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후 메이저리거-60화 (59/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60화

이번 시즌 오타니 쇼헤이의 페이스는 무시무시했다.

두 번째 사이영상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후웅!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두 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투아웃을 잡아내는 오타니 쇼헤이!

-그의 전매특허인 슬라이더가 정말 무시무시하네요.

-분명 이 타이밍에는 슬라이더가 올 거라 예상하고 있어도 때리는 게 쉽지 않아요.

오타니의 슬라이더는 메이저리그 전체로 놓고 보더라도 구종 가치 1위에 오를 정도로 뛰어났다.

오늘 경기에서도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승부를 빠르게 가져갔다.

-타석에는 지명타자 리얼무토가 들어섭니다. 오늘 복귀한 그가 3번에 배정되었네요?

-그만큼 리얼무토의 타격 페이스가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한수호 선수의 장타력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배치로 보입니다.

정확한 해설이었다.

수호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최상위권의 타격 지표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하나, 타점만큼은 아쉬움이 남았다.

분명 홈런과 장타가 많음에도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앞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4월 한 달간 22타점을 올린 건 분명 대단하지만, 원래라면 30타점은 넘었어야 할 기록이지.’

매디슨이 리얼무토를 3번에 배치한 이유는 수호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대전제가 필요했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2루수 앞으로 가는 땅볼, 2루수 잡아 1루로!

“아웃!”

-아웃입니다. 세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면서 한수호 선수는 아쉽게도 타석에 들어오지 못한 채 이닝이 마감합니다.

바로 리얼무토가 출루에 성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 * *

2회.

다시 마운드에 오른 잭 휠러는 수호의 리드를 따라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나갔다.

-2회 마운드에 오른 잭 휠러, 그를 상대하기 위해 오타니 쇼헤이가 타석으로 들어섭니다.

-1회 세 명의 타자를 간단하게 잡아낸 오타니 쇼헤이, 과연 타석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오타니를 경계하면서 수호가 조심스럽게 사인을 보냈다.

퍽!

“스트라이크!”

-초구 바깥쪽 낮은 코스로 들어오는 슬라이더! 구심의 손이 올라갑니다!

퍽!

“볼.”

-2구는 커브였습니다만, 오타니가 배트를 돌리지 않으면서 그대로 존을 벗어납니다.

볼카운트 원볼 원스트라이크.

타자가 노림수를 가지고 배트를 돌릴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무엇보다 준비 동작에서부터 때리겠다는 의지가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체인지업을 요구했다.

쐐애액-!!

후웅!!

예상대로 오타니가 일찌감치 스윙에 시동을 걸었다.

아마도 패스트볼을 노림수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 같았다.

당연하게도 급격하게 구속이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대응하는 건 무리였다.

아니, 포기해야 하는 게 정답이었다.

괜히 타이밍이 어긋난 공을 건드려봐야 평범한 플라이볼로 물러나는 것밖에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헛스윙을 하더라도 한 번의 기회가 더 있었다.

“큭……!”

그러나 오타니는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공을 맞히기 위해 배트의 궤적을 바꾸었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빗맞은 타구가 떠오릅니다!

떠오른 타구는 다저스의 대기 타석 쪽으로 날아갔다.

높게 뜬 타구가 아니었기에 이대로 파울이 될 확률이 높았다.

그때 수호가 타구를 쫓았다.

-한수호 선수가 타구를 쫓습니다!

-너무 낮은 타구라서 잡는 건 어려울 텐데요!

-마스크까지 벗어 던진 한수호 선수! 떨어지는 타구를 향해 슬라이딩!

수호는 상체가 하늘로 향하는 밴트 레그 슬라이딩을 통해 타구를 마지막까지 눈으로 확인했다.

그렇기에 정확히 미트를 내밀 수 있었다.

퍽!

“아웃!!”

“와아아아아!!”

-잡아냅니다!! 한수호 선수, 엄청난 플레이로 오타니를 돌려세웁니다!!

-낮게 뜬 타구이기에 잡는 게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한수호 선수가 재빠른 움직임으로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처리합니다!

-빠른 발을 가진 한수호 선수이기에 이 타구를 따라가서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선수가 마스크를 쓰고 있다면 투수로서는 무척이나 든든하겠네요!

오늘 경기에서 포수로서 수호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이야…… 저 타구를 따라가서 잡아내네.

-원래 발이 빠른 건 알고 있었지만, 진짜 빠르네.

-저 짧은 순간에 저런 판단을 어케 하냐?

