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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71화 (70/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71화

    스코어 8 대 2.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카디널스를 완벽하게 누르고 1차전 승리를 가져갔다.

    오늘 경기에서 사람들은 하퍼-J.T-수호로 이어지는 타선의 파괴력을 확실히 볼 수 있었다.

    [브라이스 하퍼는 4타수 2안타 1홈런 3타점, J.T리얼무토는 4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 그리고 한수호 선수는 4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을 기록하며 팀 득점의 대부분을 책임졌습니다.]

    [이미 넷상에선 이 세 사람을 합쳐 B.J.H라인이라 부르며 메이저리그 최고의 중심 타선이라 일컫고 있더군요.]

    [확실히 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막강한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 거 같습니다.]

    [이들의 백투백투백 홈런은 정말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세 사람의 시너지는 메이저리그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낸 수호는 경기가 끝나고 이성훈과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이두성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반갑습니다. 이두성입니다. 오늘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한국 야구의 레전드 선배님을 직접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세요.”

    “하하! 그럴까? 자, 그럼 앉아서 이야기할까?”

    이두성의 말에 세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

    “오늘 경기 정말 잘 봤네. 백투백투백이라니. 진귀한 장면을 보여줘서 고마워.”

    “운이 좋았습니다.”

    “겸손이라는 건 자네도 알고 있지? 자네가 친 홈런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 나올 정도의 성질이 아니야. 메커니즘이 완벽하게 잡혀 있어. 거기에 파워와 스피드까지. 정말 인상 깊더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 이번 WBC에 관심이 있나?”

    “국대 말씀이십니까?”

    “그래. 자네가 허락한다면 내가 한국에 돌아가서 기술위원회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겠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야구대회라고 할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본격적으로 관여하는 대회로 메이저리그 메인 로스터에 오른 선수들 역시 참가가 가능한 유일한 대회였다.

    그 외에 올림픽과 같은 대회에는 차출에 무척이나 보수적이었다.

    한마디로 WBC는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야구대회라 할 수 있었다.

    “아빠, 하지만 이미 WBC는 어느 정도 확정되지 않았어?”

    “물론 그렇지. 하지만 국대라는 건 최고의 선수를 뽑는 데 의의가 있다. 우리 한수호 선수를 뽑지 않으면 도대체 누굴 뽑아야 한다는 거냐?”

    “음…… 그건 그렇지.”

    이성훈 역시 수호의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실제 메이저리그를 폭격하고 있다는 말이 잘 어울릴 정도로 수호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KBO를 합치더라도 수호만큼 파괴력을 지닌 선수는 찾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가 합류한다면 국대의 레벨이 전체적으로 올라갈 게 분명했다.

    “협회는 내가 한국에 들어가서 설득하겠네. 물론 자네가 국대에 합류할 생각이 있다면 말이야.”

    이두성의 말에 수호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이번 WBC에서 병역 혜택은 존재합니까?”

    “병역?”

    “예. 저는 아직 군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뛰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죠.”

    [아~ 맞다. 너희 병역이 필수지?]

    [쯧, 내가 그때 중국 애들을 쓸어버렸어야 하는데.]

    [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있을 때 제대로 쓸어버렸으면 얘가 병역을 가지 않아도 됐잖아.]

    레전드 플레이어들 중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인물들이 제법 됐다.

    대표적으로 테드 윌리엄스와 요기 베라, 조 디마지오 등이 있었다.

    특히 테드 윌리엄스는 2차 대전까지 참전했을 정도로 뛰어난 군인이었다.

    “음, 병역 중요하지. 자네 정도의 실력이라면 병역에 가는 2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활약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아직 병역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없네.”

    과거 WBC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면 병역 혜택을 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너무 병역 혜택이 남발된다는 의견에 의해 2007년 제외됐다.

    이후 논의가 이루어진 적이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WBC는 병역 혜택에 포함될 가능성은 없단 소리와 같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수호라는 선수를 포기하긴 아쉬웠다.

    “이번 대회에 합류한다면 내가 책임지고 내년에 있을 올림픽에도 자네를 발탁하도록 하겠네.”

    이두성은 한국 야구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이었다.

    하지만 선수를 대표팀에 넣는 건 다른 문제였다.

    그가 무리수에 가까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수호의 실력을 정확히 봤기 때문이다.

    ‘한수호는 이미 스타 플레이어다. 그가 대표팀에 합류해서 WBC에 합류한다면 한국 야구에도 엄청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거야.’

    침체기에 빠진 한국 야구에 다시 불을 피우기 위해서는 스타 플레이어가 절실했다.

