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85화
약물 이슈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사무국이 공식 성명을 발표했고 필리스 역시 연이어 성명을 통해 클린베이스볼을 청명했다.
무엇보다 미국 쪽 언론들이 하나같이 메이저리그 도핑 테스트에 대해서 자세히 보도했다.
이 뉴스는 곧 국내로 번역이 되어 전달되었고 자연스레 이슈는 사그라들었다.
문제는 한 번 트집을 잡기 시작한 억까들이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수호를 보호하기 위해 그러는 거 아님?
-메이저리그 인기가 떨어지니 어떻게든 인기 선수를 만드는 거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어떻게든 이슈를 만들고 싶은 듯!
-한수호를 만들어서 메이저리그를 흥행시키겠다는 건가?
-양기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말도 안 되는 논리였다.
수호가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 하더라도 사무국이 나서서 조작을 벌이고 있다니.
하지만 억까들의 논리에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이런 반응에 웃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푸하하! 이 새끼들 진짜 하나같이 병신들이네.”
“뭔데? 응? 네 채널에 올라간 한수호 동영상이잖아? 그런데 왜 병신들이라고 해?”
“아니, 사무국이 공식적으로 성명을 냈는데. 그걸 안 믿고 이제 걔들이 조작하고 있다 그러잖아.”
“뭐? 진짜 그런 병신들이 있어?”
“진짜라니까. 이거 얘네들 좀 빨아주면 조회 수 더 나올 거 같지 않냐?”
“뭐? 위험한 거 아니야? 그러다가 한수호가 고소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기껏해야 일이백만 원 벌금인데, 뭐. 얘네들 제대로 빨아주면 조회 수 수익이 쩔 거 같지 않냐?”
“그건 그런데…….”
편집자로 일하는 친구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최근 한국에서도 유튜브 렉카에 대해 소송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양기자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김태식은 오히려 그 점을 들면서 친구를 안심시켰다.
“야야, 요즘 아이돌들이나 연예인들이 고소해도 벌금 많이 나와야 300만 원 정도인 거, 너도 알잖아?”
“잘 알지.”
“게다가 자기 이미지 때문에 제대로 고소도 못 하는 게 연예인 아니냐? 무엇보다 이 새끼 이제 19살이잖아. 세상 알아봤자 얼마나 알겠어 안 그래?”
“음…….”
“그냥 생방송 한번 하고 그다음 영상 딱 올려서 슈퍼챗이랑 광고료 좀 뽑아먹자. 이걸로 백만 조회 수 영상 하나 나오면 그게 더 이득이라니까?”
“정말 뒷감당 되겠냐?”
“아! 정말! 물론이지! 어차피 고소해도 벌금형이야!”
김태식은 이미 여러 차례 고소를 당했었다.
그리고 모두 벌금을 내거나 훈방 조치 혹은 합의를 통해 일을 무마했다.
한국의 명예훼손은 어차피 그런 식이었다.
그걸 잘 알고 있기에 겁내지 않았다.
“오케이! 어차피 네가 사장이니 네 말대로 할게!”
“좋았어! 그럼 바로 대본 짜고 영상 제작하자!”
남에게 상처를 입히는 행동이지만, 그들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자신들이 얻게 될 이득만을 생각할 뿐이었다.
* * *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세운 수호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한수호 6월 유니폼 판매량 압도적인 1위!]
[팀 내 선배인 브라이스 하퍼를 제친 한수호! 필라델피아 지역지에서 선정한 필라델피아를 대표하는 스포츠 선수로 뽑히다!]
[올스타 투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한수호!]
[배리 본즈를 제친 한수호, 올스타 투표에서 오타니까지 제쳤다!]
인기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올스타 투표와 유니폼 판매량이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면서 그의 인기를 증명하고 있었다.
특히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그의 인기는 이미 다른 스포츠의 스타들을 넘어서고 있었다.
필라델피아에는 미국의 4대 스포츠라 불리는 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그리고 야구까지 모든 프로팀이 존재했다.
당연히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필라델피아에서 뛰고 있었다.
