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67화
시즌 13호 홈런.
수호가 남긴 이 성적은 메이저리그에 충격을 주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4월 루키 최다 홈런을 기록한 한수호!]
[만 19세의 나이에 13개의 홈런을 때려낸 한수호!]
[메이저리그 역대 최연소 3연타석 홈런으로 13호 홈런을 장식한 한수호!]
[한국의 거포 메이저리그에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알리다!]
모든 언론이 수호의 기사를 실었다.
제목만 봐서는 한국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모든 제목이 미국의 언론에서 수호를 다룬 것이다.
그만큼 수호가 남긴 기록들은 충격적이었다.
[시즌이 시작되고 한 달이 지났습니다. 4월 가장 뜨거운 선수를 먼저 살펴보죠.]
ESPN.
전국구 방송국인 이곳에서는 메이저리그 위클리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1주일에 한 번, 메이저리그의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워낙 많은 경기가 열리는 메이저리그이기에 모든 경기를 챙겨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메이저리그의 동향을 체크하는 게 일상이었다.
즉, 가장 많은 메이저리그 팬들의 시선이 집중된 프로그램이란 소리였다.
[처음으로 만나볼 선수는 바로 이 선수입니다.]
그런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소개된 건 슈퍼루키 한수호였다.
[19세의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한국의 거포! 한수호입니다.]
[정말 이 선수의 4월은 어메이징 에이프릴이었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어메이징이란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활약이었죠. 그가 달성한 기록에는 최연소 내추럴 사이클, 최연소 퍼펙트게임 합작 포수 그리고 최연소 나이로 메이저리그 4월 루키 최다 홈런을 갱신한 겁니다.]
[다시 들어도 정말 믿기지 않는 기록이네요.]
[무엇보다 4월 마지막 경기인 다저스와의 4차전에선 3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는 괴력을 보여주었습니다.]
[3연타석 홈런이라니. 정말 엄청납니다!]
[더 자세한 설명을 드리기 전에 그의 하이라이트를 같이 보시죠.]
화면이 수호가 타석에 서 있는 장면으로 바뀌었다.
* * *
미국에서 활약한 수호는 당연히 한국에서도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어디서건 수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특히 목포에서는 엄청난 스타가 되어 있었다.
“여기야?”
“여기가 분명 한수호 선수 고모님이 하시는 식당이라니까.”
“오! 저기에 사진 있네!”
“어서 오세요! 조금 기다리셔야 하는데.”
“응? 자리가…… 없네.”
고모 내외가 하는 식당은 손님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가게를 닫아야 하나 걱정할 정도로 손님이 없던 건 과거의 일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관심은 고모의 식당에서 끝나지 않았다.
“수빈아! 너희 오빠가 진짜 한수호 선수야?”
“응! 우리 오빠가 한수호야!”
“정말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그 한수호?!”
“응. 맞아!”
“우와!!”
“진짜?! 한수호 선수가 네 오빠야?!”
“에이~ 거짓말하지 마!”
“정말이야!”
“증거라도 있어?”
“당연히 있지! 우리 오빠랑 찍은 사진 보여줄게!”
수빈이 스마트폰을 꺼내 수호와 찍은 사진을 보여주자 반 친구들의 반응이 더 뜨거워졌다.
“우와~! 진짜 한수호 선수다!!”
“나 며칠 전에 TV에서 봤어!”
“유튜브에도 나오던데?”
“난 틱톡에서 봤어!”
“오빠 사인 좀 받아줄 수 있어?”
“나도!”
“나도! 나도!!”
그동안 반에서 약간은 겉돌던 수빈이다.
부모님의 사고로 인해 성격이 내성적으로 변한 것이다.
하지만 수호의 활약으로 관심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 * *
환상적인 4월을 보낸 수호는 5월 첫 경기에서 포수로 경기에 나섰다.
-5월의 첫 경기! 한수호 선수가 오랜만에 포수로 선발 출전합니다. 그와 호흡을 맞출 투수는 24번째 퍼펙트게임을 합작한 잭 휠러입니다!
-베테랑 잭 휠러와 또 한 번 호흡을 맞추게 될 한수호 선수! 오늘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스프링캠프부터 합치면 두 달.
