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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59화 (58/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59화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과연 필리스는 리얼무토에게 다시 마스크를 씌울 것인가?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당연히 홈플레이트의 주인은 그였다.

하지만 그가 잠시 자리를 비웠던 10경기 동안 한수호라는 슈퍼루키가 등장했다.

[한수호 선수의 최근 임팩트가 강하긴 했지만, 긴 세월 필리스의 홈플레이트를 지켜온 리얼무토의 능력을 넘어서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도루를 저지하는 능력은 리얼무토보다 한수호 선수가 뛰어난 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포수는 단순히 도루 저지율로 판단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투수를 리드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리얼무토가 자리를 비웠던 10경기 동안 필리스는 3승 7패를 거두면서 지구 3위까지 순위가 내려앉았습니다.]

[리얼무토가 빠져서 그렇다기보다는 벤치클리어링으로 타선이 비어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최근 핫한 수호와 관련된 일이다 보니 한국에선 특별코너까지 만들어 토론을 열기도 했다.

인터넷에서도 야구팬들의 열띤 토론이 오가고 있었다.

-당연히 리얼무토 포수로 쓰고 수호를 1루로 빼야지.

└이게 맞다.

-수호가 나이에 비해 인상적이긴 하지만, 리얼무토 수준은 아님.

-리얼무토는 2010년대 이후로 최고의 포수지.

-한수호의 투수 리드 능력은 좀 애매함.

-10경기 동안 수호의 포수 능력은 상당히 안정적이었는데.

-도루 저지율이 지금 100퍼센트임.

-이런 애를 빼고 리얼무토 넣는 건 좀…….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거지.

-위에 누가 적었지만, 수호의 리드 능력이 문제임. 10경기 동안 퀄리티 스타트를 한 투수가 고작 3명에 불과해.

└그건 포수의 능력이라기보다는 투수 탓 아니냐?

└└투수도 문제지만, 포수의 능력도 중요하지.

-야야, 오피셜 떴다. 한수호 포수 출전임.

열띤 토론이 오가고 있는 와중에 필리스는 수호를 포수로 내보내는 선택을 내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필리스의 매디슨 감독은 리얼무토가 벤치클리어링 이후 약한 발목 부상을 입어 포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 *

경기장에 도착한 수호는 리얼무토의 부상 소식을 전해 들었다.

“부상이요?”

“어. 심한 건 아니고 발목이 살짝 불편한가 보더라고. 그래서 네가 포수로 출전한다.”

“예. 알겠습니다.”

코치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수호의 시선이 훈련장 한편에서 묵묵히 훈련하고 있는 리얼무토에게 향했다.

[야야, 이게 네가 말했던 부상임?]

[게임에 출전할 정도면 심한 건 아니란 거잖아?]

‘아마 이건 아니지 않을까요? 분명 시즌아웃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거든요.’

[뭐,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쟤 복귀하면서 언론들이 제법 시끄럽더라?]

‘저도 봤습니다.’

딱히 찾아보지 않아도 인터넷만 들어가면 자신의 기사가 도배되어 있었다.

‘다들 제 포수 리드 능력이 리얼무토보다 떨어진다 하더군요.’

[그러게.]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네 능력이 비록 우리에 미치지 못한다지만, 이 정도 평가를 받을 건 아니지.]

[결국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예.’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이런 의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걸.

훈련을 끝내고 다시 클럽하우스로 향할 때였다.

맞은편에서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다가왔다.

“한수호 선수.”

전형적인 월스트리트의 사람처럼 보이는 남자가 명함을 내밀며 미소를 지었다.

“저는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윌이라고 합니다. 잠시 시간 괜찮으실까요?”

악마의 회사에서 찾아왔다.

* * *

메이저리그에 크게 관심이 없더라도 스캇 보라스의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본 사람이 많다.

그만큼 스캇 보라스는 영향력이 큰 에이전트다.

구단에는 악마의 에이전트로 불릴 정도로 선수에게 유리한 계약을 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그런 그가 이끄는 회사로 메이저리그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거대했다.

그곳에서 찾아올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예상하셨겠지만, 한수호 선수와 계약을 맺고 싶습니다. 앞으로 한수호 선수는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을 정도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당연하게도 계약 제안이었다.

그동안 에이전시와 접촉을 하려 했지만, 워낙 바쁜 일정이었기에 미처 그러지 못했다.

홈으로 돌아오면서 연락을 해봐야겠다, 라고 생각을 하는 찰나에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 찾아왔다.

[타이밍 좋네.]

[보라스 정도면 베스트지.]

