삐이익!

    -마지막 타구와 함께 시간이 다 됐음을 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그리고 이번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어갑니다!! 40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오타니 쇼헤이!!

    -본인이 세웠던 홈런더비 아시아 신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메이저리그 역대 신기록인 게레로 주니어의 40홈런과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메이저리그 신기록과 타이기록을 세운 오타니 쇼헤이가 타석에서 물러났다.

    * * *

    홈런더비가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수호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상했다.

    그만큼 전반기 수호가 남겼던 임팩트는 대단했었다.

    그리고 8강에서는 예상대로 수호가 가볍게 피트 알론소를 이기며 4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4강에서 만난 오타니의 기록은 한마디로 괴물과도 같았다.

    -오타니 쇼헤이가 역대 홈런더비 신기록인 40개를 때렸습니다. 이 기록을 한수호 선수가 넘길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우리 한수호 선수도 할 수 있어요!!

    중계진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여론은 달랐다.

    -끝났네.

    -같은 한국인이라서 응원하고 싶지만, 이건 힘들겠다.

    -홈런더비라고는 하지만 4분 만에 40홈런이 말이 되냐?ㅋㅋ

    -와…… 오타니 쟤는 진짜 파워가 넘사벽이다.

    -저걸 어떻게 이기냐?

    -그냥 졌잘싸라도 하자.

    └30개 이상 때리면 가능할 듯.

    네티즌들은 이미 수호가 질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메이저리그 신기록과 타이를 이룬 상황에서 그걸 깬다는 건 어려웠으니까.

    경기장에서의 분위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수호가 타석에 섰다.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잭 휠러와 눈빛을 주고받고 이내 공을 던집니다!

    잭 휠러의 손을 떠난 공이 가슴보다 조금 아래, 배꼽보다는 위로 날아들었다.

    힘을 싣기에 가장 좋은 위치였다.

    구속 역시 80마일 중후반.

    8강에서 호흡을 맞춰본 덕분인지 아주 좋은 공이 날아들었다.

    후웅!!

    수호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딱!!

    -때렸습니다! 초구부터 큰 타구!!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 거리는 478피트가 기록됩니다!

    -시작부터 좋습니다! 475피트를 넘기면 보너스 타임을 얻을 수 있으니 아주 좋은 스타트입니다!!

    첫 번째 홈런을 시작으로 역사에 기록될 두 번째 타석이 시작됐다.

    * * *

    딱!!

    -넘어갔습니다! 60초 만에 10개의 타구를 만들어내는 한수호 선수!!

    -벌써 475피트가 넘는 타구를 2개나 만들어낸 한수호 선수가 보너스 타임을 얻어냅니다!

    수호가 페이스를 끌어 올렸다.

    딱!!

    딱!!

    -연속 홈런이 터집니다!! 좌측 우측 가리지 않고 스프레이 타구를 날려 보내는 한수호 선수의 엄청난 파워가 돋보입니다!!

    10개를 넘어가면서부터 수호의 홈런 페이스에 불이 붙었다.

    때릴 때마다 타구는 펜스를 넘어갔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이 정도 속도면 40개 가능한 거 아니냐?

    -오타니 따라잡을 수 있을 듯?

    -시간상 거의 오타니랑 비슷하네.

    -또 때렸다!!

    -페이스만 흔들리지 않으면 가능하겠다.

    -20개 돌파!!

    수호의 홈런 페이스만큼 댓글 역시 빨랐다.

    순식간에 20개를 돌파하면서 이제 오타니의 40개와 동률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주었다.

    그리고 수호는 그런 기대감에 부응하듯 홈런을 추가해 나갔다.

    딱!!

    -27번째 홈런을 만들어냅니다!!

    -아직 시간은 70초가 남은 상황!! 여기서부터 몰아치기를 해야 합니다!!

    27번째 홈런.

    조금 페이스가 떨어졌다.

    초반 60초에 10개를 때렸기에 아직 가능성은 남아 있는 상황.

