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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후 메이저리거-57화 (56/340)

회귀 후 메이저리거 57화

수호의 홈런으로 점수를 따라잡은 필리스는 잭 휠러의 안정적인 투구를 앞세워 박빙의 승부를 이어나갔다.

-2회 말,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감하는 잭 휠러!

-1회에 홈런을 허용했지만, 베테랑다운 안정감을 보여주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홈런으로 인한 후유증은 없었다.

분위기를 가져올 절호의 찬스였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필리스의 타선이 빈약했다.

딱!!

-3구를 강타! 하지만 빗맞은 타구가 높게 떠오릅니다! 중견수 제 자리에서 잡아내며 필리스의 3회 초 공격이 허무하게 마무리됩니다.

-아무래도 중심선수들이 대거 빠지면서 공격력이 집약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아쉬운 3회 초를 끝낸 필리스가 다시 수비에 나섭니다.

경기를 지켜보는 매디슨의 마음이 무거웠다.

‘하퍼와 J.T가 빠진 구멍을 메우기 상당히 힘들군.’

대체 선수들을 투입해 수비에서는 빈틈을 메웠지만, 공격에서는 따라갈 수 없었다.

‘수호의 홈런이 터질 때, 두 사람이 있었다면 역전도 가능했었을 텐데. 아쉬워…….’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퍼-리얼무토-수호로 이어지는 타선의 파워를 확인했던 매디슨이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공백이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수호가 있으니 다행이군.’

타격감이 좋은 수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 * *

경기 초반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역대급 난타전을 기대했다.

하지만 두 투수가 안정감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레 경기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유격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 유격수 메이튼 잡아서 가볍게 1루로!

퍽!

“아웃!”

-두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

-잭 휠러의 슬라이더가 다시 빛나기 시작하네요. 타자들의 배트 중심을 벗어나면서 범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안정감 있는 투구를 보여준 잭 휠러! 하지만 타석에는 1회 그에게 홈런을 안겨준 아쿠냐 주니어가 들어섭니다!

아쿠냐 주니어가 타석에 들어서자 경기장이 떠나가라 홈팬들의 응원이 쏟아졌다.

“주니어!! 이번에도 한 방 날려 버려!”

“경기 좀 재밌게 만들어봐!”

“너만 믿는다!”

“주니어! 주니어! 주니어!!”

브레이브스의 슈퍼스타답게 그를 향한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다.

‘역시 어웨이는 어웨이네요. 이 정도로 일방적인 응원이라니…….’

[ㅋㅋ 너도 필라델피아로 가면 이 정도 응원은 받을 거다.]

[응원이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간접적으론 영향을 주지.]

[괜히 홈구장이 좋은 게 아님.]

레전드들의 말에 동의하는 수호였다.

메이저리그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홈경기를 관람한다.

간혹 필리건들처럼 극성팬들이 원정을 가고는 하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말인즉슨 2만 명을 훌쩍 넘는 인원이 일방적으로 한쪽을 응원한다는 소리다.

이런 응원은 홈팀에게는 엄청난 힘이 되지만, 원정팀에게는 심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경험이 부족할수록 더더욱 그랬다.

‘아쿠냐 주니어의 타격감이 좋지만, 잭의 컨디션도 좋은 편이야. 무엇보다 1회보다 공이 더 안정적으로 편했어. 여기에서는…….’

수호가 사인을 보내자 잭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인을 교환했습니다. 과연 한수호 선수가 초구 어떤 공을 요구했을지! 잭 휠러가 와인드업, 1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잭 휠러의 손을 떠난 공이 아쿠냐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이런 좋은 공은……!’

촤앗-!

오픈 스탠스로 히팅 포인트를 넓힌 아쿠냐가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감사히 잘 먹겠……!’

휘릭!!

그때 공이 밑으로 뚝 떨어지면서 배트의 중심을 벗어났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빗맞은 타구가 우익수 정면으로 날아갑니다!

-무난하게 아쿠냐를 잡겠…….

모든 이가 세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갈 거라 예상한 그 순간, 우익수가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뒤이어 그의 앞에 공이 떨어졌다.

-아~ 잡지 못합니다! 갑자기 넘어지면서 플라이볼을 잡지 못하는 우익수 고든! 본인도 무척이나 아쉬워합니다!

-스텝이 꼬인 것으로 보입니다. 간혹 나오는 장면입니다만, 다소 아쉬운 타이밍에 나오고 맙니다.

브라이스 하퍼가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타격에 가려지긴 했지만, 하퍼의 수비는 리그 평균 이상이었다.

특히 강한 어깨로 어시스트 리그 1위에 오른 적이 있을 정도로 수비에서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경험이 쌓이면서 우익수비에 불안함을 느낄 일이 없었다.

