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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80화 (79/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80화

    20-20클럽은 메이저리그에서 따로 기록을 만들지 않는다.

    유의미한 기록이기는 하나, 워낙 역사가 긴 메이저리그이다 보니 20-20을 달성한 선수는 수도 없이 많았다.

    그래서 20-20클럽이 아닌 30-30클럽부터 기록으로서 가치를 인정하고 있었다.

    이는 일본 프로야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포수로서 20-20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무척이나 희귀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두 명, 이반 로드리게스와 J.T리얼무토밖에 없었다.

    전 세계로 범위를 넓힌다면 3명이 된다.

    한국의 레전드 포수인 박태완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이렇게 단 3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포수 20-20클럽에 루키인 한수호가 포함됐다.

    이 소식은 또 한 번 그의 이름을 알리기에 좋은 소재였다.

    [한수호, 메이저리그 역대 세 번째로 포수 20-20클럽 가입!]

    [호타준족의 상징인 20-20클럽에 가입한 한수호!]

    [메이저리그 역사상 세 번째로 이름을 올린 한수호!]

    [도루 성공률 100퍼센트! 루키시즌 30-30클럽도 보인다!]

    20-20클럽에 가입하자 사람들은 이제 다음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지금 페이스면 30-30클럽도 가능한 거 아니냐?

    -루키시즌에 30-30클럽 가입자가 있었음?

    └마이크 트라웃.

    -30-30클럽에 가입하면 마이크 트라웃이랑 동급이 되네.

    └그건 아닌 듯.

    └└한 시즌 반짝이랑 15년 동안 풀로 탑클래스는 차이가 심하지.

    -뭐가 됐든 마이크 트라웃 루키시즌을 소환했다는 거 자체가 대단한 듯.

    수호의 기록에 마이크 트라웃이 소환됐다.

    2011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마이크 트라웃은 이후에도 최고의 위치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갔다.

    21세기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마이크 트라웃도 이제 선수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마이크 트라웃의 루키시즌까지 소환한 수호의 활약은 대단했다.

    더 놀라운 건 이런 대형기록들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역대 최연소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한 한수호, 한 달 만에 애런 저지와 함께 한 경기 두 명의 4연타석 홈런이란 진풍경을 연출. 그리고 이번에는 포수 역대 세 번째로 20-20클럽 가입까지! 130년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역대급 루키시즌을 보내고 있는 한수호!]

    수호에게 찬사가 쏟아졌다.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 대만과 중국까지.

    다수의 국가에서 수호를 집중조명 했다.

    특히 야구가 국기인 일본에서 수호의 기사 비중은 무척이나 높았다.

    [메이저리그가 열광하고 있는 한국인 포수 한수호는 누구인가?]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된 한수호, WBC에 나오나?]

    [사무라이 재팬의 위협이 될 한국인 포수의 등장!]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새로 쓴 오타니와 한수호의 공통점은?]

    일본 언론에서는 WBC를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수호가 포수로서 합류한다면 일본의 강력한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타니와 비교하는 기사도 다수 등장했다.

    오타니의 등장은 메이저리그에 잠들어 있던 수많은 기록과 새로운 기록들을 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수호 역시 그랬던 오타니와 마찬가지로 메이저리그의 기록들을 새로 쓰고 있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투 웨이 플레이어로서 메이저리그에 충격을 준 오타니라면 수호는 타자로서 충격을 주고 있었다.

    모든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수호의 활약에 또 하나의 기사가 떴다.

    [한수호, 악마의 손을 잡다!]

    수호가 보라스 코퍼레이션을 선택했다.

    * * *

    수호가 에이전트 계약으로 보라스 코퍼레이션을 선택한 것은 너무 많은 연락 때문이었다.

    ‘이제 계약에서 좀 자유로워질 수 있겠네요.’

    [ㅋㅋㅋ 에이전트가 없으니 광고계에서 다 너한테 직접 연락하네.]

    [경기 끝나고 수백 통씩 온 전화에 시달릴 바에 빨리 계약하는 게 낫지.]

    [수수료도 낮아졌으니 개이득.]

