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64화
다저스와의 3차전.
사람들은 예상하지 못한 라인업을 마주했다.
-J.T리얼무토가 선발 포수로 마스크를 씁니다!
-발목이 불편해서 최소 다저스전까지는 지명타자 출전이 유력했었는데. 포수로 출전을 시키네요.
-최근 한수호 선수가 퍼펙트게임까지 합작했는데, 바로 제외를 시키는 건 조금 의아합니다.
-어제 경기가 영향을 끼친 걸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브라이언 투수가 비록 초반에 강판되긴 했지만, 그건 투수의 문제지 포수의 문제라고 보긴 어려우니까요.
한국 해설진들은 라인업을 보고 여러 의견을 나누었다.
그건 네티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징계성인가?
-고작 한 경기 때문에 징계성 ㅇㅈㄹ
-퍼펙트게임 하면 뭐하냐? 리얼무토 괜찮아지니 바로 바꾸네 ㅋㅋ
-리얼무토가 메이저리그에서 뛴 기간만 10년이 넘음. 당연한 거지.
-한 달 반짝한 걸로는 리얼무토를 재끼긴 힘들지.
-당연한 결과임.
-그래도 퍼펙트게임 했는데. 너무 빨리 바꾸네.
네티즌들이 여러 의견을 나누고 있을 때.
해설진이 화제를 돌렸다.
-그래도 한수호 선수는 1루 수비 역시 뛰어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잠깐 보여준 거지만, 그의 1루 수비는 매우 뛰어났습니다.
-거기에 수비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4월 타격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한수호 선수에겐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다저스전이 끝나면 필리스의 4월 일정은 마무리된다.
이후에도 경기는 계속되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선 이달의 투수와 신인 그리고 선수를 발표한다.
이달의 신인은 내셔널리그에서 경쟁자가 없기에 큰 변수가 없다면 수호가 받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이달의 선수는 이야기가 달랐다.
-이달의 선수는 4월 가장 성적이 좋았던 타자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죠?
-맞습니다. 아메리칸리그에선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와 애런 저지가 박빙을 벌이는 중이고 내셔널리그에선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와 오타니 쇼헤이 그리고 우리 한수호 선수가 경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상 아쿠냐 주니어와 한수호 선수의 2파전이라 봐야겠죠.
-맞습니다. 세부적인 타격 지표에선 한수호 선수가 앞섭니다만, 홈런과 타점은 아쿠냐 주니어가 유리한 상황입니다.
-한때 공동 선두였던 아쿠냐 주니어는 현재 11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내셔널리그 단독 1위, 타점 1위, 도루 1위에 올랐습니다.
아쿠냐 주니어의 올 시즌 타격 페이스가 무서웠다.
세간에선 그가 커리어하이 시즌을 갱신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반면 한수호 선수는 9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이번 시즌 양대리그 통틀어 루키 최다 홈런을 기록 중입니다.
-한수호 선수가 이달의 선수를 확정하려면 2개의 홈런을 더 때려서 동률이 되거나 그 이상을 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만약 동률을 이룬다면 의심의 여지 없이 한수호 선수가 이달의 선수까지 받게 되겠죠. 하지만 만약 이대로 4월이 끝난다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내추럴 사이클까지 달성했는데 장담하기 어려울까요?
-분명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희귀한 기록입니다만, 결국 기록지에는 일반적인 히트 포 더 사이클과 같이 기록되니까요.
이달의 선수는 올해의 선수처럼 중요한 타이틀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 달간 가장 뛰어난 타자가 누구였는지를 나타내주는 지표였다.
무엇보다 한해를 정리할 때 이것이 이정표가 될 수 있기에 받을 수 있을 때 받아두는 게 좋았다.
-결국 홈런이 관건이 되겠군요.
-맞습니다. 한수호 선수가 남은 2경기에서 얼마나 많은 홈런을 때려내느냐에 따라 내셔널리그 이달의 선수의 주인이 결정될 겁니다.
“플레이볼!!”
구심의 외침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 * *
리얼무토의 리드는 안정적이었다.
퍽!!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오늘 경기 첫 번째 삼진을 기록하며 이닝을 마감하는 앤드류 페인터!
-마지막 공은 리얼무토 선수의 프레이밍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레이밍으로 반 개가 빠지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만들어낸 리얼무토가 앤드류와 함께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잘하네요. 공백이 느껴지지 않아요.’
[짬밥이 어디 가는 게 아니지.]
[괜히 현 메이저리그 최고 포수라고 불리는 게 아니겠지.]
[뭐, 리얼무토는 리얼무토고. 넌 일단 타격에 집중해라.]