그런데 데뷔한 지 반년도 되지 않은 선수가 가장 높은 인기를 달리고 있으니 얼마나 선풍적인 인기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인지도의 상승은 팀 내에서의 영향력을 바꾸게 만들었다.
“한, 오늘 잘 부탁한다!”
“오케이, 나만 믿고 따라오면 돼!”
가장 먼저 변화한 것은 팀의 투수진이었다.
수호는 멀티포지션을 소화하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주력은 포수였다.
당연히 투수들과의 호흡이 중요했다.
예전에도 그들과의 호흡이 나쁜 편은 아니었다.
잭과 찰떡 호흡을 자랑하면서 퍼펙트게임까지 합작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모든 투수들이 수호를 신뢰하는 건 아니었다.
아직 어린 수호의 리드를 완벽하게 신뢰하지 못하고 고개를 젓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작성한 뒤에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모든 투수들이 수호를 신뢰하고 그의 리드에 고개를 젓지 않았다.
포수가 아닌 타자로서 신기록을 작성했는데도 말이다.
[인기가 높아지면 그런 현상이 생기는 법이지.]
[투수도 사람이라서 겉으로 드러난 인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동안 네 인기가 높은 축이긴 했지만, 압도적인 건 아니었잖아?]
‘그렇죠.’
[그런데 이제는 압도적으로 변했으니 신뢰가 더 생긴 거지.]
[웃긴 소리처럼 들리지만, 너도 사회생활을 해봤으니 알 거다.]
‘하긴……. 경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얼마나 큰 계약을 따냈냐였죠.’
회사생활을 할 당시.
수호는 후배가 큰 계약을 물어온 걸 지켜본 적이 있었다.
당시 수호도 신인이었기에 별생각 없이 그냥 축하해 주었다.
하지만 며칠 시간이 지나면서 선배들의 태도가 바뀌는 게 보였다.
후배 직원에게 더 친절해지고 그의 말에 더 귀를 기울였다.
심지어 아무런 상관이 없는 부서의 선배들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비슷한 일을 경험하니 그냥 사람의 습성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뭐가 됐건 저는 손해 볼 게 없네요.’
[그렇지.]
[이렇게 널 신뢰해 주면 오히려 땡큐지.]
[이제부터는 네 생각대로 리드하면 된다.]
‘예.’
레전드들의 조언을 받으며 수호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리드를 펼쳐 나갈 수 있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파드리스와의 3차전을 승리로 이끄는 한수호 선수!
-한수호 선수의 리드가 정말 안정적인 경기였습니다!
-필리스의 투수진이 단 1실점만 기록하며 승리를 가져갑니다!
투수진의 안정감이 달라졌다.
한 경기만이 아니었다.
이후 경기들에서도 투수진의 안정감은 과거와 달리 매우 좋아졌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딱!!
-때렸습니다!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 3루 주자 홈으로! 그리고 2루 주자 역시 홈으로 들어옵니다! 2실점을 하며 고개를 떨어뜨리는 앤드류 페인터!
페인터는 다음 등판에서도 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리얼무토와의 불화적인 모습도 드러내면서 더그아웃 분위기를 망쳤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마크 레이어 단장은 결심을 서서히 굳혀갔다.
‘리얼무토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가고 있다. 팀의 에이스인 페인터를 완벽하게 잡지 못하고 있어. 반면에 수호는 점점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고.’
수호는 빠르게 팀 내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더 이상 리얼무토가 없더라도 충분할 듯싶었다.
하지만 리얼무토는 팀의 상징적인 선수 중 한 명이다.
아무리 단장이라 하더라도 마음대로 트레이드를 시킬 수 없었다.
그의 상사인 데이브 돔브로스키의 허가가 필요했다.
경기가 끝난 뒤.
마크는 데이브를 찾았다.
“자네가 직접 내 사무실을 찾다니. 의외로군.”
여전히 두 사람의 사이는 좋지 못했다.
팀의 성적은 좋았지만, 그렇다고 둘의 사이가 좋아질 계기가 되지는 않았다.
그만큼 둘의 골이 깊었다.
하지만 팀을 위한다는 마음은 같았기에 마크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리얼무토를 트레이드할까 합니다.”