-망설임이 전혀 없던데?

-타구를 놓쳐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는데. 끈기 지린다.

-저런 허슬플레이가 수호의 매력이지!

-오타니 허탈한 표정으로 돌아가네 ㅋㅋ

-분명 놓칠 공인데. 잡아버렸으니 어이없을 듯.

-열 받아서 빈볼 던지는 거 아니냐? ㅋㅋ

수호의 존재감에 반한 야구팬들은 그를 향해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찾아온 2회 말.

수호가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인 오타니 쇼헤이를 처음으로 상대하는 한수호 선수! 과연 그를 상대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궁금합니다!

다른 루키였다면 오타니 쇼헤이의 낙승을 예상했을 거다.

하지만 4월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는 수호였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오타니 쇼헤이, 초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오타니의 손을 떠난 공이 수호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패스트볼!’

패스트볼이라 판단한 수호가 배트를 돌렸다.

그 순간 공이 날카롭게 꺾이면서 스트라이크존 밖으로 휘어나갔다.

후웅!!

뻑!!

“스윙, 스트라이크!”

-초구 86마일의 슬라이더에 한수호 선수 배트 헛돕니다!

-오타니의 전매특허, 슬라이더는 오늘도 예술적입니다.

-슬라이더의 꺾이는 각도를 보셨습니까? 홈플레이트 앞에서 낫처럼 휘어져 존을 벗어납니다.

해설진이 감탄을 터뜨리고 있을 때.

직접 그걸 경험한 수호는 놀라움을 넘어 경악하고 있었다.

‘밖에서 보고 있을 때보다 더 휘어져서 빠져나간다. 그것도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자신의 예상보다 더 변화가 컸다.

[와…… 직접 보니 변화 쩌네.]

[거의 밥 깁슨 수준인데?]

밥 깁슨.

메이저리그 역대 슬라이더를 뽑는다면 반드시 이름을 올리는 선수였다.

그와 함께 이름을 올린 선수들이 스티브 칼튼, 랜디 존슨인 걸 감안하면 최고의 찬사나 다를 바 없었다.

‘패스트볼까지 염두에 둬야 하니 상당히 골치 아프네요.’

[ㅇㅇ 거의 들어오는 게 패스트볼처럼 들어오다가 휘어지니 대응하기 쉽지 않을 거 같다.]

[역시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은 다르네.]

[그동안 상대해온 애들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수호가 상대한 투수들이 나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같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레벨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오타니는 그 레벨의 최정상에 위치한 투수였다.

최근 타격 페이스가 좋은 수호라 하더라도 단번에 공략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딱!!

“파울!”

-파울입니다! 98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을 맞혔지만, 뒤 그물을 때립니다!

2구는 패스트볼이었다.

하지만 1구 슬라이더를 너무 의식해서인지 정타를 만들어내진 못했다.

‘패스트볼은 때릴 만한 거 같은데…….’

[ㅇㅇ 그러네.]

[구속은 빠른데, 무브먼트가 별로네?]

[깔끔하게 들어와서 때리기 좋겠다.]

레전드들 역시 수호와 같은 평가를 내렸다.

분명 빠르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슬라이더를 노릴 바에는 차라리 이걸 노리는 것이 제대로 때릴 수 있을 거 같았다.

-투스트라이크로 볼카운트가 몰린 한수호 선수! 그런 한수호 선수를 잡기 위해 오타니가 3구를 던집니다!

와인드업에 이어 오타니가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본 수호가 다리를 내디뎠다.

‘이번에도 패스트볼!’

촤앗!!

패스트볼 궤적을 확인한 그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그 순간 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젠……장!’

후웅!!

퍽!!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오타니의 스플리터에 배트를 헛돌리는 한수호 선수!!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첫 삼구삼진을 당합니다!

-오타니의 스플리터! 정말 오랜만에 봅니다!

-처음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만 하더라도 자주 사용하던 구종이었는데. 부상 이후 비중을 줄이고 있죠?

-맞습니다. 아무래도 스플리터가 팔에 부담을 많이 주니 조절을 하는 오타니인데. 오늘 처음으로 던지면서 한수호 선수를 돌려세웁니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첫 삼진을 당한 수호가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왜 녀석이 최고인지 알겠네요.’

[메이저리그 애들이 괜히 돈을 많이 주는 게 아니지.]

[그래서 쫄?]

‘그럴 리 있겠습니까?’

오타니의 공은 분명 훌륭했다.

