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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65화 (64/340)
  • 회귀 후 메이저리거 65화

    4월 한 달간 두 자릿수 홈런.

    이는 역대 아시아인으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한국인 타자였던 임규현이 2016시즌 9개의 홈런을 때린 것이었다.

    다만 그는 한국에서 이미 5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며 타자로서의 완성도가 높았던 선수다.

    반면 수호는 19살의 나이에 갓 데뷔한 선수라는 점에서 사람들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19살에 KBO도 아니고 메이저리그에서 10홈런 실화냐?

    -그것도 4월 한 달 만에 기록임 ㅋㅋ

    -이달의 신인, 이달의 선수 싹쓸이!

    -이 정도면 그냥 상 먼저 줘라.

    -아쿠냐 주니어가 사이클링 홈런 때려내면 줘도 된다 ㅇㅈ?

    └ㅇㅈ.

    └└그게 가능하겠냐 ㅋㅋ

    -와…… 아시아인 타자가 이 정도 파워를 가지는 게 가능한가?

    └쟤 몸뚱어리를 봐라. 누가 19살로 보겠냐?

    └└싸워서 질 자신 있다.

    └└└난 눈만 마주쳐도 기절할 자신 있음.

    -한수호가 필리스를 살리는구나.

    한국 네티즌들은 열광했다.

    그동안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성공한 타자들은 하나같이 컨택트 위주의 교타자들이었다.

    파워 히터들이 진출하기도 했지만, 그들은 한 시즌 반짝하고 사라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수호는 달랐다.

    -한수호 선수는 이제 갓 19살의 나이라는 점이 다른 선수들과의 차이점이죠.

    -그렇습니다. 발전의 가능성이 농후하고 무엇보다 타고난 힘이 다른 선수들과 다릅니다.

    -과연 한수호 선수가 이번 시즌 어디까지 달릴 것인지 궁금합니다!

    수호의 등장은 메이저리그 수뇌진들에게도 큰 숙제를 안겼다.

    ‘한수호가 이 정도의 파워를 지녔다고?’

    ‘어떻게 아시아인이 이런 파워를 가질 수 있는 거지?’

    ‘이건 중남미를 중심으로 보고 있을 게 아니었군.’

    ‘한국에서 투수만 보고 있을 게 아니었어!’

    그동안 메이저리그에선 아시아 유망주는 투수에만 중점을 두었다.

    그동안의 데이터로 투수는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타자는 여전히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중남미의 유망주들에게 힘으로 되지 않을 거란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수호가 그걸 깨버리면서 그들의 인식을 바꾸게 만들었다.

    -한수호 선수가 과연 메이저리그 타이기록을 넘어 새로운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인지! 경기 계속 이어집니다!!

    많은 이를 열광하게 한 수호의 경기가 계속됐다.

    * * *

    필리스의 7회가 계속되고 있을 때.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아쿠냐 주니어가 9회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다.

    -오늘 경기 멀티히트를 기록한 아쿠냐 주니어가 마지막 타석을 준비합니다.

    -4월 한 달간 타율 4할 1푼 7리, OPS 1.312에 홈런 11개, 도루 13개를 기록하면서 본인의 4월 커리어하이를 갱신한 아쿠냐 주니어 선수. 정말 믿기지 않는 기록입니다.

    -이런 성적을 올리고도 4월 이달의 선수를 받을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놀라운 일이네요.

    -현재 시각 필리스와 다저스의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한 한수호 선수 때문이죠. 19살의 나이에 어메이징한 성적을 올리고 있는…….

    -투수 던졌습니다! 몸쪽을 찌르는 공에 아쿠냐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갑니다!!

    딱!!

    -이 타구……! 와우!! 볼 필요도 없습니다!! 우측 담장을 넘어 2층 관중석에 떨어지는 대형 홈런을 터뜨리는 아쿠냐 주니어!! 아직 경쟁을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시즌 심상치 않습니다. 벌써 메이저리그에 10개의 홈런을 돌파한 선수들이 5명이나 등장하다니!

    4월.

    메이저리그는 홈런으로 물들고 있었다.

    * * *

    시즌 10호 홈런을 채운 수호의 활약에 필리스는 다저스를 잡고 시리즈 스코어 2 대 1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경기가 끝난 뒤 클럽하우스에 들어선 수호는 기자들의 엄청난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미스터 한! 이번 시즌 10호 홈런을 달성했는데, 기분이 어떻습니까?”

    “매우 좋습니다.”

    “메이저리그 첫 시즌에 이런 성적을 올렸는데.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요?”