“J.T를?”
“예. 이미 아시겠지만, 팀 내에서의 영향력이 줄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를 지명타자로 세우면 하퍼의 지명타자 출전이 줄어듭니다. 그리되면 시즌 후반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음…….”
“J.T의 공격력을 지명타자로 쓰는 것도 아깝고요.”
마크는 냉정하게 분석을 내렸다.
하지만 데이브는 반대였다.
“J.T는 단순히 수치로 모든 걸 표현할 수 없는 선수야. 그의 영향력은 투수들에게만 있는 게 아닐세.”
“알고 있습니다. 수치는 줄었지만, 여전히 구단 내의 인기는 한 손에 꼽을 수 있는 선수라는 것도요. 하지만 이번 시즌 우승을 위해서라면 그를 트레이드하고 즉시 전력감을 받아와야 합니다.”
필리스는 현재 지구 2위를 달리고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1위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부수혈이 있어야 했다.
“후우……. 일단 구단주에게 자네 의견을 전달하도록 하지. 이번 일은 내 결정만으로 내릴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알겠습니다.”
메이저리그는 구단마다 구단주의 역할이 다르다.
어딘가는 신경도 쓰지 않는가 하면 어딘가는 깊숙하게 관여한다.
필리스는 딱 중간의 위치였다.
주요 선수들의 트레이드에만 관여할 뿐 깊게까지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리고 리얼무토는 딱 구단주의 허락이 필요한 선수였다.
이 정도의 대답만으로도 마크가 만족하며 사무실을 나서는 이유였다.
사무실에 홀로 남은 데이브는 문득 세월이 흘렀음을 느꼈다.
‘J.T도 이렇게 밀려날 때가 된 거군.’
한때는 팀을 상징했던 포수다.
그런 J.T가 라이징스타인 수호에게 밀려나고 있었다.
그만큼 자신도 나이가 들었다는 소리였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을 새삼 체감하는 데이브였다.
* * *
6월의 중반이 지나가면서 올스타전에 출전할 선수들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올스타전 1위를 달리고 있는 선수는 한수호 선수입니다.]
[투표 초반 애런 저지, 오타니에 이어 3위를 달리던 한수호 선수지만, 배리 본즈를 넘어서는 새로운 기록을 달성한 이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2026시즌부터 과거의 투표방식으로 돌아간 올스타전 투표는 애런 저지가 1,100만 표를 획득하며 1위에 올랐었죠.]
[하지만 한수호 선수는 벌써 1,700만 표를 득표하면서 새로운 신기록 작성에 성공했습니다.]
[기존 메이저리그 역대 1위 기록은 2015년에 조시 도널드슨이 1,400만 표를 득표하며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아직 투표 기간이 상당히 남았음에도 수호는 1,700만 표를 득표하면서 이미 신기록 달성에 성공했다.
이는 역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빠른 속도였다.
그만큼 팬들의 관심이 수호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이제 수호가 과연 전반기가 끝나기 전에 40홈런을 넘을 수 있냐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9경기를 남겨둔 한수호 선수는 현재 35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타격감이 떨어진 게 아니라 상대들이 더 이상 한수호 선수에게 좋은 공을 던지지 않기 때문에 홈런이 멈춘 거라고 볼 수 있죠.]
[말씀하신 대로 한수호 선수의 타율은 여전히 4할을 넘는 상태이고 출루율은 오히려 상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수호 선수의 컨디션이 여전히 좋다는 방증입니다.]
[일각에서는 과거 배리 본즈의 볼넷 기록마저 깨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당시 배리 본즈의 페이스보다 현재 한수호 선수의 페이스가 더 빠르니 말이죠.]
전반기 수호가 40홈런을 때려낸다면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게 된다.
아직까지 메이저리그 역사상 전반기에 40개의 홈런을 때려낸 선수는 없었다.
신기록을 보유한 배리 본즈조차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난 7월 12일에 40홈런을 때려냈었다.
만약 수호가 브레이크 이전에 기록을 달성한다면 새로운 기록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셈이었다.
[과연 한수호 선수가 남은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모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