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74화
올 시즌 역대급 페이스를 선보이고 있는 애런 저지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덴 오래 걸리지 않았다.
후웅-!!
페인터가 던진 2구에 저지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홈플레이트 위를 지난 배트는 히팅 포인트에 도달한 페인터의 패스트볼을 그대로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중견수 뒤로! 뒤로!! 뒤로!!! 넘어갔습니다!! 투런포를 작렬시키는 애런 저지! 시즌 22호 홈런을 작렬합니다!!
-한수호 선수가 20홈런으로 따라잡자 곧바로 도망가 버리네요.
저지의 스윙을 본 수호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저 스윙은 뭐야?’
[파워 쩌네.]
[스윙 메커니즘 하나는 완벽하네.]
[이야~ 저걸 혼자 해냈어?]
[대단하긴 하네.]
[확실히 21세기 베이브 루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네.]
레전드들조차 인정할 정도로 애런 저지의 스윙은 완벽했다.
2m가 넘는 거구를 가졌음에도 유연하고 스피드가 대단히 빨랐다.
그리고 스윙에 힘을 실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왜 애런 저지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인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자신의 앞을 지나 2루로 달려가는 애런 저지를 보며 수호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이기고 싶다.’
그건 승부욕이었다.
저 대단한 선수를 이기고 싶다는 승부욕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네가 우리의 선택을 받은 이유지.]
[이기고 싶다가 아니라 이겨야 한다.]
[널 가르친 게 우리라는 걸 잊지 마셈.]
레전드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수호의 전의가 불타올랐다.
* * *
스코어 4 대 3.
양키스는 1회의 실점을 따라잡으며 다시 경기를 박빙으로 만들었다.
1회부터 뜨겁게 불타오르는 두 팀의 대결은 2회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딱!!
-타구 떴습니다! 중견수가 안전하게 잡아내며 필리스는 삼자범퇴로 2회 초를 마감합니다!
-1회의 뜨거웠던 타격감을 이어가지 못하는 게 아쉽네요.
타선의 도움 덕분일까?
고메즈는 2회 다시 안정을 찾아내면서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감했다.
이제 위험해지는 건 2회 말에 마운드에 오른 페인터였다.
-1회 3실점을 한 페인터가 2회에도 마운드에 오릅니다.
-불안한 스타트를 보였지만, 팀의 에이스답게 여기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한 상황에서 페인터가 추가 실점을 한다면 경기의 추가 기울 수 있었다.
페인터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문제는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부담을 느꼈는지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는 거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볼넷입니다! 제구가 흔들리면서 선두타자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는 앤드류 페인터!
-아무래도 부담을 느끼는 거 같네요.
페인터의 볼넷은 리얼무토를 마운드에 오르게 만들었다.
“앤드류, 침착하게 던져. 아직 경기 초반이야.”
“응. 그래야지.”
“네 공은 결코 쉽게 때릴 수 없어. 정면 승부를 피하지 마.”
“알겠어.”
리얼무토의 독려를 받은 페인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수호는 문득 자신이 저렇게 이야기했을 때 페인터가 받아들일지 고민했다.
[쉽지는 않겠지.]
[루키랑 베테랑이 같은 말을 하더라도 무게가 다르지.]
[아직은 리얼무토를 따라가긴 힘들 거다.]
레전드들의 냉정한 평가가 이어졌다.
수호 역시 동의하는 바였다.
자신은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지 이제 한 달 하고 보름이 지났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포수를 해온 리얼무토의 무게감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포수경쟁에서 그냥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애런 저지의 홈런을 보고도 승부욕을 불태운 수호다.
당연히 리얼무토에게도 경쟁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반드시 그를 누르고 필리스의 주전 포수가 될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회가 왔을 때 그걸 잘 살려야 함.]
[일단 지금은 1루 수비에 집중해라.]
루 게릭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수호가 1루 베이스를 밟고 미트를 내밀었다.