    “올해의 신인을 일단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페이스가 좋은 만큼 최다 홈런 기록에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오~”

    루키의 입에서 최다 홈런 타이틀이 언급되자 기자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가장 큰 경쟁자는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현재 시점에서는 아쿠냐 주니어와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있겠죠. 그리고 아메리칸리그에서 뛰는 애런 저지나 게레로 주니어 역시 경쟁자라고 생각합니다.”

    수호의 인터뷰는 거침없었다.

    레전드들이 지시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수호 스스로 생각하고 하는 답변이었다.

    언론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이런 발언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선수의 가치는 결국 본인이 올려야 한다.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때 조용히 있는다고 좋을 건 없어.’

    [정답!]

    [결국 자신에 대해 어필해야 세상도 알아주는 법이지.]

    [물론 조용히 성적으로만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답이고 리스크도 적지만, 네가 하는 방법도 하나의 정답이다.]

    [결국 성적만 보여주면 됨.]

    [뭣보다 이게 재밌네 ㅋㅋ]

    [하고 싶은 말은 해야지!]

    [암! 우리의 숙원을 이루어주려면 이런 배짱은 있어야지!]

    레전드들이 수호에게 원하는 건 하나였다.

    1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아직도 깨지지 않은 자신들의 기록을 깨주는 것.

    수호 역시 그러한 레전드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다.

    그들을 위해서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선배님들의 기록을 깨면 저 역시 메이저리그의 전설이 되겠죠.’

    [ㅇㅇ 그렇지.]

    [우리와 같은 선상에 서게 되는 거다.]

    [그리되면 네가 원하는 걸 모두 손에 넣을 수 있다.]

    [스포츠 재벌의 탄생이지 ㅋㅋ]

    재벌까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한 번의 기회를 더 얻은 이상 자신이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보고 싶었다.

    그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지만.

    * * *

    수호의 인터뷰는 화제가 되었다.

    특히 필라델피아의 팬들이 그의 인터뷰를 좋아했다.

    “루키! 오늘도 홈런 한 방 날리라고!”

    “어제 인터뷰 잘 봤어!!”

    “네가 올해의 신인 받을 때까지 경기장을 찾을 테니까! 열심히 해!!”

    “아침 먹었어? 이거 가져가서 먹어.”

    “우리 집 햄버거가 맛있으니까! 언제 한번 들러!!”

    길을 걸으면 팬들이 그에게 아는 척을 하며 말을 걸어왔다.

    시즌이 막 시작됐을 무렵과는 전혀 달라진 그들의 반응이었다.

    필리스라는 팀에 애정이 깊은 팬들이고 성향 자체가 과격한 이들이었다.

    그런 그들이기에 배짱 있는 수호의 대답이 마음에 든 듯했다.

    하지만 모든 이가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얘 보여준 것도 별로 없는데. 말만 너무 앞서네.

    -이제 고작 1달 지났는데. 너무 건방짐.

    -어휴…… 한국 망신 시키겠네.

    -우리나라 애들은 꼭 한 달 잘하면 어깨에 뽕 차더라.

    -이러다가 고꾸라져야 정신 차리지.

    수호의 발언은 어떤 이들에게는 자신감이 아닌 자만심으로 비추어졌다.

    그간에 자만심을 가진 선수들이 어떻게 됐는지 봐온 이들은 수호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건 소수의 의견에 불과했다.

    -애가 자신있 게 말할 수도 있는 거지.

    -그걸 꼭 억까를 하네.

    -자신감 있게 외칠 때 응원해 줘야지.

    └응원해 주면 뭐 떨어지냐?

    └└그럼 억까 하면 뭐 떨어지냐?

    -4월 한 달에만 두 자릿수 홈런에 내추럴 사이클 터뜨린 애가 억까를 당하네 ㅅㅂ ㅋㅋ

    한국의 네티즌들은 여러 의견을 주고받으며 설전을 벌였다.

    그러는 와중에 다저스와의 4차전이자 4월 마지막 경기를 위해 수호가 경기에 나섰다.

    -오늘 경기에서도 한수호 선수는 1루수로 선발 출전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매디슨 감독이 경기 전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포수는 체력 소모가 심한 포지션이기에 앞으로도 리얼무토와 한수호 선수를 번갈아 가면서 기용할 계획이다’라고 말이죠.

    -한수호 선수는 루키이고 리얼무토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니 초반부터 체력 안배를 시키겠다는 걸까요?

    -그렇게 봐야 할 겁니다.

    미심쩍은 부분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당장은 감독이 오피셜을 내놓았으니 그걸 믿어야 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수호는 감독의 기용에 별생각이 없었다.

    ‘제 보직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오가고 있나 보네요.’

    [ㅋㅋ 아무래도 네가 보여준 포수로서의 임팩트가 강했으니까.]

    [솔직히 리얼무토 빼고 넣어도 이상할 게 없지.]

    [그래도 목적을 이루었으니 상관없지.]

