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66화
아쿠냐 주니어 홈런 12개.
한수호 홈런 11개.
4월 한 달간 달려온 두 선수의 격차가 이제 1개로 줄어들었다.
-이제 1개의 홈런을 더 때려내면 한수호 선수는 다시 내셔널리그 최다 홈런 공동 1위에 올라서게 됩니다.
-거기에 메이저리그 4월 루키 최다 홈런을 기록하면서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 기록을 어디까지 갱신시킬 것인지 궁금하네요.
첫 타석에서부터 홈런포를 가동한 수호가 두 번째 타석을 준비했다.
-리얼무토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복귀 이후 타격감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리얼무토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타격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리얼무토의 타순을 조절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매디슨 감독의 의도는 분명 이해합니다만, 한수호 선수를 4번보단 3번으로 활용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는 한국 중계진만의 의견이 아니었다.
미국에서도 전문가와 기자들 사이에서 리얼무토의 타격 성적에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복귀하고 보여준 경기에서 리얼무토는 12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확실히 타격감이 떨어져 있었다.
‘J.T를 3번에 배치한 건 수호에게 타점의 기회를 더 많이 부여해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타격감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으면서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고 있어.’
팔짱을 낀 채 타석으로 들어서는 리얼무토를 바라보는 매디슨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만약 오늘도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타순을 조절해야 한다.’
현대야구에 접어들면서 3번 타자의 중요함은 더욱 부각됐다.
반면 4번 타자는 과거와 같이 중요하다는 느낌이 줄어들었다.
당연히 메이저리그에선 기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3번에 팀에서 가장 뛰어난 타자를 배치했다.
즉, 리얼무토를 3번에서 내리고 수호를 올린다는 건 현시점에서 수호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간접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이었다.
딱!
“파울!!”
-3구 파울이 되면서 볼카운트는 원볼 투스트라이크가 됩니다.
-볼카운트가 불리하게 됐습니다. 리얼무토 선수의 배트가 빠른 공의 스피드를 따라가질 못하고 있어요.
-출전 정지로 인해 떨어진 타격감이 좀처럼 돌아오질 않고 있습니다.
해설진이 여러 이유를 언급하고 있었지만, 리얼무토는 차분하게 타석에서 한 발을 빼고 가볍게 배트를 돌렸다.
그 모습을 대기 타석에서 지켜보고 있던 수호의 눈이 빛났다.
‘저 녀석…….’
[눈치챘음?]
[이번에는 볼만하겠네.]
수호의 눈을 통해 레전드들 역시 리얼무토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수호가 느낀 걸 그들 역시 느꼈다는 소리다.
-투수 4구 던집니다!
“흡!!”
쐐애애액-!!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리얼무토의 몸쪽을 파고들다 변화를 일으켜 바깥쪽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리얼무토는 마치 그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클로즈드 스탠스를 밟으며 히팅 포인트를 이동시켰다.
후웅!!
강제로 히팅 포인트를 이동시킨 리얼무토의 배트가 매서운 속도로 돌아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갔다.
딱!!
-때렸습니다!! 멀리 날아가는 이 타구……! 좌측 담장! 좌측 담장!!을 넘어갑니다!! 복귀 이후 첫 홈런을 기록하는 J.T리얼무토!! 그가 돌아왔습니다!!
유유히 그라운드를 돈 리얼무토에게 필리스 관중들의 함성이 쏟아졌다.
함성을 받으며 홈플레이트에 도착한 리얼무토가 더그아웃으로 걸어왔다.
그런 그에게 수호가 손을 뻗었다.
“나이스 홈런.”
“너도 한 방 날려라.”
리얼무토의 덕담을 들은 수호가 그를 지나치며 말했다.
“당연하죠.”
루키라고는 믿을 수 없는 당돌함에 리얼무토가 피식 웃었다.
‘재밌는 녀석이야.’
메이저리그 경력이 제법 된 자신조차 저런 타입의 선수는 처음이었다.
분명 루키지만, 루키답지 않은 선수.
그게 바로 수호였다.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더그아웃에 돌아와 보호장구를 막 벗으려는 찰나였다.
딱!!
“와아아아아!!”
경쾌한 소리에 이어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쏟아졌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고개를 든 리얼무토의 눈에 배트를 던지는 수호의 모습이 보였다.
“넘어갔다!!”
“와아아아!!”
“백투백이다!!”
자신의 말을 초구에서 지켜낸 수호를 보며 리얼무토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정말 미쳤군.”
물이 올라도 제대로 오른 수호의 타격감이 폭발했다.