[ㅇㅇ 오히려 포수에서 빠진 게 득임.]
[포수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아낄 수 있으니까.]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포수는 웬만한 야수보다 많은 체력을 소모한다.
선발투수만큼 체력을 소비해야 한다는 게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다.
‘알겠습니다.’
수호는 리얼무토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경기에 집중했다.
‘오늘 다저스의 선발투수는 세바스티안.’
세바스티안 카스트로가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 전.
전력분석팀에게 그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었다.
영상 자료도 있었기에 어느 정도 이미지가 잡혀 있었다.
‘최고 구속 99마일까지 던지는 좌완 파이어볼러. 주 무기는 역시 포심 패스트볼이다. 하지만 싱커처럼 움직이기에 배트의 중심에 맞히기 상당히 난해하다.’
[우타자 한정 배트 브레이커인 셈이네.]
[거기에 스트레이트 형식으로 던지는 공도 있다더만.]
‘예. 두 가지 유형의 포심을 던지기 때문에 우타자 상대로 강하다고 했습니다.’
[좌타자에게는 타율 2할 3푼 7리, 반면 우타자에게는 타율 2할 1푼 4리라고 했지.]
원래 좌투수가 우타자에게 강한 편이지만, 세바스티안은 확실히 그 특징이 두드러졌다.
그 이유에는 두 가지 패스트볼이 있었다.
‘거기에 리그 평균 이상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가진 선수죠.’
[우타자인 너한테는 상당히 까다로운 투수네.]
[하지만 쫄 필요는 없음.]
[저 녀석 말이 맞다. 그래봐야 3선발이다. 네가 제대로 하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
레전드들이 수호를 독려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말은 자신의 기를 살려주기 위함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다저스에선 3선발이지만, 그가 다른 팀에 간다면 2선발 혹은 에이스급 활약을 펼칠 수 있다는 걸 레전드들이 모를 리 없었다.
그들 나름대로의 배려에 수호를 고개를 끄덕였다.
‘예. 물론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호응하는 것이 배려에 보답하는 수호만의 방식이었다.
* * *
세바스티안의 투구는 확실히 우타자에게 까다로웠다.
수호는 첫 타석에서 그의 싱커성 패스트볼에 내야 땅볼로 물러나야 했다.
‘생각보다 더 휘어서 들어오는군.’
대기 타석에서 봤을 때보다 공이 한 뼘은 더 파고 들어왔다.
덕분에 배트의 중심에서 완전히 벗어나 범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다음 타석에서는 영점을 조절해야겠어.’
수확이 없던 건 아니다.
첫 타석에서 5개의 공을 봤기에 어느 정도 눈에 익었다.
이걸 다음 타석에서 활용한다면 충분히 때려낼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리고 그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딱!!
-때렸습니다!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원아웃 상황에서 조니 로버트가 안타를 때리고 출루에 성공합니다!
4회 말.
조니가 출루에 성공했다.
하지만 후속 타자인 메이튼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흐름이 끊겼다.
-투아웃 주자 1루 상황에서 리얼무토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리얼무토가 여기에서 출루에 성공한다면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카메라가 대기 타석에 있는 수호를 비추었다.
그의 모습이 전광판을 통해 나타나자 필리스의 팬들이 일제히 환호를 쏟아냈다.
“와아아아아!!”
“슈퍼루키다!!”
“한수호 오늘은 한 방 날려 버려!”
“주니어 따위한테 최다 홈런 자리를 내주지 말라고!”
타석에 들어선 리얼무토보다 수호에게 쏟아지는 환호가 더 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리얼무토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수호는 그런 리얼무토를 보며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팬들의 환호에는 별생각 없을걸.]
[ㅇㅇ 지금은 그저 투수를 상대하는 데 집중하겠지.]
[너도 지금부터 준비해라.]
‘예.’
조시 깁슨의 채팅에 수호도 타격 자세를 취했다.
대기 타석에서 대기만 하고 있는 타자는 없었다.
투수가 던지는 공을 보고 눈에 익히고 타이밍에 맞춰 스윙을 해서 몸에 익힌다.
미리 시뮬레이션하고 타석에 들어서 그걸 실행에 옮긴다.
그렇기에 대기 타석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가 중요했다.
퍽!
“볼, 쓰리.”
-슬라이더를 잘 참아내는 리얼무토! 쓰리볼까지 만들어냅니다!
-역시 노련한 리얼무토입니다. 자신의 존을 확실히 만들면서 유리한 볼카운트를 가져가네요.
뛰어난 선구안으로 원스트라이크 쓰리볼을 만든 리얼무토에게 세바스티안이 승부를 걸어왔다.
