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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79화 (78/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79화

페인터와의 면담을 끝낸 매디슨은 수호를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응. 들어와서 앉게.”

수호가 맞은편에 자리하자 매디슨이 바로 본론을 꺼냈다.

“내일 경기에서 자네가 마스크를 쓰게 됐어.”

“내일은 페인터가 선발로 나갈 텐데요? 부상이라도 입은 겁니까?”

“아니야. 페인터가 선발로 나갈 거야. 그가 자네를 요구했네.”

“페인터가요?”

“그래. 자네와 호흡을 맞추고 싶다더군.”

한 달 전과는 정반대의 요청을 했다는 사실에 수호는 바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최근 성적이 떨어지더니 리얼무토와의 호흡을 의심하는 거군.’

[ㅋㅋㅋ 투수들이 원래 이런 놈들이지.]

[얘네들은 뭐 자기 성적이 떨어지면 포수부터 의심한다니까.]

레전드 포수들은 다양한 투수들을 만나왔다.

그렇기에 페인터의 심리를 바로 읽어냈다.

수호 역시 사회를 경험하면서 이런 인종들을 만나봐서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페인터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음? 이유가 뭔지 물어봐도 되겠나?”

“현재의 루틴이 몸에 익고 있습니다. 당분간 지금의 루틴을 지키면서 경기에 임하고 싶습니다.”

“지금의 루틴이라면……?”

“포수와 1루수를 병행하면서 던지는 게 좋습니다. 이 상태로 뛰면서 체력적인 안배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갑자기 포수로만 나간다면 좋은 타격 흐름이 깨질 수도 있을 거 같아 내키지 않습니다.”

한 달 전이었다면 이런 말을 하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수호는 지금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대체 불가능한 선수.

자신이 어떤 요구를 하더라도 구단에서는 수용할 수밖에 없다.

물론 거기에 따른 책임이 생기지만, 그건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무엇보다 수호의 말은 타당했다.

[정답이지.]

[고러치~]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바꿔달라 하는 놈의 요구를 들어줄 이유는 없지.]

[한 달 전만 해도 별 이유 없이 바꿔 달라고 하더니. 이제 와서 또 자기랑 호흡 맞추자고 하네.]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직접 와서 하는 게 아니라 감독을 통해서만 한다는 거죠.’

이게 본래 루트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에게 먼저 와서 양해를 구해도 충분할 텐데.

에이스의 자존심인지 뭔지 그러지 않는 그의 태도가 말이다.

“현시점의 타격감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부디 감독님이 배려를 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음…… 일단 알았네.”

난감한 표정을 짓는 매디슨이었지만, 수호의 요구가 결코 무리한 게 아니었기에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수호가 인사와 함께 돌아가자 매디슨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에이스와 슈퍼스타의 충돌이군.”

한 달 전에는 단순히 슈퍼루키에 불과했던 수호다.

하지만 그사이 수호는 팀을 넘어서 메이저리그를 뒤흔드는 슈퍼스타가 되어 있었다.

그런 그의 요구를 무작정 무시하고 수호의 루틴을 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쩔 수 없겠어.”

이번에는 수호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 * *

다음 날.

앤드류 페인터는 자신의 파트너로 리얼무토가 올라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인상을 구겼다.

‘루키가 내 요구를 무시했다고?’

페인터는 메이저리그 경력 6년 차인 베테랑이었다.

올 시즌이 끝나면 FA가 되면서 대박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럴 수 있었던 건 매년 10승 이상, 최대 20승까지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자신의 요구를 루키가 무시했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

‘내 능력만으로도 충분하다.’

페인터는 포수의 도움이 없더라도 스스로 지금의 슬럼프를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만이었다.

딱!!

-때렸습니다! 연속 안타에 성공하는 볼티모어 오리올스!!

-애들리 러치맨이 간결한 스윙으로 공격의 기회를 이어나갑니다!