    단순히 팀 하나를 책임지는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다.

    과거 한국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코리안특급과 같은 스타가 필요했다.

    그리고 수호는 그걸 해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수호는 신중하게 접근했다.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즉답을 피했다.

    이런 중요한 일에 즉답만큼 멍청한 일은 없었다.

    최대한 생각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한다.

    수호의 대답을 들은 이두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첫 만남부터 내가 너무 무거운 이야기를 꺼냈군. 잘 생각해 보고 연락 주게. 자, 이제 일 이야기는 그만하고 식사라도 할까?”

    “좋죠!”

    “예.”

    * * *

    이두성, 이성훈과 식사를 끝내고 호텔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한국 음식을 가득 먹어서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고민이 되는 일이 남았다.

    ‘국가대표라…….’

    [하면 되는 거 아님?]

    [굳이 부담감 가질 이유는 없을 거 같은데.]

    ‘사실 수락해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리스크가 커요.’

    [리스크?]

    ‘시즌이 끝나고 열리기 때문에 충분히 휴식을 할 수 없다는 점이 첫 번째예요.’

    2023년에 열렸던 WBC는 시즌이 열리기 전인 3월에 개최됐다.

    하지만 당시 부상을 입어서 메이저리그 페넌트레이스에 합류하지 못하는 선수가 발생했다.

    구단 입장에선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당연히 사무국에 항의했고 올해 열리는 WBC는 월드시리즈가 끝나고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장단이 있지만, 수호가 걱정하는 건 부상의 위험이었다.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훈련한 상태로 참가하는 국가대항전이라면 부상의 위험이 떨어지겠죠. 하지만 이번에는 시즌이 끝난 직후에 나가야 하니 위험이 높습니다.’

    [그건 그렇지.]

    [확실히 체력이 떨어진 상태로 WBC 같은 빅이벤트에 나가면 힘들겠네.]

    [그런데 그건 경기라면 모두 같은 문제잖아.]

    [ㅇㅇ 딱히 WBC라서 생기는 리스크는 아닌데?]

    ‘다른 리스크는 바로 갑작스레 끼어들게 되는 모양새입니다.’

    수호가 가장 걱정하는 건 절차를 무시한 대표팀 합류다.

    이미 대표팀은 1차 명단을 발표한 상태였다.

    자신이 지금 그 명단에 들어간다면 특혜 논란을 비롯해 여러 말이 나올 가능성이 컸다.

    ‘그런 루머에 시달리면서까지 대표팀에 합류해서 얻는 게 적어요.’

    [이야~ 이 사회에 찌든 놈.]

    [맞말이라 데미지 없을 듯.]

    [ㅋㅋㅋ 사회생활만 따지면 얘가 우리보다 더했지.]

    [그건 맞지.]

    [우리야 뭐 은퇴하고 그냥 노후 보냈으니까.]

    [난 일했거든!]

    [그건 네가 워커홀릭이라 그런 거고.]

    [어쨌든 중요한 건 네가 얻을 게 있어야 한다는 소리네.]

    ‘기브 앤 테이크. 그게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니까요.’

    수호는 퇴직할 때까지 회사를 다녔다.

    즉, 사회를 경험할 만큼 했다는 거다.

    그런 그가 아무런 이유 없이 대표팀에 합류할 가능성은 없었다.

    자신이 얻어야 할 게 있어야 한다.

    그게 병역 혜택이든 아니면 그와 비슷한 거라도 말이다.

    * * *

    카디널스와의 2차전.

    1차전과 달리 두 팀은 박빙의 대결을 이어나갔다.

    -6회까지 스코어 2 대 2로 동점을 이루고 있는 카디널스와 필리스. 전날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날의 결과에 카디널스 선수들의 집중력이 높아진 거 같습니다.

    -반면 어제 타격이 폭발했던 필리스의 B.J.H라인의 결집력이 떨어지면서 아직 2점밖에 내지 못하고 있고요.

    사람들이 B.J.H에 기대하는 건 화끈한 타격이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세 사람은 카디널스에게 집중적으로 견제를 당하고 있었다.

    승부를 어렵게 가져가니 좀처럼 큰 타격이 나오지 못했다.

    그들에게 기회가 찾아온 건 7회 초였다.

    딱!!

    -브라이스 하퍼가 3구를 강타!!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선두타자가 출루합니다!

    하퍼의 출루, 연이어 타석에는 리얼무토가 들어섰다.

    리얼무토 역시 베테랑답게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볼넷으로 출루에 성공하는 리얼무토! 무사에 주자는 1, 2루를 채웁니다!