물론 고든 역시 수비가 상당히 좋은 선수였다.

그렇기에 메이저리그에 올리고 하퍼의 백업으로 썼었다.

하지만 실력과 별개로 경험에서 문제가 있었다.

‘고든은 선발로 경기에 나선 적이 없다. 작년부터 출전한 40게임 대부분이 중간에 투입됐지. 자신이 주전이란 것에 부담을 느낀 거야.’

애써 상황을 정리하며 고든의 탓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매디슨 감독이었다.

하지만 머리가 아파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경기를 하다 보면 실책은 나올 수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아쿠냐 주니어의 타석에서 나오다니.’

실책이 나온 게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이전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내며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준 아쿠냐 주니어다.

그를 바로 다음 타석에서 잡아낸다면 흐름을 끊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를 살려 보냈으니 문제가 생겼다.

‘잡을 수 있는 선수를 잡지 못하면 다시 살아나게 마련이다.’

과학적인 근거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직접 체감한 것이었다.

매디슨의 우려대로 죽을 목숨이 살아난 아쿠냐 주니어의 기세가 다시 올라왔다.

‘오늘 타격감도 좋은 데다가 운까지 따라주다니.’

경기를 하다 보면 이런 날이 있다.

타격감도 좋은데 운까지 따라오는 날.

40-40을 기록했던 24시즌 NLDS 3차전에서 역전 인사이드 파크 홈런을 때린 날처럼 말이다.

‘그럼 오늘도 사고를 한번 쳐볼까?’

자신감이 넘치는 아쿠냐 주니어는 잭의 타이밍을 뺏기 위해 상황을 살폈다.

물론 잭은 그런 아쿠냐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견제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쿠냐는 노련하게 견제를 피하면서 타이밍을 잡아갔다.

-원볼 원스트라이크, 잭이 투구를 이어나갑니다!

잭의 발이 홈플레이트로 향하는 순간.

타닥!

아쿠냐가 출발했다.

완벽한 타이밍에 2루로 내달리는 그의 모습에 매디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놓쳤다!’

잭의 딜리버리 타임이 느린 건 아니다.

하지만 아쿠냐의 스타트가 너무 좋았다.

아무리 수호의 어깨가 좋다 하더라도 아쿠냐의 주력을 잡는 건 무리가 있었다.

그때 공을 포구하며 일어난 수호가 그대로 공을 뿌렸다.

쐐애애애액-!

낮고 빠르게 날아오는 공에 아쿠냐가 몸을 날려 슬라이딩으로 2루 베이스를 노렸다.

거의 동시에 공을 포구한 2루수가 미트를 내리며 아쿠냐를 태그했다.

촤아아앗-!!

퍽!

승부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타이밍에 나온 아쿠냐의 도루였다.

하지만 수호의 강한 송구는 승부가 되게끔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웃!!”

“우와아아아!!”

원정을 온 필리스 팬들을 일제히 환호하게 만들었다.

* * *

분위기가 넘어갈 뻔했었다.

하지만 수호의 엄청난 송구로 아쿠냐가 아웃 되면서 분위기는 다시 원위치했다.

-한수호 선수의 송구는 정말 경이롭습니다. 이전 올 시즌 가장 빨랐던 1.73초의 팝 타임을 기록하더니 방금 전 송구는 1.7초가 찍혔습니다. 0.03초나 시간을 단축했는데, 비결이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일어나서 던졌기 때문에 송구 속도가 더 빨라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1.73초를 기록했을 때는 앉아쏴를 했었군요. 하지만 일어나는 것만으로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나요?

-아무래도 힘을 더 실어서 던질 수 있으니 구속이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충분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팝 타임은 단순히 구속이 빨라졌다고 해서 줄어드는 게 아니었다.

일어나서 던짐으로써 생기는 동작의 추가는 오히려 팝 타임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팝 타임이 줄었다는 건 그만큼 동작에 군더더기가 없었다는 소리였다.

-대단한 송구를 보여준 한수호 선수! 이번 이닝 공격에서 이 분위기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4회 초.

수호는 두 번째로 타석에 들어서기 위해 대기 서클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아쿠냐 잡으면서 분위기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생겼네.]

[ㅇㅇ 송구 지렸다.]

[일어나서 던진 게 나이스 판단이었어.]

[왜 일어났던 거임?]

‘아쿠냐의 스타트가 너무 좋았어요. 만약 이전과 같은 동작으로 던졌다면 세이프가 됐을 겁니다.’

[하긴, 확실히 그렇지.]

[타이밍상 세이프가 확실했지.]