짧은 시간이지만, 수호와 잭은 마치 십 년 이상 함께 호흡을 맞춘 단짝과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인코스, 슬라이더.’
‘오케이.’
수호가 사인을 내면 잭은 바로 투구 자세에 들어갔다.
빠른 템포로 투구할 수 있다는 건 투수에게 큰 강점이었다.
[확실히 잭이 너의 리드에 고개를 흔드는 횟수가 적네.]
[둘의 생각이 비슷하다는 거지.]
[그리고 잭이 널 믿고 있다는 증거기도 하고.]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잭은 수호의 실력을 가장 먼저 인정한 필리스 선수다.
스프링캠프부터 수호의 포구를 인상 깊게 보더니 같이 호흡을 맞추었다.
그 인연은 페넌트레이스까지 이어졌고 퍼펙트게임이란 결과를 낳았다.
수호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잭이었다.
이제 두 사람은 한 번의 미스도 없이 사인을 주고받으며 투구를 이어나갔다.
뻑!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바깥쪽 높은 코스를 정확히 찌르는 잭 휠러의 패스트볼! 4회까지 단 1실점으로 막아내며 이닝을 마감합니다!
-잭과 한수호. 이 두 콤비가 호흡을 맞추면 정말 경기 시간이 빨라지네요.
인상적인 투구를 이어나가는 두 사람의 호흡을 유심히 보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필리스의 5선발인 브라이언 릴이었다.
‘잭은 수호의 사인에 거의 고개를 젓지 않네.’
자신은 저럴 수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수호가 루키라는 점이었다.
경험이 부족한 그의 사인은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신뢰가 떨어지니 자꾸 사인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잭은 그러지 않았다.
사인을 내면 바로 공을 던졌다.
대부분 결과가 좋게 나왔지만, 때로는 결과가 나쁠 때도 있었다.
‘안타를 맞거나 실점하더라도 수호의 리드를 따르고 있다. 그만큼 그를 믿고 있다는 소리겠지?’
퍼펙트게임 이전에도 잭은 수호의 리드에 고개를 젓는 일이 거의 없었다.
궁금했다.
도대체 무엇이 수호를 믿게 했는지.
‘나도 할 수 있을까?’
궁지에 몰린 브라이언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경으로 타석에 들어서는 수호를 바라봤다.
* * *
[5월 첫 경기에서 한수호 선수가 2루타를 때려내며 4타수 1안타 경기를 펼쳤습니다. 4월 마지막 경기에서 보여주었던 3연타석 홈런에 비하면 임팩트가 떨어지나 여전히 좋은 타격감을 이어나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한수호 선수는 포수로서 선발 출전해 직전 경기에서 퍼펙트게임을 합작했던 잭 휠러 선수의 6이닝 1실점 7탈삼진 경기를 리드했습니다.]
5월 첫 경기를 끝낸 수호에게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MLB.COM은 내셔널리그 4월의 투수에 오타니 쇼헤이, 4월의 신인과 선수에 한수호 선수를 선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달의 신인과 선수에 동시에 선정되면서 4월의 활약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이달의 선수와 신인을 받게 될 줄이야.’
기사를 접하면서도 수호는 이게 사실인가 싶었다.
회귀할 때만 하더라도 메이저리그 데뷔조차 가능할지 의문이었던 수호였다.
그런데 메이저리그 데뷔는 물론 거기에 이달의 선수와 신인까지 받게 될 줄이야.
[ㅋㅋㅋ 우리만 믿으라니까.]
[어떠냐? 우리 쩔지?]
‘예. 정말 대단하십니다.’
[응?]
[너무 쉽게 인정하니까 좀 그런데?]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선배님들이 아니었으면 전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크흠…….]
[오글거리네.]
[야야, 적당히 하고 아직 시즌도 안 끝났어.]
[ㅇㅈ. 네가 우리 기록들 다 깨주려면 최소한 10년은 지금 성적 유지해야 하거든?]
[그때까지 긴장의 끝을 놓지 마라.]
[네가 우리에게 정말 고마우면 기록이나 깨줘.]
‘알겠습니다.’
자신들의 기록을 깨기 위해 여기까지 찾아온 그들이다.