    -리얼무토가 무리하지 않고 기회를 살리면서 한수호 선수에게 공격의 기회를 넘겨주었습니다!

    -타석에는 B.J.H라인의 막내이자 팀 내 최다 홈런인 15개를 때려내고 있는 한수호 선수가 들어섭니다!

    4월, 폭발적인 홈런을 기록했던 수호다.

    하지만 5월 들어서 그의 홈런은 잠잠했다.

    이는 그의 타격감이 갑자기 죽어서가 아니었다.

    정확히는 상대 팀에서 수호를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해서 그의 홈런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B.J.H라인이 발동되면서 그의 홈런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전날 백투백투백 홈런의 마지막을 장식하면서 시즌 15호 홈런을 기록한 한수호 선수, 다시 내셔널리그 홈런 단독 선두에 올라섰습니다.

    -이번 시즌 아쿠냐 주니어와 한수호 선수의 홈런 대결은 시즌 끝까지 이어질 거 같습니다.

    아쿠냐 주니어 역시 어느덧 14번째 홈런을 때려내며 수호를 바짝 따라붙었다.

    그런 두 사람의 승부가 어떻게 끝날지 이목이 집중됐다.

    그리고 수호는 다시 달아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퍽!

    “볼.”

    -2구 연속 변화구를 던지면서 한수호 선수를 극도로 경계하는 카디널스 배터리입니다.

    -동점 상황에서 경기 후반에 쓰리런을 허용하면 승부가 어려워질 테니까요.

    -여기에서 고의사구를 택할 수도 있을까요?

    -분명 한 가지 경우의 수이기는 하나, 가능성은 낮습니다.

    수호의 홈런이 많다고는 하나 그와 승부하는 선수들 역시 메이저리그다.

    그들의 자존심을 생각했을 때 시즌 초반에 굳이 승부를 피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은 낮았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수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딱!!

    “파울!!”

    -3구 파울입니다! 이번 공은 바깥쪽 낮은 코스를 날카롭게 찔렀네요.

    -아주 좋은 공이었습니다. 백도어성으로 들어오면서 한수호 선수의 스윙 타이밍을 늦게 만드는 공이었어요.

    백도어 슬라이더가 날카롭게 들어왔다.

    수호에게는 가장 까다로운 공 중의 하나였다.

    ‘저런 형태로 들어오는 공이 가장 까다롭단 말이지.’

    [ㅋㅋ 슬라이더가 괜히 100년 동안 사랑받는 게 아니지.]

    [특히 좌완이 던지는 백도어 슬라이더는 볼처럼 보이기 때문에 타이밍이 늦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시점에서 네가 노려야 할 건 브레이킹볼보다는 패스트볼이야.]

    레전드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수호가 기록한 15개의 홈런들 중 11개가 패스트볼을 노리고 때려낸 홈런이었다.

    변화구에 약한 건 아니었지만, 제대로 힘을 실어서 노려 때릴 수 있는 건 패스트볼이란 소리였다.

    [상대가 어떤 공을 던졌는지 생각해 봐. 그리고 네가 포수라면 다음 공을 어떤 걸로 리드할 것인지 비교해 봐라.]

    [네 장점을 최대한 살려.]

    레전드들의 조언에 수호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3구 모두 변화구로 타자의 눈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여기에서 포수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베스트는…….’

    투수가 슬라이드 스텝을 밟았다.

    -4구 던졌습니다!!

    쐐애애액-!!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아웃코스에서 인코스로 빠르게 가로지르며 날아들었다.

    무릎보다 살짝 높은 위치로 들어오는 아주 좋은 코스였다.

    일반적인 스윙이라면 때릴 수 없는 공.

    하지만 수호의 첫 스텝이 오픈 스탠스를 취하면서 히팅 포인트를 열었다.

    그걸 확인한 포수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후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포수의 눈앞으로 검은 물체가 지나갔다.

    그 물체는 홈플레이트 위를 통과하려는 공을 그대로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경쾌한 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등 뒤까지 스윙을 이어간 수호가 배트를 놓았다.

    -한수호 선수는 배트를 던졌고!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어갑니다!! 시즌 16번째 홈런! 그리고 두 경기 연속 홈런을 작렬하는 한수호 선수!!

    -패스트볼을 노린 한수호 선수가 엄청난 홈런을 만들어냅니다!

    -스코어는 단숨에 5 대 2로 벌어집니다!

    홈을 밟은 수호가 리얼무토 하퍼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홈런을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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