* * *
백투백 홈런을 터뜨린 수호는 메이저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시즌 12호 홈런을 터뜨리면서 신인 4월 최다 홈런 기록을 새로 세운 한수호 선수가 아쿠냐 주니어 선수와 내셔널리그 홈런 공동 선두에 올라섰습니다.
-정말 믿기지 않는군요. 백투백 홈런을, 그것도 연타석 홈런으로 기록하다니 말입니다.
-사실상 4월의 선수 기록은 달성했다고 봐야겠습니다.
-예. 이제 그가 받지 못하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 되었죠.
-이제 관건은 한수호 선수가 최다 홈런 공동 선두를 넘어 단독 선두로 올라서느냐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오늘 경기의 흐름상 적어도 2번 많게는 3번까지 타석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지금의 타격감이라면 충분히 홈런을 추가해도 이상할 게 없죠.
-과연 한수호 선수는 어디까지 갈 것인지 궁금합니다.
최다 홈런 자리를 뺏겼을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아쿠냐 주니어가 멀리 도망갈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아쿠냐 주니어는 수호가 단기간에 쫓기 힘든 위치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수호는 단기간에 그걸 다시 쫓았다.
이제는 어깨를 나란히 했고 그를 넘어서 내셔널리그 최고의 위치에 오를 기회를 얻었다.
-한수호 선수가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섭니다!!
그 기회는 6회에 돌아왔다.
베이스에는 복귀 이후 처음으로 멀티히트를 기록한 리얼무토가 2루에 있었다.
-여기에서 다저스 벤치가 움직입니다! 선발투수를 내리고 필승조 중 한 명인 카를로스 콘테를 등판시킵니다!
카를로스 콘테.
좌투수이자 사이드암 투수인 그는 최고 구속 98마일을 던질 정도로 빠른 공을 가지고 있었다.
투구 메커니즘의 혁명으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구속이 비약적으로 올랐다지만, 좌완 파이어볼러에서도 독보적인 구속이었다.
-콘테를 올렸다는 건 한수호 선수와 승부를 보겠다는 거겠죠?
-그렇습니다. 스코어가 조금 차이가 나긴 하지만, 따라잡지 못할 점수는 또 아니니까요.
현재 스코어는 8 대 5.
남은 이닝에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점수였다.
다저스가 콘테를 올려 수호를 제압하려는 이유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 수호의 타격감은 그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포수로 나가지 않으니 체력이 평소보다 남는다.’
[ㅋㅋㅋ 그게 행운으로 돌아왔지.]
[ㅇㅈ 포수로 나섰으면 지금과 같은 집중력을 유지하긴 힘들지.]
체력 소모가 심한 포수 대신 1루로 경기에 출전한 게 오히려 수호에게 득이 되었다.
수비 부담이 적은 1루다 보니 타격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공격의 템포가 빠른 것도 타격감을 유지할 수 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2023시즌 이후에 메이저리그에 홈런이 늘어난 이유도 투구 템포가 빨라져서지.]
[피치클락이랑 견제횟수 제한 등. 다양한 시도를 한 게 정답이었지.]
[게다가 타격 메커니즘의 발전 역시 한몫했음.]
‘선배님들은 의외로 트렌디하시네요.’
[당연하지!]
[너도 저승 오면 알겠지만, 할 게 없거든.]
[매일 저승도서관 가거나 저승이북으로 이승의 논문 확인한다.]
레전드들은 괜히 레전드가 아니었다.
야구로 정점을 찍었던 선수들이 죽어서까지 논문을 보다니.
[게임에 집중해라.]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마지막까지 가야지.]
‘예.’
그들의 말대로였다.
여기까지 온 이상 기회를 그냥 넘길 생각은 없었다.
“후우…….”
심호흡을 뱉은 수호가 정신을 집중시켰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집중력 상태로 콘테의 동작을 지켜봤다.
사인을 주고받은 콘테가 슬라이드 스텝을 밟으며 1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홈플레이트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며 수호의 몸쪽을 찔렀다.
수호는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그 순간 공이 밑으로 뚝 떨어지면서 수호의 배트를 피해 포수의 미트에 들어갔다.
퍽!!
“스윙, 스트라이크!”
-초구 헛스윙입니다. 구속 88마일의 슬라이더에 배트를 헛돌리는 한수호 선수!
-콘테 선수의 주 무기 중 하나인 고속 슬라이더입니다. 큰 변화가 일어나는 공은 아니지만, 홈플레이트 앞에서 급격하게 떨어지기에 상대하기 까다롭습니다.
-특히 패스트볼과 같은 팔의 각도가 똑같고 릴리스 포인트 역시 일정하다 보니 동작에서 먼저 포착하는 것도 힘들죠.