    문제는 체력이 떨어질 후반이라는 점이었다.

    그때 수호가 타석에서 물러나며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타임아웃! 한수호 선수가 휴식을 위해 타임아웃을 선언했습니다!

    -좋은 타이밍입니다. 여기에서 목을 축이고 한숨을 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마운드에 있던 잭 휠러도 내려와서 수분 보충을 하며 한숨 돌립니다!

    수호가 타임아웃을 선언한 건 본인이 지쳤기 때문이 아니었다.

    “괜찮아요?”

    “아아…… 좀 지치는데. 아직 괜찮아. 더 던질 수 있다.”

    수호의 타임아웃은 잭을 위한 것이었다.

    [배팅볼을 던지는 게 쉬운 건 아니지.]

    [8강에서도 던졌으니 거의 120구는 던졌을 듯.]

    [잘 스톱했다.]

    수호가 타임아웃을 건 이유는 잭의 제구가 조금씩 흔들렸기 때문이다.

    물론 큰 변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수호 본인이 정해놓은 히팅 포인트에서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그래서 타임아웃을 걸어 잭에게 휴식을 주었다.

    겸사겸사 자신의 히팅 포인트 역시 조금 조정할 생각이었다.

    ‘앞으로 남은 홈런은 13개.’

    [65초 남았으니 10초에 2개씩은 때려야겠네.]

    [잭이 공을 던지는 속도를 봤을 대 6초에 1개씩 던지니까, 거의 다 넘겨야 하네 ㅋㅋ]

    [모든 공을 다 넘기는 게 가능하냐?]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하지만 수호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해보면 알겠죠.’

    미래의 일을 걱정할 생각은 없었다.

    지금 해야 할 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었다.

    실패하더라도 미련이 남지 않도록 말이다.

    “잭, 당신만 믿을게요.”

    “그래! 꼭 결승에 가자!”

    잭이 주먹을 내밀었다.

    수호는 거기에 자신의 주먹을 부딪히며 타석으로 향했다.

    -휴식은 끝났습니다! 한수호 선수가 다시 타석으로 들어섭니다!!

    * * *

    다시 타석에 들어섰을 때.

    “후우…….”

    집중력이 높아졌다.

    레전드들의 말대로 오타니의 40개를 넘기 위해서는 모든 타구를 홈런으로 만들어야 한다.

    보너스 타임은 이미 모두 받은 상황.

    더 이상의 보너스는 없었다.

    그저 멈추지 않고 달리는 것밖에 남지 않은 상황.

    수호의 집중력이 높아지면서 주위 풍경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린 수호의 눈에 잭이 던지는 공이 느리게 보였다.

    정확히 타이밍을 맞춘 수호의 배트가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 그대로 공을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좌측 담장을 넘기는 28번째 홈런이 작렬!!

    딱!!

    -이것도 넘어갔습니다!! 이번에는 중앙 펜스를 넘기는 29번째……!

    딱!!

    -30번째 홈런을 3연타석으로 작렬시키는……!

    딱!!!

    -사…… 사연타석 홈런입니다!! 한수호 선수의 괴물 같은 몰아치기가……!

    캐스터가 너무 놀라 말을 더듬고 있을 때.

    잭 휠러는 멈추지 않고 공을 집었다.

    ‘지금처럼 느낌이 좋을 때 빠르게 던져줘야 해!’

    지금의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잭은 빠르게 공을 던졌다.

    “흡!!”

    쐐애애액-!!

    너무 급해서일까?

    공은 중앙이 아닌 바깥쪽으로 제구가 되었다.

    던지는 순간 아차 했지만, 이미 손을 떠난 공은 멈추지 않고 날아갔다.

    그때 수호가 클로즈드 스탠스를 밟으며 바깥쪽으로 날아오는 공을 향해 배트를 돌렸다.

    부앙!!

    멀리 떨어져 있는 잭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힘이 담긴 배트가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 그대로 공을 잡아먹었다.

