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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62화 (61/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62화

퍼펙트게임, 노히터는 단순히 투수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낼 수 없다.

수비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가 우중간으로 날아갑니다! 중견수 조니 로버트, 빠르게 쫓아 몸을 날립니다!!

촤아아앗-!!

-잡아냅니다!! 몸을 날리는 슈퍼맨 캐치로 9회 첫 번째 타자를 돌려세우는 조니 로버트!!

-필리스 수비들이 매 이닝 호수비를 보여주면서 투수 잭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고 있습니다!

-필리스 관중들이 모두 기립해 박수를 보냅니다!!

한 번 일어난 관중들은 더 이상 자리에 앉지 않았다.

박수 소리가 멈추지 않고 필리스의 홈구장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 울려 퍼졌다.

박수갈채 아래 잭이 투구를 이어나갔다.

뻐억-!!

“스트라이크!!”

-혼신의 투구를 이어나가는 잭!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냅니다!

-투수의 황혼기에 접어든 베테랑의 역투가 마음을 울립니다!

투구 수는 어느덧 125개.

젊은 투수도 지칠 대로 지칠 상황.

베테랑인 잭은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였다.

‘버텨라…….’

이를 악문 잭의 투구가 이어졌다.

딱!!

“파울!!”

-파울이 되면서 투스트라이크가 됩니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잭이 3구를 뿌렸다.

“흡!!”

기합 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려 퍼지면서 손을 떠난 공이 타자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촤아앗-!!

반개쯤 빠지는 공을 프레이밍으로 존에 집어넣은 수호의 움직임에 구심의 손이 올라갔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삼구삼진으로 두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는 잭 휠러!!

-대기록까지 이제 단 한 개의 아웃 카운트만이 남았습니다!!

투구 수 127개.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하나.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어서일까?

퍽!

“볼.”

아니면 이미 지쳐 버린 신체가 더 이상 말을 듣지 않는 걸까?

퍽!

“볼.”

-2구 연속 볼이 됩니다. 제구가 되지 않는 잭 선수.

-투구 수 129개. 젊은 투수에게도 힘든 투구 수입니다. 베테랑인 잭이라면 더더욱 힘들겠죠.

연달아 나온 볼.

제구가 흔들리는 그를 보며 수호가 구심에게 타임을 요청했다.

“타임!!”

-여기에서 한수호 선수가 마운드를 방문합니다.

-아주 좋은 타이밍에 타임을 요청했습니다.

마운드를 방문하는 수호의 모습이 카메라에 비추었다.

-타임 타이밍 지렸다.

-벤치에서 시켰겠지.

-이런 타이밍에 루키가 스스로 판단해서 올라가는 건 무리임.

-ㅇㅇ 감독 지시가 나온 게 분명함.

네티즌의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더그아웃에 서 있는 매디슨은 사인을 보내지 않았다.

‘원래는 내가 직접 올라갈 생각이었는데. 나보다 한 타이밍 빠르게 타임을 요청했다.’

지금 타이밍의 타임은 누구든지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걸 실행에 옮기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자칫 잘못하면 투수의 리듬을 깰 수 있다. 그렇기에 퍼펙트게임과 같은 대기록을 작성하고 있을 때는 마운드에 방문하는 건 벤치의 사인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

그러나 수호는 먼저 움직였다.

‘루키 녀석이 나랑 완벽히 같은 타이밍에 마운드에 오르다니.’

매번 느끼는 거지만, 수호의 이런 노련함은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경험이 아니라 감각이겠지.’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수호가 회귀를 했고 거기에 레전드들의 경험까지 흡수했다는 걸 매디슨은 모르니 말이다.

-마운드에 오른 한수호 선수! 과연 무슨 말을 잭 선수에게 건넬까요?

-사실 할 수 있는 말은 딱히 특별할 게 없습니다. 일단 집중하고 공을 던지자, 마지막이니 조금만 더 힘내자 정도겠죠.

해설진의 예상은 스탠다드였다.

퍼펙트게임이란 대기록 앞에서 루키인 수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 정도밖에 없을 거다.

하지만 카메라에 잡힌 마운드에선 갑자기 잭이 웃기 시작했다.

-아~ 이게 무슨 일인가요? 잭 선수가 갑자기 웃기 시작합니다. 도대체 한수호 선수가 무슨 이야기를 한 걸까요?

-그…… 글쎄요. 알 수 없습니다만, 일단 정상적인 상황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잭의 반응을 뒤로하고 수호가 캐처박스로 향했다.