[괜히 악마의 에이전트가 아니지.]

레전드들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보라스의 협상 능력은 매우 뛰어났다.

수호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조건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윌이 미소를 지으며 조건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 * *

올 시즌 LA 다저스는 여전히 강자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20경기를 치른 LA 다저스는 14승 6패를 거두면서 내셔널리그 전체 2위,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홈으로 돌아온 필리스가 첫 경기부터 상당히 어려운 상대를 만나게 되었네요.

-맞습니다. 거기에 이번 시리즈에 LA 다저스의 1, 2, 3선발을 모두 만나게 됩니다.

-첫 경기에서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를 상대하지 않습니까?

오타니 쇼헤이.

메이저리그의 역사에 도전했던 그는 2020년대 들어 최고의 선수의 자리에 올라섰다.

2023시즌이 끝나고 에인절스를 떠난 그는 다저스와 총액 5억 달러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이적 이후에도 좋은 활약을 이어간 그는 25시즌, 커리어하이와 함께 생애 첫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올 시즌 오타니의 페이스는 정말 무섭습니다. 이번 시즌 4번 마운드에 올라 모두 승리를 챙겼습니다.

-4전 전승이란 것도 놀랍지만, 세부 지표 역시 경악스럽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4경기 28이닝을 던지면서 단 4실점만 허용하며 평균자책점 1.28을 마크했습니다.

탈삼진은 무려 52개를 잡아내는 등, 괴물 같은 스타트를 보이고 있습니다.

-타자로서도 벌써 6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내셔널리그 전체 3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오타니 선수가 올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지 않겠냐? 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오타니를 한수호 선수가 어떻게 공략할지, 다저스의 공격으로 경기 시작합니다!

* * *

잭의 연습 투구가 끝났다.

수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스크를 벗고 가볍게 목을 풀었다.

그때 관중석 한편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저 사람…….’

[어? 스캇 보라스네.]

[쟤가 여기 왜 왔냐?]

[자기 고객인 오타니 때문에 온 거 아니겠음?]

레전드들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수호는 아니었다.

‘그런데 절 보러 오지 않은 거네요.’

[그것도 그렇네.]

[와~ 아무리 네가 루키라지만 너무하네.]

오타니와 자신을 비교할 수 없다.

오타니는 이미 메이저리그 최고의 위치에 있는 선수였고 자신은 이제 막 주목받는 선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곳에 왔으면서 자신을 보러 직접 온 게 아닌 부하직원을 보낸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그의 승부욕에 불을 지폈다.

‘다른 사람에게 밀리는 게 상당히 짜증 나는데요.’

[실력으로 보여주면 된다.]

[저 녀석이 직접 오게 만들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면 됨.]

그럴 생각이었다.

수호의 집중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 * *

“플레이볼!!”

구심의 외침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다저스의 1번 타자, 폴 프리먼이 타석에 들어섭니다.

폴 프리먼이 타석에 서자 수호의 머리에 그의 정보들이 떠올랐다.

‘컨택 능력이 좋고 발이 빠른 타자다. 무엇보다 선구안이 좋은 선수라서 내보내면 골치 아파져.’

수호의 시선이 타자를 살폈다.

‘보폭이 좁고 배트를 처음부터 짧게 쥐고 있다. 역시 본인의 장점을 잘 알고 있는 선수다.’

메이저리그에서 장타를 포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폴 프리먼은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타격 폼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선수는 처음부터 힘으로 짓누르는 게 베스트야.’

결정을 내린 수호가 사인을 보냈다.

‘포심 패스트볼.’

구종을 결정하고.

‘몸쪽으로.’

코스를 결정했다.

고개를 끄덕인 잭 휠러가 투구 자세에 들어갔다.

“흡!”

기합 소리와 함께 날아온 공이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며 폴 프리먼의 몸쪽을 찔렀다.

뻐억-!!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입니다. 좋은 제구력으로 스트라이크로 경기를 시작하는 잭 휠러!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았다는 건 무척이나 좋은 소식이었다.

이후 볼 배합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이 살아 있다. 손에서 느껴지는 회전력도 평소보다 좋아. 무엇보다 제구력이 예술이었어. 거기에 오늘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이 몸쪽에 후한 편이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은 일정하지 않았다.

매번 조금씩 바뀌기에 포수가 빠르게 파악하고 투수를 리드해야 했다.

‘이번에도 몸쪽으로.’

수호는 초구와 마찬가지로 몸쪽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깊숙한 코스를 요구했다.

‘공 반 개 정도 빼보죠.’

‘오케이.’