    딱!!

    -때렸습니다!!

    맞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이번에도 넘어갔다는 것을.

    잭은 타구를 확인하지도 않고 공을 잡아 다시 던질 준비를 했다.

    “와아아아아!!”

    그리고 관중의 환호가 쏟아지는 순간, 공을 던졌다.

    -우측 담장을 넘어갑니다!! 5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며 31번째 홈런을 기록……!

    딱!!

    -멈추지 않는 한수호 선수!! 이번 타구가 좌측 담장을 넘어갑니다!!

    32번째 홈런과 함께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이제 45초!

    -엄청난 페이스로 홈런을 추가하고 있는 한수호 선수!

    -파트너 잭 역시 빠른 템포로 좋은 공들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딱!!

    -이번에도 넘어갑니다!! 33번째 홈런을 기록하면서 7연속 홈런을 작렬시킵니다!!

    타구가 펜스를 넘어갈 때마다 관중들은 열광했다.

    “와아아아아!!”

    “한! 한! 한! 한!!”

    모든 관중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낼 정도로 수호의 마지막 스퍼트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딱!!

    -8연속 홈런!! 이제 6개 차이입니다!!

    -남은 시간은 37초!!

    모든 이가 오타니의 승리를 예상했었다.

    딱!!

    -9연속 홈런!! 5개까지 따라 잡았습니다!!

    하지만 수호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향해 묵묵히 달려 나갔다.

    딱!!

    -이제는 5개 차이!!

    -남은 시간은 24초!!

    그 결과 저 멀리 앞서나가던 오타니의 기록이 눈앞까지 다가왔다.

    딱!!

    -이번 타구!! 아쉽게 중앙 펜스를 직격하고 떨어집니다!! 연속 홈런이 10개에서 멈춥니다!!

    -아직 포기하긴 이릅니다! 다시 속력을 내야 해요!!

    마지막 위기가 찾아왔지만, 수호는 이를 악물었다.

    딱!!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 4개까지 따라붙습니다!!

    -남은 시간은 16초!!

    그 결과.

    [가즈아-!!]

    [여기서 멈추지 마라!!]

    [할 수 있다!!]

    관중, 시청자, 레전드들까지.

    거기에 양 팀 더그아웃에 있는 동료들의 응원도 쏟아졌다.

    하지만 수호는 그런 응원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높은 집중력을 유지했다.

    이제는 공을 던지는 잭 휠러마저 사라지고 오로지 혼자 적막의 공간에 서있었다.

    ‘아직 시간은 남았나? 몇 초나 남았지? 난 몇 개나 때린 거지?’

    시간마저 잊은 그의 눈에 다시 공이 날아왔다.

    그걸 본 수호는 이를 악물며 상념을 떨쳐냈다.

    ‘공이 날아오면 그냥…….’

    후웅!!

    ‘휘둘러!!’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간 타구.

    이후 더 이상의 공은 날아오지 않았다.

    타격 자세를 잡고 있음에도 날아오지 않는 공에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한! ……한!! ……한!!!”

    마치 메아리치듯 목소리가 울려왔다.

    뒤이어 자신의 어깨에 올라오는 감각에 적막이 깨졌다.

    “고생했다.”

    어느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잭 휠러의 말에 수호가 주위를 둘러봤다.

    그때 자신에게 다가온 오타니 쇼헤이가 박수를 치는 게 보였다.

    “정말 멋진 홈런쇼였어.”

    그러고는 자신의 손을 잡아 하늘로 치켜들었다.

    “와아아아아아!!”

    관중들의 엄청난 환호성이 쏟아졌다.

    -오타니 쇼헤이가 한수호 선수의 손을 들어 올리며 자신의 패배를 인정합니다!!

    한수호 선수 역대 메이저리그 홈런더비 단일 라운드 최다 홈런인 41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결승전에 진출합니다!!

    수호가 홈런더비 결승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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