하지만 이런 거에 일일이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오히려 1회를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주 무기를 모두 보여준 만큼…….’

그의 승부욕이 불탔다.

‘오늘 안에 반드시 공략하겠습니다.’

* * *

경기가 시작되기 전.

도박사는 LA 다저스가 이길 것이라 예측했다.

가장 큰 이유는 오타니 쇼헤이의 존재였다.

수호가 최근 무서운 기세로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오타니를 공략하긴 힘들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다.

거기에 다저스의 막강 타선을 잭 휠러가 막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었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빗맞은 타구, 3루수 잡아 1루로! 아웃입니다! 이번 이닝도 세 명의 타자를 모두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감하는 잭 휠러!

-4이닝을 던지면서 아직까지는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게 인상적이네요.

잭 휠러는 다저스의 강타선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이는 도박사나 전문가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스토리였다.

-잭 휠러가 원래 이렇게 잘 던졌나?

-이 정도는 아니었지.

-끽해야 3~4선발급 투수 아님?

-다저스 애들이 단체로 약 먹었나?

-그건 아닌 듯. 오늘 잭 휠러의 투구가 완벽함.

-공의 구위는 평소와 다를 게 없어 보이는데. 코스랑 구종을 택하는 게 탁월하네.

-포수 리드가 좋은 거 아님?

└ㅇㅇ 나도 이렇게 봄.

-적재적소에 프레이밍으로 카운트를 올려주는 수호도 대단하다.

-3회에 나온 블로킹도 예술이지 않았냐?

└ㅇㅈ. 그걸 막아내더라.

└└빠졌으면 낫아웃으로 출루에 성공했을 듯.

-타자일순에도 잭 공략 못 하는 거 보면 오늘 사고 하나 치지 않겠냐?

└설레발 ㄴㄴ

* * *

4회 말.

수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오타니 쇼헤이를 상대로 두 번째 타석을 맞이하는 한수호 선수.

-이번에도 주자는 없지만, 차라리 이게 마음 편할 수도 있습니다.

-첫 번째 대결에서는 오타니 선수의 완벽한 승리였는데요. 과연 두 번째 대결은 어떻게 될지, 1구 던집니다!

와인드업에 들어간 오타니가 1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액-!!

오타니의 손을 떠난 공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스트라이크존 높은 곳을 찔러오는 공에 수호가 기다렸다는 듯 스윙을 시작했다.

후웅!!

다리를 내디디고 배트가 돌아가는 순간.

휘릭!!

공의 궤적이 변하며 몸쪽으로 파고들었다.

‘싱커!’

바뀐 레퍼토리에 수호가 전신의 힘을 활용해 배트를 멈췄다.

쐐액-!!

동시에 공이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뻐억!!

“볼.”

-초구 볼입니다! 스윙에 시동을 걸었던 한수호 선수, 하지만 배트를 멈추면서 스윙을 피합니다.

-아주 잘 봤습니다. 이번 공은 싱커였는데. 처음 보는 공인데도 대처를 잘했네요.

공을 돌려받은 오타니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내 싱커를 처음 봤는데도 파악하다니. 눈이 상당히 좋군.’

오타니의 싱커는 비중이 높진 않았다.

한 경기에 기껏해야 4퍼센트 내외로 던졌다.

하지만 우타자 기준 급격하게 몸쪽으로 꺾여 들어오는 공은 타자들을 까다롭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서 바로 슬라이더로 가도 좋겠지만…… 일단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자.’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인 오타니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오타니, 2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오타니의 손을 떠난 공이 맹렬한 기세로 날아들었다.

콰직!

그 순간, 수호가 발을 내디뎌 하체를 단단히 고정시켰다.

뒤이어 전신을 회전시키며 모든 힘을 배트에 집중시켰다.

후웅-!!

마치 공을 쪼개버리겠다는 듯 돌아간 배트가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던 공을 그대로 강타했다.

따악-!!

-때렸습니다!! 이 타구 멀리 날아가고! 한수호 선수는 배트를 던졌습니다!!

수호가 던진 배트가 회전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힘과 동시에 관중석이 들썩였다.

“와아아아아!!”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벼락같은 선제 솔로포!! 슈퍼루키가 슈퍼스타를 침몰시킵니다!!

-무려 100마일의 구속이 찍힌 포심 패스트볼을 정타로 넘겨 버리는 한수호 선수! 무섭습니다!!

-한수호 선수가 오타니를 상대로 시즌 9호 홈런을 작렬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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