‘이번에도 참아봐!’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아웃코스에서 존으로 들어오는 백도어 코스를 그리며 날아왔다.
구종은 다시 한번 슬라이더.
우타자인 리얼무토가 때리긴 상당히 난해한 공이었다.
하지만 리얼무토는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간결하게 배트를 돌려 공을 결대로 밀어 때렸다.
딱!!
-때렸습니다! 1, 2루 간을 빠져나가는 타구! 2루수 몸을 날리지만, 잡지 못합니다! 우익수가 공을 잡는 사이, 조니는 2루를 통과해 3루까지! 안전하게 베이스에 도착하며 2사 1, 3루 찬스가 이어집니다!!
-아~ 리얼무토! 정말 기술적인 스윙이었습니다! 주자가 있었기에 1루수가 베이스에 붙어 있어서 1, 2루간이 넓었는데. 정확히 그곳을 노렸습니다!
-무엇보다 백도어 슬라이더를 정확히 노려친 리얼무토의 노련함이 인상적이네요.
리얼무토의 출루로 필리스는 기회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타석으로 수호가 들어왔다.
-기회를 잡는 필리스! 그리고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 최고의 결정력을 보여주고 있는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한! 한! 한! 한!!”
“한 방 날려 버려!!”
-필리스 팬들은 열띤 응원과 함께 타석에 들어선 한수호 선수!
심호흡을 뱉은 수호가 타격 자세를 취했다.
‘백도어 슬라이더를 정확히 노려서 때리다니. 그것도 큰 타구를 노린 게 아니라 기회를 살리기 위해 컨택 위주의 타격을 했다.’
리얼무토는 여전히 리그에서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릴 수 있는 타자다.
하지만 주인공이 되기보단 팀을 위한 선택을 했다.
퍽!
“볼.”
-초구 볼입니다! 아웃코스를 노렸지만, 공 반 개가 빠지면서 한수호 선수의 배트를 끄집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하나였다.
스스로가 해결하는 타격보단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게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딱!!
“파울!”
-2구는 파울입니다. 구속은 95마일! 한수호 선수의 몸쪽을 정확히 찔렀습니다.
-크로스파이어 형태로 들어오는 공을 제대로 때려내는 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리얼무토의 의도가 무엇이었건 수호는 찾아온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후우…….”
심호흡을 뱉으며 타격 자세를 다시 잡은 수호의 집중력이 높아졌다.
‘아웃코스는 이제 던지지 않는다.’
안타 하나면 3루 주자가 들어오게 된다.
실점을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선택할 수 있는 건 인코스. 하지만 2구에서 크로스파이어를 사용했다.’
경우의 수를 하나씩 지우자 답이 보였다.
콰직!
-3구 던집니다!
스트라이드를 내디딘 세바스티안이 3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집중력을 끌어올린 수호의 눈에 몸쪽을 찔러오는 공이 보였다.
언뜻 보면 2구와 마찬가지로 크로스파이어의 궤적이었다.
하지만 집중력을 끌어올린 수호의 눈에는 다른 궤적이 보였다.
그걸 확인한 수호가 다리를 내디뎠다.
콰직!
오픈 스탠스를 밟은 그의 하체가 단단하게 고정됐다.
뒤이어 회전을 시작한 수호가 전신을 활용한 힘을 배트에 실어 보냈다.
‘2구는 미끼였다.’
후웅!!
상대의 공이 무엇인지 예측한 수호의 배트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싱커성 패스트볼!’
휘릭!!
마지막 순간에 공이 한 번 더 휘면서 수호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오픈 스탠스로 발을 내디뎌 히팅 포인트를 넓힌 수호의 배트를 피할 수 없었다.
딱!!
-때렸습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타구를 보며 수호가 배트를 던졌다.
-이 타구는 큽니다!! 그리고 한수호 선수는 배트를 던지면서 우리에게 스포일러를 던집니다!! 동시에 타구가 좌측 담장을 넘어갑니다!! 쓰리런 홈런을 작렬하는 한수호 선수!! 시즌 10호 홈런이 작렬합니다!!
필리스 팬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를 내질렀다.
루키가 4월 한 달 만에 두 자릿수 홈런을 터뜨렸으니 복덩이가 탄생한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한수호 선수는 이 기록으로 메이저리그 루키 4월 최다 홈런 타이기록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한수호 선수와 같은 기록을 세운 선수는 트레버 스토리와 호세 아브레유 두 선수가 있습니다!
-한수호 선수가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우네요!
4월 루키 최다 홈런 타이기록을 세운 수호가 홈을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