    수호가 유명해진 만큼 광고계가 그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덕분에 엄청난 연락에 시달려야 했고 하루라도 빨리 에이전트를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도 조건을 좋게 해준 덕분에 그들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돈 쓸 시간이 없으니 매일 돈이 쌓이네요.’

    수호는 은행에 쌓이고 있는 자금을 확인했다.

    2주에 한 번씩 일반인의 연봉에 가까운 돈이 들어와 계속 쌓이고 있었다.

    벌써 5번의 연봉을 받았고 그 돈이 쌓여 35만 달러, 한화 4억 원이란 돈이 통장에 들어 있었다.

    ‘예전에는 10년 동안 저축해서 겨우 모았는데.’

    [이열…… 그래도 모았네?]

    ‘직장을 얼마나 열심히 다녔는데요. 거기다 그때도 딱히 돈 쓸 곳이 없어서 열심히 모았습니다.’

    [그럼 집 하나는 있었겠네.]

    ‘그게…….’

    [응? 왜?]

    ‘사실 투자에 실패해서 돈을 다 날렸습니다.’

    [투자?]

    [아니, 뭔 투자를 해가지고 직장 생활하면서 모은 돈을 다 날렸냐?]

    ‘주식이죠, 뭐. 당시 호황기에 주식 안 하면 바보인 세상이었…….’

    과거 이야기를 하며 불현듯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회귀 전.

    수호는 주식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으며 15년간 모았던 재산의 대부분을 잃었다.

    너무 늦게 진입한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코로나 사태로 불장을 맞았던 주식시장은 이후 인플레이션으로 조정을 맞이했지. 그러다 25년부터 본격적으로 금리가 인하되면서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다.’

    [너 또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들었지?]

    [야야, 우리도 같이 좀 알자니까?]

    레전드들의 성토가 이어졌지만, 집중에 들어간 수호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워낙 투자 심리가 줄어들어서 제대로 상승기로 접어드는 건…….’

    [얀마!]

    [우리도 알자!!]

    레전드들의 채팅이 빗발쳤지만, 수호는 자신만의 생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 * *

    휴식일이 끝나고 수호는 잭 휠러와 호흡을 맞췄다.

    -마스크를 쓴 한수호 선수와 선발투수 잭 휠러의 호흡이 정말 일품입니다.

    -그렇습니다. 시즌 초반 퍼펙트게임을 합작한 파트너답게 오늘 경기에서도 빠른 템포로 투구를 이어나가며 벌써 7개의 탈삼진을 잡아냈습니다.

    이제 5회를 마무리한 상황.

    잭 휠러가 7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오늘 경기에서도 두 자릿수 탈삼진을 가시권에 두고 있었다.

    선수 생활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그였기에 이런 활약은 고무적이었다.

    당장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잭 휠러의 성적은 수직상승 했다.

    -작년에 잭 휠러는 같은 기간 3승 3패 평균자책점 4.12 탈삼진은 30개를 잡아내고 있었습니다만 올해는 벌써 6승 2패 평균자책점 2.24 탈삼진은 무려 56개를 잡아내고 있습니다.

    -잭 휠러의 활약이 정말 대단하네요. 이게 바로 회춘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각에서는 한수호 선수와의 호흡이 회춘의 비결이란 의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올 시즌 한수호 선수와 호흡을 맞추면서 잭 휠러의 투구가 무척이나 안정적으로 바뀌었어요.

    -포수가 이 정도로 투수를 바꿔놓을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더 놀라운 건 그 포수가 이제 갓 빅리그에 데뷔한 루키라는 점이죠.

    잭 휠러가 등판하는 날이면 포수 한수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만큼 잭 휠러가 호투하는 날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페인터의 마음을 흔들리게 만들었다.

    ‘리얼무토와 호흡을 맞출 때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이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잭 휠러는 분명 투수의 말년을 보내던 선수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수호의 리드를 보면서 페인터는 잭의 호투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흡!!”

    -1루 주자 뛰었습니다!

    잭이 슬라이드 스텝을 밟는 순간, 1루 주자가 스타트를 걸었다.

    1사 상황에 주자가 득점권에 간다면 투수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 공을 포구한 수호가 앉은 상태로 2루로 뿌렸다.

    쐐애애애액-!!

    뻑!!

    “아웃!!”