그 목표를 위해서라면 지금과 같은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지만, 수호는 마음을 다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야구장에서 불펜은 투수들을 위한 장소였다.
경기가 시작되면 대부분 불펜투수가 모이는 곳이지만, 그전에는 선발과 불펜투수 모두 모여 연습을 하는 공간이었다.
“잭, 요즘 컨디션 좋던데?”
“내가 생각해도 전성기 수준으로 컨디션이 좋은 거 같아.”
잭은 필리스 마운드에서도 최고참에 속하는 선발투수였다.
그런 그에게 편히 말할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았다.
그중에 한 명이 불펜의 최고참인 페드로 텔레스였다.
메이저리그 커리어 13년 동안 불펜에서만 활약한 그는 통산 세이브가 87개로 한때는 마무리투수로 활약했었다.
하지만 현재는 필리스의 중간계투로 활약하며 말년을 보내는 중이었다.
“나도 비결 좀 알려주지 그래?”
“비결? 별거 없어. 파트너가 믿음직스러우니 잡다한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지.”
“J.T와는 오랜 세월 함께해왔잖아?”
“물론 그도 좋은 포수야. 하지만 나와 호흡이 더 잘 맞는 건 수호였어.”
“그게 퍼펙트게임의 비결이었나?”
“그런 셈이었지. 하지만 그 게임이 있고 난 뒤에 더 그를 믿을 수 있게 되더군.”
“하하! 나도 누군가 나에게 퍼펙트게임을 리드해 주는 포수가 있다면 돈이라도 빌려줄 수 있을 거야.”
농담을 주고받는 두 사람의 대화는 주위에 있는 다른 투수들도 들을 수 있었다.
불펜에서 뛰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선발투수들 역시 연습을 하고 있는 상황.
특히 오늘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는 브라이언은 두 사람의 대화를 유심히 들었다.
* * *
경기가 시작됐다.
5월의 세 번째 경기.
수호는 3경기 연속 포수로 출전하면서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었다.
-마운드에는 필리스의 5선발 브라이언 릴이 올라옵니다.
-4월 5경기에 등판했던 브라이언은 퀄리티 스타트가 1번밖에 없을 정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필리스 입장에서는 5선발이 가장 고민이 될 거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분명 포텐셜이 있는 선수인데 성장이 느려 매디슨 감독의 머리가 아플 거예요.
-과연 오늘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경기 시작합니다!
이번 시즌 들어 브라이언과 자주 호흡을 맞추었던 수호다.
하지만 매번 그의 성적이 좋지 않아서 영 마음이 불편했었다.
‘이왕이면 성적을 좋게 해주고 싶은데.’
[투수의 성적은 포수와는 별개야.]
[아예 별개라고 하긴 뭐하지만, 투수가 포수를 믿지 않으면 답이 없다.]
[ㅇㅇ 특히 브라이언이 그런 경향이 크지.]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브라이언과 호흡을 맞추었던 경기에서 그가 고개를 젓는 횟수가 많았다.
말인즉슨 자신의 리드를 브라이언이 믿지 못한다는 소리였다.
어떤 이유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자신이 믿음을 주지 못했다.
‘오늘은 타자들에 대해 열심히 연구를 했는데. 좀 따라와 주면 좋겠네요.’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4연전을 위해 수호는 그들의 데이터를 철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3선발 잭, 4선발 마르테와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둘 모두 퀄리티 스타트를 보여주면서 로키스와 1 대 1 스코어를 유지했다.
그러한 데이터를 브라이언과의 호흡에서도 활용했다.
‘로키스의 선두타자 조니는 인코스가 아웃코스보다 3푼가량 타율이 떨어진다. 타격 메커니즘에 고질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1차전과 2차전에서도 그러한 약점을 드러냈다.’
당연히 인코스 사인을 보내야 했다.
잠깐 망설인 건 브라이언이 인코스에 자주 고개를 저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루키는 인코스를 던지는 걸 부담스러워하지.]
[브라이언처럼 제구가 불안한 투수라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어.]
[하지만 던져야 한다.]
‘여기는 메이저리그니까요.’
동네 야구가 아니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장소다.
우는소리를 할 거라면.
‘여기가 한계인 거다.’
수호가 사인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