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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82화 (81/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82화

    타석에서 물러난 로버트가 수호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전력분석팀이 준 자료보다 무브먼트가 더 더러워.”

    로버트는 자신이 경험했던 것을 수호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수호는 이미 그의 조언을 듣지 못하고 있었다.

    [얘 이미 전투 모드네.]

    [여기서부터 집중력 발휘하는데?]

    [오늘은 평소랑 다르네.]

    [어우…… 기세가 장난 아닌데?]

    [기록 갱신 가즈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집중력을 유지한 채 타석으로 들어서는 수호였다.

    * * *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조시 듀란의 공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한국 해설진은 수호의 편에 서서 중계를 했다.

    그리고 그건 미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배리 본즈의 기록을 깨는 걸 두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맞습니다. 새로운 기록이 나온다면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겁니다.

    오늘 필리스의 경기는 폭스 스포츠를 통해 미 전역으로 방송되고 있었다.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 그리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수호가 기록을 깨기를 바랐다.

    그만큼 배리 본즈의 기록은 불명예스러운 기록으로 인식이 되고 있었다.

    -사인을 교환한 듀란이 와인드업! 1구 던집니다!!

    “흡!!”

    쐐애애애액-!!

    듀란의 손을 떠난 공이 몸쪽 낮은 코스를 절묘하게 찔러왔다.

    수호는 기다렸다는 듯 오픈 스탠스를 취하며 배트를 돌렸다.

    후웅!!

    바람을 가르며 돌아간 배트가 공을 낚아채려는 순간.

    휘릭!!

    공의 궤적이 변하며 배트의 밑으로 뚝 떨어졌다.

    부앙!!

    퍽!!

    “스윙, 스트라이크 원!”

    -초구를 노렸으나 헛스윙이 됩니다!

    -몸쪽 공은 한수호 선수가 가장 자신 있는 코스인데도 헛스윙을 하고 마네요.

    -조시 듀란의 패스트볼의 무브먼트를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첫 상대이니만큼 그의 무브먼트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무브먼트를 예상하고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나름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실제 마주한 듀란의 무브먼트는 이전에 상대했던 투수들의 것과 달랐다.

    ‘100마일의 구속을 유지하면서 변화구와 같은 무브먼트를 보여주다니.’

    구속은 오타니도 비슷한 공을 던졌다.

    하지만 그가 이런 구속의 공을 던질 때는 무브먼트가 이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오타니의 100마일 패스트볼의 구종 가치는 높지 않았다.

    너무 깨끗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패스트볼을 익힌 오타니는 스트레이트성으로 공을 던진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초기에는 스트레이트 패스트볼을 공략하는 타자들이 많았다.

    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스플리터의 비중을 높이면서 부상으로 이어졌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슬라이더를 장착한 이후 새로운 투수로 거듭난 상태였다.

    반면 조시 듀란의 패스트볼은 무브먼트가 심한 일명 무빙 패스트볼의 정석과도 같았다.

    변화구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의 무브먼트를 보여주기에 그 자체만으로 강력한 무기였다.

    -과연 한수호 선수가 듀란의 패스트볼을 공략할 수 있을지! 생각을 정리한 그가 다시 타석에 들어섭니다.

    타석에 서는 수호를 보며 파드리스의 안방마님 개런이 사인을 보냈다.

    ‘초구에 그 정도로 헛스윙을 한다는 건 정확히 영점을 잡지 못했다는 뜻이야. 여기에서 한 번 더 패스트볼로 흔들자.’

    ‘오케이.’

    고개를 끄덕인 듀란이 투구 자세를 취했다.

    뒤이어 와인드업에 이어 2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이번에는 바깥쪽 높은 코스를 찔러왔다.

    수호는 이번에도 그 공에 반응하며 클로즈드 스탠스에 이어 배트를 돌렸다.

    딱!!

    “파울!”

    -2구는 배트에 맞췄지만, 1루 쪽 관중석에 떨어지는 파울이 됩니다.

    -비록 파울이 됐지만, 100마일의 공에 배트를 맞출 수 있을 정도로 반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공을 배트에 맞힌 수호의 모습에서 개런은 위험함을 느꼈다.