의문을 가질 만도 하지만, 잭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수호를 믿고 있다는 의미였다.

‘녀석이 던지라는 건 무슨 이유가 있겠지.’

와인드업에 들어간 잭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액-!

이번에도 같은 코스로 날아드는 공에 폴이 배트를 돌렸다.

‘너무 깊은데?’

하지만 공의 궤적이 초구보다 더 깊게 들어오는 걸 확인하고는 배트를 멈췄다.

그리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엉덩이를 뒤로 뺐다.

그의 예상대로 공은 초구보다 공 반 개는 더 몸쪽으로 찔러왔다.

볼이 될 것이라 예상한 그때 이전과 다른 포구 소리가 들려왔다.

촤아아앗-!!

마치 그물에 걸린 것처럼 공이 회전하는 소리에 의아함을 느끼고 있을 때, 구심의 외침이 터졌다.

“스트라이크! 투!!”

“아니, 이게 스트라이크라고요?”

“들어왔어.”

구심이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폴은 억울한 듯 몇 번 더 항의했다.

-폴 프리먼은 판정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반응이네요.

-엉덩이를 뺄 정도로 본인은 공이 깊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이번 공은 한수호 선수의 프레이밍이 만들어낸 결과로 보입니다. 공이 지나간 것만 보면 분명 볼이었어요.

-프레이밍도 좋았지만, 다시 같은 코스로 요구한 리드도 좋았습니다.

잭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웹으로 잡아서 볼이었던 공을 스트라이크로 만들다니. 대단한데?’

단순한 거 같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구심도 눈이 있기에 매번 통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번 프레이밍은 수호의 미트가 초구와 같은 위치에 있었기에 나올 수 있는 것이었다.

‘어쩐지 처음부터 같은 코스로 요구하더니 이럴 생각이었군.’

처음부터 이런 걸 계획한 수호의 센스에 혀를 내두르는 잭이었다.

-폴 프리먼이 타석에 다시 들어섭니다.

상당히 불만스러운 듯 타석에 들어선 폴 프리먼은 여전히 투덜거리고 있었다.

‘평정심을 잃은 타자를 잡아내기에 이것만 한 공이 없지.’

수호가 사인을 보냈다.

코스는 이번에도 몸쪽을 요구했지만, 구종은 달랐다.

‘내가 딱 원하는 공을 사인으로 보내주는군.’

고개를 끄덕인 잭이 와인드업에 이어 3구를 뿌렸다.

쐐애액-!!

-3구 던졌습니다!

‘이번에도 몸쪽이냐?! 놓치지 않는……!’

투스트라이크에 몰린 폴이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그 순간 공이 시야에서 사라지면서 그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후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아웃입니다! 첫 타자를 삼구삼진으로 처리하는 잭 휠러!!

-잭의 전매특허인 슬라이더가 몸쪽으로 파고들면서 폴의 헛스윙을 유도해 냈습니다!

-한수호 선수의 포구도 안정적이었습니다. 상당히 크게 변화한 공이었는데도 잘 잡아냈습니다.

삼구삼진으로 스타트를 끊은 잭을 향해 수호가 공을 던졌다.

“나이스 볼!!”

* * *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높게 떠오른 타구! 중견수 앞으로 달려 나오며 가볍게 잡아냅니다. 세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면서 1회를 삼자범퇴로 마감하는 잭 휠러!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잭과 만난 수호가 미트를 내밀었다.

“오늘 컨디션 좋은데요?”

“너도 그런 거 같다? 아주 리드가 예술적이야.”

“마음에 드셨습니까?”

“당연하지. 이대로만 리드해 주면 오늘 경기 완봉도 가능하겠다.”

“그럼 이대로 사인 보내겠습니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간 수호는 음료로 목을 축이고는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거기에는 오타니 쇼헤이가 몸을 풀고 있었다.

쐐애애액-!!

뻐어억!!

그가 던진 공이 포수의 미트에 꽂히며 굉장한 소리를 토해냈다.

[쩌네.]

[확실히 빠르긴 하다?]

[현장에서 보니까 TV랑 볼 때보다 더 빨라 보이네.]

[때릴 수 있겠냐?]

레전드들의 채팅에 수호가 되물었다.

‘선배님은 때릴 수 있겠습니까?’

[얀마! 나 타이 콥이야! 당연히 때릴 수 있지!!]

‘그럼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우~]

[대답 한번 마음에 드네.]

[그래. 그런 정신이다.]

[콥 한 방 먹었네 ㅋㅋ]

[아쒸…… 왜 자꾸 말리는 느낌이지?]

콥의 투덜거림에 수호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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