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메이저리거 56화
미쳐 날뛰는 중입니다.
히트 포 더 사이클을 터뜨린 이후의 수호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말이었다.
[필라델피아의 필리스의 한수호,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내며 벌써 시즌 5번째 홈런을 달성!]
[메이저리그 역대 최연소 히트 포 더 사이클의 주인공, 한수호! 내셔널리그 홈런 단독 1위를 질주!]
[팀 내에서 모든 타격 지표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한수호! 정말 그는 루키인가?]
[라이벌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첫 시리즈에서 14타수 8안타 3홈런 9타점을 기록한 한수호!]
[필라델피아 필리스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첫 번째 시리즈를 4전 전승으로 스윕하며 동부지구 단독 선두에 등극!]
지구 1위에 올라선 필리스는 두 번째 원정지인 애틀랜타로 떠났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수호의 활약은 계속됐다.
딱!!
-때렸습니다!! 그리고 이 타구! 내야를 벗어나면서 연속안타 기록을 이어나가는 한수호 선수!!
-감각적인 스윙으로 떨어지는 브레이킹볼을 잘 때려냈습니다!
-절정에 치달은 한수호 선수의 타격감이 애틀랜타에서도 이어집니다!
수호가 누상에 나가자 브레이브스 배터리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브레이브스의 선발투수, 제이슨 우드가 처음부터 견제구를 던집니다! 안전하게 1루 베이스로 돌아가는 한수호 선수.
-내셔널스와의 경기에서 한수호 선수의 주력이 좋다는 게 잘 알려졌죠. 이제부터는 견제가 상당할 겁니다.
-실제 오늘 경기에서 브레이브스는 한수호 선수를 상당히 경계하지 않았습니까?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한수호 선수만큼 타격감이 좋은 선수는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사실이었다.
수호의 타격 지표는 메이저리그 전체를 보더라도 따라올 선수가 없었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 도루, 홈런까지.
모든 부문에서 3위 안에 들었다.
이런 수호를 경계대상 1호로 뽑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투수의 견제에도 수호는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제이슨 우드, 사인을 교환하고 공을 던집니다!!
타닥!!
-그리고 한수호 선수 지체 없이 달립니다! 공을 포구한 포수, 던지는 걸 포기합니다! 이미 한수호 선수는 2루에 도착했습니다!! 시즌 6번째 도루를 성공시키는 한수호 선수!
수호의 이름이 다시 경기장을 들썩였다.
* * *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첫 경기에서도 수호는 멀티히트를 완성시키며 절정의 타격감을 이어나갔다.
[올 시즌 첫 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록한 한수호 선수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1차전에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절정의 타격감을 이어나갔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백미는 2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장타력을 갖춘 한수호 선수지만, 주력 역시 매우 뛰어나 매 경기 뛰는 야구를 보여주고 있죠.]
[매디슨 감독도 이런 한수호 선수에게 그린라이트를 부여하며 자유롭게 뛸 수 있게 해준 거 같습니다.]
ESPN에선 수호가 단골로 출연하며 미국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이 선수가 기록한 5개의 홈런은 현재 내셔널리그에서 공동 1위 기록입니다.]
[이날 아쿠냐 주니어가 홈런을 기록하며 한수호 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
2020년대를 이끌 신성들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예상대로 좋은 성적을 내면서 브레이브스의 부흥을 이끌었다.
2018시즌 올해의 신인을 시작으로 2024시즌에는 내셔널리그 최다 홈런과 함께 첫 MVP를 수상했다.
2022시즌을 제외하곤 매년 3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며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었다.
[과연 이번 시리즈에서 이 두 선수가 어떤 순위 경쟁을 보여줄지도 궁금합니다.]
[홈런 하니 아메리칸리그 역시 치열한 경쟁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애런 저지가 벌써 7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단독 선두를 달리는 중입니다. 그 뒤를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6개로 바짝 따라붙고 있죠.]
[과연 올해 메이저리그에선 어떤 기록이 탄생할지 궁금합니다.]
2027시즌의 메이저리그는 시즌 초반부터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 * *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2차전.