-오리올스 최고의 유망주였던 러치맨도 이제는 안정감이 느껴지네요.

-그렇습니다. 제2의 버스터 포지가 될 거라는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듯 아주 잘 성장했습니다.

애들리 러치맨은 21세기 최고의 포수 유망주였다.

2022년 베이스볼 유망주 1위에 선정되기도 했고 데뷔시즌인 22시즌에는 올해의 신인 2위에 뽑히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오리올스를 대표하는 스타이자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 중 한 명이 되어 있었다.

그런 그를 상대하는 페인터의 공은 날카롭지 못했다.

‘확실히 공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네요.’

페인터의 투구를 지켜보면서 수호는 냉정하게 그의 상태를 판단하고 있었다.

[리얼무토에 대한 믿음이 떨어져서 그렇겠지.]

[포수를 교체해 달라고 요청한 걸 보면 확실한 듯.]

[포수를 믿지 못하니 본인이 던지는 공에 대한 확신도 떨어지고.]

[에이스이기는 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해.]

[지금까지 에이스 노릇 할 수 있었던 것도 리얼무토가 그런 약점을 보완해 주었기 때문이겠지.]

포수의 리드는 허상이다, 라는 말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대야구였다.

하지만 포수의 리드는 결코 허상이 아니었다.

포수는 단순히 사인을 보내고 공을 받는 것만 하지 않는다.

예민한 투수의 심신을 안정시켜 주는 역할도 겸하고 있었다.

그래서 투수들이 베테랑 포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컸다.

아무래도 경험이 많은 포수가 더 안정감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분명 리얼무토는 안정감이 높은 포수죠. 하지만 투수가 포수를 믿지 못하면 아무리 베테랑 포수가 앉아 있는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죠.’

[정답이다.]

[결국 투수 스스로가 포수를 믿어야 함.]

[무엇보다 지금 리얼무토도 평소랑 다르고.]

리얼무토가 다르다.

그건 수호 역시 느끼고 있었다.

‘조바심을 느끼는 걸까요?’

[정확히는 책임감이겠지.]

[연봉을 많이 받는다는 건 그만큼 중압감도 크다는 소리임.]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 느끼는 부담감도 커지는 법이지.]

리얼무토의 올 시즌 연봉은 2,300만 달러다.

이는 메이저리그 역대 포수들 중 가장 높은 연봉이었다.

무엇보다 올 시즌이 끝나면 다시 FA가 되는 상황.

한 번 더 FA 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했다.

이런 여러 요인으로 인해 리얼무토 본인도 타격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실정이었다.

[리얼무토도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평소랑 같을 순 없겠지.]

여러모로 마이너스 요인이 생기고 있는 리얼무토 페인터의 조합이었다.

* * *

4이닝 5실점 5볼넷.

한 팀의 에이스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성적과 함께 페인터가 마운드를 내려갔다.

“젠장!”

본인의 피칭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지 더그아웃에 들어온 페인터가 신경질적으로 글러브를 던지고 클럽하우스로 향했다.

그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며 필리스 팬들의 반발을 낳았다.

-공은 못 던지면서 글러브는 잘 던지네.

-글러브 던질 힘이 있었으면 공이나 잘 던져야지.

-페인터 얘 이제 에이스에서 내려야 하는 거 아니냐?

-ㄹㅇ 요즘은 에이블이 더 나은 듯.

└그놈이나 이놈이나.

└└차라리 잭을 1선발로 올려야 한다.

-페인터도 문제지만, 리얼무토도 폼 많이 떨어진 듯.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까.

-마크가 생각이 있으면 리얼무토 보내고 에이스급 투수 한 명 데려와야 할 듯.

└마크 단장이 그렇게 일머리가 있을까?

└└그래도 한수호 메이저리그에 바로 데뷔시킨 거 보면 일 좀 하는 듯?

-세월이 무상하구나.

