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78화
양키스와의 4차전이 모두 끝났을 때.
수호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인지도를 가진 루키가 되어 있었다.
[한수호의 필리스, 애런 저지가 이끄는 뉴욕 양키스와 2 대 2의 스코어로 시리즈를 끝내다!]
[악의 제국과 동등한 대결을 펼친 필라델피아 필리스! 슈퍼루키가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뉴욕 양키스와 4차전을 치르는 동안 13타수 7안타 9타점 3볼넷 2도루를 기록한 한수호,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뉴욕을 떠난다!]
뉴욕 양키스와의 4차전 동안 수호는 5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같은 기간 애런 저지가 6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홈런의 격차는 다시 3개로 벌어졌다.
1차전에서 4연타석 홈런을 때린 것에 비하면 이후 3경기에서 1개의 홈런밖에 추가하지 못했기에 아쉬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수호의 잘못이 아니었다.
-양키스 애들 이제 수호를 철저하게 거르네.
└당연한 결과지.
└└5월이 끝나기도 전에 홈런 25개를 넘긴 루키랑 정면 승부하겠음?
-필리스 투수들도 애런 저지와 승부를 안 하더라 ㅋㅋ
└그냥 볼넷을 주면 준다는 마인드로 공 던지던데.
-유명해진 게 꼭 좋다고만은 못할 듯.
└이제부터 견제 장난 아니겠네.
수호가 기록 행진을 이어나가자 투수들이 본격적으로 그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4월 이달의 신인을 달성하면서 견제가 많아졌던 수호다.
그런데 애런 저지와의 홈런 대결 이후 견제는 눈에 띄게 늘었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볼넷입니다. 오늘 경기 두 번째 볼넷을 얻어내면서 출루하는 한수호 선수.
-투수들이 이제 한수호 선수와 정면 대결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의 타격을 견제하는 거겠죠?
-맞습니다. 과거 새미 소사가 70홈런을 달성할 당시 보여주었던 투수들의 고의사구가 재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 출루에는 성공하고 있지만, 한수호 선수 입장에서는 썩 기분이 좋지만은 않을 거 같습니다.
-예. 한창 홈런 개수를 추가하면서 달려 나가야 할 시점에서 투수들의 견제로 기록을 이어나가지 못하니 답답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투수들의 견제를 보는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들의 상식으로 보았을 때 투수들이 견제하면서 수호의 좋았던 타격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 역대급 페이스를 끌어가던 타자들이 투수들의 견제에 밸런스가 무너지는 일은 허다했다.
특히 이런 현상은 루키에게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루키는 자신의 타격 메커니즘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투수의 견제에 무리하다가 밸런스를 스스로 깨뜨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런 전례들이 있기에 전문가들의 우려도 결코 근거가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수호는 달랐다.
-타석에는 브라이스 하퍼가 들어섭니다. 주자는 1루에 한수호 선수가 있는 상황, 득점권은 아니지만 한수호 선수의 발이라면 하퍼 선수의 장타에 홈까지 노려볼 수 있습니다.
수호의 발이 빠르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타석에 브라이스 하퍼, 필리스를 상징하는 타자가 있었기에 투수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하퍼가 나왔는데. 설마 달리기야 하겠어?’
1사라면 가능성이 있었겠지만, 2사인 상황이다.
만약 달리다가 주루사라도 당하면 이닝은 종료된다.
다음 이닝에 하퍼가 다시 들어온다지만, 주자가 사라지고 들어오는 것이기에 기대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배터리는 주자보단 하퍼의 상대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바깥쪽으로 반응을 보자.’
‘오케이.’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가능성을 두고 바깥쪽으로 리드를 했다.
몸쪽보다는 바깥쪽이 더 2루에 송구하는 게 유리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1구 던집니다!
사인을 교환한 투수가 슬라이드 스텝을 밟기 위해 무게중심을 옮긴 순간.
타닥!!
-한수호 선수 뛰었습니다!!
수호가 스타트를 걸었다.