-이야기를 끝낸 한수호 선수가 마운드를 내려와 다시 캐처박스에 앉습니다.

홀로 마운드에 남은 잭 선수는 로진을 손에 묻히며 마음을 다잡고 있습니다.

그 장면을 중계로 지켜본 야구팬들은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수호가 무슨 이야기를 한 거야?

-이런 상황에 저렇게 웃길 수 있나?

-조크라도 던진 거 아닐까?

└말이 됨?

└└퍼펙트를 진행 중인 선수에게 루키가 조크를 한다고?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닐 듯.

-뭐가 됐건 한수호 이 녀석 배짱 하나는 장난 아니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한 건지 궁금해 죽겠다.

팬들의 궁금증이 폭발하고 있을 때.

잭이 피처 플레이트를 밟고 투구 준비에 들어갔다.

‘웃기는 녀석이야.’

그의 시야에 닿는 수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기가 쏠 테니까, 빨리 끝내고 스테이크나 먹으러 가자고?’

마운드에 오른 수호가 한 말은 엉뚱하게도 밥이나 먹으러 가자는 말이었다.

최근에 맛있는 곳을 찾았다면서 말이다.

자신의 공에 대한 건 물론이고 앞으로 어떻게 하자는 등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말이 끝이었고 그대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네 배짱은 루키의 것이 아니야.’

엉뚱한 소리였지만, 덕분에 긴장이 풀렸다.

정확히 말하면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었고 어깨에 힘이 덜 들어가게 되었다.

이는 매우 중요했다.

투수의 투구는 단순히 공을 강하게 던진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

공을 던지는 타이밍에 힘을 주는 건 중요했지만, 그 이전에는 오히려 몸에 힘을 빼야 했다.

채찍이 휘두르기 전까지는 큰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과 같았다.

‘기록을 앞두고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긴장했군.’

잭은 자신의 실책을 떠올리고 사인을 교환했다.

이번에도 수호는 엉뚱한 사인을 냈다.

‘포심 패스트볼.’

구종을 먼저 정하고.

‘원하는 곳에 던져보시죠.’

코스는 딱히 결정하지 않았다.

그저 원하는 곳에 던지라는 듯 상체를 펼치고 미트를 내밀었다.

‘어떤 공이든 잡아주겠다, 이거냐?’

퍼펙트게임이란 대기록을 앞두고 나올 수 있는 사인은 아니었다.

이는 둘 중 하나였다.

미쳤거나, 아니면 자신을 그만큼 믿는단 소리였다.

‘후자겠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인 잭이 심호흡을 뱉었다.

“후우…….”

커리어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찾아온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기회였다.

‘남자로 태어난 이상…….’

촤앗-!!

와인드업에 이어 킥킹을 한 잭이 다리를 내디뎠다.

‘역사에 이름 한번…….’

콰직!!

내디뎌진 발이 마운드에 박히는 순간 그의 몸이 빠르게 회전했다.

‘남겨봐야겠지!!’

후웅!!

큰 원을 그리며 돌아간 팔이 릴리스 포인트에 도달한 순간.

“흐앗!!”

쐐애애액-!!

기합 소리와 함께 공이 손끝을 떠났다.

-3구 던졌습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려 했다.

그 순간 타자의 배트가 공을 마중 나왔다.

후웅-!!

‘도망쳐라!’

잭의 염원이 담긴 공이 심하게 흔들리며 배트의 위를 때렸다.

딱!!

-때렸습니다!! 높게 떠오른 타구!!

빗맞은 타구가 높게 떠오르더니 다저스의 더그아웃 쪽으로 날아갔다.

타구가 날아가는 걸 확인한 사람들은 이대로 파울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 순간.

타닥!!

-한수호 선수가 공을 쫓습니다!!

마스크를 집어 던지고 더그아웃을 향해 수호가 달리기 시작했다.

잡는 건 어려워 보이는 타구였다.

하지만 수호는 포기하지 않고 하늘에 시선을 고정한 채 타구를 쫓았다.

[야야! 펜스 조심!]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겠다!]

시티즌스 뱅크 파크는 더그아웃에 지붕이 없는 구조였다.

플라이볼이 더그아웃으로 떨어지면 잡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

수호는 레전드들의 채팅을 보고 고개를 내려 펜스의 위치를 확인했다.

‘잡아야 해!’

잭은 이미 지쳤다.

이번 공은 그의 혼신이 담겼다.

이걸로 게임을 끝내지 못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동료로서, 파트너로서 경기를 끝내주고 싶었다.