    ‘역시 연속 2개를 보면 적응도 빨라지는 거 같군. 앞으로 최소 2번 이상은 만날 타자다. 주 무기를 너무 자주 노출하는 건 좋지 않겠어.’

    개런은 수호를 경계하면서 3구의 사인을 보냈다.

    ‘이번에는 허를 찔러서 커브로 타이밍을 뺏어버리자.’

    ‘알았어.’

    듀란도 같은 생각이었다.

    수호의 타격 능력을 생각하면 이쯤에서 변곡을 줄 필요가 있었다.

    때마침 개런이 거기에 맞는 사인을 내주니 시간을 길게 끌 필요는 없었다.

    -사인 교환이 상당히 빠르군요. 듀란이 3구를 준비합니다.

    -호흡이 그만큼 잘 맞는다는 의미겠죠.

    -투스트라이크로 볼카운트가 몰린 한수호 선수, 과연 3구는 어떻게 할 것인지!

    “흡!!”

    쐐애애액-!!

    -3구 던졌습니다!!

    듀란의 손을 떠난 공이 빠르게 날아왔다.

    그의 커브는 12/6의 무브를 보여주는 커브가 아니었다.

    패스트볼처럼 날아오다 떨어지는 파워커브에 가까웠다.

    하지만 패스트볼과 구속이 15마일이나 나기에 패스트볼에 맞춰 배트를 돌리는 타자들을 헛스윙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부웅!!

    수호 역시 패스트볼의 타이밍에 맞춰 배트를 돌렸다.

    그러나 공은 더 느리게 날아오며 밑으로 뚝 떨어졌다.

    100마일의 공에 맞춘 스윙으로 이번 공을 컨택하는 건 어려웠다.

    그때였다.

    촤앗!!

    수호가 왼쪽 다리를 구부리더니 손목을 비틀어 강제로 스윙 속도를 늦추었다.

    뒤이어 왼팔을 들면서 배트의 스윙 궤적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게 바꾸었다.

    말로는 쉽지만 직접 해보면 무척이나 어려운 동작이었다.

    무엇보다 이런 동작을 단시간에 해낸 수호는 떨어지는 공을 그대로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높게 떠오른 타구가 빠르게 날아갔다.

    하지만 수호의 배트 플립은 나오지 않았다.

    단지 아쉽다는 듯 혀를 차며 타석에서 물러났다.

    -한수호 선수 달리지 않습니다! 타구가 휘어서 외야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치는 순간 본인은 파울이 될 것이라고 느낌이 왔나 봅니다.

    수호는 틀어진 장갑을 고쳐 착용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처음 써보는 손목 컨트롤이라 그런지 제대로 맞추질 못했어.’

    [그래도 처음치고는 잘했다.]

    [ㅇㅇ 나쁘지 않았음.]

    [손목을 쓸 때 너무 의식적으로 하려고 하지 말아라.]

    애런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자연스럽게 하면 돼. 너는 너무 생각하면서 그걸 구현하려고 하지만, 내가 할 때 그렇게 하던?]

    수호는 애런과 동기화가 됐을 때를 떠올렸다.

    분명 애런은 의식적으로 손목을 컨트롤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스윙의 하나로 자연스럽게 손목을 컨트롤해서 공을 때려냈다.

    그 감각을 떠올리며 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감이 오냐?]

    ‘예. 감사합니다.’

    [뭘 감사까지야. 루스 선배가 저렇게까지 원하는데. 후배 된 도리로서 깨줘야 하지 않겠냐?]

    [꼭 깨라.]

    배리 본즈의 기록이 깨지길 원하는 건 베이브 루스가 가장 간절했다.

    그의 과거를 봐서인지 아니면 그와 동기화 수치가 높아서인지 알 수 없지만, 소원을 꼭 이루어주고 싶었다.

    “후우…….”

    타석에 들어선 수호가 깊게 숨을 몰아쉬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집중력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었다.

    ‘의식하지 마라.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해.’

    수호는 애런의 조언과 그와 동기화됐을 때 느꼈던 감각을 떠올렸다.

    그러자 마치 그가 되어 타석에 선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뒤이어 루스의 부탁이 떠올랐다.

    ‘그의 기록을 내가 깨야 한다.’

    이번에는 루스와 동기화됐을 때의 감각이 떠올랐다.

    두 사람의 감각이 몸속에서 싸우기 시작했다.