공이 포수의 미트에 도달했을 때 이미 2루 베이스 앞에서 슬라이딩을 하는 그의 모습에 포수는 던지는 걸 포기했다.
‘뭐, 저런 스피드가 다 있어?’
포수조차 경악하게 만드는 엄청난 속도로 2루에 도달한 수호가 가볍게 주먹을 쥐어 보였다.
-한수호 선수 시즌 17번째 도루에 성공합니다!
-아~ 한수호 선수 완벽한 스타트로 2루를 훔쳤어요!
2루를 훔친 수호의 도루는 경기의 양상을 바꿔놓았다.
딱!!
-때렸습니다!! 4구를 강타한 브라이스 하퍼! 이 타구는 좌중간을 가릅니다! 한수호 선수 3루를 돌아 곧장 홈으로 들어옵니다!! 역전에 성공하는 필리스!!
-한수호 선수의 도루 하나가 역전을 만들어냅니다!!
-만약 한수호 선수가 도루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브라이스 하퍼 선수의 이번 타구에서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겠죠?
-그렇습니다. 아무리 발이 빠르더라도 수비들이 애초에 뒤로 물러나서 수비를 하고 있었기에 1루에서 홈으로 들어오긴 힘들었을 겁니다!
홈런은 막혔다.
하지만 야구에서는 홈런이 전부가 아니었다.
[잘했다.]
[상대가 홈런을 견제해서 볼넷으로 내보낸다면 다른 방법으로 흔들어버리면 되는 거지.]
[너한테 홈런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녀석들한테 똑똑히 보여줘라.]
‘예.’
수호는 다른 루키들과 달랐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투수들이 견제를 하더라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뿐이었다.
그 사실이 메이저리그에 천천히 각인되고 있었다.
* * *
폭풍 같던 5월이 끝났다.
수호는 4월에 이어 5월에도 대단한 활약을 이어나가며 메이저리그 전체를 뒤흔들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내셔널리그 5월의 신인과 선수에 한수호 선수를 선정했습니다.]
[한수호 선수는 역대 최초로 2개월 연속 이달의 선수와 신인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아메리칸리그는 5월의 선수에 애런 저지가 선정되면서 한수호 선수와의 경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예고했습니다.]
수호는 5월의 선수와 신인에 동시에 뽑히며 2개월 연속 수상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런 대업에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미국 내 한수호 선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데뷔 시즌 유니폼 판매 순위 1위에 오른 한수호!]
[웃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그의 유니폼! 한수호 선수의 가치를 말해주다!]
예상치 못한 수호의 인기에 유니폼 제작이 늦어지고 있었다.
만드는 족족 팔리니 품귀현상이 길어졌고 자연스레 유니폼의 가치가 하늘을 찔렀다.
유니폼이 반드시 선수의 인기를 나타낸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척도로는 작용할 수 있었기에 그의 인기가 심상치 않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거기에 본격적으로 그를 향한 광고계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브랜드 비고르, 한수호에게 러브콜?]
슈퍼스타라면 당연하게 거쳐 가야 하는 모델 중 하나인 스포츠 브랜드.
그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큰 비고르에서 그에게 공식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비고르의 CEO 앨런은 인터뷰에서 “수호 한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다. 최고의 브랜드인 우리 비고르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다”라고 밝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브랜드라는 명성답게 비고르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모델로 써왔다.
그런 그들이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주가를 높이고 있는 수호를 레이더망에 올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수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
최저연봉을 받고 있는 수호가 돈방석에 앉는 건 시간문제로 보였다.
이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역시 그의 성적이었다.
수호의 성적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건 역시 홈런이다.
-4월 5월 두 달 동안 합쳐서 홈런 28개 때린 거 실화냐?
-일단 이번 시즌 40홈런은 예약 아니냐?
-아직 모름. 양키스와의 4차전 이후 홈런 속도가 너무 떨어짐.
└그건 투수들이 너무 견제해서 그런 거 아님?
-투수들 견제가 심해진 게 팩트긴 하지.
