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메이저리거-87화 (86/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87화

수호의 홈런포가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시즌 36호 홈런을 기록한 한수호.]

[전인미답의 기록인 전반기 40홈런 등반에 성공할 것인가?]

[배리 본즈조차 넘지 못했던 전반기 40홈런을 향해 질주를 시작한 한수호.]

[전반기 4할 타율과 40홈런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한수호,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새로 쓰다.]

언론들은 그를 향해 찬사를 쏟아냈다.

팬들 역시 뜨거운 성원을 보내며 수호의 기록 달성을 간절히 바랐다.

이렇게 언론과 팬들이 한 마음이 된 이유가 있었다.

[전반기 40홈런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한수호 선수, 사실 이는 그동안 나온 이론들을 무시하는 기록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그동안 여러 과학이론을 기반으로 나온 결과는 4할 타율과 70홈런이 불가능할 거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한수호 선수는 이러한 과학의 결과값을 무시한 채, 본인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런 활약이 가능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선구안과 타격 메커니즘에 있다고 봅니다. 한수호 선수의 선구안은…….]

여러 프로그램에서 수호와 관련된 특집을 내놓았다.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니 그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와 관련된 특집 프로그램을 내놓으면 최소 5퍼센트, 평균 10퍼센트의 시청률은 보장됐다.

최근 방송국 상황을 생각해 보면 이는 엄청난 시청률이었다.

이런 관심은 당연히 유튜브에도 불이 붙어갔다.

메이저리그를 베이스로 운영하던 채널은 물론이거니와 전혀 상관없던 채널들에서도 수호를 대상으로 컨텐츠를 만들었다.

특히 인기가 많은 건 전 프로야구선수들의 채널이었다.

[36호를 작렬한 한수호! 자, 오늘 그의 메커니즘을 한번 분석해 보겠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일단 영상부터 보시죠!]

본래부터 유튜브를 운영하던 그들은 수호와 관련된 영상을 제작하면서 조회 수에 수혜를 얻었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컨텐츠로 이득을 얻는 게 아니었다.

단순히 어그로를 끌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와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동영상을 제작하는 이들이 있었다.

[메이저리그의 핫한 선수는 연애도 핫하다! 미국에서 아이돌그룹 A양과 심야의 데이트?!]

[메이저리그의 H 선수, 팀 내에서 왕따?! 충격적인 증언들이 잇따라!]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찌라시들을 마치 사실인 양 영상으로 만들어 올렸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된 시발점은 양기자라 불리는 유튜버 때문이었다.

그는 잠깐 드리웠던 수호의 약물 이슈에 편승하기 위해 제작한 동영상이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자 이후 후속 영상들을 제작했다.

문제는 이런 영상들이 네티즌에게 뜨거운 관심을 얻어냈고 조회 수들이 매번 백만을 넘고 있었다.

그는 멈추지 않았고 오늘도 새로운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메이저리그는 문란한 파티로 유명한 곳입니다. 실제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 요트와 호텔에서 은밀한 파티를 즐기기로 유명하죠. 과연 한수호 선수가 이런 유혹을 피할 수 있을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최근 홈런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죠.”

채널 구독자와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제작된 영상은 자극적이었다.

촬영을 끝낸 양기자가 음료수를 마시고 있을 때, 동료가 다가왔다.

“촬영 고생했어. 그나저나 정말 메이저리그에서 그런 파티를 하는 거야?”

“나도 몰라.”

“응? 모른다고?”

“뭐 영화 같은데 보면 메이저리거나 NBA, 할리우드 같은 애들이 환락파티 같은 거 하잖아. 걔도 메이저리그에 있으니 그러지 않을까?”

“아…….”

“그리고 사실 확인이 뭐 필요해? 어차피 이거 보는 애들도 뇌 비우고 보는 걸 텐데. 설마 이걸 그대로 믿는 애들이 있겠냐?”

“크크, 그건 그렇지.”

“어제 올린 동영상 조회 수는 좀 어때?”

“벌써 백만이 넘었다.”

“진짜? 올린 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 백만이 넘었다고?”

“정말이야. 그리고 어제 영상 제외하고 한수호 시리즈 조회 수가 모두 200만을 넘었어. 가장 인기 있는 건 500만까지 나오더라.”

“오오-! 진짜냐?”