수호가 다시 마스크를 쓰고 캐처박스에 앉았다.
퍽!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1회 말 두 번째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처리하는 잭 휠러!
-내셔널스와의 벤치클리어링에서 불행한 부상을 입었지만, 여전히 좋은 투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잭 휠러가 돌아왔다.
부상으로 짧은 IL에 등재됐던 그는 복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늘 잭의 공은 구위나 제구 모두 나쁘지 않아. 하지만…….’
수호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전날 벼락같은 스윙으로 홈런을 때려냈던 아쿠냐 주니어가 서 있었다.
‘이 녀석의 타격감도 분명 좋다.’
[ㅇㅇ 이 녀석도 괴물임.]
[작년에 40-40 해내더니. 올해도 가능성 충분해 보이더라.]
[일단 나가면 상당히 골치 아픈 상대임.]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아쿠냐 주니어는 단순히 파워만 가진 타자가 아니었다.
5툴 플레이어의 정석과도 같은 선수다.
출루를 시키면 위험해진다.
그걸 알기에 수호는 조심스럽게 리드를 이어나갔다.
퍽!
“볼.”
-초구 볼입니다. 떨어지는 브레이킹볼에 꿈적도 하지 않는 아쿠냐 주니어.
-홈런을 많이 때리면서도 선구안과 컨택 능력이 좋은 선수입니다. 상대하기 정말 까다롭죠.
2구는 몸쪽에 패스트볼을 던졌다.
아쿠냐 주니어는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지만, 너무 당기는 바람에 파울라인을 벗어났다.
“파울!!”
“쳇!”
-파울이 됐지만, 이건 거의 홈런 아니었습니까?
-그렇습니다. 조금만 더 안쪽으로 들어왔다면 홈런이 됐을 타구입니다.
3구는 다시 유인구로 던지면서 그의 배트를 유인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배트가 나오지 않으면서 볼카운트는 투볼 원스트라이크가 됐다.
‘확실히 선구안이 좋다. 정면 승부를 해야 해.’
수호가 바깥쪽 스트라이크 사인을 보냈다.
잭 휠러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승부욕이 강한 타입의 투수였다.
상대와 피하는 사인이 나왔으면 고개를 저을 생각이었지만, 승부를 보자는 사인에 바로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흡!!”
쐐애애액-!!
잭 휠러의 손을 떠난 공이 정확히 수호가 원했던 코스로 날아들었다.
구속, 제구 모든 게 완벽한 공이었다.
그때였다.
후웅!!
수호의 눈앞으로 검은 물체가 지나가더니 그대로 공을 낚아챘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수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순간, 아쿠냐 주니어가 손에 들고 있던 배트를 어깨너머로 던지며 산책을 하듯 1루로 뛰었다.
-아쿠냐 주니어가 배트를 던졌습니다! 그리고 이 타구는 담장을 넘어갑니다! 선제 솔로포를 작렬시키는 아쿠냐 주니어!!
-이번 홈런으로 내셔널리그 최다 홈런 단독 선두에 올라서게 되네요.
홈플레이트를 밟고 들어가는 아쿠냐 주니어를 보며 수호는 자신의 리드를 복기했다.
‘잭의 공은 완벽했다. 내가 다른 쪽으로 리드했어야 했나?’
[ㄴㄴ 아님.]
[방금 승부를 하는 게 정답이었지.]
[그냥 상대가 잘 때린 거야.]
[아무리 최고의 선택을 하더라도 상대가 그것을 능가하면 어쩔 수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레전드들의 채팅을 보며 수호는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그리고 그걸 잭 휠러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다.
-1회부터 홈런을 허용하며 실점하는 잭 휠러, 베테랑이지만 상당히 어려운 스타트를 끊습니다.
위기는 계속됐다.
-타석에는 브레이브스 타선의 중심을 맡은 콘트레라스가 들어섭니다.
-이 선수의 장타력도 조심해야 합니다. 올 시즌 벌써 홈런을 3개나 때려냈습니다.
또 한 번 위험한 타자가 들어섰다.
만약 연속해서 장타를 허용한다면 베테랑인 잭이라 하더라도 멘탈이 흔들릴 수 있었다.