주자는 8번 타자 바비 헬릭슨으로 수비는 좋았지만, 타격은 그렇게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주루플레이가 뛰어난 편이라 그 부분을 주의해야 했다.
‘이 주자가 2루까지 나간다면 득점까지 가능해.’
아직은 페인터가 프레셔를 느낄 상황은 아니었다.
점수가 앞서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만약 실점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거기에 상위타순으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지.]
[한 명만 더 나가면 오늘 컨디션 좋은 저지까지 이어질 수 있다.]
타석에는 9번 타자가 들어섰다.
만약 그가 출루에 성공한다면 더블플레이가 나오더라도 저지까지 이어진다.
오늘 경기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상황.
수호 역시 집중력을 높였다.
퍽!
“세이프.”
-앤드류 페인터가 초구를 던지기 전에 1루를 견제합니다.
-주자의 주루플레이가 뛰어난 편이니 주의를 기울이는 듯합니다.
주자에 대한 견제가 이루어졌지만, 그의 발을 완벽하게 잡아두는 건 불가능했다.
리얼무토 역시 페인터에게 더 이상 견제가 아닌 타자와의 승부를 주문했다.
-사인을 교환한 페인터가 1구를 던집니다!
세트포지션에서 슬라이드 스텝을 밟았다.
그 순간 수호가 베이스를 떠나 수비 포지션에 들어갔다.
“흡!”
쐐애애액-!!
기합 소리와 함께 페인터의 손을 떠난 공이 좌타자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후웅!!
타자는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려 그대로 공을 타격했다.
딱!!
-때렸습니다!
배트에 맞은 공이 1루 라인 안쪽으로 떨어지며 원바운드되어 밖으로 흘러나갔다.
그 순간 수호가 베이스 밖으로 몸을 날리며 날아가는 타구를 낚아챘다.
퍽!!
-한수호 선수가 공을 낚아챕니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며 그대로 2루에 송구!!
쐐애애애액-!!
퍽!
“아웃!!”
-선행주자 아웃!! 공은 다시 1루로!!
어느새 베이스로 이동한 수호가 날아오는 공을 미트로 잡아냈다.
퍽!
“아웃!!”
-아웃입니다!! 더블플레이를 완성시키는 한수호 선수!! 엄청난 슈퍼플레이를 보여줍니다!
-와…… 이건 정말 대단하네요. 한수호 선수가 수비를 위해 베이스를 떠나면서 거리가 제법 됐거든요? 그런데 감각적으로 몸을 날려 타구를 그대로 낚아챘습니다.
-더 놀라운 건 후속 동작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자세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로 던졌음에도 정확하게 2루수의 글러브에 들어가면서 선행주자를 아웃시킬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곧장 1루 베이스로 들어가면서 더블플레이까지 완성시키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투수가 베이스 커버에 들어오기에는 늦은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한수호 선수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더블플레이는 완성되지 않았을 겁니다.
이번 더블플레이는 수호가 있었기에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만약 그가 조금이라도 주춤하는 움직임을 보였다면 더블플레이는커녕 타구가 빠지면서 1루 주자가 득점까지도 가능했던 코스였다.
“엄청난 수비였어.”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페인터는 직접 1루까지 다가와 수호에게 말했다.
“뭐, 이 정도는 별거 아니지. 그러니 수비는 걱정하지 말고 네 공만 던져.”
“하하! 그래. 그렇게 할게.”
평소였다면 루키인 수호의 이런 말에 화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아웃 카운트를 두 개나 올려준 직후였기에 수호의 이런 말에 페인터는 웃어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 주자가 모든 사라진 상황에서 페인터는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첫 타석에서 안타를 때려냈던 에릭 모건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앤드류 페인터!
-한수호 선수가 만들어낸 더블플레이 이후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준 페인터가 마운드를 내려옵니다!
-스코어는 여전히 4 대 3! 필리스가 앞선 상황에서 경기는 3회 초 한수호 선수가 선두타자로 나섭니다!
슈퍼플레이를 보여준 수호였기에 3회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야구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가 타석에서도 좋은 타격을 한다는 말이다.