타석에서 한 발을 뺀 수호가 생각을 정리했다.
‘슬라이더라고는 하나 마치 스플리터와 같은 움직임이었다.’
[공략하기 상당히 힘들겠네.]
[ㅇㅇ 까다로운 공이다.]
[이걸 노리고 때리는 건 쉽지 않겠는데?]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이걸 노리는 건 무리다.’
이 정도의 구속에 갑자기 떨어지는 공을 노리는 건 아무리 컨디션이 좋은 상황에서도 단기간에 공략하긴 힘들다.
‘결국 그의 패스트볼을 공략해야 해.’
답은 쉬웠다.
문제는 그걸 실행에 옮길 수 있느냐였다.
‘지금이라면…….’
수호의 시야에 닿는 풍경이 점점 사라졌다.
‘가능하다.’
이내 레전드들의 채팅도 시야에서 사라지면서 공간 속에 오직 둘만이 서 있게 되었다.
[얘 또 들어갔네.]
[ㅋㅋㅋ 오늘 같은 컨디션이면 가능하지.]
[거기에 체력 비축도 충분하고.]
[가즈아-!!]
수호가 보지 못하는 채팅이지만, 레전드들의 응원이 쏟아졌다.
뒤이어 콘테가 슬라이드 스텝을 밟으며 2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아웃코스에서 인코스로 찔러왔다.
기다렸던 공이기에 수호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딱!!
“파울!!”
-2구 파울입니다! 구속 96마일의 빠른 공에 반응했지만, 배트의 중심에는 맞히지 못한 한수호 선수!
-타이밍은 좋았지만, 아무래도 처음 보는 공이다 보니 정타를 만들진 못했네요.
-콘테 선수가 까다로운 게 구속도 빠르지만, 사이드암이란 점이죠. 공이 나오는 위치가 다른 투수들과 다르기에 다른 좌투수들보다 더 바깥쪽에서 공이 들어옵니다.
-그리되면 볼이라 판단할 수 있겠군요.
-맞습니다. 정타를 정확히 때려내기 힘든 이유죠.
해설진의 해설은 정확했다.
거기에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구위가 생각보다 강하다. 분명 정타를 맞혔다고 생각했는데. 배트가 밀렸어.’
단 2구밖에 던지지 않은 콘테다.
당연히 힘은 남아 있었고 그걸 제대로 때리는 건 어렵다.
‘내 생각보다 공은 더 강하게 들어온다. 그렇다면 배트에 더 힘을 실어야 해.’
풀스윙.
파워를 극대화할 수 있지만, 갑자기 변화하는 공에 대응이 어렵다.
장단이 명확하기에 단 한 번의 기회만 있는 상황에선 쓰는 건 상당히 힘들었다.
하지만.
‘리스크가 없는 일은 없다.’
이미 한 번의 삶을 살았기에 수호는 세상의 진리를 알고 있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수호가 타격 자세를 취했다.
‘도전을 겁내지 마라.’
이전의 삶에서 하지 못했던 말을 떠올리며 수호가 준비에 들어갔다.
-타격 자세를 취한 한수호 선수, 콘테 사인을 교환하고 3구 던집니다!
슬라이드 스텝을 밟으며 콘테는 생각했다.
‘여기에서 너를 잡고…….’
다저스를 대표하는 계투인 그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분위기를 가져오겠어!’
필리스에게 넘어간 분위기를 가져오는 것.
그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었다.
콰직!!
그의 발이 마운드를 밟고 몸이 빠르게 회전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힘이 담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마치 총알처럼 바깥쪽 높은 코스를 찔러갔다.
그 순간.
‘패스트볼.’
콰직!!
수호의 발이 배터박스를 밟고.
후웅!!
뒤이어 하체와 상체가 회전했다.
이전에는 변화구까지 염두에 둔 스윙을 했다면 이번에는 변화구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노리는 건 단 하나.
포심 패스트볼.
만약 틀렸다면 대응할 수 없다.
하지만 공은 변화하지 않았고 마치 덫에 스스로 들어가듯 배트의 궤적에 정확히 공이 들어갔다.
딱!!
뒤이어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좌측 담장!!
캐스터가 채 멘트를 다 날리기도 전에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어 그대로 관중석을 때렸다.
-넘어갔습니다!! 엄청난 라인드라이브성 홈런이 작렬합니다!! 3타석 연속 홈런을 작렬시키며 내셔널리그 홈런 단독 선두에 오르는 한수호 선수!!
수호가 다시 홈런 선두에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