수호에 대한 투수들의 견제는 나날이 심해지고 있었다.
대놓고 고의사구가 나오는 일도 많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투수들에 비난도 이어졌다.
하지만 그들을 옹호하는 의견도 많았고 또한 투수들이 잘못한 일은 아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홈런도 대단하지만, 아직까지 4할 타율 유지하는 게 개쩌는 듯.
-벌써 6월인데. 한수호 4할 유지하는 거 실화냐?
-그냥 4할도 아니고 4할 2푼 4리임.
-이러다가 테드 윌리엄스 4할 기록 깨지는 거 아니냐?
└아직 시즌 많이 남았다.
└└설레발 개쩌네.
-4할은 시즌 도중 한 번이라도 자빠지면 나가리다.
-아직 진정한 지옥이라 불리는 여름도 안 왔음.
-4할은 진짜 오바인 듯.
수호의 세부 스탯은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애런 저지가 5월에 30홈런을 넘어서면서 아메리칸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면 수호는 4할 이상의 타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60경기 구간에서 4할 이상을 유지한 타자는 제법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알버트 푸홀스, 매니 라미레즈가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그러나 개막 이후 60경기 동안 4할을 유지한 건 2008년 치퍼 존스가 유일했다.
-타율도 타율이지만, 도루도 쩔더라.
-이제 1개만 추가하면 20도루 성공임.
-역대 최연소 20-20 가나요?
└이미 확정일 듯 ㅋ
-20-20이 문제가 아니라 30-30 기대해도 되는 거 아니냐?
└40-40도 쌉가능.
-가장 걱정되는 건 시즌 초반부터 너무 달리는 게 아닌가 하는 거임.
└ㅇㅈ
-체력적인 문제가 가장 걱정된다.
5월까지 환상적인 시즌을 보낸 수호였다.
하지만 데뷔시즌부터 너무 열심히 달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쏟아지고 있었다.
이런 우려는 그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루키시즌을 보내는 그가 오래 뛰어주었으면 하는 팬의 마음 말이다.
모든 포커싱이 수호에게 집중되고 있을 때.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또 하나의 소식을 전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오늘부터 올스타전 팬투표 시작!]
올스타전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었다.
* * *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전반기를 끝냄과 동시에 팬들이 뽑은 최고의 선수들로 경기를 치르는 이벤트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빅이벤트 중 하나로 여기에 뽑히는 것만으로도 슈퍼스타라는 걸 증명하는 것과 같았다.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에 충격을 전하고 있는 수호였기에 올스타전에 나가는 건 기정사실과 같았다.
사람들의 관심은 과연 그가 어느 정도의 투표율을 기록하고 올스타전에 뽑힐 것인지에 집중되어 있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한수호 선수를 포수로 후보 등록!]
이번 시즌 수호는 37경기를 포수로 출전했다.
5월에는 횟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4월에는 리얼무토의 부재로 그가 안방마님의 역할을 맡았다.
덕분에 올스타전 후보에도 포수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리얼무토는 올스타전에서 이름이 빠진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사실상 이제 필리스 포수는 수호 아니냐?
-수호 날아다니는 동안 리얼무토 한 게 뭐가 있음?
-타자로서는 이미 한수호에게는 비교가 불가능하고 포수로서도 스탯 밀리지 않나?
-요즘 좀 불안하긴 하지.
수호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반대로 리얼무토의 위상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반응은 팬들에게서만 나오는 게 아니었다.
“감독님,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겠습니까?”
“음, 들어오게.”
팀의 에이스인 페인터가 매디슨 감독을 찾았다.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아서인지 페인터의 표정은 썩 밝지 못했다.
그런 그의 면담 요청에 매디슨은 약간의 긴장을 가지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래, 무슨 일인가?”
“내일 경기에서 호흡을 맞출 포수를 수호로 변경할 수 있겠습니까?”
“리얼무토가 아닌 수호를 원한다는 건가?”
“예.”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호가 아닌 리얼무토를 요구했던 페인터의 요청에 매디슨의 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