이는 사실 근거가 있는 말이었다.
수비에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만큼 그날의 컨디션이 좋아야 한다.
컨디션이 좋다는 건 수비만이 아니라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렇기에 수비에서 슈퍼플레이가 나오면 타격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그리고 수호는 이미 첫 타석에서 투런포를 작렬시킨 상황.
이제 막 경기가 시작되었기에 어떤 성적을 올릴지 사람들은 기대했다.
-첫 타석에서 투런포를 작렬시켰던 한수호 선수! 과연 두 번째 타석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니 두 번째 타석에서도 기대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마운드에는 여전히 고메즈 선수가 올라온 상황! 양키스는 아직 투수를 바꿀 마음이 없는 듯합니다!
-비록 1회 4실점을 하긴 했으나, 2회에는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감했으니 그를 더 믿어볼 생각인 듯합니다.
이번 시즌 타자들이 대거 폭발하고 있었다.
말인즉슨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이 작년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는 소리였다.
그렇기에 고메즈가 기록한 4실점은 평범한 것과 같았다.
물론 1점이라도 더 실점한다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상황.
그렇기에 고메즈는 집중력을 끌어올려 수호를 상대했다.
‘바깥쪽 위주로 승부하자.’
‘오케이.’
양키스 배터리는 수호를 상대로 조심스러운 승부를 이어나갔다.
퍽!
“볼.”
-초구 볼입니다.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였지만, 한수호 선수의 배트는 나오지 않네요.
-본래 한수호 선수는 뛰어난 선구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 시즌 벌써 볼넷이 22개인 것이 그 증거죠. 오늘 컨디션까지 좋으니 그의 배트를 유인해 내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해설위원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퍽!
“볼, 투!”
-2구 연속 볼이 됩니다. 바깥쪽으로 집요하게 유인구를 던지지만, 한수호 선수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퍽!
“볼, 쓰리!”
-3구 연속 볼! 더 이상 고메즈 선수는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한수호 선수를 볼넷으로 내보내는 것도 부담이 될 텐데요.
-맞습니다. 올 시즌 한수호 선수는 도루가 벌써 12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구의 몸을 가지고 있지만, 결코 발이 느린 선수가 아니에요.
수호는 5툴 플레이어로 알려져 있었다.
최근에는 홈런이 집중 조명되어 장타력을 갖춘 거포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그는 발까지 빠른 선수였다.
무사에 그가 1루에 나간다면 투수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스트레이트 볼넷은 안 돼. 여기에서 승부를 건다.’
‘오케이.’
양키스 배터리 역시 그를 그냥 내보낼 생각은 없었다.
지금까지 바깥쪽으로 유인구만 던졌으니 이번에는 그걸 미끼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사인을 교환한 고메즈 선수가 와인드업! 4구 던집니다!
“흡!!”
쐐애애액-!
고메즈의 손을 떠난 공이 앞선 공들과 마찬가지로 존의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흘러나갔다.
이번에도 유인구라고 생각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수호는 다르게 생각했다.
‘스트레이트 볼넷은 오지 않는다.’
확신을 가지고 수호가 발을 내디뎠다.
오픈 스탠스가 아닌 클로즈드 스탠스를 내디디며 히팅 포인트를 아웃코스로 잡았다.
그리고 헛스윙을 개의치 않고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부앙-!!
바람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돌아간 배트가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가는 순간.
딱!!
공이 더 이상 꺾이지 않고 배트의궤적에 들어와 그대로 스윗 스팟에 적중했다.
-때렸습니다!! 우측 담장을 향해 날아가는 타구!!
우타자인 수호가 때린 타구가 그대로 우익수 애런 저지의 머리 위를 지나 펜스를 넘어 관중석에 떨어졌다.
-연타석 홈런!! 한수호 선수가 시즌 21호 홈런을 달성하면서 연타석 홈런을 만들어냅니다!!
-애런 저지와의 격차를 다시 1개로 좁힙니다!!
수호가 저지를 턱밑까지 쫓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