[일어나서 던질 때 보니까 내 폼을 참고한 거 같던데?]

조시 깁슨의 채팅에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는 요기 베라 선배님의 것과 조시 깁슨 선배님의 것을 섞었습니다.’

그의 말에 채팅창이 들썩였다.

[ㅋㅋㅋ 확실히 그러면 줄일 수 있겠네.]

[올타임 레전드 포수 둘의 장점만 섞어버렸으니 잡는 게 당연하지.]

[잘했다.]

레전드들의 칭찬이 쏟아지고 있을 때였다.

딱!!

-때렸습니다! 삼유간을 가르는 안타! 선두타자가 출루하면서 베이스에 주자가 생겼습니다!

-필리스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타석으로는 환상적인 송구로 아쿠냐 주니어를 잡아냈던 한수호 선수가 들어섭니다!

수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브레이브스 벤치가 바빠졌다.

-외야가 전체적으로 좌익수 방면으로 움직이네요?

-한수호 선수가 당겨치는 스윙을 많이 하다 보니 아무래도 거기에 맞는 수비를 준비한 듯합니다.

브레이브스의 이런 움직임은 수호를 위험한 선수로 낙점했다는 소리다.

아직 4월이 채 지나지도 않았지만, 수호가 보여준 활약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

히트 포 더 사이클에 홈런 1위를 달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야가 과거처럼 극단적인 시프트를 할 수 없다는 점이겠네요.

2023시즌부터 메이저리그는 시프트를 금지시켰다.

그렇기에 과거처럼 내야수들이 한쪽에 몰리고 한쪽이 비어 있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예전이었다면 내야에도 시프트를 걸어서 완전히 봉쇄시킬 수 있었을 텐데, 아쉽군.’

브레이브스의 감독 시몬스는 자신의 결정에 확신이 있었다.

‘한수호, 분명 대단한 녀석이야. 앞으로 경험을 쌓고 여러 부분을 보완한다면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이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건 전력 분석에서 얻어낸 수호의 약점 덕분이었다.

‘녀석의 타격은 극단적인 당겨치기에 맞춰져 있다. 22타수 중에 당겨친 타구가 무려 20개였어.’

데이터를 통해 나온 결과를 확인한 시몬스는 이걸로 수호를 잡을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첫 타석에서도 녀석의 타구가 홈런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잡아낼 수 있었다.’

홈런이 나오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리 쉽게 홈런이 나올 수는 없었기에 이번 작전으로 수호를 봉쇄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하퍼와 J.T가 빠진 필리스의 타선은 허수아비나 다를 바 없지!’

경기장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서는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그때 투수가 슬라이드 스텝을 밟으며 1구를 뿌렸다.

딱!!

-때렸습니다! 큼지막한 타구! 하지만 3루 쪽 관중석에 떨어지면서 파울이 됩니다!

-한수호 선수의 뚝심이 대단하네요. 분명 외야수들의 위치를 보고 브레이브스의 의도를 알고 있을 텐데도 당겨서 때리고 있습니다.

해설위원의 말대로였다.

수호는 브레이브스의 의도를 단번에 눈치챘다.

‘당겨서 때리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나 보네.’

[지금까지 데이터를 보면 그게 확실하니까.]

[그렇게 생각해도 이상할 건 없지.]

[밀어서 때리면 그라운드 홈런도 가능하겠네.]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그냥 공을 밀어서 우익수 방향으로 타구를 날리면 장타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수호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선배님들이라면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우리?]

[절대 안 하지.]

[이럴 때 승부를 피하면 남자가 아니제!]

[무엇보다 상대의 생각을 박살 내주는 게 재밌거든.]

[그리고 감이 좋을 때 몰아치는 게 최고다.]

레전드들의 채팅에 수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호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다시 타석에 선 한수호 선수, 사인을 교환한 투수가 2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몸쪽을 노리고 날아오는 공에 수호가 발을 내디뎠다.

콰직!!

스파이크가 박힘과 동시에 그의 하체가 돌아갔다.

뒤이어 골반과 상체, 그리고 배트로 이어진 회전력이 폭발했다.

따악-!!

-때렸습니다!!

라인드라이브성으로 날아간 타구가 낮은 브레이브스의 펜스를 그대로 통과해 불펜 위에 있는 광고판을 그대로 때리고 튕겨 나왔다.

툭!

-홈런입니다!!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는 한수호 선수!! 광고판을 맞고 튀어나온 타구를 좌익수가 허망한 표정으로 집어 듭니다!!

-시프트가 무슨 상관입니까?! 수비가 몰려 있어도 홈런을 잡아낼 수는 없습니다!!

-한수호 선수가 내셔널리그 홈런 단독 선두에 올라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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