    -아웃입니다!! 한수호 선수가 주자를 잡아내며 두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

    -이야~ 한수호 선수의 멋진 송구가 또 나왔습니다!!

    바로 이런 점이었다.

    수호는 투수가 공을 던지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간혹 폭투가 나오더라도 수호는 몸으로 막아내고 도루가 나오면 그걸 잡아낸다.

    공격적인 리드를 선호하긴 하지만, 그게 단점이 될 수 없었다.

    그의 선택이 좋은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왜 예전에는 이런 걸 보지 못한 거지?’

    루키이기에 불안할 거라 생각했다.

    시즌 초반 직접 호흡을 맞춰본 뒤에도 그런 생각으로 리얼무토를 택했다.

    리얼무토가 더 안정적이고 자신의 성적을 높여주는 시너지를 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나를 거절하다니…….’

    리얼무토가 아닌 수호와의 호흡을 맞추고 싶어 요청했다.

    하지만 그 요청은 거절되었다.

    매디슨은 다른 이유를 들었지만, 수호 본인이 거절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퍽!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마운드를 내려오는 잭 휠러를 보고 페인터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 * *

    메이저리그에선 역대 가장 빠른 시기에 30홈런이 터질 거란 기대를 하고 있었다.

    5월 중순에 이미 홈런 선두권들이 25개의 홈런을 넘어서면서 그런 기대들이 나타났다.

    특히 홈런 1, 2위인 애런 저지와 한수호가 4연타석 홈런이란 몰아치기를 해내면서 이들이 5월이 끝나기 전에 30홈런을 넘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홈런 페이스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두 사람의 타격감이 떨어진 건 아니었다.

    다만, 투수들의 엄청난 견제가 이어지고 있는 게 문제였다.

    [애런 저지와 한수호, 배리 본즈 최단 경기 기록을 넘어설 수 없을 것인가?]

    [최단 경기 30홈런을 기록한 배리 본즈, 도전자 애런 저지와 한수호에게 1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몰아치기를 해야 넘을 수 있는 배리 본즈의 기록!]

    [일각에선 약물로 얼룩진 배리 본즈의 기록이 아니라 베이브 루스의 기록이 진정한 기록이라 외치고 있어.]

    최단 경기 30홈런.

    이 기록은 현재 배리 본즈가 보유하고 있었다.

    배리 본즈는 57경기 만에 30홈런을 때려내며 기존 베이브 루스의 63경기 기록을 6경기나 단축시켰다.

    문제는 배리 본즈가 약물을 복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배리 본즈의 기록을 말소하진 않았다.

    여전히 공식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물론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언론은 흥행을 위해 그의 기록을 꺼내 들었다.

    ‘최단 경기 30홈런이라…….’

    수호도 기사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메이저리그에는 참, 다양한 기록들이 있네요.”

    [ㅇㅇ 그렇지.]

    [괜히 기록의 스포츠라 불리는 게 아님.]

    [그리고 이런 기록들이 우리를 괴롭히는 거고.]

    [더 짜증 나는 게 뭔지 암?]

    그때 베이브 루스의 채팅이 올라갔다.

    [내 기록을 깬 녀석이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거임.]

    [ㅋㅋㅋ 얘 이것 때문에 빡쳤지.]

    [로저 매리스도 마찬가지 아니냐?]

    [저는 그래도 저지가 깨줬으니 이제 한을 풀었죠.]

    [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기 기록 깬 3명이 다 약쟁이라 피를 토했지 ㅋㅋ]

    레전드들은 자신들의 기록이 깨지길 원했다.

    그래서 수호를 선택해 자신들의 기술을 전수해 주고 있었다.

    그런 이들이기에 자신의 기록을 정당한 방법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깼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미션이 도착했습니다.]

    그래서일까?

    베이브 루스는 바로 미션을 걸었다.

    [최단 경기 30홈런 기록 깨라.]

    [보상 : 100,000노잣돈]

    남은 건 단 한 경기.

    거기에서 멀티홈런을 때려내지 못한다면 미션을 성공하는 건 힘들었다.

    사실 미션이 문제가 아니다.

    자신에게 은혜를 준 베이브 루스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다.

    [수락 안 함?]

    “하겠습니다. 반드시.”

    베이브 루스에게 약속하며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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