    수호가 필리스를 고집했던 건 리얼무토의 미래를 알아서다.

    그가 보직에서 빠지면 필리스에 공백이 생기고 자신이 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질 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팀의 수뇌진이 자신을 좋게 봤고 현재는 메이저리그 붙박이가 되었다.

    최소한 당분간은 말이다.

    [어쨌든 오늘 경기에서 아쿠냐가 미친 짓만 하지 않으면 4월의 선수는 너로 확정이네.]

    [데뷔는 완벽했다.]

    4월의 선수는 수호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정말 일각에서 제기되는 아쿠냐의 사이클링 홈런이 터지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하지만 수호는 여기에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아쿠냐가 12개의 홈런을 때렸죠.’

    [응? 그렇지.]

    [홈런이 많더라도 세부 지표는 네가 더 좋음.]

    [ㅇㅇ 타점이야 걔가 높다지만, 그것만으로는 역전은 어렵다.]

    수호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마지막까지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 어려운 걸 해보고 싶습니다.’

    승부욕이 불탔다.

    이는 수호 본인도 모르고 있던 부분이다.

    이전의 삶에서 긴 세월 회사를 다니면서 승부욕을 불태울 일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 정도로 승부욕이 강한지 스스로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수호는 이것도 자신의 모습이라 생각하며 받아들였다.

    ‘이왕 받는 거 말이 나오지 않을 성적으로 받고 싶습니다.’

    [그게 최고긴 하지.]

    [너 요새 말하는 게 좀 마음에 든다?]

    [인터뷰도 그렇고 지금 대답도 그렇고.]

    [딱 내 스타일임.]

    [그럼 가보자!]

    ‘예.’

    레전드들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가 시작됐다.

    * * *

    4번 타순으로 출전한 수호는 2회 첫 타석에 들어섰다.

    퍽!

    “볼.”

    -다시 볼입니다! 좋은 선구안으로 유인구를 골라내는 한수호 선수!

    -투수가 한수호 선수를 경계하는 게 눈에 보이네요. 확실히 시즌 초반과는 다른 움직임입니다.

    -4월 한 달간 보여준 한수호 선수의 괴력을 다저스가 경계하고 있다는 거겠죠?

    -맞습니다. 그리고 이건 다저스만이 아니라 다른 팀들 역시 마찬가지 일 겁니다.

    개막 첫 달에 10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극히 드문 일이었다.

    당연히 상대 팀에선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변화는 선수를 초조하게 만들 수 있었다.

    실제 많은 타자들이 자신과 승부를 하지 않으면서 쌓아 올린 성적이 점점 떨어지는 것에 조바심을 느끼는 일이 많았다.

    조바심을 느낀 타자들은 성급하게 배트를 돌리게 된다.

    그리되면 결국 성적은 더욱 떨어지면서 늪에 빠지는 선수도 많았다.

    하지만 수호에게는 관련 없는 이야기였다.

    [ㅋㅋㅋ 쟤 너한테 쫄았다.]

    [어떻게든 유인구를 던져서 범타로 만들려고 하네.]

    [아이고~ 눈에 훤하다 훤해.]

    [뻔한 수작질이네 ㅋㅋ]

    [저런 쓸데없는 거에 낚일 생각은 아니지?]

    ‘당연한 말씀을.’

    레전드들과 대화를 하는 건 수호에게 큰 이득이었다.

    조바심은 눈치채지 못하고 스스로를 잠식한다.

    그런데 레전드들이 먼저 환기를 시켜주니 그것에 잠식될 일은 없었다.

    딱!!

    “파울!!”

    -바깥쪽 슬라이더를 걷어내는 한수호 선수! 풀카운트가 됩니다!

    풀카운트가 되자 투수의 눈빛이 변했다.

    ‘여기서도 승부를 피할 생각은 아니겠지?’

    [설마.]

    [그러면 메이저리그에서 못 뛰지.]

    레전드들의 말에 확신을 가졌다.

    그리고 그 확신은 곧 현실이 되었다.

    -투수 와인드업!

    와인드업에 이은 스트라이드를 내디딘 투수가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예상대로 스트라이크존을 파고드는 공에 수호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후웅!!

    딱!!

    -때렸습니다!!

    손에 맞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넘어갔다.’

    -이 타구는 큽니다!! 커요!! 우측 담장을 넘어 2층 관중석에 떨어지는 대형 홈런!! 몬스터 홈런을 터뜨리는 한수호 선수!! 시즌 11호 홈런이 작렬합니다!!

    1루로 뛰기 시작한 수호는 필리스 관중석을 향해 손을 들어 올리며 손가락 하나를 펼쳐 보였다.

    ‘이제 하나 남았다.’

    아쿠냐 주니어와의 차이는 이제 1개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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