팬들 사이에서 리얼무토를 트레이드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건 필리스가 지구 2위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스인 페인터가 죽을 쑤고 있어도 필리스가 2위를 지키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수호였다.

딱!!

-때렸습니다!! 한수호 선수 2루타를 때려내며 득점권에 안착합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멀티히트에 성공하며 2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하는 한수호 선수! 시즌 타율을 다시 4할 2푼까지 올립니다!

-워낙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는 한수호 선수이기에 3타수 1안타만 때려도 타율이 내려가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매 경기 멀티히트를 기록해야 현재 타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매 경기 멀티히트.

말이 쉽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4할이란 그런 기록을 이루어야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었다.

그러한 4할을 6월이 될 때까지 유지하고 있기에 수호에 대한 기대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었다.

-타석에는 브라이스 하퍼가 들어섭니다.

타석에 하퍼가 들어서자 투수가 하퍼에게 집중했다.

‘2루에 있으니 도루는 하지 못할 거야.’

시즌 19도루를 성공한 수호이기에 오리올스 배터리도 그를 경계하고 있었다.

19도루를 기록한 것도 대단했지만, 내용을 보면 더 훌륭했다.

-현재까지 19개의 도루를 시도하고 모두 성공한 한수호 선수, 도루 성공률 100퍼센트는 올 시즌 유일한 기록입니다.

-장타력에 주력까지 보유한 한수호 선수야말로 호타준족이란 말이 딱 어울리지 않습니까?

-거기에 수비와 유틸리티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어서 5툴 플레이어의 표본과 같은 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20도루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해설진들이 수호에 대한 칭찬을 쏟아내는 사이, 하퍼는 원볼 원스트라이크라는 카운트를 얻어냈다.

-2구를 때렸지만, 3루 쪽 관중석에 떨어지면서 파울이 됩니다.

-한수호 선수가 뛰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니 오리올스 배터리도 하퍼 선수와의 승부에 집중하네요.

1루에서 2루에 도루를 하는 것과 2루에서 3루로 도루를 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였다.

거리만 봐도 차이가 심했다.

홈에서 3루까지는 27.4m인 반면 홈에서 2루까지는 38.79m였다.

즉, 포수가 2루로 던지는 송구보다 3루로 던지는 게 빨리 도착한다는 소리였다.

웬만큼 주력에 자신 있는 선수들도 3루 도루를 자주 하지 않는 이유였다.

오리올스 배터리가 방심하는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방심은 수호에게 빈틈으로 보였다.

-3구 던집니다!

투수가 홈으로 슬라이드 스텝을 밟는 순간.

타닥!!

-한수호 선수 스타트!!

수호가 베이스를 훔치기 위해 스타트를 걸었다.

언뜻 무모해 보이는 도루였지만, 투수의 손에서 떠난 공이 큰 포물선을 그리자 무모함은 곧 완벽한 타이밍으로 바뀌었다.

퍽!

-포구와 동시에 3루로 공을 던지는 러치맨!

커브라는 구종이 수호의 도루 성공 확률을 높여주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전체 4위에 이르는 러치맨의 팝 타임이 그 확률을 다시 낮추었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이 연출되었고 수호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촤아아아앗-!

흙먼지를 일으키며 수호의 손이 베이스를 훔치려는 순간.

퍽!

러치맨의 송구가 3루수의 글러브에 도착했다.

동시에 글러브를 밑으로 내리며 수호를 터치하려는 3루수의 동작이 긴밀하게 움직였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베이스 터치와 태그가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3루심에게 향했고 3루심은 팔을 좌우로 펼치며 판정을 내렸다.

“세이프!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한수호 선수가 시즌 20도루에 성공합니다!!

-포수로서 메이저리그 역대 세 번째로 20-20클럽에 가입하는 한수호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역대 한국인 선수로는 두 번째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정말 한수호 선수의 기록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100퍼센트 도루 성공률과 함께 메이저리그 역대 두 번째 20홈런 20도루에 성공하는 수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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