“어, 영어로 번역한 게 신의 한 수였어. 진짜 해외에서 유입되는 숫자가 장난 아니더라.”

“크으……! 역시 나는 천재라니까!”

양기자 팀은 번역가를 고용해 자막에 영어를 붙였다.

고퀄리티의 번역에 해외 유입이 크게 늘면서 그 수혜를 받고 있었다.

이대로 간다면 사이트는 더더욱 커질 것이고 엄청난 수입을 얻게 될 게 분명했다.

“그리고 채널 사겠다는 제안도 계속 쏟아지고 있어.”

“금액은?”

“장난스러운 억 단위는 빼고 10억 단위부터 많게는 40억까지 있더라.”

“제법 올랐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사이트의 가치는 몇억에 불과했다.

아무래도 올리는 영상이 대부분 어그로 영상이었으니 채널의 가치는 낮았다.

하지만 그것도 백만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달라졌다.

가치는 나날이 올라갔고 최근에는 더더욱 가치가 상승하는 중이었다.

물론 팔 생각은 없었다.

“아직 더 빨아먹을 수 있는데. 벌써 파는 건 멍청한 짓이지.”

“맞는 말이야. 역시 넌 천재라니까. 설마 한수호와 관련된 동영상으로 이 정도까지 빨아먹을 수 있을진 몰랐다.”

“한국에서의 인기도 쩔지만 미국에서는 더 대단하니까. 미국에서는 인기가 높지만, 사실 확인이 어려우니 그냥 믿을 수밖에 없잖아?”

“하긴, 우리도 할리우드 배우들 이야기는 기사만 믿으니까.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지.”

미국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게 없을 거다.

먼 타국에서 나오는 소식에 대해 팩트체크를 하는 건 어려울 테니까.

“우리는 그냥 앞으로도 이런 영상으로 채널 가치를 올리고 팔아서 새로운 채널 팔면 되는 거야. 그럼 우리도 재벌이 되는 거지.”

“그런데 괜찮겠지? 걔들이 고소하면 어떻게 하냐?”

“야, 우리 수입이 지금 얼마냐?”

“어…… 아직 정산은 안받았지만, 대충 3~4억은 나오겠지? 광고료도 받을 테니까.”

“그중에 벌금으로 많이 나와봐야 한 돈 천만 원쯤 나오겠지. 그럼 얼마나 이득이야?”

“……엄청 이득이지.”

“그럼 해야겠냐? 안 해야겠냐?”

“당연히…… 해야지.”

동료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양기자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바로 그거…….”

“크…… 큰일 났어!”

그때 거실에 있던 다른 동료가 급하게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방금 등기로 이런 게 날아왔는데! 미국에서 날아온 거야!”

“미국? 유튜브에서 뭐 감사의 인사라도 보냈냐?”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 보냈어.”

보라스라는 말에 김태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동료의 손에 있는 등기를 뺏어 내용을 확인했다.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우리는 한수호 선수를 대리해서 이 내용증명을 귀사에 보낸다. 당신의 동영상은 허위사실을 기본으로 담고 있다…….”

서류의 내용은 간단했다.

네가 허위사실로 동영상을 만들었고 그에 따른 한수호의 명예가 실추되고 이로 인한 이미지 손실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그 손해배상액이었다.

“손해배상액이…… 366억 원?!!”

“뭐?”

“미친놈들 아니야?”

“아니, 한수호가 뭐라고 300억이 넘게 손해배상을 청구해?”

“미친새끼들이네,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한수호는 월드스타가 아니었다.

기껏해야 이제 조명받고 있는 선수에 불과했다.

그런데 300억이란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때 또 다른 직원이 방으로 들어오며 외쳤다.

“방금 한수호가 또 홈런 쳤다! 이번에 37호야! 이러다가 진짜 사십…… 분위기가 왜 이래?”

눈치없이 수호의 소식을 전하던 그가 분위기를 읽고 입을 다물었다.

* * *

37호 홈런을 작렬한 수호에게 남은 경기는 3경기였다.

앞으로 매 경기 홈런을 때려내면 전인미답의 기록인 전반기 40홈런을 달성하게 된다.

[한수호 전반기 40홈런을 달성하면 배리 본즈의 한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갱신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시아 신기록인 오타니 쇼헤이의 46홈런을 갱신할 가능성이 높은 한수호! 과연 그는 몇 경기 만에 그 기록을 넘을 것인가?]