수호는 펜스를 한 손으로 잡고 상체를 더그아웃으로 내밀었다.

“어어?!”

“위험!!”

다저스 선수들의 외쳤지만, 수호의 시선은 오직 타구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퍽!!

그러한 집념 덕분에 떨어지는 타구를 미트로 받아냈다.

동시에 균형을 잃은 그의 상체가 앞으로 쏠리면서 떨어지려는 찰나.

덥석!

앞에 있던 선수가 손을 뻗어 그를 받쳐주었다.

수호는 고개를 들어 그 선수를 확인했다.

그는 다름 아닌 오타니였다.

“괜찮냐?”

그의 질문에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야, 인마! 괜찮아?!”

뒤이어 다가온 필리스 야수들이 그를 끌어올렸다.

다시 발이 그라운드에 닿은 수호가 구심을 발견하고는 미트를 내밀었다.

미트에 들어 있는 공을 확인한 구심이 손을 들어 올렸다.

“아웃!!”

“와아아아아아-!!”

-아…… 아웃입니다!! 말도 안 되는 집념으로 더그아웃에 떨어지는 파울 타구를 잡아내는 한수호 선수!!

-어…… 엄청납니다!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플레이로 잭의 대기록을 완성시켜 줍니다!!

-잭 휠러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23번밖에 없었던 퍼펙트게임의 새로운 주인공이 됩니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래 올스타 1회, 21시즌 탈삼진 1위라는 타이틀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업적을 세우지 못했던 잭 휠러.

그가 메이저리그 역사에 자신을 이름을 새겨넣었다.

-오늘의 주인공인 잭 휠러가 파트너 한수호 선수를 껴안으며 퍼펙트게임의 기쁨을 누립니다!!

수호를 껴안은 잭 휠러의 모습은 사진으로 남아 전 세계에 퍼펙트게임 소식을 전했다.

* * *

[메이저리그에서 24번째 퍼펙트게임이 탄생했습니다. 주인공은 필리스의 베테랑 투수, 잭 휠러로서 그는 130구 역투를 펼치며 24번째 퍼펙트게임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잭 휠러의 130구는 역대 퍼펙트게임 달성자 중 가장 많은 투구 수이며 36세의 나이는 역대 퍼펙트게임 달성자들 중 3번째로 많은 나이입니다.]

[한편 이번 퍼펙트게임을 합작한 포수는 한국의 한수호 선수로 오늘 경기에서 오타니를 상대로 선제 솔로 홈런, 2타점 2루타를 기록하는 등. 필리스가 기록한 3타점을 홀로 쓸어 담았습니다.]

[한수호 선수는 메이저리그 역대 퍼펙트게임을 함께 한 포수 중 가장 어린 나이로 전 세계에서도 단 두 명밖에 없는 10대 퍼펙트게임 합작 포수가 되었습니다.]

퍼펙트게임 소식은 전 세계 야구팬들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미국은 물론 일본 대만, 그리고 한국에서도 관련 소식으로 커뮤니티들이 하루 종일 들썩였다.

특히 수호에 대한 야구팬들의 여론이 180도 바뀌었다.

-한수호 얘 진짜 물건이네.

-불과 며칠 전에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연소 히트 포 더 사이클 달성하더니. 이번에는 퍼펙트게임 합작이냐?

-그러고 보니 한수호가 포수로서 리드력이 부족하다 했던 애들 어디 갔냐?

-방구석 전문가님들 퇴근하셨답니다.

-오늘 퍼펙트게임 솔까 한수호 덕이었다 ㅇㅈ?

└그건 좀 오버인 듯.

└└투수가 가장 중요하지.

-투수가 중요한 건 맞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한수호의 허슬플레이 지리더라.

└ㅇㅈ.

└└하이라이트 봤는데 몸 사리지 않는 게 예술이던데?

-압권은 스테이크 아니냐?

└스테이크라니?

└└9회 투아웃에 마운드에 올라서 빨리 경기 끝내고 스테이크 썰러 가자고 했다더라.

└└└누가?

└└└└누구긴 당연히 한수호지.

경기 종료 이후.

잭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였고 인터뷰에서 수호가 했던 말이 공개됐다.

그리고 이 소식은 전 세계의 야구팬들을 웃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뭐가 됐건 한수호 얘가 올 시즌 사고 칠 건 분명해 보인다.

-이미 친 거 같은데?

└ㅇㅈ.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수호는 자신에게 쏟아지던 물음표를 한 번에 지우는 경기를 펼치며 1차전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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