하지만 수호는 의외의 사인을 보냈다.
‘바깥쪽.’
다시 한번 바깥쪽을 택했다.
그것도 그냥 바깥쪽이 아닌 방금 전과 같은 코스와 같은 구종이었다.
그 사인이 뭘 의미하는 건지 잘 아는 잭 휠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터프한데?’
도무지 루키라고는 믿기지 않는 리드였다.
‘내 공을 그 정도로 믿어준다 이거지?’
수호의 리드가 어떤 의미인지 잭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루키가 날 이렇게 믿어주는데…….’
촤앗-!!
투구 자세를 잡은 잭이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맹렬한 속도로 날아들었다.
후웅!!
콘트라레스가 초구부터 맹렬하게 배트를 돌렸다.
딱!!
-때렸습니다! 높게 뜬 타구!!
외야까지 날아간 타구는 더 이상 뻗지 못하고 중견수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퍽!
“아웃!”
-아웃입니다! 세 번째 아웃 카운트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는 잭 휠러! 더 실점을 하지 않고 1회를 마감합니다!
카메라가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잭과 수호를 비추었다.
“나이스 볼입니다.”
“나이스 리드였다.”
두 사람이 글러브와 미트를 부딪치며 1회를 마감한 걸 자축했다.
* * *
아쿠냐의 홈런으로 선취점을 내준 필리스의 2회 초 첫 타자로 수호가 나섰다.
-2회 초 선두타자로 필리스의 4번 타자, 한수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주전선수들이 출전 정지를 당하면서 자연스레 4번에 배치된 한수호 선수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실점이 나왔을 때 가장 중요한 건 그걸 얼마나 빨리 따라잡느냐였다.
‘이럴 때는 수호가 선두타자보단 두세 번째에 나가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인데.’
그렇기에 매디슨 감독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수호는 찬스에 강한 타자였다.
주자가 있다면 득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다.
그런데 선두타자로 나가면 홈런을 제외하곤 그가 타점을 올릴 방법이 없었다.
‘홈런이 그렇게 쉽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최근 수호의 페이스가 무섭다고는 하지만, 매번 홈런을 때릴 순 없었다.
그걸 알기에 매디슨의 아쉬움은 더욱 컸다.
그때 투수가 와인드업과 함께 1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맹렬한 속도로 날아들었다.
몸쪽으로 날아오던 공은 뱀처럼 휘더니 밑으로 뚝 떨어졌다.
일명 싱커라 불리는 변형 패스트볼의 하나였다.
마구라고 불릴 정도로 구속이 빠르고 변화도 심한 구종, 수호라 해도 초구를 쉽게 때리긴 힘들 거다 하는 생각이 들 때였다.
후웅!!
수호의 배트가 매섭게 돌더니 떨어지는 공을 그대로 퍼 올렸다.
딱!!
-때렸습니다!!
높게 떠오른 타구가 좌익수 방향으로 날아갔다.
타구를 확인한 좌익수가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워낙 높게 떠오른 타구였기에 자리를 잡는 덴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
그런데 좌익수가 다시 뒤로 이동했다.
‘어?’
점점 이동하는 거리가 늘어나더니 워닝트랙까지 도달했다.
그걸 확인한 수호가 1루로 달리며 가볍게 배트를 던졌다.
휙!!
배트가 허공을 나는 것과 동시에 타구는 담장 밖으로 사라졌고 3루심의 손이 머리 위로 회전했다.
-넘어갔습니다!! 구장 밖으로 타구를 날려 버리는 대형 홈런을 터뜨린 한수호 선수!! 게임을 리셋시키면서 내셔널리그 최다 홈런 공동 선두에 다시 올라섭니다!!
-마치 네가 치면 나도 친다는 듯이 바로 홈런을 때려내는 한수호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그라운드를 도는 한수호를 향해 필리스 원정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그런 한수호를 외야에서 바라보는 아쿠냐 주니어의 눈이 빛났다.
‘초구에 장외 홈런을 날려 버렸다 이거지?’
그의 승부욕에 불이 붙었다.