[한 시즌 60홈런을 넘은 선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6명밖에 없었다! 과연 한수호는 7번째 달성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수호가 홈런을 때릴 때마다 엄청난 기사가 쏟아졌다.

그가 메이저리그의 새로운 역사를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관심을 받는 수호였기에 사람들이 많은 곳을 가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오늘은 직접 공항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혼자 움직이려 했지만, 소식을 들은 그의 전담 에이전트인 맥과이어가 동행했다.

“앞으로도 오늘 같이 움직일 일이 있으면 말해주세요. 그러기 위해서 제가 필라델피아에 머물고 있는 거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 수호를 담당하는 건 스캇 보라스 본인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매우 바빴다.

평소 수호의 24/7을 마크해 주는 건 어려웠다.

그렇기에 전담 에이전트를 아예 필라델피아에 거주시키면서 그의 불편한 부분을 해결해 주고 있었다.

이런 특혜는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도 S급으로 분류되는 선수들에게만 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몇억 달러의 계약을 이룬 선수들이다.

한마디로 수호를 그들과 같은 위치에서 대우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공항에 도착한 뒤에는 가드들의 보호를 받으며 게이트 앞에서 기다렸다.

그런 수호에게 야구팬들이 다가오기도 했다.

“저…… 미스터 한, 사인 한 장 부탁해도 될까요?”

가드들에 둘러싸인 수호였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에게 오질 못했다.

하지만 어린 팬들은 그에게 다가와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물론 가드들에 가로막히긴 했지만,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종이를 내밀었다.

수호는 그런 아이들의 종이를 받아 사인을 해주었다.

“이름이 뭐야?”

“마크요! 이번 시즌 꼭 신기록 세워주세요!”

“물론이지. 사진도 찍을까?”

“정말요?!”

“응. 스마트폰 줘봐.”

수호는 팬들 한 명, 한 명을 진심으로 대했다.

자신을 응원해 주는 사람들의 요청을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사람이 많아지면 힘들 수는 있겠지만, 이런 아이들에게는 이 만남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한순간이 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감사의 인사를 하며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수호가 맥과이어에게 말했다.

“팬서비스 정도는 괜찮으니 가드들이 너무 막지 못하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보호도 좋지만, 너무 팬들을 막는 것도 썩 좋지 않았다.

수호의 부탁에 맥과이어가 고개를 끄덕이고 가드들이 어느 정도 융통성 있게 움직였다.

그러자 주위에 있는 팬들이 다가와 사인과 사진을 요청했고 수호는 팬서비스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게이트의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팬들 역시 누군가를 마중 나오기 위해 왔던 사람들이기에 하나둘 일행을 찾으러 떠났다.

여유로워진 수호가 가드들 사이로 쏟아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동생 수빈과 고모 내외를 찾았다.

‘아, 저기 나오네.’

그때 게이트를 나오는 세 사람이 보였다.

고모 내외가 짐을 끌고 있었고 수빈 역시 한 손에는 작은 캐리어를,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다.

그런데 스마트폰에 묘한 액세서리가 착용되어 있었다.

마치 카메라맨들이 흔들림을 줄이기 위해 장착하는 보조도구 같은 기구였다.

물론 스마트폰을 고정시키는 용도였기에 무척 작았지만, 녀석이 왜 저런 걸 들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오빠!!”

“수호야!”

그때 수빈이 수호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뒤이어 고모 내외도 아는 척을 하자 수호도 손을 들어 화답했다.

그런 수호를 향해 카메라를 옮긴 수빈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 우리 오빠인 한수호 선수와 인사하세요!!”

“응?”

“오빠, 스마트폰 보고 인사 좀 해줘!”

“뭐 하는 거야?”

“뭐 하긴! 당연히 라방 하고 있지!”

예상치 못한 수빈의 말에 수호가 어색한 얼굴로 스마트폰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런 수호의 모습에 레전드들의 채팅이 올라갔다.

[남매가 쌍으로 방송하네.]

[ㅋㅋㅋ 네 동생도 보통내기는 아닌갑다.]

[개웃기네 ㅋㅋㅋ]

레전드들의 채팅에 수호는 깨달았다.

‘동생이 당찼던 걸 잊어버리고 있었네요.’

회귀 전.

자신보다 더 당차게 살아가던 동생 수빈의 모습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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