    수호는 그러한 감각의 충돌을 의식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었다.

    마치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처럼 받아들였다.

    만약 수호가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이러한 현상을 눈치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고도의 집중력에 접어든 수호는 이 현상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자연스럽게 모든 걸 받아들이면서 듀란이 공을 던지는 걸 지켜봤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이번에 듀란이 택한 공은 패스트볼이었다.

    더 이상 수호에게 변화구를 던지면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내린 판단이었다.

    ‘앞서 두 개의 패스트볼에는 반응을 전혀 하지 못했다. 변화구보다는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해야 해.’

    이러한 리드를 한 개런의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탑클래스의 선수라 하더라도 듀란의 패스트볼을 첫 타석에서 때리는 건 무리였다.

    심지어 애런 저지조차 작년 첫 경기에서 듀란에게 세 번의 삼진을 당했다.

    작년 선발투수가 한 경기에 애런 저지에게 3개의 삼진을 잡아낸 건 듀란이 유일했다.

    그만큼 듀란의 공은 위력적이었다.

    그렇기에 개런의 선택은 정답과 같았다.

    타닥!!

    그때 수호가 발을 내디뎠다.

    스트라이드에 이어 하체를 고정시킨 수호가 하체를 회전시켰다.

    스윙에 망설임은 전혀 없었다.

    마치 공이 오는 방향을 알고 있다는 듯 그는 힘을 집중시켜 한순간에 방출시켰다.

    부앙!!

    배트가 돌아가며 일어난 풍압에 개런이 눈을 순간적으로 감았다.

    그 순간.

    따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눈을 뜬 개런의 시선에 멀리 날아가는 타구와 배트를 던지는 수호의 모습이 동시에 잡혔다.

    -때렸습니다!! 맞는 순간 배트를 던진 한수호 선수!! 타구는 순식간에 좌측 담장을 넘어 경기장 밖으로 사라집니다!!

    “말도 안 돼…….”

    홈런을 날린 것도 모자라서 경기장 밖으로 사라진 타구에 개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수호는 이미 조깅을 하듯 1루로 달려가고 있었다.

    -첫 타석에서 시즌 29번째 홈런을 터뜨린 한수호 선수!! 애런 저지와 함께 공동선두에 오릅니다!!

    -한수호 선수의 엄청난 파워를 보여주는 타구였습니다! 특히 듀란의 지저분한 무브먼트를 가진 패스트볼을 정확히 때려낸 게 더 놀랍습니다!!

    -한수호 선수의 손목 힘이 대단한 거 같습니다. 분명 첫 스윙에선 타점이 어긋난 거 같았는데, 스윙을 하는 도중에 궤적을 정확히 맞췄어요.

    -그게 가능한가요?

    -손목을 컨트롤하면 미세하게나마 스윙의 궤적을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풀스윙을 하는 타자의 경우 쉽지가 않죠.

    -맞습니다. 풀스윙이란 팔 힘만이 아니라 전신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기에 무리하게 손목 컨트롤을 하다간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해설진의 감탄이 이어지는 사이.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수호에게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엄청난 홈런이었어!!”

    “네가 최고다!!”

    “역시 우리 슈퍼루키다!!”

    “한! 한! 한! 한!!”

    “미스터 빠던!! 이번에도 빠던 지렸다!!”

    쏟아지는 팬들의 함성과 함께 홈을 밟은 수호가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이제 기록 달성까지 홈런 한 개만을 남겨둔 한수호 선수가 동료들의 축하를 받습니다!!

    단 1개의 홈런만 추가하면 배리 본즈와 타이를 이루게 된다.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 같던 기록과 동률을 이루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업적이었다.

    하지만 수호의 시선은 배리 본즈와의 타이 기록에 있지 않았다.

    [너한테 무리한 부탁이 될 수도 있지만, 내가 원하는 건 오직 하나다.]

    베이브 루스의 채팅에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같은 걸 보고 있습니다.’

    수호의 시선이 그라운드로 향했다.

    ‘앞으로 2개, 새로운 기록을 작성하겠습니다.’

    [고러치~]

    [말 한번 잘했다!]

    [이왕 달성하는 거 화끈하게 가보자!]

    ‘예.’

    레전드들의 응원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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